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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빔 벤더스 지음, 이동준 옮김 / 이봄
"모든 여행자들은 보라"
모든 여행자들은 이 책을 보라. 이 책의 짧은 글들을 보면서 왜 대부분의 여행기들이 시시했는지를 생각해 보라. 여행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정말로 들려줄 수 있는 것은 어떤 놀라운 순간의 묘사, 그리고 그 반짝이던 순간이 이미 지나갔음을 소회하는 일뿐이다. 빔 벤더스는 곁가지를 죄다 쳐내고 독백처럼 짧은 말들만을 살려 두었다. 그가 자신의 삶을 말하지 않아도 글들의 형식 자체가 그 삶을 말한다. 영원한 여행자의 삶이다. 아름다운 순간의 분량은 전 생애를 통틀어 절대적으로 짧고, 급작스럽고, 그럼에도 잘 골라진 문장들처럼 오래 각인된다는 것을 여행자들은 안다.
그리고 사진들. 빔 벤더스 스스로가 어떤 직업적 의식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일부라고 표현했던 사진들이다. 같은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도 ‘서양 미술사’에 등장하는 카르티에 브레송이나 블록버스터 같은 매력을 자랑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류와는 다르다. 빔 벤더스의 사진들이 떠올리게 만드는 사진가들은 로버트 프랭크, 요제프 쿠델카, 필립 퍼키스처럼 사진가이기 이전에 은둔자 혹은 방랑-여행자에 더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여행자는 완전한 구도와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건 ‘직업적’ 사진가들이 하는 일이다. 놀랍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풍경 속을 헤매는 여행자들은 ‘없음’을 기록한다. 빈 공간들. 빈 시간들. 책의 여백처럼 자연스러운 그 공백 위에 시처럼 쓰여진 피사체들. 때로 미처 완결시키지 못한 구도 속에서 미완성의 푸가처럼 열려 있는 풍경들. 수수께끼 같은 그 빈틈들이 바로 빛이 새어드는 공간이다. 절대적으로 짧은, 급작스러운, 그럼에도 잘 골라진 단어들 같은 광휘가 그 빈틈에서 흘러나온다. 그 너머가 천국일지도 모른다. 모든 방랑자들이 꿈꾸는 곳.
그러니 여행자들은 이 책을 보라. 이 책은 당신들을 위해 쓰여진 예언서다.
- 예술 MD 최원호
같이 읽기 좋은, 방랑하는 책들 :
<뮌헨 여름 소리>
<길 위에서 1>
<인상과 풍경>
<청춘, 길>
<Sadness of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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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1
권지예 지음 / 민음사
"성, 사랑, 욕망하는 자가 욕망하는 것"
화려하다. 음란하고, 영악하다. 능수능란하고, 자극적이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한 권지예의 그야말로 장편(長篇)소설. 도발적인 37세 이혼녀 ‘오유미’를 주인공으로, 그녀를 둘러싼 남자와 여자들의 욕망, 그리고 욕망하는 것을 얻기 위한 유혹의 과정을 클림트의 그림처럼 붉고 빛나고 농염한 이미지로 그려냈다.
능력 있는 현대 여성이라면 최소한 다리 셋은 고수하고 있다고 서술하는 연애기술자이자 유혹기술자 오유미. 그녀를 욕망하는 남자들과 그녀가 욕망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교차한다. 독특한 성적 취향과 적나라한 화법이 21세기의 욕망을 숨가쁘게 그려낸다. 2009년부터 문화일보에 연재해온 작품으로 신문 연재소설 특유의 강약 조절, 속도감, 가독성이 장점이다. 여성독자가 원할 법한 아찔한 로맨스, 남성 독자가 원할 법한 판타지 속 캐릭터가 모두 눈에 띈다. 맹렬한 독을 품은 칙릿, 독자를 유혹한다.-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유미가 이만큼이나 된 것은 생존본능이 강했기 때문이다. 돈도 ‘빽’도 없이 오로지 몸 하나로 뚫고 나온 길이었다. 생존 전략이라면, 생에 대한 열정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사람의 마음을 읽고 적재적소에 유혹의 기술을 양념처럼 사용한다는 정도다. 사람의 마음을 뺏는 게 제일 힘들다. 돈을 뺏는 것보다, 몸을 뺏는 것보다. 인규의 조사가 아니더라도 윤동진의 마음을 뺏어보고 싶은 오기가 났다. 그는 왜 이혼을 했을까? 그리고 왜 3년 이상이나 홀로 살고 있을까? 그렇게 굶어도 괜찮은 걸까? 그 스라소니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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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본심
윤용인 지음 / 알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뜻이 그러냐?"
<딴지일보> 기자 및 사업국장을 거쳐 딴지관광청을 창간하기도 한 창업 10년차 현직 사장 윤용인이 '해봐서 아는 사장짓'에 대해 풀어놨다. 말로는 집중해서 일하고 칼퇴근하라고 해놓고 뒤로는 쟤 진짜 칼같이 간다고 마음 상하는 사장의 진심부터 시작해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오해와 편견, 더 나아가 사장에게 사랑받는 직원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A to Z과 날 것 그대로의 사장 '구슬리는' 노하우들이 거침없이, 맛깔나게 담겨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스스로 대단히 유능하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자신이 상사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렇게나 유능한 내가 승진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혹 사장의 판단력이 흐려졌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순진한 물음에 사장이 생각하는 유능함은 직원이 생각하는 유능함과 차원이 다르다고 단호히 답한다. 일이 지겨운 이들, 상사만 보면 토할 것 같은 이들, 인생역전을 꿈꾸며 하루를 근근히 버티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이 책은 사장의 본심 파악을 넘어 일과 삶,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진짜 가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자기계발 MD 채선욱
책속에서 : 사장들은 가끔 자기 몸을 복제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순항을 할 때는 물론 난파를 당하고 파선을 당하더라도 그 배 위에서 함께 죽을 수 있는 사람을 언제나 간절히 갈망하는 것이다. 한번은 직원들과 술을 마시는데 팀장 중 한 명이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제 특기는 망한 회사 수습이에요. 지난번 회사에서도 파산선고 받은 회사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빚쟁이들 상대하고 나가는 직원들 챙겨주고 장비까지 다 제가 정리했어요." ...그 팀장은 일에 대한 능력도 부족하고 근태관리도 엉망이었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 퇴사할 때까지 내가 그를 볼 때마다 술자리에서 했던 그 농담을 떠올리며 그를 신뢰했음을, 아마 그는 아직도 알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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