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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도시, 오래된 성性
이승우, 김애란, 김연수, 정이현 외 지음 / 자음과모음
"도시는 젊고, 성性은 유구하다, 한중일 열 두 작가의 상상력!"
키워드는 둘, 도시와 성性. 나라는 셋, 작가는 열두 명이다. 한중일, 3개국 12명의 작가가 아시아 문학교류의 일환으로 '도시'와 '성性'이라는 테마로 단편을 완성했다. 이승우와 김애란은 ‘도시’를 테마로 삼았다. 이승우는 칼을 품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도시의 삶을, 김애란은 철거과 재난을 만난 도시민의 삶을 초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두 사람은 이 작품으로 각기 황순원문학상과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김연수와 정이현에겐 ‘성性’이라는 주제가 주어졌다. 김연수는 가정이 있는 영화감독과 이모가 보낸 석 달을 조카의 눈으로 기록했고, 정이현은 아내가 있는 남자가 대학 후배 J를 조우한 후 벌어진 이상야릇한 일을 적었다.
키워드가 하나라도 소설은 다양하다. 중국작가 수퉁, 위사오웨이, 거수이핑, 쉬이과와 일본작가 시마다 마사히코, 시바사키 도모카, 고노 다에코, 오카다 도시키 또한 이 프로젝트에 기꺼이 참여했다. 공통의 주제를 각기 다른 서사로 변주내는 솜씨에서 작가의 개성, 각 나라 문학의 개성이 느껴진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인생을 한 번 더 살 수 있다면, 아마도 이모는 정방동 136-2번지, 그 함석지붕 집을 찾아가겠지. 미래가 없는 두 연인이 삼 개월 동안 살던 집. 말했다시피 그 집에서 살 때 뭐가 그렇게 좋았냐니까 빗소리가 좋았다고 이모는 대답했다. 자기들이 세를 얻어 들어가던 사월에는 미였다가 칠월에는 솔까지 올라갔다던 그 빗소리. (중략) 매일 밤, 밤새 정 감독의 팔을 베고 누워서는 혹시 날이 밝으면 이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돼 자다가 깨고, 또 자다가 깨서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러다가는 다시 잠들지 못하고, 또 움직이면 그가 깰까봐 꼼짝도 못 하고 듣던, 그 빗소리 말이다. 바로 어제 내린 비처럼 아직도 생생한, 하지만 이제는 영영 다시 들을 수 없는 그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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