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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면? 없다면! 생각이 자라는 나무 12
꿈꾸는과학.정재승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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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고 뒤따라 올라가다가, 한꺼번에 많이 보이는 엉덩이들을 보면서 '방귀에 색깔이 있다면?'하고 엉뚱한 상상을 해 본 적은 혹시 없는지? 그러다가 노랗고 빨갛고 파란 방귀가 구름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상상 때문에 혼자 슬며시 웃고 만 기억은 혹시 없는지?

대변이나 소변처럼 방귀로도 건강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방귀가 구린 것은 소화불량, 구릴수록 속이 안 좋다? "요즘에 방귀를 한 번도 뀌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 과연 진실일까?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동아시아 펴냄, 2001년)로 '과학은 과학자들만의 것이 아닌 대중들의 것, 얼마든지 쉽고 재미있고 유쾌하다'를 직접 느끼게 해준(내게는 그랬다) 정재승의 지극히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대답은 "모두 거짓!"

"본인이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정상적인 소화 기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루에 콜라 1.5L 페트병만큼의 방귀를 뀌며 살고 있다. 적게는 450ml, 많게는 2000ml의 생체 가스가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열 번에서 열다섯 번 정도로 나뉘어 엉덩이 사이로 빠져 나간다. 심지어 죽고 난 직후에도 사람의 몸에 아직 남아 있던 방귀는 밖으로 빠져 나온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이유는 영리한 방귀가 사람들이 자기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몸에서 빠져나오는 즉시 스리슬쩍 주변의 공기로 숨어버려서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시라. 지금도 옆 사람의 엉덩이에서 방귀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 책속에서

단지 구리고 교양없는 방귀? 만약 방귀에 색깔이 있다면?

방귀에 색깔이 있다면? 왜 어떤 날은 방귀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구리고 어떤 날은 구수한 걸까? 왜 어떤 사람의 방귀는 더욱더 구리고 (그는) 유독 방귀를 잘 뀌는 걸까? 우리들 방귀의 성분은? 몸의 이상도 알려주지 못하는 방귀, 단지 구리고 교양 없는 것에 불과할까?

방귀의 성분은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가스 등이며 가장 많은 성분은 수소다. 이중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는 공기와 함께 유입된 것이고, 수소와 메탄가스는 장내 세균들이 음식물을 먹고 뱉어낸 것이다. 흔히, 방귀와 메탄가스를 연관시키는데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메탄가스가 포함된 방귀를 뀌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 3분의 1가량이란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방귀 특유의 구린내는 장내 세균이 만들어내는 황화수소물(SH) 때문이다. 따라서 황성분이 많이 함유된 브로콜리, 달걀, 소고기를 많이 먹었을 경우 방귀 냄새가 지독해진다. 즉, 질환이나 병 때문에 방귀가 구려지는 것이 아닌,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 구린내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사람마다 장속에 다른 종류의 세균을 지니고 산다. 대부분의 장내 세균은 장속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음식물 찌꺼기들을 먹고 수소를 배출하는데, 이 수소를 마시고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세균들이 지독한 방귀의 주범이다. 이처럼 냄새를 결정하는 방귀 성분들은 그러나 색깔 결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의 방귀엔 색깔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색깔 있는 방귀는 전혀 불가능? 아니, 특정 성분의 알약을 먹어 방귀의 성분에 색을 혼합하여 어느 정도 조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노력으로 위장 기관의 상태에 따라 색깔이 다른 성분의 방귀가 배출된다면 내시경 검사로나 진단이 가능했던 병과 질환들을 일반인들도 쉽게 판단할 수 있어 위암으로 인한 사망을 훨씬 줄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방귀에 색깔이 있다면?' 이 엉뚱한 호기심은, 구리지만 절대로 부끄럽지 않는, 우리들과 평생 동고동락하는 방귀의 진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미항공우주국이 방귀 연구를 했다는 사실이나 가축의 방귀 그 진실과 활용법은 방귀의 과학적 접근이다.

저자가 상상해 내는 색깔 있는 방귀의 세계, 그 형형색색의 방귀 세계에 맘껏 빠져들면서 별의별 상상을 하였다. 20여 년 전 어느 날 지하철 을지로 3가역 계단을 올라가면서 '방귀에 색깔이 있다면?'이란 호기심이 갑자기 일었고, 결국 모락모락 방귀들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웃었던 기억도 떠올라 더욱더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 중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여 방귀에 색깔을 입혀 의학사에 굵은 획을 그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우리가 지금 당연한 듯 누리고 사는 것들도 예전에는 전혀 불가능했거나 황당하고 엉뚱한 것이 아니었는가!

사람의 혀가 두배로 길어진다면?…, 엉뚱한 호기심들, 하지만 재미있는 과학! 

<있다면? 없다면!>은 17개의 굵직한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여러 개의 작은 주제로 묶어 '딱딱하고 어렵다.' '과학을 전공한 사람들, 우수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흥미롭고 유쾌하게 들려준다.   한마디로 이 책은 황당하고 엉뚱한 호기심으로 과학 지식과 상식들을 쉽게 알려주는 그런 책이라고 할까? 주제들도 우리 몸이나 생활과 직접 관계되는 것들이어서 훨씬 설득력 있고 유용하다고 할까?

'만약 아기가 나무에서 열린다면?'편의 이야기들은 인공자궁, 양수, 임신과 여성의 신체구조, 임신과 사회 등에 관한 이야기다. 여기에는 1990년 일본 동경대학교 교수 요시노리 쿠와바라 박사가 최초로 인공자궁을 실현해냈다는 것과 2004년 9월에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자궁을 만들어 냈다는 놀라운 사실도 있다.

사람의 혀가 두 배로 길어진다면? 혀가 길면 영어 발음이 좋다? 세상에서 혀가 제일 긴 사람은? 사람의 얼굴이 음각이라면 범인도 친구도 알아볼 수 없다? 만약 손가락이 사라진다면 인간의 얼굴이 개나 늑대처럼 길쭉해질지도 모른다? 등의 이야기들은 사람이 이렇게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 어떤 과학책보다 쉽고 재미있게 말해준다. '못생겼어도 이렇게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해!'라며 우리 몸에 고마워해야 할 그런.

정재승과 '꿈꾸는 과학'의 상상력 프로젝트 '있다면? 없다면!'

이 책의 저자는 정재승과 '꿈꾸는 과학'이다. 정재승은 2003년 5월 25일에 '과학의 대중적 글쓰기에 뜻이 있는 대학생을 모집한다'라고 공고했다. 이렇게 모여든 이공계 대학생은 28명이었다. 이들은 '꿈꾸는 과학'이란 이름으로 매주 만나 과학 책을 읽고 논쟁적인 과학주제를 토론해 '있다면? 없다면!'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했단다. 그리하여 몇 년 동안 토론과 글쓰기를 진행하며 고치고 거듭 고치기를 반복해 그 결과물로 이 책을 내게 됐다.

과학 대중화의 대명사인 정재승과 '꿈꾸는 과학'은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세상을 뒤흔들어 놓을 새로운 과학은 항상 '당연하다고 믿는 상식을 비판적으로 따져 보고, 근거 있는 상상력으로 뒤집어 보는 데'에서 시작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엉뚱한 상상을 상상으로만 그치지 않고 치밀한 과학으로 되짚어 봄으로써 누구나 과학적 상상력으로 충만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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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딱새 잠재우기
다이앤 레드필드 매시 글, 스티븐 켈로그 그림, 임영라 옮김 / 푸른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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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삐리 삐리 삐리리리~! 삐리 삐리 삐리리리~!…"

동물원의 밤. 동물들이 막 잠들자마자 난데없이 노랫소리가 들려 와 동물들의 선잠을 깨우고 말았다.

이제 막 새로 들어온 아기 딱새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동물들이 타이르고 부탁하지만, 제멋대로인 철부지 아기 딱새는 눈을 더 초롱초롱 빛낼 뿐 도무지 수그러들지 않았다.

"난 하루종일 잤는걸요. 지금부터는 노래할 시간이라고요…."

아기 딱새 때문에 동물들의 상쾌한 아침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밤새 동물들의 잠을 방해하며 노래를 부른 아기 딱새는 아침이 되자 리넨 나무 위로 올라가 이제는 잠을 자야 하니 조용히 해달라고 도리어 짜증을 냈다.

밤낮이 바뀐 아기 딱새 때문에 동물들은 날마다 잠을 설쳤고, 아기 딱새와 옥신각신하였다. 모두들 잠자는 밤에 아기 딱새를 함께 자게 할 순 없을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느 날 사자가 꾀를 낸다. 사자는 곰에게, 곰은 하마에게, 하마는 뱀에게, 뱀은 또 다른 동물에게… 속닥속닥. 사자가 낸 꾀는 무엇일까?

"사자는 쁘르렁 쁘르렁 쁘르르~!, 코끼리는 뿌루 뿌루 뿌루루루~!, 곰은 빠라 빠라 빠라 빠라라라~!, 기린은 푸라 푸라 푸라라~!…,"

어느 날 동물원이 발칵 뒤집혔다. 사자의 제안에 따라 동물들이 저마다 다른 소리로 아기 딱새를 흉내 낸 것이다. 작가는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흉내 내고 따라하면서 말을 배우고 동물들의 특성을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의성어를 그림책에 넣었다.

단순하면서 다양한 책 속의 의성어는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연령의 아이에게는 좋은 놀잇감이자 학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생생한 그림도 이 책의 장점이다. 잠든 사자의 얼굴에선 초원의 풍경이 떠오르고, 하마에게선 노을에 휩싸인 평화로운 강이 생각날 만큼 그림들은 생생하다. 사자와 하마가 바로 눈앞에 있어 다가가 잠든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콧김이 쌕쌕 느껴질 것 같다고 할까?

잠자는 모습만이 아니라 화난 모습, 아기 딱새를 흉내 내는 모습 등, 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동물들의 표정들이 재미있다. 그래서 그림만 유심히 살펴보면서 넘겨 읽어도 즐거운 상상이 되고 기분도 좋아진다.

이런 책은 전체적으로 읽게 한 다음(읽어주거나) 다시 처음부터 그림과 말을 살펴가며 읽으면 훨씬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아기 딱새 잠재우기>(다이앤 레드필드 매시)는 1963년에 출간된 이후 어린이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오다가 2000년에 스티븐 켈로그의 그림으로 재출간되었다. 이 그림 동화가 세계의 여러 나라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아기에게 가족 모두가 잠자는 밤에 함께 자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할 수 있을까? 밤낮이 바뀐 아기 딱새를 잠재우려고 애쓰는 동물들의 모습에선 밤낮이 바뀐 아기를 안고 전전긍긍하는 한 가족의 풍경이 쉽게 느껴진다.

<아기 딱새 잠재우기>는 연령이 낮은 아이에게는 잠자리에서 읽어 주면 좋고, 좀 더 큰 아이들과는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 지켜야 하는 예의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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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국어 교과서 1 - 맞춤법 되기 전에 시리즈 4
고흥준 지음, 마정원 그림, 정호성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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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뭇잎, 나뭇가지, 혼잣말이라고 쓰는 것이 맞지만 나무꾼은 '나뭇꾼'이라고 쓰면 틀린다. '햇님, 윗층, 아랫층'이 맞을까? '해님, 위층, 아래층'이 맞을까? '웃어른'과 '윗어른' 중 누가 진짜 어른이며, '윗옷'은 언제 입고 '웃옷'은 또 언제 입어야 할까? 어느 때 '부딪치는' 거고 어떤 경우에 '부딪히는' 걸까? '-률'과 '-율'의 확실한 차이, '왠'과 '웬'의 쓰임새는?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시리즈 중 한 권인 <만화 국어교과서>는 이처럼 자주 헷갈리는 맞춤법과 알쏭달쏭 혼동하기 쉬운 띄어쓰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첫 장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같은 낱말이지만 어떻게 읽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사이시옷의 쓰임새 설명이다.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물이나 현상을 바탕으로 용례설명을 하고 있어서 이해가 그만큼 쉽다고 할까?

알쏭달쏭 사이시옷, 넣어야 할까 넣지 말아야 할까?

나뭇가지, 나뭇잎, 혼잣말은 각각 나무+가지, 나무+잎, 혼자+말. 이처럼 두 단어가 합쳐지면서 'ㅅ'이 붙었다. 이런 현상을 '사이시옷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ㄴ'이나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날 때, 'ㄴ,ㄴ' 소리가 덧날 때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사이시옷을 넣어 그 소릿값을 알려주는 것'이다.

① 두 낱말이 합쳐질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가 나면 사이시옷을 넣는다.
② 두 낱말이 합쳐질 때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나면 사이시옷을 넣는다.
③ '-꾼'이나 '-님'과 같은 접미사 앞에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④두 낱말이 합쳐질 때 뒷말의 첫소리 'ㄴ,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면 사이시옷을 넣는다.
⑤된소리, 거센소리 앞에서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 사이시옷현상정리


가장 많이 적용되는 사이시옷현상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나무'와 '가지'를 합쳐 '나무까지'로 읽는데, 이처럼 두 낱말이 합쳐질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가 나면 사이시옷을 넣는 ①을 적용하여 '나뭇가지'로 쓰고, '나무'와 '잎'을 합쳐 '나문닢'이라고 읽는데 'ㄴ,ㄴ' 소리와 관계되는 ②를 적용, '나뭇잎'이라고 쓴다. 그럼 '혼잣말'은 어떤 경우일까?

하지만 같은 낱말인 '나무'가 '꾼'을 만나면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그래서 '나무꾼'이 맞지 '나뭇꾼'도 '나뭇군'도 아니다. 이때 나무가 만난 '꾼'은 노름꾼이나 소리꾼처럼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이기 때문. ③번이 적용된 경우다.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햇님(?). '해님'이 맞을까 '햇님'이 맞을까? '해' 뒤에 붙는 '님'도 접미사인 만큼 해님으로 써야 옳다. 그럼, '동아줄'이 맞을까, '동앗줄'이 맞을까?

주택 보급률이 높아진 이유 등으로 이사풍속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나 그래도 여전히 봄에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한다. 셋방, 즉 '전셋집'이나 '전셋방'을 얻으려면 '전셋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셋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셋방이나 전셋집이지 전셋방이 아니다. 전셋방은 전세방으로 쓰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즉 전셋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세방이다.

전셋돈이나 전셋집처럼 전세방도 '전세'와 '방'이 합쳐진 말인데 왜 전세방만 사이시옷을 얻지 못할까? 이제까지 이유는 모르지만 습관으로 전세방이라고 써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전세돈, 전세집, 전셋방이라고 써왔다면 전셋돈, 전셋집, 전세방으로 고쳐 써야한다.

셋방, 전셋집, 전셋돈은 '세', '전세' 뒤에 합쳐진 말 때문에 된소리가 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게 된다. 그럼 전세방은 '전세빵'. 따라서 사이시옷을 넣어 '전셋방'이 맞는 것 아냐?

한자말에 적용되는 '사이시옷현상 예외'는 반드시 숙지하자

하지만 전셋집, 전셋돈과는 달리 전세방은 전세(傳貰)와 방(房)이 합쳐진 한자말이다. 우리말과 한자어가 만났을 때도 순수 우리말의 사이시옷현상(위의 ①∼⑤)을 적용한다. 때문에 전셋집이 맞고 귓병, 콧병, 아랫방, 양칫물, 예삿일, 훗일, 훗날 등으로 써야 한다.

그런데 예외를 두었다. 두 음절로 된 한자어 중 6개의 단어, 즉 곳간(고간, 庫間), 셋방(貰房), 숫자(수자, 數字), 찻간(차간, 車間), 툇간(퇴간, 退間), 횟수(회수, 回數)에만 사이시옷을 넣도록 정했다. 흔히 대가(代價), 시가(時價), 시점(視點), 초점(焦點) 같은 단어는 자칫 '촛점, 싯가, 시점, 댓가'처럼 쓰는 것이 맞을 것 같지만 6개 예외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 책 속에서

때문에 순수 한자말인 전세방(傳貰房)에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전세방이다. 그런데 사이시옷문제는 이것으로 만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된소리와 거센소리 앞에서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는 ⑤번의 규칙도 있고 규칙에 따랐더라도 경우에 따라 복잡하게 엉키기도 하는 만큼 잘 모르겠다 싶으면 도움 삼을 만한 자료나 책을 보고 또 볼일이다.

⑤ 된소리, 거센소리 앞에서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의 설명에 따라 '위쪽, 아래쪽, 위층 아래층'이 맞고 '윗쪽'이나 '아랫쪽', '윗층'과 '아랫층'은 틀린다. 그럼, '머릿말', '머릿기사', '머릿돌'이 맞을까? '머리말', '머리기사', '머리돌'이 맞을까?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막연한 안개가 속시원히 걷히는 듯

<만화 국어교과서>는 이처럼 우리들의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하여 제대로 된 말의 쓰임새에 대해 쉽고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사이시옷뿐이랴. 모음조화, 역행동화, 용언과 체언, 두음법칙, ㅎ불규칙 등 우리말의 복잡하고 다양한 법칙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띄어쓰기 철칙을 쉽게 설명했다.

앗! 웃어른? 이제까지 '웃어른'보다는 '윗어른'이라고 쓴 것 같다. 또한 '웃옷'이든 '윗옷'이든 한 번도 구별한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웃옷과 윗옷을 이젠 구별하여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허접쓰레기'가 맞는 줄 알았는데 '허섭스레기'란다.

글을 써오면서 왜 한 번도 '부딪치다'와 '부딪히다'를 구분해 본 적이 없을까? 종종 '왠'과 '웬' 앞에서 머뭇거리면서 왜 한 번도 확실하게 짚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률'과 '-율'은 어떻고? 대가(代價), 시가(時價), 시점(視點), 초점(焦點)은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이뿐일까? 이 책을 읽으며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맞는 것처럼 잘못 쓰고 있는 수많은 말들을 만났다. 정말이지 이참에 국어공부를 단단히 했다. 이렇게 많이 틀리고 있다니! 속으로 뜨끔했고 잘 모르고 있거나 막연히 알고 있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안일한 태도가 부끄러웠다.

<만화 국어 교과서>는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시리즈 중 한 권'이지만 이 책을 읽은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중학생이 되기 전부터 어른까지' 필독할 책이라는 것을! 또 이 책이 학습만화지만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하지 않을까? 이 책만 마스터 해도 국어학자의 실력에 버금 될 만큼 많은 양을 실었기 때문이다.

혹은 생각해 보았다. 복잡하게만 생각하던 우리말과 우리말 문법. 이 책에서처럼 이렇게 쉬운 설명이 가능한데 학교 교과서에서는 왜 그렇게 어렵게만 설명할까?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요즘 아이들인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초등학생들에게 받아쓰기와 많이 읽는 것만으로 우리말을 터득하게 하는 우리말, 우리글 교육방법은 이제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고학년이 되어 느닷없이 복잡하게 나타나는 문법 앞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훨씬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바람직한 우리말사용에 훨씬 좋지 않을까?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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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의 작은 우주 - 어린이를 위한 토양동물 이야기
앨빈 실버스타인.버지니아 실버스타인 지음, 김수영 옮김, 김태형 그림 / 사계절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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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한 삽 떠보자. 그 속에 어떤 생물들이, 얼마나 살고 있을까? 열 마리? 아니면 100마리쯤?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풀과 나무가 자라는 일반적인 땅의 경우 몇 백만 마리의 생물들이 살고 있다. 단 한 삽에!

<흙속의 작은 우주>는 이처럼 흙 속에서 살아가는 토양 동물 이야기다. 흙을 한 삽 떴을 때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지렁이나 개미 같은 생물들이 주인공들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있는 거미나 개미, 확대경으로나 겨우 볼 수 있는 선충이나 톡토기, 농작물에게 피해만 입히기 때문에 하등 쓸모없을 것 같은 진드기, 생각만 해도 몸이 움츠려 드는 지네나 노래기 등. 이들은 해충일까? 익충일까?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까?

인간 사회만큼 다양한 개미들의 세계

개미가 다리를 몸 쪽으로 끌어당겨 잠을 자는 것이나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모습에선 개구쟁이의 얼굴이 그려진다. 그런가 하면 엄청나게 큰 먹이를 발견한 개미가 흥분한 상태로 동료들에게 뛰어가 동료들을 툭툭 치며 먹이를 가지러 가자고 재촉하는 모습에선 적극적인 사회인의 모습이 느껴진다.

책 속에서 만나는 개미이야기다. 개미의 종류가 많은 만큼 개미 이야기는 다양하고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늘 흥미롭다. 그러고 보면 곤충들 중 아이큐가 가장 높을 거라고 추측하는 개미는 가장 흥미로운 곤충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개미는 이처럼 밖에서 끊임없는 먹이탐색을 한 개미가 발견한 먹이를 나누어 먹고 산다.

그렇다고 모든 개미가 이와 같은 먹이활동에만 의존하진 않는다. 대부분의 개미가 다른 생물들의 시체, 곡물 등을 먹고 살지만 일부는 지독한 사냥꾼으로 흙 속에 사는 톡토기나 다른 곤충들을 사냥하여 먹는다. 그뿐이 아니다. 저만 아는 통로를 만들어 놓고 다른 개미들의 먹이를 훔쳐 먹는 강도개미도 있다. 그 중 제일 흥미를 끄는 것은 씨앗을 뿌리는 개미들이다.

정원사로 불리는 이들은 잡초나 잔디씨앗을 모아 자기들의 곡물창고에 저장, 씨앗에서 싹이 나기 시작하면 씨앗을 밖으로 옮겨 뿌린다. 이렇게 뿌려진 씨앗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린다. 결실을 맺으면 개미는 씨앗의 일부를 다시 옮겨갈 것이다. 씨앗을 뿌리는 개미 중에는 버섯을 길러 먹는 '가위개미'도 있다.

일개미들은 그들의 지하 동굴로 나뭇잎 조각을 가지고 내려와 잎을 씹어서 부드럽게 만들어 그 조각을 평평한 바닥에 뿌린다. 그리고 나뭇잎 가루위에다 여왕개미가 혼인비행 때 입안의 특수주머니에 숨겨온 버섯포자를 뿌린다. 가위개미는 버섯농장을 정성껏 돌본다. 자기들의 배설물로 농장을 기름지게 만들고 잡초가 우거지면 뽑아버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개미들은 이렇게 재배한 버섯을 먹고 산다.

2개의 위를 가지고 있는 '개미'
버섯을 길러 먹는 가위개미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목동개미'. 이들은 식물의 즙을 빨아먹고 사는 진딧물을 이리 저리 몰고 다니면서 먹이 활동을 돕는다. 마치 사람들이 소나 양떼를 풀이 있는 곳으로 몰고 다니듯. 겨울에는 이들의 알을 자기들의 집 안에서 보호해주고 진딧물이 적에게 공격당하면 사납게 싸우면서 보호한다. 왜 그럴까?

"진딧물은 개미가 좋아하는 꿀을 만들어 낸다. 목동 개미는 진딧물 소들 꽁무니에 바짝 다가서서 더듬이로 진딧물의 배를 톡톡 치며 재촉한다. 그러면 진딧물의 몸에서는 액체가 방울져 나온다. 개미는 솜씨 좋게 입으로 액체방울을 받아서 꿀꺽 삼킨다. 개미의 위는 두 개다. 첫 번째 위는 '사회적 위'이다. 개미는 거기에 임시로 음식을 저장했다가 나중에 군집의 개미들과 나누어 먹는다. 두 번째 위에서는 자기 필요에 따라 음식을 소화 한다" - 본문 중

개미의 위가 2개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개미의 '사회적 위'는 말하자면 동료들을 위한 봉사다. 개미의 군집생활이 서로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사회적 위'를 만든 걸까? 2개의 위가 군집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걸까? 자기 자신을 위한 위와 무리들과 나누어 먹기 위한 '사회적 위'가 따로 있다는 사실은 개미들에게 남다르다.

그런데 개미가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면서 지구 가장 많은 곳에서 보편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진딧물과의 관계에서처럼 수많은 생물들과 상호 적절한 공생을 일찌감치 터득했기 때문이다. 개미들의 다른 생물들과의 적절한 공생과 위가 2개라는 사실은 눈앞의 이익에만 안주하는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토양 생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

<흙속의 작은 우주>는 이처럼 땅속 생물들을 관찰하여 그들의 생태와 자연계에서의 역할에 대해 흥미롭게 들려준다. 이 책을 통하여 만날 수 있는 토양 동물들은 개미와 지렁이처럼 비교적 많이 알려진 것들도 있지만 그다지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들에게 해충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확대경으로 보아야만 겨우 볼 수 있는 선충이나 톡토기, 식물이나 동물에 기생하여 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응애와 진드기, 생각만 해도 몸이 오싹거려지는 지네와 노래기, 익충과 해충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달팽이, 딱정벌레, 쥐며느리, 거미. 이들의 수많은 사촌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사나운 지네지만 알에 대한 모성(?)은 놀랍다. 톡토기의 아름답고도 알뜰한 물방울 목욕이야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확대경을 들고 땅에 납작 엎드려 관찰해 보고 싶을 만큼 생생하다. 청소부라고 불리는 송장벌레가 동물들의 시체를 순식간에 묻는다든지, 쇠똥구리가 똥을 모아 새끼를 키워내는 보금자리를 만드는 이야기 등은 진지하다.

이뿐일까? 구애 춤과 짝짓기, 방어전략, 탈피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놀랍도록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감탄했음을 두말할 필요도 없다. 확대경으로나 겨우 볼 수 있는 미세한 존재들의 짝짓기, 새끼 기르기의 자세한 관찰이라니! 또한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까지 무심히 생각해 온 땅속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해마다 점점 더 많은 흙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덮이고 있다. 건물이 들어서는 그 순간, 땅속 생물들에게는 산소가 차단되고 수많은 생물들이 죽어버린다. 한 삽을 떴을 때 수백만 마리라고 하니 신도시 하나가 건설될 때마다 죽어가는 생물의 수는 오죽하랴.

모든 생물은 흙에서 살아간다

그동안 우리는 자연계로부터 흙을 독점해왔다. 많은 땅에 건물이 들어섰고 많은 흙들이 식량증대의 목적에 오염되어 왔다. 변함없는 사실은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흙으로부터 얻고 있고, 흙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토록 소중한 흙이 이만큼까지 버텨온 것은 이 책 속에서 만난, 작은 토양 동물들이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먹이사슬의 가장 기초단계에 속해있고 가장 많은 포식자들로부터 위협을 받으면서도 모든 생명의 근원인 흙을 기름지게 하는 일등공신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들 생물들의 생태를 관찰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은 앞으로도 우리 삶의 근원이 될 흙을 소중하게 지키는 방법과 자연과의 아름다운 공생을 가르쳐 줄 것이다.

두 명의 공동저자는 인류에게 가장 중요하지만 외면 받아 온 토양생물들의 생태를 관찰하여 흥미롭게 들려줌으로써 아이들에게 자연계의 순환과 건강한 흙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또 토양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관찰 상자 만들기, 토양 동물채집하기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까지 실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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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아이 - 에드워드 고리 시리즈 에드워드 고리 시리즈 10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강은교 옮김, 에드워드 고리 그림 / 두레아이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줄어드는 아이>의 주인공 트리혼은 어느 날 자신의 몸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꼭 맞았던 옷소매가 많이 남게 되고 바짓단에 걸려서 넘어지는 일이 많아진 것. 막대사탕 같은 것을 쉽게 꺼내먹던 벽장 안 시렁에도 손이 닿지 않아 의자를 놓아야만 한다.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엄마에게 이 위기를 하소연하지만 반죽 부푸는 것이 더 중요한 엄마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아빠 역시 마찬가지라 키가 줄어든 트리혼이 식탁이 보일락 말락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도 "장난치지 말고 똑바로 앉아라!"할 뿐이다.

"네가 꼭 줄어드는 체하고 싶다면, 맘대로 하려 무나"(엄마)
"줄어드는 사람이란 없어"(아빠)


이는 엄마 아빠만이 아니다. 담임 선생님이나 스쿨버스 아저씨 등 매일 만나는 다른 어른들도 마찬가지. 그래서 몸집만 줄었지 얼굴은 그대로인 트리혼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도리어 무시한다. 그럴수록 트리혼의 외로움과 상처는 점점 깊어진다.

"그렇지만 내일까지는 다시 늘어나는 거다. 우리 반에서 줄어드는 법이란 없어."(담임)
"여기 이 말(줄어든다는)을 나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구나. 무슨 게을러 빠졌다는 소리 같아 보이는데."(교장 선생님)
"세상에 작아지는 사람이란 아무도 없어."(스쿨버스 기사 아저씨)


'사랑과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고전

<줄어드는 아이>는 어린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어느 날 갑자기 투명인간이 된다거나 몸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재미있는 상상을 소재로 한 동화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자 고민하던 트리혼은 우연히 침대 밑에서 <커지고 싶은 어린이들을 위한 굉장한 게임>을 발견하고 결국 스스로 고민을 해결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몸이 연두색으로 변하는 '이상야릇한' 일을 겪게 된다.

'어? 이번에는 연두색으로? 트리혼은 왜 이렇게 저렇게 변하는 걸까? 혹시 어떤 마법이 씌었는지도 몰라! 불쌍한 트리혼,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 원래의 몸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등등의 상상으로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다.

게다가 트리혼이 불안해 하는 등 부모들의 무관심에 상처 받는 트리혼의 마음 상태 등을 에드워드 고리가 워낙 세심하고 생생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을 보는 즐거움까지 맘껏 즐길 수 있다.

"하이드의 익살맞은 유머와 고리의 그림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 워싱턴 포스트
"특별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끊임없이 사랑받는 고전"-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이 동화에는 이같은 격찬이 좀 많이 붙었다. 출간된 지 30년 동안 '사랑과 관심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고전'으로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또 미국도서관협회의 '주목할 만한 책', 뉴욕타임스의 'Best Illustrated Book'을 비롯한 여러 도서협회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됐다고 한다. 단지 재미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린 사람이 워낙 유명해서?

주변의 한 아이일 수도 있는 줄어드는 존재 트리혼

주인공 트리혼은 좀 특별한 아이다. 하지만 책 속 등장인물들은 트리혼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내성적이어서 친구 하나 없는 아이로, 있으나 마나한 존재다. 콘플레이크를 다 먹고 경품에 응모하라는 엄마의 말을 한 번도 어기지 않을 만큼 착한 아이니까.

말썽이라도 피우면 표가 날 텐데 <톰 소여의 모험>(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처럼 모험심이 강한 것도 아니고 <악동일기>(빅토리아 빅터)의 주인공 '조지 하케트'처럼 악동 기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말썽도 전혀 피우지 않는다.

하지만 즐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56가지나 되고, 콘플레이크로 늘 혼자 아침을 먹는데 콘플레이크보다 콘플레이크 상자에 적혀 있는 경품에 더 관심이 많아 어느 때는 경품 때문에 콘플레이크를 억지로 먹어치우기도 한다.

이렇게 얻은 온갖 경품들로 보관 장소는 미어터질 정도다. 트리혼에게 하나도 소용없는 것들인데도 계속 경품에 집착하고 엎드려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텔레비전만 볼 뿐이다. 그래서 특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특별함은 어른으로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건…… 아무한테도 얘기 않는 게 낫겠어. 내가 아무 소리 않으면 아무도 그걸 알아채지 못할 거야.'

이런 트리혼이 이번에는 몸이 연두색으로 변하지만 더 이상 황당해하거나 고민하지 않고 혼자만의 비밀로 웅크리고 만다. 부모가 나를 무시하듯 내가 부모를 무시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결국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포기하고 스스로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하고 마는 것이다. 앞으로 트리혼은 어떻게 살아갈까?

짧은 동화지만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

작가는 자신이 줄어들고 있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하소연하는 부분까지는 주인공을 '트리혼'이라고 하고 상처 받은 주인공이 사랑과 관심을 포기하고 스스로 세상과의 소통단절을 선택한 이후부터는 버젓한 이름 대신 '꼬마'라고 지칭한다.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에 트리혼은 이제 정체성의 상징인 이름까지 필요 없게 된 존재, 즉 '꼬마'가 된 것이다. 이름을 잃은 트리혼이 점점 줄어들어 먼지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저자 플로렌스 하이드는 수십 권의 아이들 책을 쓴 노장답게, 명성에 걸맞게 관심을 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맛을 숨겨두었다. <줄어드는 아이>의 주인공 트리혼의 이야기를 그대로 우리의 생활 속에 옮겨 놓아 보자.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 트리혼은 우리 주변의 아이일 수도 있고 등장인물들 역시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트리혼은 단지 동화속의 아이에 불과할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잔소리가 귀찮아 스스로 길들여지는 것을 선택하면서 아이는 개성을 포기한 것은 아닐까?

<줄어드는 아이>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세월과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랑과 관심'은 우리 인류에게 영원히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 아닐까? 백 번을 강조해도 여전히 강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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