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요리 천재 산해와 진미 - 우리 식탁 지키기 프로젝트 3
윤기현 지음, 이봉기 그림 / 애니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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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만화 <꼬마 요리천재 산해와 진미>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요리사가 꿈인 초등학교 5학년 산해. 타고난 미각을 가진 산해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 친구 진미가 고민을 털어 놓는다. 얼마 전에 이웃에 개업한 패밀리 레스토랑 때문에 할아버지네 한식당에 손님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것.

자신이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산해는 방학 때만 한식당에서 일하기로 한다. 산해의 독특하고 젊은 감각이 담긴 음식은 조용하던 한식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러자 손님을 빼앗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손님들 앞에서 요리대결을 해보자'고 제의해온다.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에 자신이 있다는 패스트푸드 패밀리 레스토랑.

퀴퀴한 청국장, 입속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패스트푸드를 깔아뭉개다

"자 대결!" "엉? 그런데 산해야. 냄새가 그렇게 심한 청국장으로 달콤하여 입안에서 살살 녹는 패스트푸드와 어떻게 대결하겠다는 거야?"

패스트푸드 맛에 빠지기 쉬운 나이인 산해가 자신 있게 내놓은 음식은 뜻밖에도 '청국장 냉국수'.

청국장 고유의 퀴퀴한 냄새를 재치 있게 없애고 더위를 물리쳐 줄 냉국수로 멋지게 변신시킨 것이다. 산해는 우리 고유의 음식인 청국장을 이용하여 패밀리 레스토랑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버렸다. 이후 요리천재로 소문나면서 이런저런 요리대회에 초대받게 된다.

만화 속 산해가 이런저런 요리대회에서 선보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요리는 '청국장 냉국수' 외에 '고추장 소스 불고기' '김치 쌈밥과 불고기' '산채정식' 등이다. 여기에다 우리 고유의 음식인 비빔밥까지 있다.

냉국수, 불고기, 쌈밥, 비빔밥은 흔하게 먹어오던 우리 전통 음식들. 왠지 요즘 시대엔 걸맞지 않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산해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이 음식들을 새롭게 변신시켜 우리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세계인들에게 알린다.

'청국장 냉국수' 나도 만들고 싶어라

만화 속에 나온 요리들을 보면 주부인 나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 최근 건강식품으로 인정받은 청국장을 이용한 여름철 별미 '청국장 냉국수'에 우선 구미가 한껏 당긴다. 청국장 냉국수뿐만 아니라 고추장 소스 불고기도 개운하고 맛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 만화지만 어른인 나도 충분히 공감하면서 흡족하게 읽었다.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를 예견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세계의 음식문화가 제3의 맛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소금의 맛, 양념의 맛에 이어 그가 예언한 제3의 맛은 발효의 맛.

이런 추세와 함께 발효식품의 가치를 재발견해내는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 어디에선 우리나라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밥상, 우리 아이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어떤가!

우리 아이들, 우수한 우리전통음식으로 실속 있고 단단하게 키우자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쌀 소비 감소추세로 1인당 연간 소비량이 한 가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손쉽고 간편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에 우리 쌀과 음식들이 밀려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깊이 고민해볼 문제다.

패스트푸드 원조국인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를 학교에서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주장한다.

'패스트푸드는 아이들을 각종 성인병의 원인인 비만으로 이끌고 탄산음료는 성장에 필요한 칼슘 등을 과다하게 몸 밖으로 배출시킴으로써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한다'

음식도 문화다. 우리의 음식이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것처럼 우리 역시 다른 나라의 음식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의 쌀과 우리의 전통음식이 주인공이 되어야지 변방으로 밀려나서야!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에만 손이 가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대신 이처럼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는 책 한권 먼저 권해보는 것은 어떨까?

책 본문 틈틈이 실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는 우리 음식 전반에 대한 상식이다. 우리 전통음식과 음식과 관련된 풍습을 아주 쉽게 설명해놓고 있다.

이 책은 우리 먹을거리의 우수성을 알리고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우리 식탁 지키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농림부와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함께 기획한 책이다. 시리즈로 <아이들이 돼지로 변했어요> <고추 먹고 맴맴> <지구를 지키는 생명의 수호천사>가 있다.
2006-08-19 오전 12: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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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신비한 이야기 - 통합 논술형 활용과학
장현춘 엮음 / 백양출판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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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아이들은 벼를 전혀 본적이 없어서 나무에서 쌀이 열리는 줄 알고 쌀나무, 쌀나무 하더라!"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자라 흙과 벼를 전혀 모르는 도시 아이들을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했지 싶다. 그런데 실제로 '쌀나무'가 있단다. 게다가 '빵나무', '우유나무'도 있다면?

쌀은 벼의 열매를 정미한 것이고, 빵은 밀가루로 만들었으며, 우유는 젖소로부터 짜낸 것이다. 그런데 어떤 큰 나무에서 쌀이 나고, 빵이 주렁주렁 열리고 우유가 나온다고 상상해 보자. 참으로 기이하고 재미있는, 동화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쌀나무와 빵나무, 우유나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는 서곡야자라고 하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나무는 20m 높이로 자라고 원줄기가 실하고 곧으며 그 속에는 대량의 전분, 지방, 탄수화물 등 영양 물질이 들어 있다. 이런 나무는 수명이 짧아서 10~12년 살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고는 죽어 버린다." - 책속에서

'쌀나무'가 꽃을 피우기 전에 베어 원줄기에 있는 전분 등의 영양물질을 긁어내 통에 넣고 물을 담아 둔다. 그러면 한참 후에 전분만 물에 가라앉는데 위에 뜬 맑은 물을 버리고 전분을 말리면 새하얀 쌀이 된다. 양도 많아서 양식을 하면서 수출까지 한다고 한다. 게다가 이 쌀은 좀이 먹지 않아 오래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식용 외에 방직공장에서 실을 가공하는데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인도, 스리랑카, 브라질,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큰 '빵나무'다.

"열매는 둥근데 하나가 3~4근씩 된다. 사람들이 그것을 따서 불에 굽기만 하면 먹을 수 있다. 그 맛은 밀가루 빵과 비슷하여 달면서도 약간 시큼하고 향기로우므로 사람들은 이 나무를 '빵나무'라고 부른다. 빵나무에 열린 빵에는 전분과 지방이 들어 있으며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그래서 그곳의 사람들은 이런 빵을 먹고 산다. 이 나무는 수확고가 높아서 두 그루면 두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다." - 책속에서

남아메리카에서는 우유나무가 자란다. 칼로 나무의 껍질을 살짝 자르기만 해도 우유와 같은 액체가 흘러나오는데 반시간에 1근씩이나 나온다. 이 액체는 당분, 단백질, 지방이 풍부하고 영양가가 우유와 비슷하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은 우유대용식품으로 먹고, 쓰고 있다.

<생태계의 신비한 이야기>는 이처럼 자연, 즉 동 식물계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만 모은 책이다. 세상의 경이로운 이야기들, 호기심 많은 누군가가 한 번쯤은 궁금해서 알아보고 싶었을 주변의 흥미로운 이야기들, 교과서와 연결되어 학습에 도움이 될 이야기들을 모아 놨다.

'신비한 동물의 세계 24꼭지'와 '재미있는 식물 세계 18꼭지' 모두 42편으로 이뤄져 있다.

호기심과 과학적 사고, 논리력을 키우는 내용들

▲어떤 동물이 가장 총명한가? ▲이빨이 가장 많은 동물은? ▲물고기는 왜 물을 떠나서 살 수 없으며 물을 떠나서 살 수 있는 물고기가 있다는데? ▲세상에서 가장 키 큰 나무와 가장 작은 나무는? ▲어떤 나무가 가장 단단하고 가장 가벼울까? ▲어떤 식물이 가장 빠르게 자라고 어떤 식물이 가장 느리게 자랄까? ▲가장 큰 잎과 가장 큰 꽃은 도대체 얼마나 클까? ▲식물도 동물처럼 움직일 수 있을까? - 목차 중에서

목차만으로도 '어떤 이야기들일까?' 잔뜩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 책의 장점은 따로 있다. 생태계의 신비하고 재미있는 사실들을 단순한 흥밋거리로만 생각하지 않도록 과학적, 논리적 사고로 발전하게끔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이렇다.

지면의 장애물을 뛰어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동물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캥거루다. 캥거루가 적과 싸울 때 곧추서서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적에게 사정없이 덤벼드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냥개가 쫒아 올 경우 가슴까지 닿는 물에 뛰어들어 사냥개를 유인한 다음 사냥개가 물로 뛰어들면 앞발로 상대방을 틀어쥐고 물속에 끌어넣어 죽이는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캥거루는 앞발이 짧고 뒷발이 특별히 발달하여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막힘없이 달릴 수 있다. 이런 캥거루의 특성을 이용해 우리 생활에 접목시킨 것이 '도약기'다. 바퀴가 없는 도약기는 울퉁불퉁한 곳을 가리지 않고 빨리 달릴 수 있다. 도약기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이 동·식물 세계로부터 응용, 모방한 것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책은 이처럼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풍부하게 실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아가 동물과 식물의 특성을 인간의 생활과 어떻게 접목시키는지 실제적인 사례와 연결시켜 설명해준다. 때문에 어제까지 무심코 보아 넘기던 사물과 존재들이 새롭게 보일만하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아이들의 관찰력과 논리력이 쑥쑥 자라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호기심은 더 왕성하다고 한다. 호기심은 또 다른 세계로의 관심의 시작이다. 관심은 존재에 대한 관찰로 이어지고 관찰은 다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 연결된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는 명확하고 이성적이며 진지한 삶으로 연결된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일수록 창의적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아이들의 호기심은 무척 중요하다.

나는 호기심으로 반짝이는가? 아이들이 무언가 궁금해 할 때 어떻게 답해줄 수 있는가? 혹시 나는 아이의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부모인가? 아니면 눌러 잘라 자라지 못하게 하는 부모인가? <생태계의 신비한 이야기>는 초등학생부터 학부모들까지 흥미와 호기심을 바짝 세워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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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쟈 표도르, 말하는 고양이와 개
예두아르트 우스펜스키 지음, 김서윤 옮김, 원유미 그림 / 푸른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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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에게 애완용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인 고양이와 개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쟈쟈 표도르, 말하는 고양이와 개>는 진지하고 독립적인 꼬마 '쟈쟈 표도르'가 고양이, 그리고 개와 함께 풀어가는 시골생활. 고양이와 개가 말을 한다는 설정부터 재미있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러시아 동화다.

어느 날, 샌드위치를 먹으며 계단을 내려가는 쟈쟈 표도르 앞에 커다란 줄무늬 고양이가 나타나 쟈쟈 표도르 일에 참견하면서 이들의 특별한 만남이 시작된다.

고양이와 개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샌드위치는 그렇게 먹는 것이 아니야. 쟈쟈 표도르, 너는 햄이 빵 위에 놓이게 해서 먹고 있는데, 햄이 혀에 바로 닿게 빵 밑에 있게 해서 먹어야 해. 그래야 더 맛있어."

쟈쟈 표도르는 부모님을 설득해보지만 엄마는 집에서 동물 키우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고양이를 더 싫어하는 엄마의 반대에 부딪힌 쟈쟈 표도르는 가출을 결심하게 된다. 마음 따뜻하고 착한 쟈쟈 표도르와 성격 좋은 부모가 티격태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언제나 애완동물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일을 나간 사이에 '혼자 살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편지를 한 장 써두고 가출한 쟈쟈 표도르. 고양이와 함께 시골로 가는 동안 '말하는 개'를 만난다. 이들 셋은 함께 살아간다.

독립적인 쟈쟈 표도르, 박식하며 자존심 강하고 바다 출신인 것이 자랑스러운 고양이 마트로스킨, 겸손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지만 자기만의 개성과 취미를 간직하려는 사냥개 샤릭. 이들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

이들은 우유가 필요해 젖소 한 마리를 빌려 키우는데 맥주 원료로 심은 홉을 너무 많이 먹은 젖소가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등 희한한 일을 겪는다. 사건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우유를 먹은 고양이와 개가 엉뚱한 짓을 하고 욕심껏 마신 우체부 페치킨은 "집이 나에게 달려든다"고 우겨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한다.

이것뿐일까? 휘발유가 아니라 음식을 먹고 움직이는 트럭, 샤릭의 사냥 에피소드와 샤릭이 잡아온 아기 '비버'가 벌이는 소동, 따뜻한 겨울을 위해 얻는 가정용 해님 이야기…. 또 어떤 일들이? 재미있고 기발한 상상에 맘껏 웃어볼 수 있는 동화다.

'웃음폭탄' 속에 넣어 둔 깊은 교훈들

그러나 웃음뿐이랴. 물론 작가는 어떤 교훈도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 말을 한다는 설정이 끝없이 이어지는 재미있고 기발한 상상의 이야기를 펼친다. 그래서 언뜻 '재미뿐인 동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잘 살펴보면 교훈이 많은 동화다.

아이들에게 교훈을 직접 말하는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둔 작가는 다만, 어른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쟈쟈 표도르 : 전 저의 아이예요. 전 도시에서 내려왔어요.
우체부 : 너의 아이라니? 그럴 수 없어. 아이들은 언제나 누구네 집 아이어야 한다고.
고양이 : 왜 그럴 수 없어요? 나도 그냥 고양이예요. 누구 소유도 아닌 그냥 고양이라고요.
개 : 나도 그냥 개예요.


고양이와 개가 말을 하게 됨으로써 얻는 것들과 잃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애완의 의미는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할까? 애완동물과 인간의 구분이 없는 이들 셋은 시골에서의 생활을 이끌어가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지켜야 할 것' 등을 깨달아간다. 이 동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러시아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많은 가정에서 개를 기르고 있어서 백과사전에서나 볼 수 있는 종류의 개들까지 거리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사람과 애완동물의 밀착감도 높다고 한다.

처음으로 읽은 러시아 동화인데, 러시아 풍습까지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아이와 키우지 못하겠다는 부모와의 갈등이란 낯익은 소재도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의 고양이와 개가 말을 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고양이와 개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할까? 아이들과 함께 한 번 상상해 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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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냄새 나는 개 (양장) - 할리의 심각한 문제
대브 필키 지음, 임영라 옮김 / 푸른길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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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토시스 가족과 함께 사는 할리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개.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입 냄새가 어찌나 고약한지 할리가 입을 벌릴 때마다 상상도 못할 만큼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다.

입 냄새 고약한 할리가 입을 벌리면 멀쩡한 벽지가 '드르륵~' 말려 올라갔고, 금붕어가 숨을 헐떡이다가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화분의 나무는 '부르르' 놀라더니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축 늘어지고 말았다. 아름다운 그림 <모나리자>도 어쩔 줄 몰라 코를 움켜쥐었다.

토시스 남매가 이런 할리를 데리고 산책이라도 나가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들을 피하여 재빨리 도망치고 말았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스컹크마저 정신없이 도망쳐 버리기 일쑤였다.

사랑스런 할리, 하지만 입냄새는 '으악!'

엄마 아빠는 심각하게 말했어요. " 이 냄새 나는 개를 어떻게 해야겠어!"

다음날 엄마 아빠는 할리에게 새 주인을 찾아 주기로 했어요.
-개 그냥 드립니다. -책 속에서


아이들은 할리를 '숨이 막힐 만큼 전망 좋은' 산꼭대기로 데려가 보기도 하고, '숨이 막힐 만큼 재미있는' 영화를 하는 극장에도 데려간다. 그리고 놀이동산에서 '너무나 빨라 숨이 막힐 지경'인 롤러코스터도 태워본다.

'숨이 막힐 지경'에 빠진 할리가 조용히 숨죽이면서 입 다물고 있으면 입 냄새가 없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할리! 기분 좋다고 그렇게 입을 크게 벌리면 어떡해? 토시스 아이들이 실망하잖아!"

이런 것이 그림책의 마법일까? 만화처럼 재미있는 원색의 밝은 그림을 보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그림책에 빠져들다 보니 맘껏 행복해졌다. 어느새 손은 뒷부분의 책장을 넘기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지난 해 여름, 영리하고 눈치가 빨라 귀엽지만 더 이상 키울 수 없다고 외가로 보내버리고만 슬픈 강아지 생각을 할까?

할리를 구하기 위한 모든 방법은 실패로 돌아가고, 낙심하여 슬픔이 가득한 토시스 남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에서 토시스 가족은 사랑스런 할리와 절대로 떨어질 수 없다며 꼬옥 끌어안았다. 토시스 가족도 할리도 무척 느긋하고 행복해 보인다.

행복한 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빙긋 웃고 말았다. 엄마·아빠도, 토시스 남매도 빨래집게로 콧구멍을 꼭 닫고 있었다. 아프고 불편 할 텐데. 그럼에도 이들은 아예 한 술 더 떠서 이렇게 말한다.

"할리가 없는 삶은 향기 없는 삶이예요! 우린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해요!"

엄마 아빠는 할리를 절대로 키울 수 없다고 했었는데 말이다. 이들 가족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엄마·아빠가 변했어요... 할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입 냄새 나는 개>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소한의 말만 적고 재미있는 그림으로 내용을 풍성하게 뒷받침했다.

밝은 원색의 만화 같은 그림들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그림들은 보고 느끼는 사람의 마음대로 다시 그려지고 읽는 독자가 상상한 만큼 이야기는 풍부해진다.

이 그림책은 초등학교 저학년에 해당하는 책. 그러나 그림책에 연령을 굳이 매겨야 하나 싶을 만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림도 어른인 나의 즐거움을 자극했다. 이런 그림책을 보면서 찌들어 있는 마음을 한번 헹구어 볼 일이다.

그림책 줄거리야 뻔하지만, 책이 주는 감동도 메시지도 읽는 사람이 마음 열고 느끼는 만큼이다.

서로 좋을 때는 눈에 콩깍지가 낀다고 하던가. 할리도 처음에는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개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같이 살다보니 서로 알만큼 알게 되고, 느껴지지 않던 할리의 입 냄새가 참을 수 없는 지독한 냄새로 바뀌고 만 것은 아닐까? 할리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할리에 대한 토시스 가족의 마음이 변해버린 것은 아닐까?

사실 우리들도 종종 그러지 않는가. 사랑할 때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이고 결점도 장점으로 보이지만 사랑이 시들해지면 보이지 않던 단점이 보인다든가, 장점까지 눈에 거슬리는 단점으로 둔갑하고 마는.

이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할리를 버리려고 하는 그 찰나, '어떤 중대한 일'이 생겨 토시스 가족의 눈에 '사랑의 콩깍지'가 다시 끼고 말았다.

어떤 일이 있었든, 할리에게 어떤 단점이 있든, 토시스 가족에게 할리는 이젠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다. 사랑하는 개 할리와 함께 살기 위해 이들 가족은 기꺼이 고약한 냄새를 참기로 하는 것이다. 불편하고 아픈 희생(?)을 감수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참을 수 없던 할리의 단점을 받아들이고 나니 '고약한 냄새'가 이젠 살아가면서 절대 없으면 안 되는 '향기'가 된 것이다.

"입 냄새 나는 게 아무 냄새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짧은 내용, 긴 메시지... '할리'는 어디에나 있다

짧은 이 책은 메시지가 강하고 여운이 깊다. 전체적인 줄거리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더 친숙하게 와닿는다.

'개를 키우고는 싶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들과 달리 개가 좋으니 아무런 계산 없이 개를 키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재미있게 잘 묘사되었다.

어른들에게도 사람과의 관계는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아이들에게 세상 모든 존재들과의 바람직한 관계와 사랑의 참뜻을 어떻게 가르칠까? 밝고 따뜻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림책 전체에서 공중에 맘껏 퍼지는 할리의 녹색 숨결구름. 아이들의 상상력을 맘껏 자극하며 가슴으로 파고들었다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이유 없이 싫어질 때마다 아이들의 코를 자극할 것이다.

입 냄새 고약한 할리가 입을 '헤~' 벌리고 냄새를 풍기고 있다. 할리의 입에서 나오는 녹색 숨결의 구름 냄새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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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족의 표식 아침이슬 청소년 5
엘리자베스 G. 스피어 지음, 김기영 옮김 / 아침이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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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소년 매트와 비버족 소년 아틴의 맑고 순수한 우정을 그리고 있는 <비버족의 표식>은 사람과 사람간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18세기 후반, 원주민과의 7년에 걸친 전쟁에서 이긴 영국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를 시작한다. 이런 땅 싸움을 배경으로 만난 백인 소년 매트와 원주민 소년 아틴은 엄밀히 볼 때 빼앗는 자와 빼앗긴 자. 그러나 이들은 반목과 싸움 대신 소년들로서 가장 아름다운 우정을 피워내고, 나아가 서로에 대한 연민의 형제애까지 맺게 된다.

숲과 오두막을 배경으로 두 소년이 피워내는 맑고 순수한 우정이 신선한 감동으로 와 닿는 책이다. 사람간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위하여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싫어!" 백인에 대한 아틴의 말 한마디.

"아틴, 배워야 한다. 백인들이 우리 땅으로 점점 더 많이 몰려온다. 백인들은 담배로 조약을 맺지 않는다. 백인들은 종이에 표시를 쓰는데 인디언들은 그 표시를 모른다. 인디언들은 백인과 친구가 되었다는 뜻으로 종이에 표시를 한다. 그러면 백인들이 땅을 차지한다. 그리고는 인디언들에게 그 땅에서 사냥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아틴은 백인들의 기호를 읽는 법을 배운다. 그러면 아틴은 사냥터를 빼앗기지 않는다."

새로운 정착지에 혼자 남겨진 매트. 목숨을 구해준 지혜로운 비버족 소년에게 글자를 가르쳐주기로 약속한다. 약속한대로 아틴은 매일 아침 사냥감을 가지고 글자를 배우러 오지만 문명인의 표식인 글자에는 통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런 아틴에게 매트는 자기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로빈슨 크루소를 읽어준다. 그러나, 아틴에게 로빈슨 크루소는 어떤가.

책이 너덜너덜해지도록 로빈슨 크루소를 읽으며 단 한 번도 의심해 본적 없는 백인사회였다. 원주민을 구해준 로빈슨 크루소가 원주민에게 최초로 가르쳐 준 글자는 '주인님', 로빈슨 크루소 자신에게 복종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러나, 아틴에게 로빈슨 크루소는 오만스러운 문명인, 한심한 백인일 뿐이었다.

'아틴이 옳은 지도 몰라!' 이렇게 매트는 아틴을 통하여, 그간 한 번도 의심해 본적 없는 백인사회의 오만을 하나씩 보게 된다. 그럴수록 매트는 점점 더 아틴과 비버족이 좋아지고 있었다. 비버족의 맑고 순수한 표식은 매트의 가슴에 깊이 꽂혀들고 있었다.

"아까. 잡은 물고기를 다시 던져 넣을 때 뭐라고 말한 거니?"
"다른 물고기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 (다른 물고기들이)도망가 버리잖아"
"넌 물고기가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고 믿니?"
"물고기들은 아는 게 많아"
"하여간 효과는 있었나보네. (놓아준 작은 물고기 대신)다른 물고기가 잡혔으니까"


둘의 대화는 늘 이렇다. 백인의 사고방식과 원주민의 사고방식이 마찰할 듯 아슬아슬, 문명과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야만이 맑고 순수함을 비교라도 하는 듯 잔잔하게 펼쳐진다. 과연 우리들이 발전시키고 만들어낸 문명이 생명의 순수 앞에 얼마나 진실할 수 있을까? 비버족의 맑고 순수한, 무공해 휘튼치드 같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은 책을 읽는 내내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진다.

18세기의 문명의 백인소년 매트 역시 비버족의 만물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지혜로움에 깊이 동화화고 만다. 아틴이나 비버족 역시 매트를 한 형제로 받아들이게 되지만, 이제 비버족은 조상들 대대로 살아 온 땅을 백인들에게 내어주고 떠나야만 한다. 갈등하는 매트.

'가족들을 데리러 간 아버지는 결국 못 올지도 몰라. 가을이 되기 전에 오신다고 했지만 벌써 겨울이잖아. 옷도 신발도 모두 떨어져서 꼼짝도 못하는데 이렇게 나 혼자 언제까지 살다가 죽는 것은 아닐까? 나를 지켜줄 무기하나조차 없잖아. 나를 형제로 대해주는 비버족을 따라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아틴이 가자고 할 때 따라 갈까? 아틴이 한번만 더 말해주면 좋겠는데...'

건강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위하여 무엇이 필요할까?

<비버족의 표식>은 전체적으로 잔잔한 감동이 이어지는 책이다. 황야에 홀로 남아 가족의 보금자리를 지키려는 매트의 눈물겨운 용기나 가족애. 백인들에게 부모를 잃고 삶의 터전마저 빼앗기는 상황에서 원주민 소년 아틴이 보여주는 자기 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존심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그야말로 진정한 용기와 사랑, 문명과 야만의 기준을 새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미국의 서부개척사는 곧 원주민의 패망사다. 원주민의 땅을 침략한 백인으로 대표되는 매트와, 7년간의 전쟁에서 백인에게 부모를 잃은 아틴은 언뜻 보면 원수관계랄 수 있다. 아틴이 매트에게 처음으로 한말은 "싫어!" 매트 역시 원주민에 대한 떠도는 낭설을 믿으며 원주민을 경계하면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 한편으로 야만인이라고 멸시하려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이런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끈끈한 형제애까지 맺게 될까?

매트와 아틴이 자신들만의 입장과 사고방식, 자신들만의 세계만 옳다고 우기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나는 우월하고 너는 열등하다. 내가 믿고 있는 진실만이 세상의 진실일 뿐이다..." 그러나 매트와 아틴은 무엇을 택하는가.

글자를 익히는 것을 매개로 만난 이들이지만, 소년들은 숲속에서 모험을 즐기며 '기호와 표식'을 통하여 서로에게 동화되기 시작한다. 아틴은 매트에게서 배운 영어를 비버족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연민에 가득 찬 아틴은 매트가 숲속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비버족의 지혜들을 하나씩 가르쳐준다. 이런 과정들이 신선한 감동으로 잘 묘사되고 있다.

서로를 향하여 총과 활을 겨누어야하는 반대의 세계에 있던 이들은,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서로의 미래까지 밝혀주는 아름다운 관계로 발전한다. 미래의 비버족 추장 아틴은 매트에게서 배운 영어실력으로 이제 더 이상 백인들에게 억울하게 땅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매트 역시 가족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더라도 버려진 황야에서 혼자 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관계란 어떤 모습일까? 아름다운 관계를 위하여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아름다운 관계는 무엇으로 시작되어 꽃피울 수 있는 것일까? 건강하고 아름다운 관계 그것은 한사람만의 일방적인 이해나 헌신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둘이 함께 상대방을 존중하고 나누는 것, 서로의 관점과 세상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 그것 아닐까?

숲속을 누비는 두 소년의 맑고 순수한 우정을 따라 숲속 가득 울려 퍼지는 비버족의 휘튼치드처럼 맑고 건강하며 신선한 표식. 18세기의 비버족의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의 표식이 문명의 눈부신 혜택 속에서 살아가는 21세기의 황량한 내 가슴에 그대로 꽂혀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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