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집
김희경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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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이 묘하게 매력이 있다는 생각은 해 온 터였다. 하지만 이 책을 보았을 때만큼은 아니었다. 단순하면서도 차분하면서도 어찌보면 객관적인 그림은 글이 전달하는 내용을 더 진하고 깊게 독자에게 전해주었다.

<마음의 집>은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대부분의 책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철학적인 내용보다 독자를 더 사로잡는 것은 책이 주는 '위로의 기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은 이야기는 호들갑스럽지도 않고 과장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신파적이지는 더더욱 않게 덤덤하게 이어진다. 마음의 집이 모두 다르다는 것 방의 크기도, 방의 주인도 다르다는 것, 화장실도 있고 계단도 있다는 점은 집의 구조와 마음의 구조가 어쩜 그리 닮았는지 새삼 '비유'라는 것을 처음 만난 사람처럼 신기해진다.

들켜버린 마음의 집은 들킨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책으로까지 나온 내 마음이라는 것이, 비단 나만 그런 것이 아님을 독자는 읽는 순간 안도와 위로를 동시에 받게 된다. 아이들에게 소리내어 읽어주었다. 아주 차분히 천천히. 유쾌하거나 흥미로운 내용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농담 한 마디 건네지 않았다. 집중했다.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 다시 꺼내어 들고 읽는 아이들이 보인다. 그렇게 진지하고 편안해 보이는 표정은 처음이었다.

나 역시도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있다. 그리고 또 사고 또 사고 또 사서 함께 읽고 있다. 올해 내가 읽은 가장 좋았던 책이 모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이라는 것에 앞으로 또다른 작품을 만날 것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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