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미에서 작가란 샤먼과 매우 흡사한 존재가 아닌가생각한다. 세상의 폭력과 불의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삶을훼손당한 이들, 그 분노와 한을 가슴에 안은 채 영육이 함께병든 이들, 그럼에도 세상 어디에도 호소할 방법이 없는 약자들, 그들을 위해 샤먼은 기꺼이 망자의 넋을 자신의 몸 안에 불러들여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곡진한 위로를 베풀어준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야말로 어느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은 법이다. 마찬가지로 아직 살아 있되 입이 없는 세상의 약자들 또한 그러하다. 그러기에 차마 발설되지 못한 그들의언어, 울음, 비통한 탄식과 절규로 지금 세상은 온통 가득 차있는지도 모른다. 예로부터 샤먼이야말로 그들을 대신해줄 ‘산자의 입‘이었다. - P33

적어도 그때 내게 소설이란 그런 의미였다. 이 세상에 가득 찬 침묵의 언어. 발설되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도는 무수한익명의 육성들. 천지간에 가득한 통곡과 탄식과 신음소리들.
소설 쓰기란 그것들을 이야기로 걸러내어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일이라고 나는 믿었다. - P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