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가자격증시험을 준비하느라 바빴는데 합격을 했다. 그래서 오늘 학원 친구들에게 합격 턱을 낸다고 학원에 가는데 차 안으로
갑자기 벌이 날아들어 왔다. 가랑이 사이에 거꾸로 처박힌 벌 때문에 깜짝 놀라고 벌에 쏘일까 봐 무서웠지만 마침 빨간불이라
내려다보니 이 녀석은 누굴 쏠 처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겁많은 나는 그 벌을 바닥에 떨어트려서 구둣발로 밟아 확실하게 죽였다.
곤충을 좀 죽여봤지만, 벌을 죽이는 순간 죄책감이 느껴졌다. 벌이 이 지구 위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해서 그런 걸 거다. 하필이면
벌이 날아들게 뭐람~ㅠㅠ
2. 어버이날이라고 부모님께는 달랑 전화 한 통으로 끝냈으면서(어쩌면 엄마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어버이날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해든 이를 뺀 두 아이가 카네이션은커녕 언급조차 없어서 서운했었는데 어린이집에서 해든이를 데리고 집에 오니 부엌 싱크대 안에
냉동실에 있던 닭가슴살이 해동 중이었다. 처음엔 남편이 꺼내놓은 줄 알았는데 딸아이였다. 어버이날이라고 부담을 느꼈는지 제 손으로
퓨전 베이컨 치킨 돈부리를 만들어 주었다. 치킨과 베이컨, 치즈를 넣은 것인데 맛이 없게 되었다며 딸아이는 만들면서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였는데 남편과 나는 지극한 감사를 표현하듯 연신 감탄하면서 먹어줬다. 솔직히 느끼해서 먹기 어려웠지만~. ㅠㅠ
2-1. 해든이는 어린이집에서 원예수업을 듣고 있는데 그 수업시간에 만들었는지 카네이션 바구니를 가져왔다. 아직 중학생 전 아이가 있어서 그나마 카네이션을 받는구나!!
며 오공주와 함께 한탄했던 아침이 생각난다.
ㅋㅋ (사진은 내일 아이폰에서 내려받아 올릴 예정.)
3. 시험에 합격한 걸 안 순간 친구들에게 카톡을 했는데 정말 대학입시 발표보다 더 기뻤다. 어느 변호사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고 했다는데 그 말에 100% 공감했다. 기능이라는 것, 손으로, 몸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은 거짓으로 할 수 없다. 직접 눈으로 드러나는 그 결과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두려움과 부담감이라니!! 힘겹게 시험준비를 하느라 책도 많이 읽지 못했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읽은 책을 꼽아보니 꽤 된다.
이것 말고도 2~3권 정도 더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이 중 세권은
만화 또는 만화가 삽입되어 있어서 빨리 읽을 수 있었다. ㅋ 하지만 요 네스뵈의 소설 두 권은 정말 두꺼웠다!!! 그럼에도 저
두꺼운 책들을 하루에 한 권씩 읽었다. 학원에 가는 시간 빼고 그의 소설들을 읽었는데 한 권에 평균 15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ㅠㅠ 내가 한 시간에 60페이지 정도를 읽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밤을 새우며 6시간 동안 책을 읽었더니 아침에
운동하러 가기 위해 일어나서 깜짝 놀란 남편, "6시간 동안 꼬박 책을 읽는 사람을 처음 봤어."란다.( ");; 가끔 그랬거든? 네가
잠자고 있어서 몰랐을 뿐이야, 라고 말했는데 정말 신기했는지 남편이 책벌레인 자기 형과 나를 비교하기 위해서 자기 형에게 물어봤나
보다. "6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책을 읽은 적 있어?"라고. 그랬더니 남편의 형이 4시간까지 읽어봤다고 하더란다. 그런데
나는 6시간을 읽었어도 그 책을 다 읽지 못했는데 남편의 형은 내가 15시간 정도 걸려 읽었던 책을 4시간 정도에 다 읽은
것이다. 그러니 4시간 이상 읽을 필요가 없었던 것!!! 그렇담 형의 읽기 속도는 과히 공포스럽다!! 후덜덜
참고로 지금까지 읽은 요 네스뵈의 책 세 권 중에서 나는 [레드브레스트]가 가장 좋았다. 이유라면 sentimental reason이라고나 할까? -.-;
4. 이유가 어찌 되었건 알라딘에 오랜만에 글을 올리려니 좀 두려웠다. 페이퍼 쓰는 감각이 떨어진 건 둘째치고, 하지만 그건 단지 생각이었다는 것, 막상 페이퍼를 쓰자니 할 얘기가 술술 나오는구나. 난 역시 수다쟁이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