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부터 올초까지 역사서를 좀 읽다보니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머리를 쓰되 안 써도 상관없는, 그런 책을 읽고 싶었다. 추리 소설 말이다. 그래서 오래 전에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할로윈 파티]를 읽었는데 다행히 책을 읽으면 결말을 기억 못하는 능력(?)이 있어 다시 읽어도 단편적인 기억만 날 뿐 범인이 누군지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어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읽을 수 있었다.

 

 

 파티 당일날 한 소녀가 양동이 물에 머리가 빠진 채 죽는다. 파티에 참석했던 모두가 용의자.  단서는 허풍쟁이 소녀 조이스가 "살인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한 말 뿐. 포와로의 탐문과 고민이 당연히 범인을 찾아내겠지만 도대체 조이스가 봤다는 그 살인 사건은 누가 저지른 것일까? 그 말의 진위를 찾아가는 재미로 읽었다.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사연이 숨겨졌다. 재산, 치정 그리고 약간 비현실적이랄까 신화적인 느낌도 들어 있다. 




추리 소설은 추리 소설을 부른달까? 내가 추리 소설을 읽는 동안 아들은 <명탐정 코난>에 빠져버렸다. 특히 검은 조직과의 관련성이 궁금한 모양이다. 애니메이션 시리즈부터 극장판까지 섭렵하더니 요샌 만화책도 읽는다. 
















난 미미여사의 스기무라탐정 시리즈를 시작해보았다. 미미여사의 소설은 에도 시대물만 재밌게 읽었고 [화차]가 유명하대서 읽으려다 초반에 넘 잔인해서 포기한 경험이 있었는데 스기무라 탐정은 따뜻한(?) 느낌이 들어 읽기에 나쁘지 않았다. 


 재벌가 딸과 이혼 후 다케나카 가에서 방 하나를 얻어 탐정 사무소를 연 스기무라. 이 책에는 요양원에 갇힌 딸을 못 만나게 된 어머니의 의뢰로 시작하는 [절대 영도],  조카의 결혼식에 딸을 보내며 스기무라를 동행인으로 요청한 고사키 여사 자매의 사연으르 담은 [화촉],  아들을 볼모로 돈을 뜯어내고자 하는 구치다 미코의 의뢰를 해결하는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가 실려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불쾌했고, 두번째 이야기는 깔끔했고, 세번째 이야기는 안타까웠다.  스기무라를 더 읽어봐야겠다. 


오랜만에 가가 형사도 읽었다. 가가 교이치로가 형사가 되기 전, 진로를 교사로 정한 대학 4학년 때의 이야기. 친한 친구 셋이 죽은 대학 졸업반의 사연이 그를 형사로 만든 거겠지? 


 히가시노게이고의 추리 소설은 때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나뉘지만 가가 형사 이야기만큼은 믿을 수 있다. 제목이 [졸업]이라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의 학원물 추리 소설인가 했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다. 그런데 셋이나 죽다니, 그런 일은 현실에서 가능할까? 


이 책을 읽으며 자살은 어쩌면 도덕적인 사람이 하는 것이겠지만 자신의 양심을 견디지 못해 그 죗값을 주변 인물들에게 지우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나미사와 선생님은 그런 의미에서 참 어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피하는 법만 가르쳤다. 


한편으로 고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게 되는 일을 스스로 경계하기 위해서는 고민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지기 전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한 사람의 목숨은 한 사람만의 것은 아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추리 소설을 마냥 재미로만은 읽을 수 없다. 내가 누군가를 책임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가 한니발 같은 류의 범죄 소설은 피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는 안전하다.  물론 명탐정 코난도. 근데 왜 코난은 우리말이 더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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