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야기를 시작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딸아이가 태어나던 날 나는 순산을 했다.
양수가 먼저 터져서(이런 내용 알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유도분만을 했는데 초산이라 무지 고생했다. 더구나 힘을 줘야
하는 부분을 몰라서 더 고생했는데 그때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어렸을 때 넘어지거나 어디에 부딪힌 적이 있는 건지 모르지만,
아이를 낳고 오른쪽 무릎이 너무 아파서 고생했다. 아이 낳고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무릎이 아파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릎이 아프다고 하니까 무릎 전문의가 와서 진료하고 엑스레이도 찍고 했는데 결국은 원인을 알 수 없고 엑스레이 상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무릎도 안 아프고 해서 그냥 퇴원했지만 그 무릎이 아주 가끔 아팠다. 그래도 그 이후로 무릎
때문에 병원을 찾진 않았다. 그런데 무릎은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오른쪽 무릎이 좀 부어있다. 분명 뭔가 있을 것 같은데
만져도 아무것도 없다고;;; 그렇게 몇십 년을 살았는데 남편이 미국 가기 전에 한 번 더 무릎 정밀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다.
그래서 해든이 병원에 갔을 때 나도 예약을 해서 오늘 진료를 받았다. 1시 30분에 약속을 잡아서 갔는데 모든 검사가 끝난 시간은
5시가 넘었다는.;;;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갔다가 MRI 촬영까지 했고 의사는 소견서를 써주면서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한다.
조직검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헐!! 더구나 내 무릎이 관절염 초기란다. 몇 년 전에 노안이 와서 무지 서글펐는데 관절염이라는 (무릎 수술을 해야 할 가능성을
떠나서) 진단까지 받으니 갑자기 급우울. 나 정말 늙어가는구나;;;뭐 그런. ㅠㅠ
그런 우울한 기분에 휩싸여 잠시 멍때리고 있는데 갑자기 문자가 왔다. 알라딘에서 보낸 문자였다. 나는 1:1 질문의 답변이 작성되었다는 문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달밤님이 나에게 책 선물을 보냈다는 문자였다!!!!!!!ㅠㅠ 달밤님이 올리신 페이퍼에 나도 찜해논 책([보통날의 와인]과 [와일드 우드])이라고 했더니 그걸 보내신다는 문자였다.
그런데 문자를 계속 읽지 못했다. 병원에서 거의 5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게임을 너무 많이 했더니 배터리가 다 된 거다. 전화기의
배터리는 나갔지만 내 심장의 고동은 더 커졌다. 사실 작년부터 책을 보내주시겠다는 분이 여러분 계셨지만, 일부러 정중하게
거절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달밤님은 내게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내가 찜해놓은 책이라고 하고 달밤님도 읽어보시곤 좋으셔서 보내주신 거다!! 더구나 그 외롭고 우울한 순간에!!! 40분이 넘게 한 MRI 촬영은 몸과 마음을 너무 지치게 했다.
더구나 중간에 주사까지 맞으면서 촬영을 했더니 거의 멘붕 상태였는데 얼마나 기막힌 타이밍인지!!! 의도해서 그 시간에 보내신
건 아니지만, 달밤님이 나를 생각하는 기운이 얼마나 강했으면 내게 위로가 필요한 바로 그 절묘한 순간에 위로의 메시지가 도착할 수
있었을까!!!ㅠㅠ
달밤님, 정말 고맙습니다. 많은 선물을 받아봤지만 그렇게 비참(?)한 순간에 받게 된 선물이라 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제
남편은 써프라이즈하게 선물을 주는 게 진정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선물은 정말 100% 써프라이즈면서
감동적이었어요. 달밤님도 지출이 많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아는데도 불구하고 보내주셔서 마음이 한쪽으로
그렇기도 하고요.;;; 하지만 선물을 잘 받는 것도 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아직도 그 문자를
받을 때의 흥분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 좀 진정하고 잠을 자야겠습니다. 달밤님도 좋은 꿈 꾸시고 2013년, 계사년 새해 충만한
기쁨으로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해요, 달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