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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이야기: 동양문명 1-1
윌 듀런트 지음, 왕수민, 한상석 옮김 / 민음사
"한 사람이 그려낸 가장 길고 넓은 문명 이야기"
한 사람이 50여 년에 걸쳐 인류 역사 1만 년을 정리했다. 첫 책 <동양문명>을 쓰기 위해 1930년대에 이집트와 근동, 동아시아와 러시아 등지를 직접 조사했고, 10년 후에야 한 권의 책을 완성한다. 이후 평균 5년마다 하나의 시대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고, 이야기는 11권으로 마무리된다. 그야말로 거작(巨作)이다. 왜 이런 대규모의 저작을 기획했을까 그리고 두께를 넘어선 이 책의 특색은 무엇일까.
저자 윌 듀런트는 20세기 초반에 이미 기술의 분화를 간파했다. 사람들은 전문화라는 기치 아래 종합적 사고의 빈틈을 약점으로 받아들이고, 이로 인해 상상력을 자기가 확보한 분야 안에만 묶어두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는 종합이란, 합리적 이유가 아닌 인간의 본능과 같다고 말하며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문명 이야기’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음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이집트와 근동에서 당대의 동아시아까지 다루는 '동양',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시대', 중세 기독교와 르네상스를 함께 담아낸 '중세', 종교 개혁에서 프랑스 혁명까지의 '유럽', 마지막으로 나폴레옹 즉위에서 당대까지의 유럽을 '현대'라는 틀에 담는다. <동양 문명>을 시작으로 삼은 점이 눈에 띄는데, 그리스 로마 문명의 기반이 이집트와 동양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동, 서양의 갈등이 20세기에 전면화될 것임을 예견한 통찰이다. 11권 가운데 3권만 나와 전체를 파악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산뜻한 시작이라 나머지 시대도 기대가 된다. 저술 기간만큼은 아니겠지만 번역 기간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이왕 시작한 일이니만큼 '운명'으로 여기고 완간에 박차를 가해주시기 바란다.
- 인문 MD 박태근
문명 이야기 시리즈 도서:
총 11부로 구성된 아래 목록 가운데 동양 문명, 그리스 문명, 르네상스 세 권이 이번에 출간되었다. 각 권은 한국어판으로는 두 권으로 나뉘어 총 22권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동양 문명>, <그리스 문명>, <카이사르와 그리스도>, <신앙의 시대>, <르네상스>, <종교 개혁>, <이성의 시대가 시작되다>, <루이 14세의 시대>, <볼테르의 시대>, <루소의 혁명>, <나폴레옹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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