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쟈 표도르, 말하는 고양이와 개
예두아르트 우스펜스키 지음, 김서윤 옮김, 원유미 그림 / 푸른길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애완용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인 고양이와 개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쟈쟈 표도르, 말하는 고양이와 개>는 진지하고 독립적인 꼬마 '쟈쟈 표도르'가 고양이, 그리고 개와 함께 풀어가는 시골생활. 고양이와 개가 말을 한다는 설정부터 재미있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러시아 동화다.

어느 날, 샌드위치를 먹으며 계단을 내려가는 쟈쟈 표도르 앞에 커다란 줄무늬 고양이가 나타나 쟈쟈 표도르 일에 참견하면서 이들의 특별한 만남이 시작된다.

고양이와 개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샌드위치는 그렇게 먹는 것이 아니야. 쟈쟈 표도르, 너는 햄이 빵 위에 놓이게 해서 먹고 있는데, 햄이 혀에 바로 닿게 빵 밑에 있게 해서 먹어야 해. 그래야 더 맛있어."

쟈쟈 표도르는 부모님을 설득해보지만 엄마는 집에서 동물 키우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고양이를 더 싫어하는 엄마의 반대에 부딪힌 쟈쟈 표도르는 가출을 결심하게 된다. 마음 따뜻하고 착한 쟈쟈 표도르와 성격 좋은 부모가 티격태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언제나 애완동물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일을 나간 사이에 '혼자 살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편지를 한 장 써두고 가출한 쟈쟈 표도르. 고양이와 함께 시골로 가는 동안 '말하는 개'를 만난다. 이들 셋은 함께 살아간다.

독립적인 쟈쟈 표도르, 박식하며 자존심 강하고 바다 출신인 것이 자랑스러운 고양이 마트로스킨, 겸손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지만 자기만의 개성과 취미를 간직하려는 사냥개 샤릭. 이들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

이들은 우유가 필요해 젖소 한 마리를 빌려 키우는데 맥주 원료로 심은 홉을 너무 많이 먹은 젖소가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등 희한한 일을 겪는다. 사건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우유를 먹은 고양이와 개가 엉뚱한 짓을 하고 욕심껏 마신 우체부 페치킨은 "집이 나에게 달려든다"고 우겨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한다.

이것뿐일까? 휘발유가 아니라 음식을 먹고 움직이는 트럭, 샤릭의 사냥 에피소드와 샤릭이 잡아온 아기 '비버'가 벌이는 소동, 따뜻한 겨울을 위해 얻는 가정용 해님 이야기…. 또 어떤 일들이? 재미있고 기발한 상상에 맘껏 웃어볼 수 있는 동화다.

'웃음폭탄' 속에 넣어 둔 깊은 교훈들

그러나 웃음뿐이랴. 물론 작가는 어떤 교훈도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 말을 한다는 설정이 끝없이 이어지는 재미있고 기발한 상상의 이야기를 펼친다. 그래서 언뜻 '재미뿐인 동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잘 살펴보면 교훈이 많은 동화다.

아이들에게 교훈을 직접 말하는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둔 작가는 다만, 어른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쟈쟈 표도르 : 전 저의 아이예요. 전 도시에서 내려왔어요.
우체부 : 너의 아이라니? 그럴 수 없어. 아이들은 언제나 누구네 집 아이어야 한다고.
고양이 : 왜 그럴 수 없어요? 나도 그냥 고양이예요. 누구 소유도 아닌 그냥 고양이라고요.
개 : 나도 그냥 개예요.


고양이와 개가 말을 하게 됨으로써 얻는 것들과 잃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애완의 의미는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할까? 애완동물과 인간의 구분이 없는 이들 셋은 시골에서의 생활을 이끌어가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지켜야 할 것' 등을 깨달아간다. 이 동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러시아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많은 가정에서 개를 기르고 있어서 백과사전에서나 볼 수 있는 종류의 개들까지 거리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사람과 애완동물의 밀착감도 높다고 한다.

처음으로 읽은 러시아 동화인데, 러시아 풍습까지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아이와 키우지 못하겠다는 부모와의 갈등이란 낯익은 소재도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의 고양이와 개가 말을 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고양이와 개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할까? 아이들과 함께 한 번 상상해 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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