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tt 님이 올려주신 쇼팽의 피아노 콘체르토를 반복해서 듣는데 갑자기 내 중학교 동창이었던 어떤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는 집안 사정이 어려웠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여상으로 진학을 했었다. 그 친구가 여상으로 진학을 하고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어도 가끔 동네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 데다 그 아이의 엄마가 울엄마 가게 단골이라서 그 아이의 이야기를 가끔 전해 듣기는 했었다. 하지만, 친하게 지낸 적이 한 번도 없는 아이라서 궁금한 것도 없었다.
내가 결혼을 하고 딸아이를 낳고, 딸아이 6개월이 되었을 때 남편이랑 같이 한국에 와서 딸아이 돌잔치까지 하고서 미국으로 돌아왔는데, 한국에서 지내던 그 6개월 중 한 3개월 정도 나는 피아노를 배웠었다. 바로 여상을 갔던 그 친구에게!!
딸아이를 업고 쓰레빠 신고서 후질그레 한 모습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돌던 어느 날 조그만 피아노 학원처럼 생긴 곳을 발견했다. 1층에 있는 학원이었는데 겉모습이 무척 초라해 보였었다. 나는 뭔 바람이 불었는지 미닫이문으로 되어있던 학원의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갔는데 거기서 친구를 다시 만났다는! 나도 놀라고 그 친구도 놀라고. 전혀 친한 적 없지만, 또 이렇게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니까 무척 친했던 사람들처럼 과거를 거침없이 불기 시작했다. 친구는 내가 결혼한 것도 알고 있었고, 애가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친구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여상을 갔다는 것뿐, 더 이상은 아는 게 없었는데, 좀 불공평하긴 했다.ㅋㅋ
어떻게 피아노를 가르치게 되었는지 얘기를 해줬는데 너무 감동했었다. 여상을 가서 은행에 취직한 친구는 은행을 다녀도 행복하지 않았단다. 원래 어려서부터 피아노 연주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그래서 은행을 다니며 성인이 된 사람이 피아노를 바이엘부터 배우면서 입시를 준비해서 결국 늦은 나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꽤 알아주는 피아노과에 입학을 하게 되어서 졸업을 하고 이렇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고.
행복하니? 그랬더니 행복하단다. 다만 연주자의 꿈은 좀 먼 것 같다고.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벌써 23년도 전의 일인데. 여전히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을까?
나는 며칠 전에 새로 산 내 호보니치에 계획과 목표를 적어 논 것을 오늘 다시 읽었다. 6가지의 목표를 세웠는데 그중 하나가 피아노를 시작하자!라고 적었는데 다시 화살표를 해서는 목표가 너무 거창하니까 하나도 하지 못했다고 적고는 다시 목표 수정,,이라고 하면서 6가지 목표에서 2가지로 퐉 줄여놨어.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놔라 나여!!!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 2가지 중에 하나가 "매일 피아노 5분 이상 치기". 30분도 아니고 5분이래.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내 친구는 여상을 나와서 직장에 다니다가 음대를 갔는데, 것도 들어가기 아주 어려운 유명한 여자대학의 피아노과를!! 나는 겨우 5분 피아노 치겠다는 것이 목표래. 이래가지고 언제 터키 행진곡을 치겠니? 나여!!!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