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구 - 4.19혁명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윤태호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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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사일구]이지만 그보단 더 큰 [만화로 보는 민주화 운동]에 더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육이오를 겪고 참전하여 겨우 살아남아 가족을 부양할 목적밖에 없어 나랏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김현용의 삶이 사위 윤석호의 기억으로 시작해 자신이 독백하는 형식으로 그려진 이야기는 이 시대에 저물어가는 그 동년배 어르신들의 삶을 대변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년에 치매를 앓으면서 사위의 이름 하나만 기억하고 부른 까닭을 사진 한 장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생전에 사위와 많은 생각의 차이를 가졌을 현용, 젊은 날 현석을 다그치는 마음으로 석호를 다그쳤을지도 모를 현용의 촛불 시위 사진. 노년에서야 밝히는 신념의 불빛.

 

 지금 어르신들이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광장을 가는 이유도 넓게 이해하자면 현용과 같은 삶을 겪었기 때문일까? 더이상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아서 부조리든 뭐든 변화만 안된다면 좋다는 마음으로?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마음으로 매번 같은 당에 표를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이해하기도 해야 할 것 같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제목만 읽어서는 이승만이 전격으로 나오고 그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할 것 같았지만 윤태호의 만화는 현재를 말한다. 그 시대를 용감하게 뚫고 이 시대를 만들어낸 사람들과 그 옆에서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은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살아남은 자들은 지금도 역시 살아남아 있고 그들의 불빛도 아직은 꺼지지 않았음을. 꺼내고 나면 다시 켜질 혁명의 불빛을 다함께 들 수 있음을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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