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시키면 단무지, 김치, 국물을 준다.
모두 공짜지만 더 달라고 말하진 않는다.
왠지 다음번 나의 김밥에 재료를 덜 넣을 것 같아서다.

나는 어디든 걸어 다닌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않아서얼마를 아꼈는지 계산해 본다.
이 생각을 하면 오래 걸어도 힘들지 않다.

"이번에 방울토마토를 너무 많이 샀어요.
대신에 저에게 그림을 그려 주시면 어때요?"
잠시 생각했다.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림 그리는 일은 돈 드는 일이 아니다.
자투리 종이에다 작게 그리자.
"네. 그럼 딱 한 알만 그릴게요."
나는 방울토마토를 받아 들고 집으로 왔다.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주로 수채물감을 쓴다.
수채 물감은 물에 녹여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수채 물감은 나의 유일한 간식인 오징어와 닮았다.
오징어도 오래 먹을 수 있다. 계획을 잘 잡으면한 마리를 일년 동안 먹을 수도 있다.

새벽에 일어나 그림에 색을 입히고,
도서관에 가 스케치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엔 참고 자료가 있고, 정수기가 있고, 에어컨도 있다.
고마운 곳이다.

이번엔 그리기 전에 먼저 맛을 보기로 했다.
그림 그릴 반은 남겨 두고, 반을 먹어 보았다.
조그만 알갱이가 혀에 까끌까끌하게 닿았다.
온화하게 달고 시원했고, 입안에 은은한 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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