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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 미술사 모더니즘 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집중을 요구하는 텍스트의 아름다움"

그저 미술이 뭔지 궁금해서 이 책을 덥썩 집어서는 안 된다. <진중권의 서양 미술사 모더니즘 편>, 즉 3년 전에 나왔던 <서양미술사 1>에 이어지는 이 책은 미술 기초 입문서가 아니다. 혹시 모를 순진한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 책 뒤표지가 친절히 경고하고 있다. ‘이 복잡한 현대예술의 풍경을 한눈에 보여주고자 진중권은 글의 밀도를 높이고 압축하는 글쓰기 방식을 취하였다.’ 이 경고는 책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어떤 미술 주의(-ism) 및 그와 연결된 당대 사회에 대한 친절한 풀이는 없다. 그 연결 자체만 설명하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미학 오디세이>를 기대한 독자들은 이 지점에서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우화도 없고 특유의 농담도 없다. 그럴 여유가 없다. 게다가 앞서 뒤표지가 경고했듯이, 그 정도는 앞선 1권보다 더하다.

지금까지 이 책을 칭찬했다. 걱정한 건 책이 아니라 이 책을 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당신이다. 군더더기 없이 곧바로 치고 들어가는, 분량 대비 내용이 이토록 풍요로운 이 책의 장점을 느끼기 위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많은 지식’ 또는 본문을 꼼꼼히 추적하는 집중력이기 때문이다(지식이 없으면 읽기 불가능한 글과는 다르다!). 집중을 요구하는 텍스트의 건조하고 단단한 표면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진중권의 서양 미술사 모더니즘 편>은 읽는 행위의 즐거움부터 얻는 지식에 이르기까지 두루 복된 책이다.
- 예술 MD 최원호 

책속에서 : 이제 대상은 없다. 그것은 에너지 속에서 해체될 뿐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아인슈타인은 그 유명한 방정식을 통해 대상을 에너지로 해체시켜버렸다. 한편, 마르코니의 무선통신은 선(wire)의 부재를 통해 기호를 전송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물질적 존재를 가졌던 기호는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이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완전한 비구상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한마디로 절대주의는 “대상 없는 세상을 출현시키기 위한 의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안드레이 나코프의 말대로 절대주의가 추구한 것은 “존재론적 해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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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바닥의 달콤함
앨런 브래들리 지음, 성문영 옮김 / 문학동네

"열한 살 소녀 탐정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등뒤로 손이 묶였을 때 팔목에 감긴 끈을 푸는 법을 설명하며 등장하는 소녀가 있다. 플라비아 들루스. 11세. 1950년의 영국 어딘가의 시골에 살고 있다. 독학으로 익힌 화학과 식물학 지식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며, 각종 추리물을 필두로 고전 문학부터 통속 소설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한다. 마치 과학자의 어린 시절 소개 같지만, 플라비아의 관찰력과 끝없는 호기심은 특정 분야가 아닌 이 세계 전체를 향해 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의 우선 순위는 ‘재미있느냐 아니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그러니 그 어느 날, 자기 집 텃밭에서 불어로 ‘안녕’이라고 말한 뒤 죽어버린 남자의 곁에 서서 소녀는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무서웠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사실 그 반대였다. 내 평생 일어난 일 중 단연 최고로 흥미진진한 사건이었다.’

이 막무가내의, 세상 모든 (재미있는)일에 두 팔 걷어 붙이고 달려드는, 심지어 자신이 천재적이라는 사실마저 잘 알고 있는 열한 살 소녀 탐정의 행보는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포스트-빅토리아 풍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정통파 미스터리의 단단함을 바탕으로 전대미문의 사랑스러운 탐정이 활약하는 이 미스터리 소설은 이미 영미권 추리소설 상의 신인상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이제 당신이 확인해 볼 차례다.
- 소설 MD 최원호 

수상 내역:
영국 추리작가협회 대거 상 신인상
배리 상 최우수 신인상
매커비티 상 최우수 신인상
애거사 상 최우수 신인상
캐나다 추리작가협회 아서 엘리스 상 최우수 신인상
딜리스 상 최우수 서점상
인디고 북셀러 초이스 상
얼룩 부엉이 상
애플 아이튠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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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모노레일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유쾌하게, 능청스럽게, 김중혁의 게임이 시작된다"

등단 11년, 김중혁의 네 번째 소설이자 두 번째 장편소설. 어느 날 아침, 잠을 푹 자고 일어난 모노는 눈을 뜨자마자 ‘헬로, 모노레일’이라는 게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곧바로 게임의 룰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자신 역시 게임의 일부가 되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노레일 게임판 위에서 주사위놀이를 하고, 예기지 못한 사건 속으로 빠져든다.

헬로, 모노레일 게임을 개발한 모노도, 그의 친구 고우창도, 고우창의 아버지도, 그의 동생 고우인도 모두 범상함 속 독특함을 지닌 인물이다. 유럽여행을 가지 않고 만들어낸 유럽여행 모노레일 보드게임, 엄마머리 전문 미장원, 동네 디자이너, 볼교, 소소한 설정 속 재기발랄함과 능청스러움이 빛을 발한다. 장난스러우면서도 따스한 시선 속, 오래도록 빛을 발하는 것은 결국 ‘삶’이다. 작가가 직접 그려 넣은 목차와 표지, ‘모노레일 스티커’ 역시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한 사람의 일생에서 최악의 순간은 반드시 닥치게 마련이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최악의 순간이 닥칠 확률은 낮기 때문에 어쩌면 최악의 순간이 자신을 피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고우인은 자신의 얼굴에 난 흉터를 볼 때마다 확률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죽을 수도 있었어. 하지만 살아남았지.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흉터가 최악의 순간이 아니면 어쩌지.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이렇게 깊은 흉터를 얼굴에 새긴 채 살아갈 확률은 높은 것일까, 낮은 것일까. 고우인은,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삶은, 확률이 적은 사건들이 연속해서 일어난 기적의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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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작동법
에드워드 L. 데시, 리처드 플래스트 지음, 이상원 옮김 / 에코의서재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언젠가부터 ‘인센티브’란 말이 일상어가 되었고,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활용한다. 그런데 막상 이게 정말 제대로 작동하여 효과를 얻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분석이 없는 듯하다. 이 책은 그저 믿어왔던 상식이 얼마나 잘못된 건지 그리고 한계는 무엇인지 여러 심리 실험을 통해 밝힌다.

블록퍼즐을 주고 한 쪽에는 하나의 모형을 만들 때마다 1달러씩 보상을, 다른 한 쪽에는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았다. 이 실험에서 주목할 부분은 시간 내 완성한 모형의 수가 아니라 주어진 시간 이후에 피실험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이다. 보상을 받은 이들은 보상이 사라진 순간 작업에 흥미를 잃고 만다는 사실. 이 책은 이런 사례를 통해 ‘자율성’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이를 꽃피우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공자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은 여전히 성과와 성취에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자기를 중심에 두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과정에 정해진 답이 없고, 각자에 맞는 방법이 있을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면 다시금 공자가 슬며시 떠오른다. 보상과 성취에 관심이 있는 부모나 경영자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개인과 사회, 자율과 통제의 관계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도 일독을 권한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아이가 즐겁게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려는 부모와 선생님, 일의 능률과 성과 향상이 고민인 기업 관계자들이 궁금해하는 ‘동기부여와 보상’에 관한 진지한 해법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이 가장 받고 싶은 보상은 바로 스스로 만족하는 힘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부모와 선생님, 기업과 조직의 리더들은 사회의 성원들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율성’을 뒷받침해주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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