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냄새 나는 개 (양장) - 할리의 심각한 문제
대브 필키 지음, 임영라 옮김 / 푸른길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토시스 가족과 함께 사는 할리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개.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입 냄새가 어찌나 고약한지 할리가 입을 벌릴 때마다 상상도 못할 만큼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다.

입 냄새 고약한 할리가 입을 벌리면 멀쩡한 벽지가 '드르륵~' 말려 올라갔고, 금붕어가 숨을 헐떡이다가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화분의 나무는 '부르르' 놀라더니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축 늘어지고 말았다. 아름다운 그림 <모나리자>도 어쩔 줄 몰라 코를 움켜쥐었다.

토시스 남매가 이런 할리를 데리고 산책이라도 나가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들을 피하여 재빨리 도망치고 말았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스컹크마저 정신없이 도망쳐 버리기 일쑤였다.

사랑스런 할리, 하지만 입냄새는 '으악!'

엄마 아빠는 심각하게 말했어요. " 이 냄새 나는 개를 어떻게 해야겠어!"

다음날 엄마 아빠는 할리에게 새 주인을 찾아 주기로 했어요.
-개 그냥 드립니다. -책 속에서


아이들은 할리를 '숨이 막힐 만큼 전망 좋은' 산꼭대기로 데려가 보기도 하고, '숨이 막힐 만큼 재미있는' 영화를 하는 극장에도 데려간다. 그리고 놀이동산에서 '너무나 빨라 숨이 막힐 지경'인 롤러코스터도 태워본다.

'숨이 막힐 지경'에 빠진 할리가 조용히 숨죽이면서 입 다물고 있으면 입 냄새가 없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할리! 기분 좋다고 그렇게 입을 크게 벌리면 어떡해? 토시스 아이들이 실망하잖아!"

이런 것이 그림책의 마법일까? 만화처럼 재미있는 원색의 밝은 그림을 보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그림책에 빠져들다 보니 맘껏 행복해졌다. 어느새 손은 뒷부분의 책장을 넘기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지난 해 여름, 영리하고 눈치가 빨라 귀엽지만 더 이상 키울 수 없다고 외가로 보내버리고만 슬픈 강아지 생각을 할까?

할리를 구하기 위한 모든 방법은 실패로 돌아가고, 낙심하여 슬픔이 가득한 토시스 남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에서 토시스 가족은 사랑스런 할리와 절대로 떨어질 수 없다며 꼬옥 끌어안았다. 토시스 가족도 할리도 무척 느긋하고 행복해 보인다.

행복한 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빙긋 웃고 말았다. 엄마·아빠도, 토시스 남매도 빨래집게로 콧구멍을 꼭 닫고 있었다. 아프고 불편 할 텐데. 그럼에도 이들은 아예 한 술 더 떠서 이렇게 말한다.

"할리가 없는 삶은 향기 없는 삶이예요! 우린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해요!"

엄마 아빠는 할리를 절대로 키울 수 없다고 했었는데 말이다. 이들 가족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엄마·아빠가 변했어요... 할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입 냄새 나는 개>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소한의 말만 적고 재미있는 그림으로 내용을 풍성하게 뒷받침했다.

밝은 원색의 만화 같은 그림들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그림들은 보고 느끼는 사람의 마음대로 다시 그려지고 읽는 독자가 상상한 만큼 이야기는 풍부해진다.

이 그림책은 초등학교 저학년에 해당하는 책. 그러나 그림책에 연령을 굳이 매겨야 하나 싶을 만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림도 어른인 나의 즐거움을 자극했다. 이런 그림책을 보면서 찌들어 있는 마음을 한번 헹구어 볼 일이다.

그림책 줄거리야 뻔하지만, 책이 주는 감동도 메시지도 읽는 사람이 마음 열고 느끼는 만큼이다.

서로 좋을 때는 눈에 콩깍지가 낀다고 하던가. 할리도 처음에는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개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같이 살다보니 서로 알만큼 알게 되고, 느껴지지 않던 할리의 입 냄새가 참을 수 없는 지독한 냄새로 바뀌고 만 것은 아닐까? 할리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할리에 대한 토시스 가족의 마음이 변해버린 것은 아닐까?

사실 우리들도 종종 그러지 않는가. 사랑할 때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이고 결점도 장점으로 보이지만 사랑이 시들해지면 보이지 않던 단점이 보인다든가, 장점까지 눈에 거슬리는 단점으로 둔갑하고 마는.

이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할리를 버리려고 하는 그 찰나, '어떤 중대한 일'이 생겨 토시스 가족의 눈에 '사랑의 콩깍지'가 다시 끼고 말았다.

어떤 일이 있었든, 할리에게 어떤 단점이 있든, 토시스 가족에게 할리는 이젠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다. 사랑하는 개 할리와 함께 살기 위해 이들 가족은 기꺼이 고약한 냄새를 참기로 하는 것이다. 불편하고 아픈 희생(?)을 감수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참을 수 없던 할리의 단점을 받아들이고 나니 '고약한 냄새'가 이젠 살아가면서 절대 없으면 안 되는 '향기'가 된 것이다.

"입 냄새 나는 게 아무 냄새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짧은 내용, 긴 메시지... '할리'는 어디에나 있다

짧은 이 책은 메시지가 강하고 여운이 깊다. 전체적인 줄거리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더 친숙하게 와닿는다.

'개를 키우고는 싶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들과 달리 개가 좋으니 아무런 계산 없이 개를 키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재미있게 잘 묘사되었다.

어른들에게도 사람과의 관계는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아이들에게 세상 모든 존재들과의 바람직한 관계와 사랑의 참뜻을 어떻게 가르칠까? 밝고 따뜻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림책 전체에서 공중에 맘껏 퍼지는 할리의 녹색 숨결구름. 아이들의 상상력을 맘껏 자극하며 가슴으로 파고들었다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이유 없이 싫어질 때마다 아이들의 코를 자극할 것이다.

입 냄새 고약한 할리가 입을 '헤~' 벌리고 냄새를 풍기고 있다. 할리의 입에서 나오는 녹색 숨결의 구름 냄새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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