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견문록 - 에디오피아에서 브라질까지 어느 커피광이 5대륙을 누비며 쓴 커피의 문화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이창신 옮김 / 이마고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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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정액을 말린다, 커피를 금지 시켜라!

"영국 신사들은 지난 800년 동안 혈기왕성한 사나이로 수많은 아들딸의 아버지 노릇을 해오면서 기독교 국가 가운데 가장 능력 있는 남성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놀라운 성적 위업이 종말을 고하려 한다. 커피라는 야만적 음료가 정액을 말려버리는 바람에 남성들은 몸에 물 한 방울 남지 않은 채로 콧대만 높아졌고 단단한 것이라고는 관절밖에 남지 않았다... 60세 미만의 모든 사람에게 커피를 금지하고..."- 책 속에서 

아내에게 커피콩을 충분히 대주지 못하면 이혼을 당해야 했던 나라 터키 오스만 제국. 그리고 1674년 런던의 한 여성단체는 커피를 금지 시키는 것만이 자신들의 성생활을 보호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런던 시장에게 이런 탄원을 했다.

이 단체가 제출한 9장에 이르는 탄원서는, 당시 현실을 반영해 대단히 설득력 있는 이유로 커피를 금지 시켜야만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영국 여성들이 성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민감했던 것이 아니라 당시 얼마나 사람들이 커피에 중독됐는지를 알려 주는 일화다.

한때 유럽 역사는 커피가 있는 카페에서 좌우됐다. 카페(커피)는 예술가의 사랑과 정치, 그리고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진다. 커피가 우리에게 치명적인 중독을 일으키는 것만큼 커피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것들은 자극적이며 혹은 죽음(?)까지 불사하기도 한다.

커피와 인류의 뒤엉킴의 역사들

커피의 뒤에 바짝 붙어 그 뒤를 좀 따라가 볼까.

1500~3000년 전, 오로모족(에디오피아 왈로족)은 경쟁 부족인 봉가족에게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라이벌 봉가족의 포로가 된 오로모족은 고지대인 하레르 노예시장에 팔려나가게 되는데 오로모족이 가져온 동그랗고 거친 로부스타 원두는 고지대에 적응해 길쭉하고 향이 풍부한 아라비카 원두가 됐다.

오로모족은 주술이 뛰어나 주변의 부족들이 두려워했는데 최근까지도 주술사의 무덤에는 커피나무를 심는 풍습이 남아 있다. 커피는 처음부터 신과 닿아 있는 인간의 내면인 주술에 이용되었던 것이다.

하레르의 원두는 다시 홍해를 거쳐 알모카에 이른다. 이곳은 1200년경 이슬람 수행자 알샤드힐리가 처음으로 커피를 끓였다고 추정되는 곳이다. 그리고 커피 무역으로 번성하면서 궁전이 즐비했고 왕자들은 황금 방석에 앉아 수많은 노예를 부렸다. 그리고 샤드힐리 추종자들은 아라비아 반도를 돌면서 커피향을 풍기며 종교의식을 거행했다. 터키가 예멘을 정복한 1400년대에 이르러 모카에서 나온 커피가 이슬람 세계에 널리 퍼졌다. 이것이 바로 모카 커피의 기원이다.

커피가 좀 더 넓은 세계로 전파되는 계기는, 터키의 오스만 제국 술탄 가운데 가장 악독했던 무라드 4세(1612~1640)와 관련이 있다. 이 악독한 술탄은 사복으로 시내를 돌다가 카페에서 물담배와 함께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는 이들이 정부를 비난한다고 여기고 커피와 물담배를 금지 시켰다.

물담배와 커피를 단 한 모금이라도 넘겼다 싶으면 목을 잘랐는데 그 수가 무려 10만이라나? 결국 커피 상인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로 커피가 확산됐다.

인도에서는 원숭이나 고양이가 먹고 배설한 똥이 최고급 커피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는 이야기나 프랑스인들이 진하고 독한 커피를 좋아하는 건 변비 때문이라는 등등의 우리가 알지 못했던 커피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커피에 반하다. 커피도 커피광의 애정에 감동하다?

<커피 견문록>은 특이한 이력으로 태어난 책이다. 커피광인 저자 스튜어트 리 앨런은 커피와 인류가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가 궁금하여 지구의 4분의 3인 3만 킬로미터를 커피를 찾아 돌아다녔다.

저자는 국경과 분쟁도 불사한다. 섹스와 죽음을 찬양하기 위한 종교 의식에서 제물로 반드시 커피가 사용되었던 에디오피아에서는 무슬림으로 변장해 의식에 동참한다. 커피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그야말로 커피를 감동시킬 만하다. 

저자는 이 책 한권으로 '커피사회인류학자'라는 영광스런 명칭까지 얻었다. 커피광 스튜어트 리 앨런의 열정 덕분에 가려져 있던 커피의 역사가 속속 밝혀진 것이다. 그간 커피에 관련된 책들이 주로 커피의 통상적인 역사만 훑는 것이었다면 이 책은 커피 뒤를 바짝 따라붙는 듯한 느낌을 준다. 커피와 관련 있는 지역에 착 달라붙어 이야기들을 남김없이 싹싹 긁어냈다고 할까?

그런데 한편으로 자꾸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편의 즐김을 위해 한편은 혹사 당한다. 브라질의 커피 농장의 노예 이야기는 더욱 씁쓸하다. 지난 200년간 300만 명의 아프리카 노예가 커피농장에 동원됐고, 현재 브라질에 사는 노예의 직계 후손들은 문맹률이 10배 이상이며 극심한 빈곤에 시달린다고 한다.

사실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내가 감미롭게 즐기고, 적당한 중독까지 자처하던 커피, 특히 뜻 깊은 인연과 나누고 싶던 커피가 이런 수많은 과정을 거쳐 나에게 왔다니. 어른이 된 후 즐겨오던 커피의 이면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이 책은 썩 유용했다. 누군가와 만나면 당연히 선택하던 커피. 더러는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즐기기도 하던 커피가 이제는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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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맘 베타맘 - 엄마들의 교육전쟁
장윤정 지음 / 노마드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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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여성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진출도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대부분은 엄마가 된다. 고학력과 사회경험이 풍부한 여성들은 엄마가 되었을 때 이전 세대의 엄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한다. 친정 엄마로부터 듣는 조언에 만족하지 않은 채 직접 인터넷을 뒤지며 정보를 사냥하고 가정을 자신의 두 번째 직장으로 여기며 직장에서 훈련받은 능력을 모두 육아에 쏟아 붓는다. 바로 알파맘들의 이야기다. 기업을 경영하듯 자녀교육과 가정생활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신 현모양처. 뛰어난 정보력과 파워플한 영향력을 지닌 엄마. 주먹구구식으로 자녀양육에 전력을 다했던 슈퍼맘보다도 한단계 더 진화했다는 의미로 '알파'라는 수식어가 붙은 당당한 엄마들의 등장. 알파맘(Alpha Mom) 그들은 누구인가? -<알파맘 VS. 베타맘> 중 

최근 새롭게 등장한 엄마 유형인 '알파맘'에 대한 설명이다. 이 글의 출처인 <알파맘 VS. 베타맘>(노마드북스 펴냄)은 몇 달 전 방영되어 학부모들 사이에 뜨거운 화제가 됐던 'SBS스페셜-<알파맘 VS. 베타맘-당신의 선택은?>'이란 프로그램이 바탕이 되고 있는 책이다.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엄마들의 진지하고 진솔한 고민을 함께 엮었다. 알파맘과 베타맘들의 서로 다른 교육방식과 그들에 관한 모든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고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 보고자" 한다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 

책의 저자는 이 프로그램의 대본을 쓴 방송작가(장윤정). 그녀는 출산 10일 전까지 피 말리는 대본 집필을 했거니와 출산 4개월째 방송 현장으로 복귀한 후에도 모유 수유를 고집하며 유축기로 젖을 짜 냉동 저장해 집으로 나른 알파맘 요소가 다분한 엄마이다. 또한 지금 현재 두 돌 무렵인 딸에게 꼭 필요한 교육방식을 찾아 알파맘과 베타맘 사이에서 고민하는 신세대 워킹맘이다. 때문에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훨씬 진지하고 현실성 있다.

알파맘 VS. 베타맘: 엄마들의 전쟁이 시작되다!

알파맘들은 글을 쓴 저자처럼 그 어떤 세대들보다 아이 문제에 훨씬 적극적이다. 그래서 언뜻 '강남엄마'나 '대치동 엄마', '슈퍼맘'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알파맘들은 정보를 얻고 공유하는 방식에서 이들과 전혀 다르다.  

아이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들을 현장에서 직접 얻었던 기존의 슈퍼맘들과 달리 알파맘들은 인터넷은 기본, 수시로 '내 아이를 위한 무엇을 얻고자' 인터넷 정보 사냥을 한다. 이렇게 사냥한 정보를 육아나 교육에 적극 활용함은 물론이다. 이들은 나아가 블로그나 인터넷 동호회 카페 등의 게시판에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올려 적극 공유한다. 

알파맘들의 이런 적극적인 정보수집과 정보공유는 종종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들은 그 누구의 말보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엄마들의 말을 신용, 물건을 구매하거나 불매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알파맘들의 정보로 뭉친 힘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에도 수입 판매되는 '토마스 기차'라는 미국의 장난감에 쓰인 페인트에서 납 성분이 검출되었을 때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한 이들은 알파맘 TV동호회. 그들이 동호회 회원들에게 전체메일을 띄워 이 사실을 알리고 반품과 불매운동을 주도한 것은 '타임'지 기사보다도 무려 1주일이나 빨랐단다. 

환경호르몬과의 싸움에 앞장을 선 것도 바로 알파맘들이었다. 캐나다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젖병 판매를 법으로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이 젖병의 판매가 계속되자 알파맘들은 적극 대응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환경호르몬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던 알파맘들은 어떤 제품이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지, 안전검사 항목을 꼼꼼히 따져보고 조사하여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불매운동과 구매운동을 들불처럼 이어갔다. 그리고 차츰 영역을 넓혀가며 아이들이 쓰는 모든 물건과 환경에 위험을 가할만한 요소는 없는지 살피며, 사회와 기업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바로 엄마라는 이름으로!-책 속에서

<알파맘 VS. 베타맘>은 크게 3부로 구성, 1부에서는 이처럼 알파맘의 정의와 특성, 알파맘의 등장과 사회적 배경, 알파맘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한다. 아울러 미국과 한국의 알파맘들과 그 사례를 몇 페이지 분량으로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이들의 다양한 교육 방식과 노하우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사교육에 맞서 엄마가 직접 내 아이의 '엄마선생님'이 되어 지금은 회원 수 6000명이 넘는 '엄마아빠표 영어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엄마 김은주씨 ▲아이의 학습지도 계획표부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문제지까지 직접 만드는 아이의 '학습매니저' 김수진씨 ▲순수 국내파 아이를 4개 국어에 능통한 외국어 영재로 키우고 아이의 취미 활동까지 효율적으로 설계하여 글로벌 인재로 키운 엄마 임정민씨 등은 대표적인 한국의 알파맘들.

외에도 1.8kg 미숙아를 건강한 아이로 키워 낸, 내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최대한 깐깐하고 까칠한 알파맘도 만날 수 있다. 알파맘TV를 설립하였으며 미국에서 제조 판매되는 아이들을 위한 모든 식품이나 물건들을 시험 평가하는 '알파맘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알파맘 이사벨이나 육아제품 사용후기로 월 4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파워 블로거가 된 알파맘 콜린의 사례도 만날 수 있다. 

알파맘의 교육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대하는 엄마들이 나타났다. 이들이 바로 베타맘들. 알파맘이 '매니저형'이라면 '베타맘'은 서포터형이다. 베타맘들은 아이에게 자유를 주고 아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린다. 언뜻 무관심하고 방임하게 보이지만, 책을 통해 만나는 베타맘들은 알파맘들만큼 아이 문제에 관심도 많고 진지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아이를 위한 인내와 고민이 훨씬 깊어 보인다. 

2부에서는 이런 베타맘들을 소개한다.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해주겠다는, 그리하여 보낼 수 있는 학원을 몇 개든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집으로 선생님이 오고, 학습지까지 시키고서야 안심이 되었던 6학년 예훈이 엄마 박미경씨는 얼마 전까지 알파맘을 꿈꿨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엄마학교'에 갔다가 생각을 바꿨고 이제는 베타맘이다. 

알파맘를 꿈꾸다가 베타맘이 되기란 쉽지 않다. 예훈이가 모든 학원을 끊고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 자유를 맘껏 주던 그녀는 '이러다가 내 아이만 처지는 것 아닌가?'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되고 베타맘이 되기를 포기한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이제 "그동안 앞에서 끌고 가느라 미처 보지 못한 아들의 모습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 행복한" 베타맘이다.

외에도 ▲온몸으로 세상을 배우게 하고자  아이를 산촌학교로 유학 보낸 엄마 한지원씨 ▲학원 순례 대신 지구촌 투어를 통해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를 만나게 한 엄마 김연숙씨 등 한국의 대표적인 베타맘들과 트레이시 등 외국의 여러 베타맘들이 소개된다. 알파맘이나 베타맘이나 사례로 그치지 않고 그녀들의 솔직한 심정, 그 목소리까지 실었다.

개인적으로는 베타맘들의 교육 방식을 좋아한다. 때문에 책을 통해 이들의 사례를 접하는 동안 베타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베타맘들이 좀 더 많이 확산되어 학원 순례를 하는 아이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면서.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아이들이 훨씬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2+2=4?  공식대로 자라지 않는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마지막 3부에서는 1부와 2부에서 다룬 알파맘과 베타맘의 다른 교육 방식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자녀교육에 대한 원칙과 철학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자녀 교육의 현명한 방법 등을 고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흔히들 피겨요정 김연아를 만든 가장 큰 공로자는 어머니 박명희씨라고 말한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만만찮은 레슨비와 링크장 대관비를 부담했다거나 아이를 데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먼 거리에 있는 훈련장을 오고 갔다거나, 체중조절을 위해 식단에 신경을 썼다거나 등, 김연아에게 엄마 박명희씨는 그저 단순한 엄마가 아니라 엄마이면서 친구이며, 열정적이고 유능한 매니저이자 현명하고 냉혹한 코치였다는 것이다. 

엄마 박명희씨가 없었다면 피겨요정 김연아는 가능할까? 김연아의 엄마와 비교되는 엄마는 오바마의 엄마. 그녀는 재혼과 공부를 위해 미국을 떠나 인도네시아로 갔다. 즉 아이의 인생보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것이 우선인 엄마였던 것. 하지만 오바마는 자기 인생과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주저 없이 손꼽는다. "어머니가 보여준 삶과 철학 그 자체가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가르침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이 두 엄마의 자녀 교육 방법은 극명하게 대립된다. 한쪽은 자칫 지나치게 극성으로 보이기도 하며, 한쪽은 무관심과 방임주의로 보이기도 한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김연아나 오바마가 '엄마의 영향' 때문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어느 쪽이 더 아이에게 현명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엄마는?

솔직히 피겨 요정 김연아 같은 딸이 부럽기도 하지만 엄마 박명희의 김연아 만들기 노력은 따라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오바마의 엄마처럼 아이보다는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먼 길을 선뜻 떠날 자신도 없다. 사실 대한민국 엄마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책은 사교육과 입시전쟁이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번듯·반듯하게 키우려는 엄마들의 고민과 열정으로 진지하다. 책 덕분에 '정도를 넘어선 극성' '알파맘들은 돈 있는 사람들이나!'와 같은 무조건적 오해는 사라졌다. 책을 읽는동안 엄마로서 나의 태도를 점검하고 돌아봤음도 물론이다.  

아이들은 2+2=4와 같은 정해진 답에서 자라지 않는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알파맘이 되기를 바라는 이 사회에서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욕심을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가? 이 책은 좋은 힌트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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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조선인물실록 - 역사적 인물들, 인간적으로 거들떠보기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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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황희 정승은 '서로 자기가 옳다며 다투는 두 계집종에게 "네 말이 옳다" "네 말도 옳다" "부인말도 옳다"는 판결을 한  일화'로 우리에게 유명하다. 일화 속 황희 정승은 지혜롭다. 게다가 워낙 청렴결백했다던가!
 
때문에 '은연중 지혜로운 아버지의 자애로운 사랑 속에서 자란 그 아들들은 오죽 모범적이랴.' 이렇듯 그 아들들도 아버지 황희 정승처럼 지혜롭고 근검절약하는 바람직한 선비일 거라 당연시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발칙한 조선 인물실록>(추수밭 펴냄)을 통해 만나는 황희 정승의 아들들은 너무 뜻밖이다. '간 큰 도둑', '건달'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니 말이다.

저자는, '청백리의 표상으로 알려진 황희 정승이 실제로는 썩 청렴결백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은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얘기다'라고 쓰고 있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지혜로운 명재상으로 알고 있던 터라 너무 뜻밖이었다.

황희 정승은 청백리, 그 아들들은 '간 큰 도둑'에 건달?

병진년에 내탕의 금잔과 광평 대군의 금띠를 잃어버렸으나 훔친 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또 동궁이 쓰던 이엄을 잃어버렸다. 중생이 한 짓으로 의심하여 삼군진무를 시켜 그 집을 수색하게 하매, 이엄을 잠자리 속에서 얻게 되어 의금부에 내려 추국하였더니, 그전에 잃어버렸던 금잔과 금띠도 모두 중생이 훔친 것으로 다 자복하였다.

- 《조선왕조실록》<세종실록> 22년(1440) 10월 12일 기록 중에서


설명을 덧붙이면, 황희는 여종과의 사이에서 낳은 '중생'을 궁궐에 취직시킨다. 그것도 훗날 보위에 오를 왕자의 거처인 동궁전에. 이런 황희 정승의 속셈은 빤하다. 문장은커녕 무예 실력도 전혀 없는 빈충이 황중생은 부모 잘 둔 덕에 이렇게 입궐, 출세가도를 시작한다. 

세종 18년(1436)에 내탕고에 있어야 할 금잔과 광평 대군의 금띠가 사라진다. 사사로운 도난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했지만 임금의 재산을 보관하는 내탕고 물건이 사라진 것은 보통사건이 아니다. 그것도 금잔과 함부로 팔아먹을 수 없는 왕실의 금띠라니! 범인을 잡고자 많은 사람들을 조사하고 문초하지만 끝내 밝히지 못한 채 4년이나 지나버린다.

그런데 4년 후인 세종 22년(1440)에 도난 사건이 또 발생한다. 이번에는 동궁(세자)이 쓰던 이엄. 이엄은 사모를 쓸 때 쓰던 일종의 방한구다.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황희 정승의 아들'이라는 특별예우로 의심조차 받지 않던 황중생이 이번에는 지목받게 되고 집을 수색하자 도난당한 이엄도 나왔고 4년 전의 범행도 자백 받았다는 그런 기록이다.

4년 전에 황중생이 훔친 금잔의 실제 무게는 20냥, 그런데 이때 중생의 집에서 나온 것은 11냥. 잘려 나간 9냥의 금 때문에 의금부의 심문은 계속된다. 이때 중생이 금 9냥을 쪼개 가져간 사람으로 실토한 이름은 놀랍게도 황희 정승의 또 다른 아들인 황보신. 황보신은 황희 정승의 적자 3형제 중 한 사람으로 의금부지사까지 지낸 인물이다.

이런지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증거가 분명하건만 의금부의 속사정을 빤히 아는 황보신은 빠져나갈 궁리를 하며 금잔에 대해 뚝 잡아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황보신이 의금부지사로 근무하면서 말 한 필, 배 두 필을 훔쳐다 첩 윤이한테 줬다거나 의금부에서 몰수한 금동곳을 첩의 노리개로 만들어줬다는 등 그동안의 부정들이 속속 드러난다.

다른 사람이 이 정도의 잘못을 저질렀으면 사사나 유배와 같은 중형을 면치 못할 상황이건만, 세종대왕의 충직한 신하(?) 황희 정승 감싸기로 '장 300대에, 자자는 면하게 하고 유 3000리를 속(죄를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죄를 면하는 것, 일종의 보석금)으로 바치게 하고 윤이(보신의 첩)...' 이와 같은 파격적인 처벌에 그친다.

여기에서 끝냈으면 좋으련만, 이 상황에 이번에는 또 다른 아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황보신이 죄를 짓고 파직됐으니 연봉으로 받던 과전을 반납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당시 호조 참판인 황희의 또 다른 아들 황치신이 나라에 바쳐야 할 땅 대신 자신의 허접한 땅을 반납한다. 즉 좋은 땅을 자신의 허접한 땅과 바꿔치기 해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그동안 수많은 신하들이 탄원을 해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황희 정승 편들기를 하던 세종대왕도 두 손 다 들고 만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물불을 가리지 못한 황희 정승의 아들들. 명재상 황희 정승은 나랏일이 바빠 아들들을 제대로 관리할 시간이 없었던 걸까? 

책을 통해 청백리 명재상 황희의 실체를 조금 더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드는 생각은, 이런 아들들 때문에 속깨나 끓었을 황희 정승의 아버지로서의 아픔이나 도둑질을 한 아들을 호적에서 파낼 수밖에 없는 그 아픔에 대한 공감이다. 밖에서는 권위가 꼿꼿한 재상이었지만 집에서는 마누라와 자식의 말 한마디에 웃고 울었을 것이라는 일상인의 공감까지 들었다.

역사적 인물들, 그들도 우리처럼 뼈가 있고 피가 통하는 사람이다

▲며느리 문제로 골치깨나 썩은 세종 ▲'고위공무원윤리법 위반'으로 불명예 퇴직한 악성 박연 ▲'떡 대결' 이후 출세한 한석봉, 참 까칠하시네! ▲자신만의 논리로 임진왜란 공신책정을 한 선조, 해도 너무 하셨네 ▲목화씨로 민족의 영웅 된 문익점은 실은 반역자 ▲연산군에게 젖을 물린 봉보부인 최씨 왈, "사랑은 젖을 타고 흐른다" ▲대단한 노비 임복, 왕에게 딜을 걸다 ▲부마자리 거절하다 양반에서 노비로 전락한 남자 이속 ▲동래에서 왜인들에게 조선 여자 팔던 국제 포주 고갑산 ▲ 중국어를 잘해서 인생이 꼬인 남자? ▲허리세우기 데모를 한 사관들?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궁상에도 이유가 있다?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한석봉이 까칠했다거나 문익점이 반역자였다는 것 등의 제목을 보면서(물론 필자가 붙인 것이지만) 혹자들은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역사인물들의 흥미위주 사생활이나 치부를 꼬집자는 가십거리 책이 아닌가? 라고 말이다. 글쎄 그럴까?

황희 정승의 아들들 이야기만 봐도 알겠지만, 책 속 이야기들은 모두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당시 사람들의 기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저자는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음에도 우리가 그간 역사 알기에 소홀한 나머지 미처 몰랐거나 교과서 등을 통해 한 면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다보니 우리에게 잘못 인식된 역사인물들의 진실과 인간적인 면을 들려준다.

역사적 사실의 한 면만 보거나 한 인물의 업적만 부각시켜 평가하는 것은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행이도 최근 우리 역사를 솔직하고 제대로 보자는 취지의 책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 책은 <엽기 세계사> <엽기 조선 풍속사><엽기 조선왕조실록> 등 쉽고 편안한 역사쓰기로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저자의 신간이다.

또 다른 재미는 각 주제 뒤에 덧붙인 주제와 관련된 역사상식들이다. 북경 친구 사귀기에 집착한 연암 박지원 편에는 조선의 베스트셀러인 <열하일기>, 문익점 편에는 조선시대 우리나라에 전래된 작물들을 알려준다. 간택 절차와 방법, 왕족들의 행운과 불행, 사관들의 파워, 공직자들의 윤리기강 등은 알아두면 사극을 보는 데 도움이 많을 그런 이야기.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펼쳐봤음직한 학습대백과사전이나 위인전기를 보면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은 인간의 욕망도 본능도 무시한 성인 그 자체였다. 그들도 우리처럼 배고프면 밥 먹고 예쁜 여자를 보면 가슴 한쪽이 요동치는 사람일 터인데, 그런 책에서 그리고 있는 인물들은 이런 최소한의 본능마저 억제한 인조인간 같은 느낌이다.

역사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왜 영웅 아니면 역적으로만 그려지는 걸까? 이 책을 쓴 동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박제된 영웅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그들도 우리처럼 뼈가 있고 피가 통하는 사람이란 걸 전해주고 싶었다. 그들의 업적을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인간의 모습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단순히 교과서와 역사책 속에 있는 인물로만 보지 말고, 우리 옆집에 사는 좀 잘나가는 아저씨 아줌마로 바라본다면 역사는 새로운 재미를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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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병원에는 바다가 있다 - 달동네 외과의사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최충언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앞표지 안쪽 저자의 프로필이 눈에 우선 띈다. 저자는 부산 송도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달동네에 태어나 그 골목을 누비며 자라 의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1학년 때, 미문화원 방화사건에 연루되어 7년 징역을 선고 받는다. 이때, 출생신고를 늦게 한 덕을 본다. 간발의 날짜 차이로 교도소가 아닌 김천 소년교도소에 수감되는 행운(?)을 누리게 된것이다.

김천 소년교도소에서 그는 수감 중에 천주교 신자가 되어 세례를 받는다. 이때 그는 다짐한다. '가난하여 돈이 없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의사로 살리라!'고.

의대를 졸업, 의사가 됐다. 1997년 IMF.그가 과장으로 근무하는 병원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쳤다. 외과의사 관장 3명 중 1명은 잘려야 할 판. 그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스스로 그만둔다. 그런 그가 취직한 곳은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무료진료 해주는 구호병원이다.

"죽디 살디 한번 해보자, 할배!"

머리가 유난히 희끗희끗한(선천적으로) 저자에게 한 수녀님이 할배라 부른다. 허물없는 호칭이다. 책을 받아들고 목록에서 이 제목이 참 재미있어서 내용도 재미있을 줄 알고 먼저 찾아 읽었는데, 왠걸 마음 아픈 이야기였다.

18살 미혼모가 2주 앞당겨 출산한 아기가 정체불명의 커다란 혹을 가지고 태어난다. 너무 어린 생명, 수수의 칼을 들이대기 참 애처로운 그런 생명...수녀님은 저자에게 말한다. "죽디 살디 하느님 소관이다. 한번 해보자. 할배!"(죽고 사는 것은 하느님 소관이다. 우린 최선을 다하자.)

저자는 오후 1시에 수술시간을 잡는다. 하지만 그 아기는 수술 직전에 죽는다. 저자와 저자를 할배라고 부르는 수녀님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이 리뷰의 제목으로 내가 선택한 이말은 저자와 저자와 뜻이 같은 수녀님들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최선의 마음이 담겨 있는 그런 말인 것이다.

꽃다지 꽃 노랗습니다/산수유 개나리/낮은 민들레꽃 노랗습니다/지친 아내 얼굴도 노랗습니다/일 끊겨 넉 달/오늘도 새벽 로타리 허탕치고 돌아서는/노가다 이십 년/내 인생도 노랗습니다/말짱 황입니다 - 김해화 '노란 봄'

'가난은 나랏님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배부른 사람들이 지어 낸 말일 것이다. 나누고 나누면 못할 일도 아닐 것인데 힘없는 민중들의 삶은 고달프고 서럽기만 하다. 요한 씨의 겨울 나기를 지켜보면서 그의 어깨를 누르는 가난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웃으며 살아가야 하겠지? 목련이 봉오리를 터트리지는 않았지만 봄이다. 요한 씨의 봄이 '말짱 황'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 책속에서

1941년생 요한씨가 항문병과 함께 앓고 있는 병은 협심증, 신부전증 외에 양쪽 고관절 대퇴골이 썩어 들어가는 '대퇴골 두무혈성 괴사'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 병은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지나친 음주가 원인인 경우가 많단다.

고관절에 인공관절 치환 수술을 하면 되련만 치료비가 수 백 만원. 돈이 없는 요한씨는 임시방편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그러니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다. 치료는커녕, 끼니까지 걱정할 판이다. 이 때문에 다른 병까지 생겨난다. 아프지만 치료할 수 있는 돈이 없어 죽음으로까지 이르는 가난한 사람들의 전형이다.

"과장님, 입원 좀 해야겠십니뎌."
"왜요? 항문이 또 곪았습니까?"
"똥구멍도 우리하니 아프고, 도대체 허기가 져서 못 살겠다 아입니꺼!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춥기도 춥고 배가 고파 친구 집에 가서 남아있던 밥과 김치를 마구 퍼먹어도 배가 고파서…."

항문 검사를 해보니 수술했던 곳이 다시 발그스레해져 있었고 살짝 눌렀더니 조금 아파했다. 통원치료를 해도 괜찮을 듯했지만 추운 날씨에 다리도 불편한 사람이 움막 같은 집에서 혼자 겨울을 날 것을 생각하니 차마 통원치료 하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원하십시다. 요한씨." 

이런 경우는 얼마간 사회 입원이다. 굳이 병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다른 까닭으로 입원을 결정하는 경우였다. 주방 수녀님에게 밥을 꼭꼭 눌러 담아 달라고 부탁도 했다. 고관절만 이상이 없다면 다시 수술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수술 뒤 똥이 새는 가장 나쁜 결과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은 없었지만 말이다. -책속에서

눈이 귀한 부산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2006년 어느 날, 저자는 퇴근 길에 47일간 입원했다가 퇴원, 얼마전에 통원 치료를 온 요한씨의 까칠한 얼글을 떠올리며 안타까워 한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요한씨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견뎌내야만 하는 참혹한 겨울이다.

책은 이처럼 우리 사회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아픈 사연들로 계속된다. 차라리 모르고 있으면 좋겠다 싶을만큼 너무 아픈 사연들. 그나마 다헹인 것은 저자나 저자가 일하는 구호 병원 수녀님들, 구호병원에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어쨌건 책을 읽는 동안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아프고 참혹한 사연과 헌신적인 봉사에 자꾸자꾸 울컥울컥해진다.

책속에는 영등포 쪽방촌에서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다 얼마전에 타계한, 우리 사회 의사와 성직자들에게 귀감으로 살았던 '쪽방촌의 슈바이처 선우경식 원장님'이나 가난한 나라 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태석 신부 등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의사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이 책을 부디 꼭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 이런 의사 참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많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참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많다. 이 책 자체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나왔거니와 이렇다할 홍보가 힘든 가난한 출판사에서 나왔다. 또한 이 책의 수익금은 무료진료를 필요로 하는 가난한 사람들 치료비로 쓰인다니 말이다.

저자는 8년간 근무한 구호병원을 그만두고 현재는 부산의 가장 가난한 달동네에 후배와 함께 남부민의원을 운영 중이다. 구호병원이나 가난한 아이들의 공부방인 우리두리 공부방, 이주노동자들의 쉼터(무료진료소) 도로시의 집 등과 5분 10분거리인 곳.(저자가 모두 봉사를 하는 곳이다)

구호병원에는 저자가 담당하던 외과의사가 여전히 없다. 저자가 일주일에 공식적으로 2회, 일요일이나 퇴근 후 틈틈이 그들을 진료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가 후배와 함께 운영하는 남부민의원은 부산의 가장 가난한 달동네에 위치, 저자와 공동 운영자 후배는  오늘도 3000원이 없어 치료를 하지 못하는 가난한 달동네 사람들을 위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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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2008-10-0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주전에 부산에 출장갔다가 방송에서 뵌 분 같습니다.
그러잖아도 책좀 사보려고 검색하는 중에 리뷰를 볼 수 있어서 반갑습니다.
 
똥꼬 이야기 - 외과의사 남호탁의
남호탁 지음 / 부표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수많은 사이트들이 '숙변 제거'에 자신 있는 전문기관임을 광고하고 있다. 한 두 업체가 아니다. 심지어는 관련 책도 있다.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치고 숙변 제거에 관심을 둬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숙변만 제거해도 4~10kg은 거뜬히 뺄 수 있다고, 잡지나 온라인 등의 여러 사이트에서 관련 자료까지 제시하며 꽤 근거 있게 홍보하고 있을 정도인데 말이다.

비만뿐일까? '숙변 제거' 업체들은 숫제 한 술 더 떠 위 포털사이트의 지식백과에 적힌 것처럼 '암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 등, 만병의 원인'으로 이 숙변을 지목하고 있다. 숙변 제거 약을 먹고 얼마간의 효과를 봤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숙변, 이젠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외과 의사이자 대장 내시경을 다루는 의사로서 단언컨대, 숙변 같은 건 없다. 숙변은 존재하지 않는 허깨비에 불과하다." - 똥꼬박사 남호탁

외과의사인 남호탁이 <똥꼬 이야기>(부표 펴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숙변은 없다, 숙변제거제는 상술이 낳은 산물일 뿐

"대장수술이나 대장내시경검사를 하기에 앞서 환자에게 설사를 유도하는 약을 먹여보면 숙변의 존재가 얼마나 허무맹랑하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인가가 백일하에 드러난다. 대장을 말끔히 비운 후 속을 들여다보면 발그스름한 색깔을 띤 대장이 여간 아름다운 게 아니다. 물론 눈을 씻고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도 숙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숙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그 무게가 4킬로그램에서 무려 10킬로그램까지 나간다며 목에 핏대를 세우는 이들도 있으니,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 책 속에서

저자는 대장항문전문의다. '똥꼬박사'란 별칭이 붙을 만큼, 더러는 '똥꼬박사'의 명성을 듣고 치료받고자 먼 거리의 환자까지 저자가 운영하는 병원을 찾을 만큼 '똥'에 관한 한 국내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인정받은 전문가이니 말이다.

"실제로 발견되지도 않거니와 이론적으로 숙변이 존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대장의 가장 안쪽인 점막은 미끌미끌한 점막으로 덮여있을 뿐만 아니라 대장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도 못하고 꿈틀대는 연동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대장에 무슨 수로 똥이 그리 오랜 시간 동안 달라붙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대장의 벽을 이루고 있는 세포는 천 년 만년 대장 벽에 달라붙어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떨어져 나가 운명을 달리한다. 하물며 똥이라고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 대장에 찰싹 달라붙어 있을 수 있겠는가." - 책 속에서

그런데 숙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저자만이 아니란다. 저자는 "의학 문헌에도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대장과 관련된 분야의 의사들도 하나같이 없다고 한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솔직히 숙변에 관한 이 글을 읽다가 은근히 부아가 났다. 나도 3년 전쯤 "숙변 제거를 하면 몸속 쓸데없는 무게를 줄일 수 있어 몸도 발걸음도 훨씬 가볍다", "숙변이 내뿜는 독소까지 제거되니 피부가 고와진다", "그냥 두면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운운하는 동네 약국 약사의 권유로 숙변제거제를 사먹은 적이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약사나 아는 사람의 권유로, 혹은 약국에 붙은 '숙변 제거'란 홍보 문구를 보고 한 번쯤은 사먹었음 직하다. 심지어 내 주변에는 한 술 더 떠 이 숙변제거제를 절대적으로 맹신, 기생충 약 먹듯 주기적으로 먹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정말이지, 저자나 수많은 전문의들의 말처럼 숙변이 정말 터무니없는 존재요, 쉽게 말해 약을 팔아먹자는 얄팍한 술수가 분명하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관계 당국에 관련조치를 취하게 해야 함이 의사로서의 마땅한 소명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똥'에 관한 가장 전문적인 이야기들, 똥은 내몸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모두 25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저자의 숙변에 관한 글은 꽤 길다. 이 숙변은 우리 사회가 좀 더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정신병으로 요양원에 있는 아들이 배설만이라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배설을 돕는다는 것들을 사서 시시때때로 아들을 찾는다는 어떤 늙은 어머니의 사연인 '(똥이)꽃처럼 아름답다우!'란 글은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다.

두 눈을 보지 못하는 한 사내가 오랫동안 고향 친구들의 도움으로 돈을 모아 오랜 고질병인 치질을 수술했다. 두 눈이 보이지 않으니 같은 병실의 환자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건만 사나이는 도리어 다른 사람들을 향기로운 꽃으로 만들었다는 '전염되는 게 어디 병뿐이랴'는 이야기도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방귀 때문에 이혼할 뻔한 어떤 부부, 직장암 수술을 받은 후 왕성한 발기 때문에 주책 바가지로 몰린 어느 할아버지는 유쾌하다. 

"왜 하필 똥꼬의사냐?"며 따져 묻는 딸아이를 통해 대장항문전문의의 정체성을 묻는 글에서는 우리가 터부시하는 똥을 상대로(?) 살아가는 의사의 소명감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만 들려주지 않는다. 병실에서 일어난 지갑 분실 사건을 통해 명품 집착 현상을 꼬집거나 지방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을 통해 우리 사회 의료 현장을 되짚어 본다. '직장수지검사'보다 기계 검사를 맹신하는 의사나 환자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한다. 

숙변처럼 공공연한 의료 상식이 되어버린 것을 바로 잡으려는 저자의 소명감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이다. 더럽다고 터부시하며 고상한 척 '대변'(대변은 일본식 한자)이라 말하는, 평소 더럽게 여기지만 변비로 끙끙대거나 치질로 고생하는 순간 지옥이 따로 없어 절대로 나 몰라라 간과할 수 없는 '똥'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 몸을 돌아 나온 똥은 우리 몸을 가장 잘 안다." 내 몸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사람, 변비나 치질, 대장질환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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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09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이런 재밌는 진실을 담고 있는 책이군요.
잘 먹고 잘 싸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죠. 똥똥똥~ 우리말 이름을 찾아줘야죠.^^

필터 2008-09-10 10:29   좋아요 0 | URL
이 저자의 또 다른 책으로는 <똥꼬의사>가 있다네요.
신변은 재미있게
진실은 날카롭게
의학적인 부분은 아주 진솔하게 쓰여진 글들이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이분과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면 몇시간이 훌렁훌렁 흔적없이 사라질 듯...꼭 읽어보셨으면 해요^^

순오기 2008-09-1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축하합니다~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이네요.
두둑한 적립금으로 보고 싶은 책도 살 수 있으니 땡잡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