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비디오 테이프였을까, 주말의 명화였을까 아무튼 한참을 사람들 사이에서 잔혹한 영화로 그리고 앤서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의 명연기로 회자되었던 영화를 본 것이 이미 20년도 훨씬 전이다. 그때 무서워서 건너뛰어 가며 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어린 아이는 마흔이 넘어 사람의 가죽을 벗기고 재봉하는 이 이야기를 잘도 읽어내는구나. 물론 지금도 섬뜩하고 불편하다.

 

  영화에서는 앤서니 홉킨슨의 연기가 뛰어나기도 하고 잔혹한 사건들 때문에 사건을 처리하는 클라리스 스탈링은 조디 포스터의 강인한 아름다움으로만 기억이 되었는데 소설에서는 클라리스 스탈링에게 훨~씬 더 많은 시선이 간다. 물론 소설에서는 그녀가 탑 원 주인공이다. 작가 토머스 해리스가 어떤 의도로 여자 요원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보아도 썩 괜찮은 소설로 읽혔다. 잭 클로포드에게 기대는 모습은 아쉬웠지만(아무 것도 하는 일도 없구만 잭은 그냥 멋진 역할인 듯 싶다. 영화에선 누구였더라?) 자기만의 삶을 자기만의 능력과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힘을 주고 싶어졌다. 그녀의 삶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한니발이라는 건 넘나 소름끼치지만. 요즘 말로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능력있는 FBI 특수요원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녀가 '뛰어난' 수사관이 되어 '본보기'가 되고자 한다는 욕망을 한니발은 읽어냈을까?

 

  제목이 [양들의 침묵]이라는 것도 어릴 때 해소했던 궁금증인데 잊었다가 소설을 읽고 다시 해소하였다. 양들의 울음 소리, 그 울음 소리가 클라리스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한니발의 편지는 소름끼치도록(이 사람은 소름 끼친다는 말 외에는 수식이 불가하다. ) 정확한 것 같다.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난 한니발의 또 소름끼치는 행각을 읽기가 두렵지만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클라리스가 다음 이야기에서도 나오던가? 읽어봐야만 알 일이다.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해도 마땅한 인생은 어디에도 없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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