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무 이름 사전
박상진 지음 / 눌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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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 펀딩에 참여,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어제 받자마자 그동안 이름에 담긴 뜻이 궁금했던 나무들 위주로 펼쳐 읽으며 행복했습니다.
책 표지도 마음에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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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Calendar 송기엽의 야생화 2014 하루하나 미니갤러리
송기엽 사진, 새순기획 문화사업부 기획 / 새순기획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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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것과 야생화에 관심을 둔 누군가를 위해 두 권 주문했다. 우리 야생화는 천여 종이 넘는다. 365일에 한가지씩 실으면 다 싣지 못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복수초만 5일 동안, 눈을 뒤집어쓴 모습으로만 담는 등 생각보다 한정적이다.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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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2024-03-1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파셔요~
 
안중근 불멸의 기억
이수광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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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기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두 대원을 남겨놓고 산을 내려갔다. 굶어 죽으나 일본군에게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배를 움켜쥐고 몇 시간을 헤맨 끝에 간신히 마을을 찾았다. 집이 일고여덟 채밖에 되지 않는 화전 마을이다. 나는 삽짝이 열린 집으로 들어가 주인을 불렀다. 그러자 문이 덜컹 열리고 몽둥이를 든 우락부락한 사내가 뛰어나왔다. "너는 러시아에 입적한 자가 분명하다. 너희 때문에 우리가 다 죽게 생겼어."

집주인이 몽둥이로 나를 때리고 사람들을 불러 묶으려고 했다. 러시아에 입적했다는 것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자를 말한다. 나는 그들과 싸울 수가 없어서 황급히 몸을 피했는데 골목에 일본군이 있었다. 가슴이 철렁하여 재빨리 피하려는데 일본군이 소리를 지르며 나를 향해 총을 쏘았다. 다행히 탄환이 뺨을 스쳤으나 맞지는 않아서 산속으로 정신없이 뛰었다. '이제는 동포들도 우리를 배신하는구나.' - <안중근 불멸의 기억> 중에서
 

<안중근 불멸의 기억>(추수밭 펴냄)의 한 장면이다. 무장투쟁에 패배, 동지들과 함께 살길을 모색하던 안중근은 이렇게 죽음의 고비를 넘긴다. 이듬해 10월, 안중근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 처단한다. 이야기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보면.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일본의 협박과 강제로 을사늑약이 체결되는 등 국운이 풍전등화에 이르자 안중근은 민족의 살길을 모색하고자 상해로 떠난다. 그 무엇보다 나라를 구할 구국영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귀국 후 청계동에서 진남포로 이사(1906년), 삼흥 학교를 설립하고 돈의 학교를 인수하여 구국영재 양성에 나선다.

한편으로 안창호와 이준 열사 등의 애국지사들을 초빙하여 강연회를 열어 애국심을 고취하는 계몽운동을 펼친다.

그런 중에 이준 열사가 헤이그에서 분사하고 그 때문에 고종황제가 강제로 퇴위 당한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토 히로부미는 '한일신협약(정미7조약)'을 체결하고 대한제국의 군대까지 해산해버리고 만다. 이에 분노한 안중근은 적극적인 항일투쟁을 결심한다. 그리하여 만주를 누비며 의병을 모아 최재형 등과 함께 무장투쟁(항일운동)을 시작한다.

"나는 얀치헤의 의병과 홍범도 부대와 연합하여 국내 진격작전을 전개하면 국권회복을 앞당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에 일본군은 대규모 병력을 두만강 일대에 배치하는 등 수비를 강화한다. 안중근은 두만강 일대를 넘나들며 일본 수비대를 공격, 국내 진격작전을 벌이지만 그러나 결국 참담하게 패배하고 만다. 독립군들의 의기는 충천했지만, 소지한 총이 제각기 다르다거나 전투력이 떨어지는 등 여러 조건에서 일본보다 훨씬 불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립군(의병)들을 더욱 곤경으로 빠뜨린 것은 일본이 독립군들을 잡고자 민간에 심어둔 밀정과 이런저런 이유로 일본에 협력하는 사람들인 '일진회'. 이는 일본인으로 그치지 않았다. 독립군에게 밥 한 덩이라도 베풀면 마을 전체 일본군의 보복을 당하기도 했기 때문에 밥을 주고 안심시킨 다음 일본군에게 신고하여 사지로 몰아넣는 동포도 많았다.

또한 러일 전쟁 후까지 계속된 러시아와 일본 간의 민감한 문제들로 러시아에 거주하던 고려인(한인)들이 살해당하거나 강제 이주되는 등, 무참하게 희생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독립군들을 힘들게 한다. 그리하여 독립군들은 졸지에 '러시아에 입적한 자'가 되어 몰매를 맞거나 죽임을 당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참담함을 안중근은 또한 이렇게 회상한다.

"…그 동포의 집에서 며칠 동안 쉬며 비로소 옷을 벗자 거의 다 썩어서 몸을 가릴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이까지 득실거렸다. 나는 6월 23일(1908년) 이후 12일 동안 회령군을 벗어나지 못하고 폭우 속에서 길을 잃고 지냈다. 하룻밤도 집에서 자지 못하고 산속에서 뒹굴며 겪은 고초는 붓 한 자루로 기록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노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안중근, 동지들의 원혼 때문에 참담하고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며 방황하던 그는 1909년 2월 7일, 김기룡 등 11인과 함께 "3년 안에 어떤 일이 있어도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와 매국노 이완용을 처단하리라. 거사가 성공하면 침체에 빠진 독립운동이 활력을 찾을 수 있으리라"며 손가락을 끊어 혈서로써 '대한독립'을 결의한다. 그 유명한 '단지동맹'이다.

그리고 몇 달 후인 10월 26일 하얼빈역. 우리 민족의 원흉이자 동아시아 평화를 짓밟은 이토 히로부미는 안중근의 저격으로 사살, 처단된다. 당시 안중근 의사의 거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세기의 사건으로 일본의 침략과 만행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 우리의 항일투쟁에 새로운 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러시아와 중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범행의 동기는 무엇인가?"
"첫 번째 대한제국의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두 번째 대한제국 황제를 강제로 폐위시킨 죄, 세 번째 을사5조약과 정미 7조약을 강제로 체결한 죄, 네 번째 무고한 조선인을 학살한 죄, 다섯 번째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여덟 번째 대한제국 군대를 강제로 해산한 죄,…열다섯 번째…" - 책속에서

안중근 의사는 일본의 법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의 일방적이고도 강압적인 분위기의 재판을 받으면서도 시종일관 의연한 자세로 '이토 히로부미를 반드시 처단해야 하는 15항목'과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이유)를 조목조목 설파함으로써 일본과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다. 당시 세계 언론은 이 세기의 재판-사형까지 6차례-을 연일 톱뉴스로 다뤘다고 한다. 

20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의거 100주년을 기념하며! 

돌아오는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안중근 불멸의 기억>은 이를 기념하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팩션형 역사서를 정착시켰다는 평을 듣는 이수광씨, 책은 두 갈래로 영웅 안중근과 인간 안중근을 우리와 만나게 한다.  

한 갈래는 저자가 안중근과 당시 러시아에서 독립군의 대부로 알려졌던 최재형의 흔적을 찾아 떠난 10일간의 여정이다. 저자는 수많은 독립군들이 항일투쟁을 하던 만주와 연해주 일대를 기행하며 그들의 흔적을 찾아 들려준다. 그 땅은 또한 100여 년 전 일제의 탄압과 굶주림에 지쳐 모여든 수많은 한인들이 살던 곳이다. 그들의 흔적도 들려준다. 

저자의 마지막 여정은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4분 안중근 의사가 교수형을 당한 여순감옥서. 교수형이 집행되는 순간 시신은 교수대 아래에 있는 침관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어 있는데 이 침관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관과 많이 다르단다. 침관의 길이는 겨우 1m. 그러니 시신은 구겨져서 들어가야 한다. 일본은 이처럼 사자에 대해서도 인권을 침해했다. 

안중근도 마찬가지, 그 역시 침관에 구겨진 채로 박혀 삶의 마지막을 끝냈으리라. 책에는 이 침관 사진이 실려 있다. 안중근 의사가 이런 침관에 구겨진 채로 묻혔다는 사실을 안 그 순간 책을 더 이상 읽을 수 없었다. 어떤 표현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먹먹해지는, 치오르는 분노, 이 비장한 슬픔들을 어찌 설명할까?

<안중근 불멸의 기억> 나머지 한 갈래는 안중근이 회상하는 자신의 서른두 살 삶이다. 사형을 하루 앞둔, 자신의 삶 그 마지막 밤인 1910년 3월 25일, 안중근 의사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자신의 생애를 반추하며 기억의 파편들을 끌어 모은다.

3천석 지기 부유한 집안 장손으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란 유년시절, 일본군의 총과 화약을 구해 총 쏘기에 몰두한 나머지 당시 어지간한 호랑이 몰이꾼들보다 총을 잘 쐈던 청소년기, 결혼과 성령에 충만한 전교활동, 거사를 준비하고 실행하기까지 등 안중근의 삶이 순서적으로 그려지는데 안중근의 회상 형식이라 이야기는 훨씬 진실하게 와 닿는다.

옥중 안중근은 아내와 자식을 그리워한다. 또한 동지들이 처참하게 죽어간 현장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아내의 품속을 그리워한다. 그는 또한 하얼빈 거사를 앞두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리하여 거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의 품속에서 편안하게 살아갈까 흔들리기도 한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민족의 영웅 안중근을 달리 생각하게 하는 부분들이다.

그리하여 '어? 정말 안중근이 이랬을까?' 처음에는 이런 반감도 있었다. 그런데 책을 모두 읽고 며칠 동안 자꾸 생각나는 것은 정작 안중근 의사의 이런 인간적인 모습이다. 안중근 뿐이랴. 우리에게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도, 군복도 무기도 없이 두만강과 백두산 일대에서 이름없는 들풀로 피고지던 수많은 의병들 또한 그랬으리라.

저자는 안중근 유적지 답사를 통해 영웅 안중근을 우리에게 만나게 하는 한편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집필했다는 <안응칠 자서전>을 바탕으로 안중근의 내면 세계를 세심하게 묘사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영웅으로 부각된 인간 안중근을 만나게 한다. 안중근에게 감화를 받은 일본인 간수 '치바 도시치'의 이야기 또한 드라마틱하다.

저자는 이 책을 쓰고자 3년간 현지를 답사했단다. 때문일까? 저자가 안중근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면서 누군가의 나래이션을 듣는 듯,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다니는 것처럼 생생하게 와 닿는다. 하얼빈 의거를 하기까지의 과정과 당시 러시아의 정치 상황까지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단지동맹비와 단지동맹터, 안중근 의사의 사진이 걸린 안중근 의사가 머물던 집, 여순감옥서와 침관, 안중근의 가족과 면회를 동생 공근·정근이 면회를 하고 있는 장면, 이토 히로부미는 파렴치한 독재자요 안중근을 월계관을 쓴 영웅이라고 보도한 영국 <더 그래픽> 보도 기록 등, 책에는 당시의 기록 사진과 저자가 답사 중에 찍은 사진 또한 풍성하다.
 
'우리는 안중근의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10월 26일이 안중근 의사가 자신의 삶을 던져 민족의 원흉을 제거한 날이라는 걸 몇이나 알까? 우리들은 영웅들을 역사 속에 박제화 시켜놓고 나라와 사람을 구하는 일은 그들이나 하는 거창한 것이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책을 읽으며 분분하던 생각들이다. 작가는 압록강 철교 위에서 탄식한다.

"목숨을 버리고, 가족을 버리고 치열하게 독립 투쟁을 한 선열들에게 부끄러워해야 한다. 역사를 반성할 줄 모르는 민족은 또다시 역사의 횡포를 만날 것이고, 역사를 통찰할 줄 모르는 민족은 미래로 전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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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견문록 - 에디오피아에서 브라질까지 어느 커피광이 5대륙을 누비며 쓴 커피의 문화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이창신 옮김 / 이마고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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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정액을 말린다, 커피를 금지 시켜라!

"영국 신사들은 지난 800년 동안 혈기왕성한 사나이로 수많은 아들딸의 아버지 노릇을 해오면서 기독교 국가 가운데 가장 능력 있는 남성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놀라운 성적 위업이 종말을 고하려 한다. 커피라는 야만적 음료가 정액을 말려버리는 바람에 남성들은 몸에 물 한 방울 남지 않은 채로 콧대만 높아졌고 단단한 것이라고는 관절밖에 남지 않았다... 60세 미만의 모든 사람에게 커피를 금지하고..."- 책 속에서 

아내에게 커피콩을 충분히 대주지 못하면 이혼을 당해야 했던 나라 터키 오스만 제국. 그리고 1674년 런던의 한 여성단체는 커피를 금지 시키는 것만이 자신들의 성생활을 보호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런던 시장에게 이런 탄원을 했다.

이 단체가 제출한 9장에 이르는 탄원서는, 당시 현실을 반영해 대단히 설득력 있는 이유로 커피를 금지 시켜야만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영국 여성들이 성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민감했던 것이 아니라 당시 얼마나 사람들이 커피에 중독됐는지를 알려 주는 일화다.

한때 유럽 역사는 커피가 있는 카페에서 좌우됐다. 카페(커피)는 예술가의 사랑과 정치, 그리고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진다. 커피가 우리에게 치명적인 중독을 일으키는 것만큼 커피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것들은 자극적이며 혹은 죽음(?)까지 불사하기도 한다.

커피와 인류의 뒤엉킴의 역사들

커피의 뒤에 바짝 붙어 그 뒤를 좀 따라가 볼까.

1500~3000년 전, 오로모족(에디오피아 왈로족)은 경쟁 부족인 봉가족에게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라이벌 봉가족의 포로가 된 오로모족은 고지대인 하레르 노예시장에 팔려나가게 되는데 오로모족이 가져온 동그랗고 거친 로부스타 원두는 고지대에 적응해 길쭉하고 향이 풍부한 아라비카 원두가 됐다.

오로모족은 주술이 뛰어나 주변의 부족들이 두려워했는데 최근까지도 주술사의 무덤에는 커피나무를 심는 풍습이 남아 있다. 커피는 처음부터 신과 닿아 있는 인간의 내면인 주술에 이용되었던 것이다.

하레르의 원두는 다시 홍해를 거쳐 알모카에 이른다. 이곳은 1200년경 이슬람 수행자 알샤드힐리가 처음으로 커피를 끓였다고 추정되는 곳이다. 그리고 커피 무역으로 번성하면서 궁전이 즐비했고 왕자들은 황금 방석에 앉아 수많은 노예를 부렸다. 그리고 샤드힐리 추종자들은 아라비아 반도를 돌면서 커피향을 풍기며 종교의식을 거행했다. 터키가 예멘을 정복한 1400년대에 이르러 모카에서 나온 커피가 이슬람 세계에 널리 퍼졌다. 이것이 바로 모카 커피의 기원이다.

커피가 좀 더 넓은 세계로 전파되는 계기는, 터키의 오스만 제국 술탄 가운데 가장 악독했던 무라드 4세(1612~1640)와 관련이 있다. 이 악독한 술탄은 사복으로 시내를 돌다가 카페에서 물담배와 함께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는 이들이 정부를 비난한다고 여기고 커피와 물담배를 금지 시켰다.

물담배와 커피를 단 한 모금이라도 넘겼다 싶으면 목을 잘랐는데 그 수가 무려 10만이라나? 결국 커피 상인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로 커피가 확산됐다.

인도에서는 원숭이나 고양이가 먹고 배설한 똥이 최고급 커피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는 이야기나 프랑스인들이 진하고 독한 커피를 좋아하는 건 변비 때문이라는 등등의 우리가 알지 못했던 커피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커피에 반하다. 커피도 커피광의 애정에 감동하다?

<커피 견문록>은 특이한 이력으로 태어난 책이다. 커피광인 저자 스튜어트 리 앨런은 커피와 인류가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가 궁금하여 지구의 4분의 3인 3만 킬로미터를 커피를 찾아 돌아다녔다.

저자는 국경과 분쟁도 불사한다. 섹스와 죽음을 찬양하기 위한 종교 의식에서 제물로 반드시 커피가 사용되었던 에디오피아에서는 무슬림으로 변장해 의식에 동참한다. 커피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그야말로 커피를 감동시킬 만하다. 

저자는 이 책 한권으로 '커피사회인류학자'라는 영광스런 명칭까지 얻었다. 커피광 스튜어트 리 앨런의 열정 덕분에 가려져 있던 커피의 역사가 속속 밝혀진 것이다. 그간 커피에 관련된 책들이 주로 커피의 통상적인 역사만 훑는 것이었다면 이 책은 커피 뒤를 바짝 따라붙는 듯한 느낌을 준다. 커피와 관련 있는 지역에 착 달라붙어 이야기들을 남김없이 싹싹 긁어냈다고 할까?

그런데 한편으로 자꾸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편의 즐김을 위해 한편은 혹사 당한다. 브라질의 커피 농장의 노예 이야기는 더욱 씁쓸하다. 지난 200년간 300만 명의 아프리카 노예가 커피농장에 동원됐고, 현재 브라질에 사는 노예의 직계 후손들은 문맹률이 10배 이상이며 극심한 빈곤에 시달린다고 한다.

사실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내가 감미롭게 즐기고, 적당한 중독까지 자처하던 커피, 특히 뜻 깊은 인연과 나누고 싶던 커피가 이런 수많은 과정을 거쳐 나에게 왔다니. 어른이 된 후 즐겨오던 커피의 이면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이 책은 썩 유용했다. 누군가와 만나면 당연히 선택하던 커피. 더러는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즐기기도 하던 커피가 이제는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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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맘 베타맘 - 엄마들의 교육전쟁
장윤정 지음 / 노마드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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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여성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진출도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대부분은 엄마가 된다. 고학력과 사회경험이 풍부한 여성들은 엄마가 되었을 때 이전 세대의 엄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한다. 친정 엄마로부터 듣는 조언에 만족하지 않은 채 직접 인터넷을 뒤지며 정보를 사냥하고 가정을 자신의 두 번째 직장으로 여기며 직장에서 훈련받은 능력을 모두 육아에 쏟아 붓는다. 바로 알파맘들의 이야기다. 기업을 경영하듯 자녀교육과 가정생활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신 현모양처. 뛰어난 정보력과 파워플한 영향력을 지닌 엄마. 주먹구구식으로 자녀양육에 전력을 다했던 슈퍼맘보다도 한단계 더 진화했다는 의미로 '알파'라는 수식어가 붙은 당당한 엄마들의 등장. 알파맘(Alpha Mom) 그들은 누구인가? -<알파맘 VS. 베타맘> 중 

최근 새롭게 등장한 엄마 유형인 '알파맘'에 대한 설명이다. 이 글의 출처인 <알파맘 VS. 베타맘>(노마드북스 펴냄)은 몇 달 전 방영되어 학부모들 사이에 뜨거운 화제가 됐던 'SBS스페셜-<알파맘 VS. 베타맘-당신의 선택은?>'이란 프로그램이 바탕이 되고 있는 책이다.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엄마들의 진지하고 진솔한 고민을 함께 엮었다. 알파맘과 베타맘들의 서로 다른 교육방식과 그들에 관한 모든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고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 보고자" 한다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 

책의 저자는 이 프로그램의 대본을 쓴 방송작가(장윤정). 그녀는 출산 10일 전까지 피 말리는 대본 집필을 했거니와 출산 4개월째 방송 현장으로 복귀한 후에도 모유 수유를 고집하며 유축기로 젖을 짜 냉동 저장해 집으로 나른 알파맘 요소가 다분한 엄마이다. 또한 지금 현재 두 돌 무렵인 딸에게 꼭 필요한 교육방식을 찾아 알파맘과 베타맘 사이에서 고민하는 신세대 워킹맘이다. 때문에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훨씬 진지하고 현실성 있다.

알파맘 VS. 베타맘: 엄마들의 전쟁이 시작되다!

알파맘들은 글을 쓴 저자처럼 그 어떤 세대들보다 아이 문제에 훨씬 적극적이다. 그래서 언뜻 '강남엄마'나 '대치동 엄마', '슈퍼맘'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알파맘들은 정보를 얻고 공유하는 방식에서 이들과 전혀 다르다.  

아이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들을 현장에서 직접 얻었던 기존의 슈퍼맘들과 달리 알파맘들은 인터넷은 기본, 수시로 '내 아이를 위한 무엇을 얻고자' 인터넷 정보 사냥을 한다. 이렇게 사냥한 정보를 육아나 교육에 적극 활용함은 물론이다. 이들은 나아가 블로그나 인터넷 동호회 카페 등의 게시판에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올려 적극 공유한다. 

알파맘들의 이런 적극적인 정보수집과 정보공유는 종종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들은 그 누구의 말보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엄마들의 말을 신용, 물건을 구매하거나 불매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알파맘들의 정보로 뭉친 힘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에도 수입 판매되는 '토마스 기차'라는 미국의 장난감에 쓰인 페인트에서 납 성분이 검출되었을 때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한 이들은 알파맘 TV동호회. 그들이 동호회 회원들에게 전체메일을 띄워 이 사실을 알리고 반품과 불매운동을 주도한 것은 '타임'지 기사보다도 무려 1주일이나 빨랐단다. 

환경호르몬과의 싸움에 앞장을 선 것도 바로 알파맘들이었다. 캐나다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젖병 판매를 법으로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이 젖병의 판매가 계속되자 알파맘들은 적극 대응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환경호르몬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던 알파맘들은 어떤 제품이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지, 안전검사 항목을 꼼꼼히 따져보고 조사하여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불매운동과 구매운동을 들불처럼 이어갔다. 그리고 차츰 영역을 넓혀가며 아이들이 쓰는 모든 물건과 환경에 위험을 가할만한 요소는 없는지 살피며, 사회와 기업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바로 엄마라는 이름으로!-책 속에서

<알파맘 VS. 베타맘>은 크게 3부로 구성, 1부에서는 이처럼 알파맘의 정의와 특성, 알파맘의 등장과 사회적 배경, 알파맘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한다. 아울러 미국과 한국의 알파맘들과 그 사례를 몇 페이지 분량으로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이들의 다양한 교육 방식과 노하우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사교육에 맞서 엄마가 직접 내 아이의 '엄마선생님'이 되어 지금은 회원 수 6000명이 넘는 '엄마아빠표 영어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엄마 김은주씨 ▲아이의 학습지도 계획표부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문제지까지 직접 만드는 아이의 '학습매니저' 김수진씨 ▲순수 국내파 아이를 4개 국어에 능통한 외국어 영재로 키우고 아이의 취미 활동까지 효율적으로 설계하여 글로벌 인재로 키운 엄마 임정민씨 등은 대표적인 한국의 알파맘들.

외에도 1.8kg 미숙아를 건강한 아이로 키워 낸, 내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최대한 깐깐하고 까칠한 알파맘도 만날 수 있다. 알파맘TV를 설립하였으며 미국에서 제조 판매되는 아이들을 위한 모든 식품이나 물건들을 시험 평가하는 '알파맘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알파맘 이사벨이나 육아제품 사용후기로 월 4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파워 블로거가 된 알파맘 콜린의 사례도 만날 수 있다. 

알파맘의 교육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대하는 엄마들이 나타났다. 이들이 바로 베타맘들. 알파맘이 '매니저형'이라면 '베타맘'은 서포터형이다. 베타맘들은 아이에게 자유를 주고 아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린다. 언뜻 무관심하고 방임하게 보이지만, 책을 통해 만나는 베타맘들은 알파맘들만큼 아이 문제에 관심도 많고 진지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아이를 위한 인내와 고민이 훨씬 깊어 보인다. 

2부에서는 이런 베타맘들을 소개한다.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해주겠다는, 그리하여 보낼 수 있는 학원을 몇 개든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집으로 선생님이 오고, 학습지까지 시키고서야 안심이 되었던 6학년 예훈이 엄마 박미경씨는 얼마 전까지 알파맘을 꿈꿨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엄마학교'에 갔다가 생각을 바꿨고 이제는 베타맘이다. 

알파맘를 꿈꾸다가 베타맘이 되기란 쉽지 않다. 예훈이가 모든 학원을 끊고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 자유를 맘껏 주던 그녀는 '이러다가 내 아이만 처지는 것 아닌가?'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되고 베타맘이 되기를 포기한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이제 "그동안 앞에서 끌고 가느라 미처 보지 못한 아들의 모습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 행복한" 베타맘이다.

외에도 ▲온몸으로 세상을 배우게 하고자  아이를 산촌학교로 유학 보낸 엄마 한지원씨 ▲학원 순례 대신 지구촌 투어를 통해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를 만나게 한 엄마 김연숙씨 등 한국의 대표적인 베타맘들과 트레이시 등 외국의 여러 베타맘들이 소개된다. 알파맘이나 베타맘이나 사례로 그치지 않고 그녀들의 솔직한 심정, 그 목소리까지 실었다.

개인적으로는 베타맘들의 교육 방식을 좋아한다. 때문에 책을 통해 이들의 사례를 접하는 동안 베타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베타맘들이 좀 더 많이 확산되어 학원 순례를 하는 아이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면서.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아이들이 훨씬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2+2=4?  공식대로 자라지 않는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마지막 3부에서는 1부와 2부에서 다룬 알파맘과 베타맘의 다른 교육 방식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자녀교육에 대한 원칙과 철학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자녀 교육의 현명한 방법 등을 고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흔히들 피겨요정 김연아를 만든 가장 큰 공로자는 어머니 박명희씨라고 말한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만만찮은 레슨비와 링크장 대관비를 부담했다거나 아이를 데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먼 거리에 있는 훈련장을 오고 갔다거나, 체중조절을 위해 식단에 신경을 썼다거나 등, 김연아에게 엄마 박명희씨는 그저 단순한 엄마가 아니라 엄마이면서 친구이며, 열정적이고 유능한 매니저이자 현명하고 냉혹한 코치였다는 것이다. 

엄마 박명희씨가 없었다면 피겨요정 김연아는 가능할까? 김연아의 엄마와 비교되는 엄마는 오바마의 엄마. 그녀는 재혼과 공부를 위해 미국을 떠나 인도네시아로 갔다. 즉 아이의 인생보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것이 우선인 엄마였던 것. 하지만 오바마는 자기 인생과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주저 없이 손꼽는다. "어머니가 보여준 삶과 철학 그 자체가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가르침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이 두 엄마의 자녀 교육 방법은 극명하게 대립된다. 한쪽은 자칫 지나치게 극성으로 보이기도 하며, 한쪽은 무관심과 방임주의로 보이기도 한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김연아나 오바마가 '엄마의 영향' 때문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어느 쪽이 더 아이에게 현명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엄마는?

솔직히 피겨 요정 김연아 같은 딸이 부럽기도 하지만 엄마 박명희의 김연아 만들기 노력은 따라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오바마의 엄마처럼 아이보다는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먼 길을 선뜻 떠날 자신도 없다. 사실 대한민국 엄마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책은 사교육과 입시전쟁이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번듯·반듯하게 키우려는 엄마들의 고민과 열정으로 진지하다. 책 덕분에 '정도를 넘어선 극성' '알파맘들은 돈 있는 사람들이나!'와 같은 무조건적 오해는 사라졌다. 책을 읽는동안 엄마로서 나의 태도를 점검하고 돌아봤음도 물론이다.  

아이들은 2+2=4와 같은 정해진 답에서 자라지 않는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알파맘이 되기를 바라는 이 사회에서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욕심을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가? 이 책은 좋은 힌트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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