신라인의 마음, 신라인의 노래 - 이야기와 함께 만나는 향가의 세계 진경문고
이형대 지음, 신준식 그림 / 보림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신라의 시인들, 향가를 부르다. 

 

책에서 다룬 12편의 향가들 중에서 내가 내용이나 제목을 대략적으로 연결할 수 있었던 향가는 서동요, 처용가, 제망매가, 찬기파랑가 4편이다. 물론 이들도 작가의 해석을 통해 보니 나의 선지식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지만 그마저도 4편이다.

 

일본의 향가가 수 천편 전해져 내려오는 데에 반해 우리 나라의 향가는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님에도 불구하고 30편이 채 되지 않는다니 안타깝다. 역으로 생각해볼 때 30편이 안되는 향가들이 우리들에게 그리 가깝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 또 이상하기도 하다. 아마, 연구 자료가 부족하여 연구가 미진한 탓인가 싶어 더욱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웠던 향가는 10구체 향가인 월명의 '제망매가'이다. 아마 고등학교 때에도 이 향가를 보며 '아름답고 감동적이다.'라는 생각을 분명 했을 것이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도 이 향가는 신라 시대의 향가이기도 하지만 현대의 '시'라고 불리워도 그 감동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삶과 죽음의 길이

여기에 있으매 두려워하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 모르누나

아아, 미타찰(극락세계)에서 너를 만나 볼 나는

도 닦으며 기다리련다.

-본문 108쪽에서 인용

 

굳이 누이가 아니라 그 어떤 이별의 대상에 이입하여도 손색이 없이 담백하면서도 서정적인 한 편의 시이다.

 

책은 이처럼 아름답고 의미 있는 향가 13편을 일정한 형식에 따라 소개한다.  우선, 소개할 향가와 관련있는 현대적인 이야기나 시 또는 상황 등을 도입부로 삼는다. 마치 10구체 향가가 향가의 내용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관련있는 자연의 모습으로 시작하듯이 말이다. 그 후엔 향가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책에서 푸른 색 글씨로 표현한 부분이다.). 다음에는 향가에 대한 해설이 이어지는데 이 해설은 형식적 분석과 내용적 해석을 모두 포함한다. 특히 내용적 해석에서는 우리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만 있었던 향가를 깊이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 말이다. 역시 10구체 향가의 마무리처럼  각 편들은 다시 처음 소개한 현대적 이야기들과 연관지어가며 소개를 마무리한다.

 

마치 10구체 향가의 구성을 닮은 이 포맷은 향가를 처음 접하는 대상독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와 오늘, 어른과 아이,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소통하는 진경문고'라는 출판사의 타이틀과 참 어울리는 포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라의 시인들은 그들이 일반 대중이건, 지식인층이건 간에 향가를 통해 노래를 불렀다. 그 내용이야 지금 우리가 그러하듯 정해진 바가 없을 터이지만 우리가 너무 멀게 그들을 느낀 것은 아닌가싶다. 신라를 알기 위해 향가를 먼저 읽어보는 것이 어떨지 이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그만큼 신라의 개성의 드러나는 독특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린 신준식 화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책에서 매 향가를 시작할 때마다 그려진 그의 그림은 단순해 보이는 듯 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향가의 느낌을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안타깝다. 처음엔 글만 보고 읽다가 언제부턴가 한 페이지 가득한 그 그림들을 더 유심히 바라보고 읽기 시작하는 스스로를 발견하였을 때 그림의 아름다움을, 그림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책에서 아쉬운 점은 분명 있다. 사소하지만 향가를 본격 소개하는 푸른 글씨체가 모호할 때가 간혹 있다. 내가 본 책에서는 원앙생가를 다룬 이야기 부분들(72-73쪽)이 그러했고, 도천수대비가(210-212쪽)이 그러했다. 일반인과 장애인을 구분짓는 태도도 아쉬웠다. 비정상인이라는 말 자체가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임에 가슴이 뜨끔하여 읽기가 불편했다. 사실 일반인이라는 말자체도 얼마나 비장애인을 우등한 존재로 만드는 말이거늘 정상인이라고 높이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너무 죄송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오타를 두 군데 발견하여 첨한다. 149쪽 2번째 줄의 '득도'는 '득오'라고 바뀌어야 하며, 218쪽의 끝 3번째 줄의 '10구체 향가들이'는 '10구체 향가들에'로 조사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끝으로, 책에서 제망매가의 원문이 주는 감동 외에 해설이 주는 깊은 이해가 담긴 작품을 소개한다. 널리 알려진 '처용가'를 개인적으로는 가장 겉만 안 것 같아 해설이 가장 새로웠다.

 

서울 밝은 달밤에

밤새도록 놀며 다니다가

들어와 잠자리 보니

다리가 넷이로다

둘은 내 것이건마는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것이다만

빼앗긴 걸 어찌할 고

- 본문 54.55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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