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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강신주 지음 / 동녘

"강신주, 오래된 물음을 오늘에 전하다"
어느 스님이 “무엇이 달마 대사가 서쪽에서 온 뜻인가요?”라고 묻자, 조주 스님이 대답했다. “뜰 앞의 잣나무!” / 어느 스님이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라고 묻자, 운문 스님은 “마른 똥 막대기”라고 말했다.

흔히 선문답이라고 부르는 선불교의 화두다. 선불교에서는 부처가 되기 위해 각자가 통과해야 하는 관문으로 화두를 제시하는데, 앞서 화두를 뚫고 나간 선인의 일화를 되짚고 새로운 깨달음의 길을 개척하는 수행법을 간화선이라 한다. <무문관>은 수많은 화두 가운데 48개를 꼽아 해설을 붙인 책인데, 평소 스스로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온 철학자 강신주는 <무문관>의 화두를 자기 식으로 돌파하며, 900여 년 전 무문 스님이 그러했듯 스스로 개척한 길을 가다듬어 함께 수행하는 우리 모두와 나눈다.

그는 <무문관>이 전하는 가르침에 따라 화두의 순서를 오늘의 고민에 맞게 뒤섞고, <무문관> 이후에 나름의 방법으로 각자의 ‘문’을 찾아 헤맨 철학자와 사상가를 불러내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혹은 일상이기에 미처 문제로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친 화두의 의미를 짚어낸다. 강신주에게서 얻어낼 부분은 여기까지다. 이어지는 강신주의 해답은 그의 해답일 뿐이다. 안내자가 대신 걸어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강신주는 이 혹독한 화두의 끝(혹은 시작)에 우리를 데려다 놓고 서늘하게 묻는다.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무문관>과 같은 화두 모음집은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 주는 일종의 가이드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세련되고 섹시하게 편집된 여행 안내책자와 같지요. 여행 안내책자를 맹목적으로 믿고 여행을 떠났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일 겁니다. 그 멋진 풍경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곤경과 피곤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원하던 곳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지금까지의 고생이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임제록>이나 <무문관>이 제게 그랬던 것처럼, 저의 이 책도 여러분을 제대로 유혹하는 여행 안내책자였으면 좋겠습니다.(441, 4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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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하이쿠의 맛, 한 줄도 너무 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에서 하이쿠 한 줄에 엮인 추억을 이야기한다. ​"고요하구나, 바위에 스며든 매미 소리" 이 짧은 문장을 읽고 적요한 여름밤의 정경이 눈앞에 그려질 듯하다. 류시화는 바쇼의 하이쿠를 읽었다. "한밤중 몰래 벌레는 달빛 아래 밤을 뚫는다" 소박하고 차분한 멋, 적막하고 충만한 미의식이 시 속 '지금'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5.7.5의 열일곱 자로 된 한 줄의 정형시, 하이쿠가 지닌 멋이다.

시인 류시화는 하이쿠를 읽기 위해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한국 독자에게 하이쿠 모음집 <한 줄도 너무 길다>를 통해 하이쿠의 멋을 소개한 이후 15년, 충실한 해설과 함께 다시 하이쿠 안내서를 엮었다. 에도 시대의 바쇼, 시키부터 현대의 다코쓰, 만타로, 구사타오까지, 주옥 같은 ​하이쿠 1,370여 편을 가려 실었다. "우리가 불을 이해하지 못해도 불은 우리를 태우듯이, 시를 이해하지 못해도 시는 우리의 마음에 스며들고 우리의 정신을 변화시킨다." (해설 中) <언어의 정원에서 읽는 한 줄의 시>라는 제목의 친절한 해설도 함께 수록되었다.
 
- 시 MD 김효선

책 속에서 :
둘이서 본 눈 올해에도 그렇게 내렸을까 (바쇼)​

여행을 함께한 제자를 떠올리며 이 하이쿠를 썼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의 가슴에는 그리움이 있으며, 내리는 눈이 그 그리움을 일깨운다. 우리는 같은 시공간에 있지 않지만 또 함께 있는 듯한, 시공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경험을 한다. 보르헤스는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이 시간의 일부 속에서만 존재한다. 어떤 시간 속에 당신은 존재하지만 당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다른 시간 속에서는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존재한다." 어찌 되었든 죽지 않았다 눈속의 마른 억새꽂 길고 힘든 여행에서 돌아와 쓴 하이쿠이다. 폭설에 구부러진 억새풀처럼 지치고 허약해졌지만 그래도 몸을 가누고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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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경제학
문소영 지음 / 이다미디어

"경제학은 어떻게 인간과 예술을 움직이는가"
모든 예술 작품에는 알게 모르게 그 시대의 상황이 녹아 있게 마련이다. 때문에 명화에서 느끼는 감동은 미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책은 명화 속에 숨겨진 경제학 코드를 꼼꼼하게 짚어내며 미술 작품을 통해 경제 현상을 설명하고, 경제학 이론을 토대로 미술 작품을 해설한다. 경제 기자와 미술 기자 경력이 상당한 저자답게 탁월한 솜씨로 둘을 엮는다. 지오토의 '스크로베니 예배당 벽화'를 통해 독점과 담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작자 미상의 '엘리자베스 1세의 아르마다 초상화'를 통해 중상주의에 대해 논하며,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를 통해 산업혁명과 고전파 경제학에 대해 설명하는 식이다. 예술과 경제, 정치, 사회적 변동 사이의 역사적 고리를 찾는 이 통섭의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우리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 보며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이보다 쉽고 재미있게 경제학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안내서가 있을까 싶다. - 이주헌(미술평론가)
이제부터 종전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그 그림을 보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주었다고 볼 수 있다. -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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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아름답고 기괴한, 프라하의 도시 전설"
현대를 배경으로 중세 시대와 연관된 음모론이 펼쳐지는 소설. 프라하에 실재하는 여섯 개의 성당과 '또 하나의' 성당, 총 일곱 성당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소재를 가진 소설들이 대부분 빠른 호흡의 헐리우드 식 스릴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곱 성당 이야기>의 도입부가 보여주는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풍경 묘사는 놀라운 것이다. 뒤이어 유럽의 오랜 역사 속에 숨어 있는 미스터리를 둘러싼 잔혹한 살인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그 진행 속도는 차분할 정도다. 게다가 중세로부터 거슬러 온 미스터리는 체코의 지난한 현대사와 어느새 뒤섞여 욕망과 진실과 정의에 대한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역자 해설이 이 역사적 배경을 간략히 요약해 보여주어 많은 도움이 된다).

따라서 <일곱 성당 이야기>는 주인공이 오컬트적인 음모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영웅담이라기보다는 안개 속을 헤쳐나가듯 기억과 역사와 음울한 욕망들 사이를 비집고 나아가는 여행자의 이야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즉 <일곱 성당 이야기>는 진정한 고딕 소설의 후예다.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덩어리이며, 그 기괴한 모습의 면면을 살펴보며 고개를 내젓고 힘겹게 추리하고 겨우 몇 발짝 씩을 내딛는 것이다. 게다가 프라하는 이 소설 속에서 퍽 아름답다. 천천히 관찰하듯이, 사건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마음으로 읽기에 좋은 소설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클래식 고딕 소설을 뛰어넘는 완벽한 재현! -디 자이트
극도의 서스펜스 순도를 자랑하는 고딕 소설의 표본... 저자가 이 소설에서 펼치는 절묘한 이야기와 해석은 진짜 사실에 바탕한 이야기 같아 섬뜩한 흥미를 끈다. -프라하 포스트
움베르토 에코에게 보내는 체코식 답변. -라디오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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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정여울 지음 / 홍익출판사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그 두 번째 이야기를 새롭게 선보였다. 1권에서 사랑을 부르는 유럽,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유럽 속 숨겨진 유럽 등 열 개의 테마 아래 유럽에서 할 수 있는 100가지 아이템을 소개했다면, 2권에서는 ‘진짜 유럽’을 체험할 수 있는 숨겨진 스팟들을 다뤘다. 눈에 띄는 점은 1권에서 다루지 않은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유럽의 대도시들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이번 책에는 조용히 거닐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곳, 각종 주류와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곳, 소설과 영화 속에 등장한 곳 등 이색적인 유럽 여행지들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10년 동안의 여행 경험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 그리고 흥미로운 문학 작품과 음악, 미술, 영화 이야기가 담겨 있다. 1권보다 더 깊어진 감성으로 생동감 있게 유럽의 매력을 소개하고 있어 당장이라도 떠나고픈 마음이 들게 만든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여행하는 나는 평소보다 훨씬 천진난만하다. 세상의 떠들썩한 소리보다는 내 마음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고, 복잡한 손익 따위는 계산할 겨를이 없어 저절로 순수해진다. 꽉 짜인 도시 생활에 길들여져 버린 우리들이 이렇게 ‘여행자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 수 있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면서 지금보다 훨씬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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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지음, 오근영 옮김 / 걷는나무

"아직 공부의 계기가 필요하다면"
어떤 이는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했지만, 숱한 이들은 공부 때문에 눈물과 설움과 고통과 후회를 겪었으리라.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잡담이 능력이다> 등 역사와 철학부터 교육과 비즈니스까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괴짜 교수 사이토 다카시는 공부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후회 없는 삶을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그가 이런 확신을 얻기까지 겪은 경험담에 그 확신으로 공부의 일가를 이룬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한데 묶어 전한다.

차례를 보면 대번에 ‘죽어도 책 읽기가 싫은 사람들을 위한 독서법’이 눈에 들어오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른 내용을 둘러보면 대개 공부 하면 떠올릴 수 있을 법한 조언과 방법론이다. ‘쓸모없는 공부는 없다.’거나 ‘호흡이 깊은 공부’, ‘평생 공부’ 같은 이야기는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을 굳이 권하는 까닭은 공부의 계기, 시작이다. 사이토 다카시는 폼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또 저렇게 제안한다. 이 모든 걸 한 번에 시도하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할 수 있는 만큼 해내는 것, 이 책을 읽는 일도 그중 하나일 터, 공부하는 이유와 공부하는 방법, 이를 실천으로 옮길 다짐 가운데 하나 정도는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아직 계기가 필요하다면 이 책은 썩 괜찮은 선택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이 책을 읽으며 아주 잠깐이라도 ‘그래, 공부를 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마음을 쉽게 흘려버리지 말고 한 걸음을 내딛길 바란다. 바로 거기에서부터 공부하는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니까.(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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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기자라 이즈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언제까지나 천천히 나아가게끔"
인생이 늘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모두가 행복을 바라지만, 행복은 총량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불공평하게 분배된다. 그 불합리함은 때로 압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별다른 수가 없다. 그러나 그저 불행이 지나가고 다시 올라가게 될 시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 하나의 방법조차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를 남긴다. 개중에는 더욱 조용해지고 작아지는 사람들이 있다. 더 차분하게 일상을 꾸려가면서 어떻게든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 말고는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 완곡하게 상승곡선을 그리지만 결코 끝나지는 않는 터널 같은 삶이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남편을 잃고 7년 동안 재혼하지 않고 살아온 데쓰코의 삶도 기나긴 터널과 비슷하다. 그리고 그녀의 애인도, 남편의 친구도, 사촌동생도 모두 마음 한켠에는 아직 채 빠져나오지 못한 슬픔을 갖고 있다. 어떤 놀라운 일이 그들을 밝은 빛으로 이끌까? 아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들이 있을 뿐이다. 천천히, 조금씩 걸어가면서, 슬픔을 떨구는 대신에 소중히 끌어안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비슷한 방식으로 슬픔을 통과하는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여운이 긴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데쓰코가 ‘슬픈데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은 단지 빵 한 덩이를 통해서였다. 인형, 차, 우산 같은 평범한 물건이 작은 계기가 되어 슬픔 이외의 것에 눈을 돌릴 수 있었던 순간들. 그런 순간이 아로새겨진 이 책을 읽다 보면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이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호흡법이다. - 다빈치 '이달의 책' 선정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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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너라면?
고미 타로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아이들이 마주치는 무수한 질문과 선택의 순간"
사람은 다섯인데 과일은 넷이라면?(어떻게 나누어 먹는 게 좋을까!) 굉장히 느리지만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비행기와 굉장히 빠르지만 가끔 추락할 때도 있는 비행기 중에서 어떤 비행기를 타고 싶은지?(아니면 둘 다 타기 싫은지?) 머리가 좋아지는 약, 싸움을 잘하게 되는 약, 배가 고프지 않게 되는 약, 키가 커지는 약 중에서 내가 먹고 싶은 약은? 일본의 그림책 작가 고미 타로가 던지는 열 네 가지 질문에는 정답이 따로 없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판단하고, 표현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아이들에게도 어른 못지 않은 갈등의 순간이 존재한다. 시시때때로 마주치는 선택의 순간에 능숙하게 대처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만큼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신중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지만 이것저것 저울질하는 사이, 기회는 날아가고 우유부단하다는 지적을 받기 일쑤다. 살아가는 동안 끝없이 이어지는 선택의 순간, 이왕이면 즐겁게 순발력 있게 결정할 수 있도록 이 책을 통해 훈련해보면 좋겠다. 아이들이 제출한 대답 속에서 부모님들은 그동안 몰랐던 아이의 결핍과 욕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 어린이 MD 이승혜

작가의 말 :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적절한 선택인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일단 선택하게 하고 나중에 잔소리를 하는 게 좋다. 단호하게, 인생에 취소나 교환은 없어! 라는 걸 말해 주고 그걸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늘 선택하고 결정을 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지루하지 않은 것이라는 걸 예감하게 하는 것이다.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기, 우물쭈물 망설이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내 생각을 스스로 명확하게 밝히고 자신 있게 해 보기. – 고미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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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음 / 현대문학

"윤대녕이 복원한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
윤대녕의 신작 산문집. 이 책에 수록된 에세이들은 월간 '현대문학'에 2011년 10월부터 2013년 9월까지 2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다. 연재를 시작할 무렵 작가는 지나온 생을 돌아보게 되는 나이, 쉰 살의 문턱에 막 넘어서고 있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무엇이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나는 자리'인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을 존재하게 한 고향집과 어머니에서 출발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연히 마주친 옛 연인, 중학 야구의 열정을 기억하며 아이와 함께 찾은 경기장,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음을 통고 받은 공중전화 부스 등 자신만이 겪은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깊이감 있게 그려낸다. 비록 과거에 존재했던 공간은 세월과 함께 사라져버렸지만,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애틋한 마음으로 복원함으로써 삶이 남겨준 것들에 대한 의미를 발견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인간의 욕망과 그것이 투영되는 사물을 다루는 일에 능숙한 산문쟁이라고 할지라도 작가 개인적인 욕망에 대해 적절한 거리감이 없다면 스스로 세월의 지난함 어딘가에 함몰되고 초심에 근거했던 작가의 산문정신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만년의 완성된 작가가 드문 것이 그 증거이다. 그의 글은 지난날 오래도록 견지했던 중심의 시선을 버리고 초월적 바다의 경계를 유영한 지 오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가 윤대녕이 지닌 산문정신의 이행은 후배작가들에게는 과寡하고 귀한 일이다. 지금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이제껏 한국문학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관조, 만년의 문학을 향해 묵묵히 수행하는 자의 참선을 미리 엿보는 일이다. _ 백가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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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이야기
로버트 M. 헤이즌 지음, 김미선 옮김 / 뿌리와이파리

"당신의 세계관을 바꿀 지구 연대기"
인류가 오랜 기간 발 딛고 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구가 훨씬 오래 전부터 이곳에 있었기 때문일까. 지구를 탐구하는 일은 학문의 영역으로만 남았고, 지구를 느끼기에는 자전과 공전보다 숨가쁘게 지나가는 삶이 너무 빠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무리 열심히 산다고 해도 지구가 돌아가는 속도에 비하면 정지 화면에 가까울 터, 조금 여유를 갖고 지나온 50억 년과 다가올 50억 년을 펼쳐 우주의 탄생에서 지구가 만들어질 때까지, 그곳에 땅이 생기고 대기가 마련되어 생명 그리고 우리가 살게 된 이야기까지 한데 묶어 보면 어떨까.

이 책은 지구의 생물권과 무생물권, 그러니까 생명과 암석이 함께 진화해왔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지구의 역사를 풀어낸다. 어떤 암석은 생명에서 발생하기도 하고 어쩌면 생명 자체가 암석에서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이처럼 암석, 대양, 대기, 생명이 복잡하게 연결된 지구계가 최초의 현무암 지각이 생긴 검은 지구에서 대양이 형성되던 파란 지구, 산소가 급증하던 붉은 지구를 지나 육상 생물권이 형성되어 오늘의 푸른 지구에 이른 과정을, 지구 역시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관점에서 살핀다. 파란만장한 지구 연대기만큼이나 탁월한 글쓰기 덕분에 상상조차 하기 힘든 100억 년의 시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그토록 찾아헤맨 당신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과학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우리는 과학기술적인 요령을 터득해 우리 세계를 우리 뜻대로 주물러왔다. 금속을 채굴해 제련하고, 비료를 주어 토양을 경작하고, 물길을 돌려 강을 이용하고, 화석연료를 추출해 태운다는 말이다. 우리의 행위들에는 결과가 없지 않다. 우리가 우리 고향 행성의 역동적인 과정들에 파장을 맞춘다면, 날마다 우리 행성이 발휘하는 얽히고설킨 창조력의 모든 측면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세계가 얼마나 무참하게 변할 수 있는지, 우리의 덧없는 열망들에 얼마나 철저히 무관심한지.(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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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
마종기.루시드 폴 지음 / 문학동네

"마종기 & 루시드 폴의 두 번째 서간집"
시인 마종기와 뮤지션 루시드 폴,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이 두 사람은 2007년 처음 편지로 만났다. 평소에 마종기 시인을 흠모해온 루시드 폴이 플로리다의 시인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된 2년간의 편지 교환은 2009년 봄 서울에서 두 사람이 만남으로써 끝을 맺었다. 두 사람이 나눈 예술과 고독과 일상에 관한 교감의 기록을 엮어 <아주 사적인, 긴 만남>으로 출간된 바 있다.

첫 만남 후 5년, 두 사람의 두 번째 서간집이 출간되었다. 책에는 2013년 봄부터 1년간 주고받은 마흔 통의 편지가 담겨 있다. 시인과 뮤지션을 넘어 진정한 벗으로 한 발 더 나아간 다른 듯 닮은 두 사람. 이전보다 더욱 깊어진 소통으로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나눴다. 보통의 이야기지만 두 사람만의 ‘진심’이 덧입혀져 소박한 감동을 전해준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나는 때때로 고아처럼 느낍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하려는 사람은 때때로 고아처럼 외로워야만 한답니다. 오죽하면 작곡가 베토벤은 외로움이 자신의 종교라고까지 고백했겠습니까. 미국의 의사 시인으로 미국 현대시의 문을 연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는 외로움을 자주 느끼지 않는 자는 시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나를 고아처럼 느끼게 하는 이 비 오는 우중충한 시간을 아파하면서도 고마워하고, 고국을 멀리 떠나 살고 있는 내 신세를 힘들어하면서도 또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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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의 신기한 모험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앤서니 브라운과 함께 떠나는 동화 속 상상 여행"
앤서니 브라운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윌리'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앤서니 브라운은 '윌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아이들이 현실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그려내기도 하고, 예술작품의 패러디를 통해 명화를 보는 방법이나 자유로운 발상 등을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윌리의 신기한 모험>에서 아이들은 윌리와 함께 고전 명작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 문으로 들어가면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 나와 함께 가 보지 않을래?' 동화 속 장면을 패러디한 환상적인 그림과 윌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이 말한다. '이제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
 
- 유아 MD 강미연

책 속에서 :
그곳은 정말 어두웠어. 내 눈이 희미한 빛에 익숙해졌을 때, 귀가 아주 긴 동물이 통로 모퉁이를 돌아 달려가는 게 보였어. 그 동물은 하얀 토끼였어. 하얀 토끼가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면서 종종걸음으로 사라진 거야. 나도 하얀 토끼를 따라 뛰어갔어. 모퉁이를 돌았더니...
내가 무엇을 보았을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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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매뉴얼
제더다이어 베리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미스터리"
대실 해밋 상과 크로퍼드 환상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이상한 소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에 주어지는 상과 환상 소설에 주어지는 상을 어떻게 동시에 수상한단 말인가?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늘 비가 내리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은 20세기초 느와르 풍 미스터리 소설들을 연상케 하지만 이 설정은 마치 닐 게이먼의 작품처럼 환상 속으로 조금씩 발을 옮긴다.

초현실적인 살인 방법이나 부조리한 조직과 사회 체계처럼 꿈과 환상이 뒤섞이면서 꿈속의 순간들과 같은 장면들이 탄생하고, 그런 소동극 가운데서도 등장인물들은 의연하게 자신의 느와르적 캐릭터를 유지하며 스토리에 독특한 매력을 안겨준다. 원더랜드에서도 느와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탐정 매뉴얼>은 장르 하이브리드의 성공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제더다이어 베리는 깔끔한 문학 게임을 구성한 뒤 재치를 잃지 않으며 침착하게 끝까지 완성했다. 독특하고도 초현실적인 후더닛.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제더다이어 베리는 홈스부터 스페이드까지 탐정 소설의 스타일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가진데다 그것을 재생산하는 멋진 능력까지 겸비했다. -가디언
이 데뷔작은 마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이나 카프카처럼, 탐정의 수사 과정을 고전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면서 개성적인 환상 문학의 영역까지 종횡무진 드나든다.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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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마음처방전 : 감정
오은영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답답한 엄마와 불안한 아이를 위한 오은영표 성장 백과"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이들은 부모를 믿고 사랑하고 의지한다. 아이는 부모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수줍음, 긴장, 불안, 화 등 아이의 행동과 감정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대응하는 것은 아이에게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는 도대체, 유독,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소리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의 바로 그 선생님, 오은영 박사가 아이들의 감정을 9가지 키워드로 나누고 키워드별 사례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설명한다. 문제행동에 대한 단순한 대처법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 속에 숨은 마음을 설명해 주고, 부모가 아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모의 이해와 공감이 있다면, 아이는 안심하고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저자의 말 :
부모가 안전한 대상일 때 아이들의 감정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아이의 감당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감정 표현에 당황하기보다 부모인 나의 감정 상태와 표현 방식을 점검하고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우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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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내가 공부하는 이유"
이제껏 조국 교수가 출간한 사회과학서와 다르게 처음으로 자신의 맨얼굴을 진솔하게 풀어낸 책이다. 집필 기간에만 2년이 걸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이 책은 류재운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조국 교수의 내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 글로 구성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조국 교수가 집필하며 최종적으로 완성됐다.

'엄친아'로만 보였던 조국 교수가 어쩌다가 만 16세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게 되었는지, 당시 최연소로 만 26세에 교수가 될 수 있었는지, 그러나 교수가 되자마자 왜 감옥에 가야 했는지, 지금까지 대표 진보 지식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여전히 즐거운 '공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풀어내며 '우리는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생각들을 담고 있다.

- 자기계발 MD 채선욱

책 속에서 :
나는 언제나 내 공부가 책상머리에 머물러 있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돈 냄새보다는 사람 냄새가 더 많이 나도록 하는 것이 내 공부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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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크레파스
이종혁 글, 이영경 그림 / 웅진주니어

"제7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엄마를 떠나 보내고 새엄마를 맞은 열 살 전후의 남자아이가 겪는 심리적 갈등이 생생히 살아 있다. 새엄마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을 풀어 가는 서사적 힘이 대단하다.” - 심사위원(이주영, 송언, 이상권, 박정애, 김기정).

제7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은 두 엄마를 잃은 열 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7,80년대를 배경으로 삼는다. 작가에게 슬픔과 불안을 딛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 엄마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바탕으로 씌어진 자전적인 작품. 병든 엄마를 먼저 떠나 보낸 아이의 거대한 상실감, 비어 있는 엄마의 자리를 한없이 그리워하면서도 새엄마를 차갑게 밀어낼 수 밖에 없던 상처를 서정적으로 묘사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 겨운 엄마의 자리, 엄마라는 풍경 앞으로 독자를 데려가준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창혁아.” “네.” “넌 새엄마의 어디가 그렇게 안 좋니?” 아빠는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면서 물었다. 아빠의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 여자의 어디가 그렇게 안 좋더라?’ 희한하게도 딱히 어디가 안 좋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 엄마가 아니잖아요.” 잠시 뒤 내가 찾아낸 답은 이것이었다. 나는 이제껏 그 여자를 우리 엄마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바로 그 점이 내가 그 여자를 싫어하는 이유인 것 같았다. - 본문 100~10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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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정민 지음 / 김영사

"조심하라, 바깥이 아닌 당신 마음을"
<일침>을 잇는 정민 교수의 따끔하고 묵직한 전언 <조심>. 제목 '조심'은 지유조심(只有操心)에서 나온 말로, 위험을 피하려 주변을 잘 살피는 의미로 쓰이지만, 본뜻은 마음을 잘 붙들어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흔들리는 세상 역시 바로 잡아야겠지만, 동시에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잘 붙드는 게 중요하다는, 바깥이 아닌 안을 살피라는 말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네 글자의 행간을 읽어 깊은 뜻을 전하는 100가지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겼다.

지유조심에서 시작해 소년청우(少年聽雨)까지, 옛글을 오늘의 말로, 오늘의 상황을 옛 사람의 생각으로 풀어내는 정민 교수 특유의 세련된 감각과 간결한 글쓰기가 잘 버무려져 어느 하나 놓칠 곳이 없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복잡한 세상을 옛글에 비추어 흐릿하던 시야가 청명하게 변하고 어느새 시절을 넘어설 새로운 혜안이 열리기도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중간에서 성실한 안내자이자 노련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정민 교수를 만난 일은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세상은 바뀐 것은 하나도 없고 사람들은 답을 모르지 않는다. 물질의 삶은 진보를 거듭했지만 내면의 삶은 그만큼 더 황폐해졌다. 김매지 않은 마음 밭의 뒤뜰에 쑥대만 무성하다. 소음의 언어보다 안으로 고이는 말씀이 필요한 시대다.(서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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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빠른 속도감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겸비한 스릴러"
인생의 막다른 길에 다다른 남자가 한 여자를 납치한다. 그는 자신만이 아는 장소에 여자를 감금해 놓고 몸값을 받아낼 심산이었지만, 다른 범죄 때문에 경찰에 잡힌다. 여죄를 추궁받던 그는 형이 무거워질까 두려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납치 감금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 여자는 거기에 홀로 갇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영영. 그리고 2년 반이 흐른 뒤 남자는 출소하는데...

<폭스 밸리>는 초반부의 스토리만으로도 인간의 죄의식과 그에 따른 심리 묘사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사건 전개가 빨라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가운데, 샤를로테 링크는 각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감추어진 희망과 두려움을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사건을 은폐한 범인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유사 범죄의 주체를 찾아내는 과정은 보편적인 스릴러의 즐거움을 안겨주며, 그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욕망이 빚어내는 드라마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여러모로 여름에 읽기 좋은 재미난 작품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바네사는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커.
마음속에서 누군가 그렇게 속삭였다.
그러니까 아직은 살인이 아니야. 여자를 풀어주면 정상을 참작해 의외로 관대한 처벌을 기대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납치감금 사실을 아예 숨기면?
그 경우 양심의 처벌을 받게 되겠지. 평생 고통스럽고 끔찍한 기억이 죽는 날까지 네 영혼을 괴롭힐 거야. 그렇지만 그 어떤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기 마련이야. 죽을 때까지 감방에서 썩는 것보다는 차라리 입을 다무는 편이 나아. 아니야, 아니야. 절대로 그럴 수 없어. 만약 그랬다가는 미쳐버리고 말 거야.
넌 악마 같은 자식이야.
아니야, 난 악마가 아니야. 단지 재수가 없었을 뿐이야. 끔찍한 불운이었을 뿐이라고!
라이언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동굴 속에서 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을 바네사의 운명이 가엾어 울었다. 결국 자신이 아론 변호사에게 진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끝내 비겁한 삶을 선택하리란 걸 알기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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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경제학자라면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이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옥스퍼드 대학 친절한 경제 선생님의 1:1 맞춤 수업"
<경제학 콘서트>로 일상 경제학의 새 지평을 열었던 팀 하포드가 3년 만에 새로운 책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독자에게 경제를 운용하는 사람이 되어보라고 말하며, '가상 독자와 경제학자의 대화'라는 틀을 짜 넣었다. 마치 수업을 듣는 듯, 유쾌하고도 명쾌한 질문과 답이 책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는 비싼 커피 값의 비밀, 인간의 행동을 조종하는 심리학 등 개인의 선택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제학은 경제학의 반만 아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신 크게 보아야 하는 경제 문제들을 제시하며 경제 안목을 넓힐 것을 조언한다.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타고난 재치는 이 거시경제학 입문 수업에도 물론 적용된다. 오래되어 먹을 수 없는 초콜릿 동전을 땅에 묻은 뒤, 사람들을 시켜 다시 파내게 한다면 경제에 도움이 될까? 수백만 파운드의 지폐를 태워버린다면 인플레이션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더 나아가 왜 포로수용소에서도 경기침체가 존재하는지, GNP와 국민행복지수가 말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등 흥미로운 사례와 생생한 설명으로 거시경제의 다양한 쟁점과 핵심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팀 하포드의 책은 무엇이든 기념할 만하다. 그는 경제학이라는 '음울한 학문'에 엄청난 즐거움을 부여하는 재주가 있다. -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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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안도현이 가슴으로 만난, 시인 백석"
시인 안도현은 스무 살 무렵부터 백석을 짝사랑했다. 백석의 시가 "내가 깃들일 거의 완전한 둥지"였으며 어떻게든 "백석을 베끼고 싶었다"고 고백하던 그가 백석의 생애를 문장으로 옮겼다. 오산학교 재학시절, 일본 유학생으로 보내던 시간, <사슴>을 세상에 내고 '여성'지 편집을 하던, 빛나는 문학청년의 시기, 만주 유랑, 북에 남은 후 노동자로서 보낸 삶을 성실한 자료조사와 함께 엮어낸다. 백석의 삶은 빛의 시기와 어둠의 시기가 교차한다. 위대한 시인의 조용한 죽음을 두고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평하는 부분에 이르면 고요한 감동이 느껴진다.

절창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의 발표에 얽힌 이야기, 널리 알려진 자야와의 사랑 이야기, 조용한 노동자로서 보낸 그의 말년 등 백석의 시를 사랑한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가 두루 실렸다. 백석의 삶의 궤적을 그가 남긴 시와 따라 읽노라면 어느덧 눈이 나리는 서북의 풍경이 그려질 듯하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는 표현은 분명히 문장구조의 인과관계를 무시하는 충돌이거나 모순이다. 가히 연애의 달인답다. 여기에 넘어가지 않을 여자는 없을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해서 이 우주에 눈이 내린다니! 그리하여 나는 가난하고, 너는 아름답다는 단순한 형용조차 찬란해진다.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백석 이후에 이미 죽은 문장이 되고 말았다. 이 시를 비롯해 백석의 시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다. 그의 시에서 눈은 관서지방의 방언과 함께 북방 정서를 환기하는 주요한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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