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시키면 단무지, 김치, 국물을 준다.
모두 공짜지만 더 달라고 말하진 않는다.
왠지 다음번 나의 김밥에 재료를 덜 넣을 것 같아서다.

나는 어디든 걸어 다닌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않아서얼마를 아꼈는지 계산해 본다.
이 생각을 하면 오래 걸어도 힘들지 않다.

"이번에 방울토마토를 너무 많이 샀어요.
대신에 저에게 그림을 그려 주시면 어때요?"
잠시 생각했다.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림 그리는 일은 돈 드는 일이 아니다.
자투리 종이에다 작게 그리자.
"네. 그럼 딱 한 알만 그릴게요."
나는 방울토마토를 받아 들고 집으로 왔다.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주로 수채물감을 쓴다.
수채 물감은 물에 녹여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수채 물감은 나의 유일한 간식인 오징어와 닮았다.
오징어도 오래 먹을 수 있다. 계획을 잘 잡으면한 마리를 일년 동안 먹을 수도 있다.

새벽에 일어나 그림에 색을 입히고,
도서관에 가 스케치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엔 참고 자료가 있고, 정수기가 있고, 에어컨도 있다.
고마운 곳이다.

이번엔 그리기 전에 먼저 맛을 보기로 했다.
그림 그릴 반은 남겨 두고, 반을 먹어 보았다.
조그만 알갱이가 혀에 까끌까끌하게 닿았다.
온화하게 달고 시원했고, 입안에 은은한 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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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통해 세계를 바꾸고 싶은 사람은 국경과 분야를 넘어 다른 사람들보다더 넓게 볼 줄 알아야 한다. 한편 우리 사회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우리는 어떻게 결속하며, 기후변화나 코로나 팬데믹 같은 위기 속에 흔들리는 것은 무엇인지 이해하고 싶어 한다. 기후변화와 코로나라는 두 가지 도전은과학 연구가 사회 현상의 중심으로 더욱더 강하게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P12

새로운 인식이란 과학 법칙처럼 작지만 중요한 발전이 아니라, 새로운 작업 분야를 정의하고 세계를 바꾸는 일회적이며 근본적인 발견을 의미한다. 이런 발견들은 대부분 우연히 일어나지만 이 우연은 준비된 사람, 그리고 면밀히 관찰하는 사람에게 떨어진다(준비된 정신the prepared mind). - P13

에 대중은 과학의 의미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이 과학의 의미를 배우지못할 때 과학에서 나오는 조언은 신뢰받지 못하며, 그 결과 우리 종의 지속적인 미래도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세 걸음 앞으로 갔다가 두 걸음 뒤로 가는 에히터나흐의 춤Die Echternacher Springprozession은 사회적 과정을 위한 해법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은 보통 빠르고 명쾌한 해답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제기되는 복잡한 질문 상황에서 과학적 변환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인내와긴 호흡이 필요하다. - P13

다음 세대가 준비하고 있다. - P15

훨씬 긴 단어들의 집합을 거의 순식간에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때 나는어떤 감정을 느낀다. 감정은 기억의 일부이며, 기억은 감정의 일부다. 아무런감정도 불러오지 않는 것을 기억으로 유지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단어들의 묶음이 나의 기억을 도와준다. - P18

광유전학은 발견을 위한 하나의 도구다. 우리는 이 도구로 뇌가 어떻게 일하는지 연구할 수 있다. 우리는 뇌 안에서 어떤 세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순은 어떻게 해소되는지, 그리고 긍정과 부정의 감정이 뇌 어디에 자리하는지 찾아낸다. 우리는 이 단백질의 결정 구조를 매우 높은 해상도로 시각화했기 때문에 모든 원자를 각자의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질문을 이제 제기할 수 있다. 이 세포는 거기에서 무엇을 하는가? 세포의 종류는 무엇인가? 이세포는 다른 세포들과 어떻게 말하는가? 이 세포는 마지막 행동이 일어날 때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 P19

이야기는 왜 그렇게 중요한가?
왜냐하면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서로 배우기 때문이다. - P21

아내는 과학자로 대단히 성공했다. 의학 박사학위를 두 개 가지고 있고, 대학에서 탁월한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아내 또한 전 세계를 여행한다. 당연히 무언가 잘못되는 일은 늘 있고, 우리에게도 패배나 재앙 같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잘못될 때 이를 채워 주는 다른 것이 있다. - P22

어떤 경우에도 모든 것을 조화롭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내가 보기에 아내의 경험이 그 가능성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인생의 동반자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부부는 서로에게 적응해야 한다. 물론 부부마다 적용되는 규칙은 서로 다르다. 각자에게 맞는규칙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지한 대화와 좋은 계획이 필요하다. - P23

삶이 무언가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당신을 데려간다면, 그것은 특권이다. 그 특권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 P24

적절한 휴식이 중요하다.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고, 규칙적으로 스스로 새롭게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매일 근본적인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비상 사태는언제나 있지만 매일 특정 시간을, 최소 한 시간은 비워 두고, 일의 근본을 사색하고 규명하는 시간을 가져라. 그것은 목숨만큼 중요하다. - P25

많은 과학자가 청소년 시절에 사랑받는 아이가 아니었다. - P26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결국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 - P31

우리는 남녀 비율이 어느 정도 같고,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된 혼합된 팀을 만들면서 아주 좋은 경험을 했다. 다양한 생활환경과 조건의 결합이 성공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33

화학자는 잡종이다. 논리적 사고와 공간을 상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3차원공간에서 회전하는 분자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화학자는 박사후 연구까지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실험 작업을 끝마친다. - P35

지금은 다행히 가족을 꾸렸고, 삶은 더 풍성해졌다. 내가 그 일을 해냈다는 게 조금은 자랑스럽기도 하다. - P37

너무 일찍 결정할 필요는 없다. 열심히 일하면 아주 많은 것을성취할 수 있음을 나는 MIT에서 배웠다. 프랑켄지역 출신들은 아마 잘 알 것이다. 큰 연못에 있어야 큰 물고기와 함께 헤엄칠 수 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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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작가란 샤먼과 매우 흡사한 존재가 아닌가생각한다. 세상의 폭력과 불의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삶을훼손당한 이들, 그 분노와 한을 가슴에 안은 채 영육이 함께병든 이들, 그럼에도 세상 어디에도 호소할 방법이 없는 약자들, 그들을 위해 샤먼은 기꺼이 망자의 넋을 자신의 몸 안에 불러들여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곡진한 위로를 베풀어준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야말로 어느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은 법이다. 마찬가지로 아직 살아 있되 입이 없는 세상의 약자들 또한 그러하다. 그러기에 차마 발설되지 못한 그들의언어, 울음, 비통한 탄식과 절규로 지금 세상은 온통 가득 차있는지도 모른다. 예로부터 샤먼이야말로 그들을 대신해줄 ‘산자의 입‘이었다. - P33

적어도 그때 내게 소설이란 그런 의미였다. 이 세상에 가득 찬 침묵의 언어. 발설되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도는 무수한익명의 육성들. 천지간에 가득한 통곡과 탄식과 신음소리들.
소설 쓰기란 그것들을 이야기로 걸러내어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일이라고 나는 믿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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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 내가 말했다. "당신 말을 믿고 싶어."

자, 엄마 가슴에 머리를 기대. 그거야. 이제 눈을 감아. 자. 어떻게 그런 걸 믿을 수 있었을까? 나 당신한테 실망했어. 정말이지, 당신 나를 그렇게 모르지는 않잖아. 거짓말하는 게 어떤 사람들한테는 그냥 놀이라고."

차가운 공기가 뺨을 찌르고 콧구멍을 꼬집었다.

그런 다음 달팽이 속도로 오두막으로 올라갔다. 그는 한 번 돌아보았고 여자가 주방 창문으로 자신을 살피는 것을 보았다. 오두막 문에 이르러 장작을 내려놓을 때쯤 그는 그녀를 싫어하고 있었다.

눈은 아침 내내 참고 있다가 이제, 그의 눈에 빈터가 보였을 때, 가볍게 조각조각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늘 그렇다?좋은 사람은 험한 꼴을 당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늘 하던 짓을 한다.

기대했던 것보다 나은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반대다. 하지만 그 보트의 경우는 달랐다

침실에 가니 스탠드가 켜져 있고 아내 아이리스는 머리판에 기대앉아 이불 밑으로 두 무릎을 세우고 있다. 등에는 베개를 받치고 자기 자리보다는 내 자리를 더 차지하고 있다.

이불은 끌어올려 어깨에 둘렀다. 담요와 시트는 침대 발치에서 당겨져 빠져나왔다. 우리가 다시 자고 싶다면?어쨌든 나는 다시 자고 싶은데?처음부터 침대 정리를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나는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좀 덮는다. 하지만 이불이 뭔가 제대로가 아닌 느낌이다. 시트가 전혀 없다. 있는 건 담요뿐이다. 아래를 보니 내 두 발이 삐죽 튀어나와 있다. 몸을 돌려 모로 누워 그녀를 마주보면서 발이 담요 안으로 들어오도록 두 다리를 구부린다. 침대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그러자고 제안해야 한다. 하지만 만일 지금, 이 순간, 불을 끈다면 우리가 바로 다시 잠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자면서 이를 간다고 말하자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어떻게 좀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그게 벌어질 때 나는 어디 있었고?" 대체로,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그녀 꿈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게 약간 짜증이 나지만 말은 하지 않는다.

"신장결석하고 담석의 차이가 뭐야? 그리스도여, 우리는 그런 것들이 몸의 어느 쪽에 있는지도 모르잖아. 당신도 모르고 나도 몰라. 그게 우리가 합쳐서 알고 있는 전부야. 합쳐서 영이라는 거지. 하지만 어딘가에서 신장결석은 그냥 넘겨도 된다고 읽었어, 이게 그거라면 말이야. 대개 죽지 않는대. 아프냐, 아프긴 하지. 담석에 대해선 뭐라고 하는지 몰라."

엄마가 면회를 갔다가 집에 와서 말했어. 그때 엄마가 한 말을 절대 잊을 수 없어." 그녀는 나도 그걸 절대 잊지 못할 것처럼 나를 본다.

그곳에서 보니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황급히 떠난 것 같다.

그녀는 나에게서 정직한 대답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해 내가 어떤 느낌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생각지도 않고, 결과를 생각지도 않고, 내가 말을 할 때?내가 하는 말이 무엇이든?그녀가 어떻게 느낄지를 생각지도 않고 무슨 말을 할 수는 없다.

나는 아직그녀를 위해 뭘 하겠다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나와나의 상황을 생각해봐야 한다. 무턱대고 이야기를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느낌이다. 이건 미친 짓이다.우리는 미쳤다. 하지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든 그게 언젠가 나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는다. 이건 중요하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말하고 있는 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다.

온종일 띄엄띄엄 생각한 것, 뭐랄까, 어떤 보이지 않는 선을 넘은 듯한 느낌이다. 전에는 가야 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어떤 장소에 와버린 듯한 느낌이다. 어떻게 왔는지는 모른다. 이상한 곳이다. 그곳에서, 작고 해로울 것 없는 꿈과 잠에 겨운 새벽의 이야기가 죽음과 소멸에 관한 생각으로 나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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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여백서원 기초가 놓이고, 나는 독일에서 여백서원에 사람들이 오면 옷을 걸 큰 못 모양의 걸이를 샀다. 여백서원을 위한 첫 ‘시설물’이었다. 여럿이 오면 옷을 한 곳에 정돈해서 잘 걸 수 있어야 할 테니 그 용도로 만든 공간이 체계적이기도 해야 하고, 처음 옷을 벗어 거는 옷걸이가 좀 남다른 것도 처음 집에 들어선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할 것 같아 오래전부터 생각한 일이었다.

서울의 한 외곽도시에서 자랐고, 지금도 거기서 살고 있다는 그 여학생의 대답이 놀라웠다.
"중학교 때부터 어머니께서 마라톤을 시키셨어요."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딸에게 마라톤이라니?! 내색은 안 했지만 무척 놀라운 이야기였다. 그러나 조금 후 그 자문에 대한 답이 스스로 짐작이 되었다.

더구나 어머니는 병이 깊어 누워 계시다고 했다.(아마도 고생이 조금 폈을 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그 딸을 만난 얼마 후 돌아가셨다.) 자기처럼 음악을 하겠다는 딸에게, 머지않아 자기처럼 엄마 없이 살아야 할 딸에게, 내가 그 어머니라면 세상에 무얼 해주고 갈 수 있을까. 아무런 힘도 없는 엄마가 무얼 해주고 갈 수 있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거기서 누렸던 그런 한순간을 나누어주고 싶다. 아름다운 글로 더 많은 사람들과 무언가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만큼의 문재文才야 어찌 스스로에게서 바라고 기대하겠는가.

찾아오는 이들과 더불어, 아니 혼자라도, 시를 읽고 벽난로 가에서는 글을 읽겠다. 참으로 힘겹게 살긴 했으나 세상에서 받은 게 많은데 나도 무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얼마 전에 세상 뜬 친구도 그랬다. 좀 아프다 괴롭다 하며, 울기도 하며, 험한 모습을 보여 정을 좀 떼고 갈 일이지······. 끝까지 꼿꼿한 그들의 긴장이 안쓰러우면서도,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는다.

사람들은 어차피 만나고 갖가지 이유로 만나지만, 몸에 배인 정중함, 존댓말이 남기는 인상은 깊고 그렇게 맺어지는 인간관계는 이렇듯 유독 각별한 것 같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 말을 배울 때 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존댓말을 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아이들의 눈높이로까지 나의 키를 낮추어서 말이다. 아이들이 내게 무척이나 귀했던 것도 한 이유이겠지만, 아이들 말은 어차피 아이들과 어울리면 배울 테니 존댓말을 배우는 편이 실리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게다가 아이는 전통 어휘들이 익숙해져버려서, 책을 읽게 되었을 때는 옛날 책까지 잘 읽었다.

훗날 아이가 가진 고전이나 문학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의식, 올곧음 같은 것도, 그런 전통문학까지 포괄하는 독서에 크게 힘입은 것이었다. 사회를 헤쳐가는 데도 그 독서와 존댓말, 존댓말에 담긴 사람들에 대한 성의가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남의 나라에 많이 와 있는 내가, 때로는 과분한 대접을 받는 이유도 돌아보니 정중한 말의 힘이 아닌가 싶다. 독일어에 우리 같은 존댓말 어미야 없지만, 정중한 말이 없는 언어가 어디 있겠는가. 남의 형편을 우선 살피고 하는 말이 많고, 일단, 하루 종일 가장 많이 쓰는 어휘는 가만히 돌아보니 "감사합니다"이다. 여기는 그런 사람이 상당히 많아 내가 배운 것 같다.

그러나 아득한 학생 시절에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남모르는 꿈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어느 가을날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다니던 학교 교정의 스탠드에 앉아 하늘을 보는데 그 하늘의 연푸른 갈맷빛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 빛깔에 이끌려 한정 없이 바라보다가 화가가 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그만 그 반대 결심을 해버렸다. 내가 제 아무리 노력한들 저 빛깔은 결코 그려내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화가의 길을 갔더라도 건너다 보이는 가지 않는 길이 조금 더 수월하고 아름다워 보였을 것이다. 가는 길이 험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지금 어딘가로 오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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