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좀 들어 주세요 속 깊은 그림책 3
윤영선 지음, 전금하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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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혓바닥 말고 다른 걸 그려보는 것은 어떠니?"
선생님이 말해요.
쉿! 내 꿈은 요리사예요.
혀에 대해 아는 게 나에겐 가장 중요해요. - 본문 외골수 이야기


혀만 그리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에게 선생님과 엄마는 혀만 그리지 말고 꽃이나 나무, 구름과 산, 가족들의 얼굴을 그리라고 한다. 그래도 아이는 계속 혀만 그리고 또 그렸다.

요리사가 꿈인 아이는 맛을 보든지, 맛있는 요리를 많이 먹으려면 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여러 사람의 혀가 정말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쓴맛을 좋아하는 어른들의 혀를 그리면 쓴맛을 알 수 있을지도 몰라. 단맛이 나는 사탕을 좋아하는 내 혀에서는 꿀물이 뚝뚝 떨어질지도 몰라. 엄마의 젖을 빠는 동생의 혀에는 엄마의 마음이 묻어있을까?' 이런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혀는 참 신기하단 말이야. 그 많은 맛들을 어떻게 다 기억해낼까?'

요리사가 꿈인 아이에게는 예쁜 꽃에 팔랑거리는 나비도, 두둥실 떠다니는 양털 구름도, 밝게 웃고 있는 엄마 품에서 쌔근쌔근 잠든 동생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얼른 자라 요리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온갖 맛있는 것을 맛볼 수 있는 혀만 생각날 뿐.

하지만 혀만 그리는 아이 옆을 지나면서 어른들은 한마디 툭! 던진다. 이유도 안 들어 보고.

"맨 날 혀만 그리니? 다른 것 좀 그려봐!... 다른 것은 그리지 못하니?"

그래도 아이가 고집을 꺾지 않자 어른들은 아이를 고집이 세다고 말한다. 외골수라고도 한다. 하지만 아이의 속마음을 전혀 모르는 어른들의 생각이고 기준일 뿐.

이때 마음을 열고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가 그리고 있는 혀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비슷해 보이거나 같아 보이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고 아이의 생각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외돌토리, 장난이 너무 심해 또래들에게 따돌림 받는 심술꾸러기, 엄마 품을 벗어나지 못하는 응석받이, 늘 대장이 되고 싶어 우쭐거리는 아이, 툭하면 울음부터 터트리는 울보, 무엇이든 해보지도 않고 겁부터 내는 아이, 무엇이든 따라하고 일을 벌이는 괴짜, 엉뚱한 놀이만 하는 공상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쉴 새 없이 어수선한 극성쟁이, 굼뜨고 느린 아이, 편식 하는 아이...

이처럼 나머지 주인공들은 어른들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꾸짖고 염려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지금 내 아이의 모습일 수도 있고 지난 날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보호자라는 생각에 가르치려고만 하고, 어른이 되면서 어느 새 까맣게 잊어버리진 않았는지...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심술꾸러기는 단지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아 장난을 칠뿐이라고 말한다. 응석받이는 친구들과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몰라서 엄마 옆에만 있는 거라며 노는 법을 알려달라고 말한다. 싸움꾼으로 소문난 아이는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면서 싸움은 무조건 나쁜 것이냐? 고 묻기도 한다. 또 다른 아이들은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책 속에는 외톨이, 응석받이, 심술꾸러기, 울보, 싸움꾼, 산만한 아이 등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오롯이 반영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세상에 너무 서툴러서 미처 배우지 못했고 잘 몰라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감정표현도, 말하는 것도 서툰 아이들의 속사정과 진짜 마음이 담겨져 있었다. 어른들을 향하여 외롭게.

<내말 좀 들어 주세요>는 짧지만 가슴에 콕콕 와 닿는 글과, 글에 어울리는 그림이 저마다 한편의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이야기는 18편.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짤막한 글로 표현했는데, 몇 줄 안 되는 글들은 그림과 어울려 메시지가 강하다.

버릇없다고, 편식한다고, 툭하면 동생을 때린다고, 부산스럽다고 혼내기만 했던 아이들을 무조건 혼내기보다 나름의 이유를 한번 들어보면 어떨까?

어쩌면 아이들은 훨씬 근사한 이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잘 하고 얌전하기를 바라는 부모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조금씩 포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동안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했던 나의 버릇과 가벼움에 대해 생각해 봤다. 또 잘하는 것만 눈에 띄게 칭찬하지 말고 못하는 것, 좋지 않은 점도 속사정을 들어보면 용기와 힘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이 책을 통해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에 대해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 아이들의 이야기로만 그치지 말고 주변 사람들의 속사정을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점에서 4~7세로 기준을 잡은 책이지만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좀 느리면 어때요. 오래 걸려서 그렇지 원하는 곳은 다 갈 수 있어요."
"친구들은 내가 자기들보다 굼뜨다고 나를 끼워주지 않아요. 조금만 기다려 주면 나도 잘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화가 나거나, 무엇이 잘 안될 때 나는 눈물이 나요. 울지 않고 또박 또박 말하기란 나에게 정말 어려워요."
"내 말을 들어 주어 고마워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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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여름 2008-03-15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혀만 그리는 아이에 대한 글을 읽으니, 정말 그 아이가 그런 생각을 했을 거 같아요~^^
다른 사람 말에 귀를 기울이는 거, 어렵지만 의외로 재미있을 수도 있겠네요. 다른 사람의 말에도, 행동에도 더 귀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필터 2008-03-16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혀만 그리는 아이...그렇지요?
 
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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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면허를 따겠다는 생각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른 엄마들처럼 평범하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겠지만 솔직히 매사에 어설프고 덜렁대는 엄마가 면허를 딴다는 게 겁이 난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나나가 아기였을 때, 유모차 하나도 제대로 밀지 못해 도랑에 빠뜨린 적도 있는 엄마가 정말로 면허를 딸 수 있을까. 차라리 초등학교 5학년인 내가 어른이 되어 면허를 따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문득 노란아기코끼리가 다가왔다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 나는 11살 소년이다.내 이름은 '요'. 사람들은 요군이라고 부른다.
 
요즘 우리 집은 철지난 장마전선이 턱 버티고 있는 것처럼 칙칙하고 우중충하다. 장마 중에도 햇볕은 종종 나기 마련인데 우리 집 장마 전선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가 손님이 왔을 때만 겨우 엄마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엄마의 느낌은 예전과 달랐다. 아무래도 뭔가 굉장히 근사한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근사한 일이 있는 것이 분명해. 지금보다 크고 멋진 집으로 이사를? 굉장히 근사한 물건을 사려는 것은 아닐까? 아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멋진 일일지도 몰라.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뭔가 근사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거창한 기대를 하고 있는 내게 엄마는 운전면허를 따서 직접 운전을 하겠다는 뜻밖의 말을 한 것이다.

엄마의 말은 너무 뜻밖이었다. 게다가 염려스럽다. 통조림 하나 따는데도 손가락을 베고야 마는 덜렁이 우리 엄마, 기계치인 엄마가 운전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어느 날 면허도 따기 전에 작고 노란, 상처투성이 낡은 자동차 한 대가 온다. 노란 아기 코끼리다.

노란코끼리가 온지 한 달 후에 엄마는 면허를 간신히 딴다. 하지만 덜렁이 초보운전 엄마가 오죽하겠는가! 폼 재면서 바닷가로 드라이브 갔다 돌아오다가 열쇠를 꽂아둔 채 문을 닫아 가족은 몇 시간동안 고속도로에서 고생한다. 주차를 잘못해 견인당하기도 하고 작은 사고로 라이트가 박살나는 등 온갖 일들이 정신을 쏙쏙 빼놓는다.

이 가족의 마지막 이야기는 '노란 코끼리와의 이별'이다. 가족들은 3년 전 아버지와의 마지막 여행 추억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멋진 저녁을 먹고 펜션으로 돌아오다가 엄마는 치명적인 사고를 내고 말았다. 기분이 너무 좋아 덜렁대다가 낸 사고다. 노란 코끼리는 멋진 차를 들이 받고 나가 떨어져 콘크리트 벽에 부딪치며 심하게 파손됐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으면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엄청난 사고였다. 나나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얼어붙어버렸고 엄마도 나도 덜덜 떨고 있는데 이런 가족에게 피해 차량의 운전자가 다가와 필요이상의 짜증과 모멸스런 훈계를 장황하게 한다. 운전자가 여자인 것을 알고 여자가 쓸데없이 차를 끌고 돌아다닌다느니 집에 쳐 박혀 살림이나 하라는 등등.

"엄마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고 낸 사람이 아빠였으면 저 사람은 저렇게까지 말하지 않았을 텐데…."

소년은 엄마에 대한 연민으로 슬프기만 하다. 사고의 충격으로 운전할 자신이 없어진 엄마가 아는 사람들에게 구원요청을 하지만 당장 달려와 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엄마는 용기를 내어 차를 끌고 간신히 돌아온다.

거대한 코끼리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어 간신히 돌아오는 상처투성이 노란 아기 코끼리.

"엄마는 노란 아기 코끼리를 타고 있을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단다. 엄마노릇도 잘 못하고 아내로서도 부족했지만,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물결에 함께 섞여 달라다보면 '어때, 나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잘 하잖아'하는 기분이 들었거든. 엄마가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갈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노란 아기 코끼리 덕분이야. 우리도 이젠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어떻게든 씩씩하게 살아가야해.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놀란 고슴도치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말이야. 엄마는 이제 가슴을 펴고 씩씩하게 나아 갈 거야" - 마지막 이야기에서

희망과 용기의 노란 코끼리는 오늘도 씽씽 달린다

이 책은 폐차 직전의 작은 차 <노란 코끼리>가 우리 집에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11살 요군의 성장 소설이다. 그리고 바람을 피운 아빠에게 이혼을 당한 엄마가 이혼의 아픔을 이겨내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희망과 용기를 상징하는 노란 코끼리다. 나무에 매달려있던 수많은 노란 리본처럼!

자유기고가인 엄마는 '알뜰 수납법' '아이 제대로 키우는 법' 등 엄마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기사를 주로 쓰기 때문에 늘 힘들어 한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는 돈을 벌어야 하는 엄마. 엄마는 늘 바쁘고 집안 살림은 지저분하여 소년은 투덜대지만 엄마가 안쓰럽고 늘 염려된다. 11살 소년의 눈에 비친, 이혼을 했지만 용감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엄마 이야기다.

<노란 코끼리>를 읽다가 저자의 또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세상을 향하여 새로운 삶의 눈을 떠가는 11살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들여다 본 것처럼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니! 이 책을 좀 더 일찍 만났다면 두해 전부터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마음을 한번이라도 더 들여다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잔소리와 꾸지람보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마음이 더 앞섰을 것이다.

훔치고 싶도록 좋은 문장도 많고 감동적인 부분도 많은,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 <노란 코끼리>다.

"나는 가방에서 나나의 팬티를 한 장 꺼내 갈아입혀 주었다.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오줌 좀 싼 걸 가지고 울면 안 돼. 강하고 씩씩하게 살아야 한단 말이야.'" (동생 나나에게 주인공이)

지금쯤 엄마는 낯선 고장의 호텔 침대에 혼자 동그마니 앉아 자신이 저지른 멍청한 짓을 싫증날 정도로 곱씹고 있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 한 곳이 이상하게 찌릿찌릿하며 안 된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정신이 없는 건 덜렁대는 성격 때문이지만 요즘 들어 더 심해진 거, 어쩌면 전보다 일을 더 많이 해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빠가 없어서 두 사람 몫을 혼자 하다 보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내 가슴에는 이제 어두운 기운이 드리워졌다. 마치 유리창을 신문지로 막듯이.-엄마의 실수로 낯선 도시에서 미아가 될 뻔했던 어느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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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7-01-2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은 이야기네요..리뷰 잘 읽었습니다^^

필터 2007-02-07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고맙습니다...^^

2007-02-07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까만 달걀 샘터어린이문고 6
벼릿줄 지음, 안은진.노석미.이주윤.정지윤 그림 / 샘터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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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 재현, 경주, 경민, 달이. 이 아이들은 <까만 달걀>에 나오는 주인공들이다. 이름만으로는 그저 평범한 아이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그릇된 편견과 잣대'가 만들어 낸 특별한 아이들이다. 대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잘못도 없이 세상을 떳떳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야만 하는 혼혈아들.

"쟤, 걔잖아. 혼혈아."
"뭐? 튀기?"
"맞네. 잡종! 윽, 냄새. 야. 냄새 옮겠다. 가자."
"어쭈! 튀기가 김밥을 먹네? 김밥은 한국음식인데 왜 쟤가 먹고 있냐? 에이, 앞으로 김밥도 못 먹겠네. 튀기가 먹는 음식을 어떻게 먹냐? 더러워서!"
- ‘내 이름은 유경민이야’ 중에서


설마, 아직도 '살색' 크레용을 사용하세요?

두 번째 이야기인 '까만 달걀'에 나오는 장면이다.

미술시간. 가족 모습을 그린 재현이는 '살색 크레용'과 '까만 크레용'을 칠할까 한참 고민한다. 흑인병사였던 할아버지를 닮은 아버지와 자신이 피부도 까맣기 때문에. 재현이는 살색 크레용을 집어 누가 볼까 급하게 색칠하지만 언제 보았는지 성구가 잘못 칠했다고 떠든다. 아이들도 재현이 그림에 달라붙어 색칠을 잘못했다고 몰아붙인다.

선생님의 위로에도 여전히 서러운 재현이는 제 방에 처박혀 울면서 피부 까만 아버지와 결혼한 엄마를 원망한다. 재현이 아버지도 놀림과 왕따 속에 자랐고, 직장을 구할 때마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겨서 화합을 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로 셀 수도 없이 거절당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차별과 수근거림은 여전했다.

재현이 아버지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달걀을 삶아 까만 매직으로 꼼꼼하게 색칠을 한다. 그리고 다음날 재현이반에 찾아가 아이들에게 까만 달걀을 모두 나누어 준 다음 껍질을 벗겨보라고 한다.

"...하얀 달걀도 있고 갈색도 있고 알록달록한 메추리알도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까만 달걀도 있어요. 겉모습은 하얀색이거나 갈색이거나 까만색일 수 있지만, 속은 여러분이 보는 것처럼 모두 하얘요. 그리고 똑같이 흰자위가 있고 노른자위가 있어요. (중략)아저씨나 우리 재현이가 겉모습은 달라도 여러분과 똑같이 한국 사람인 것처럼. 아저씨랑 재현이한테도 여러분과 똑같은 한국인의 피가 흘러요. 내나라 내 조국은 겉모습이 다르다고 우릴 몰라볼지 모르지만, 우리는 절대 내나라 대한민국을 몰라보지 못해요."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한국 아버지를 찾아 온 경주, 벌레취급 당하는 태국혼혈아 경민이, 일본인 아버지를 두어 '하-후 데스까'(일본말로 혼혈아입니까?)가 이름대신 불리는 달이, 그리고 필리핀 까막눈 엄마를 둔 아랑이 이야기. <까만 달걀>은 우리들에게 '혼혈아'나 '튀기'로 불리는 이 다섯 아이의 복받치도록 서러운 이야기들이다.

'혼혈'대신, '다문화가정' '국제가족' '온누리안(온세상사람)' 이라고 불러야!

우리나라에 혼혈인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해방직후 미군이 주둔하면서부터이고 보면 우리의 아픈 역사와 함께 시작된 우리 혼혈인들의 아픔이다.

당시 미군을 아버지로 태어난 이들은 손가락질 받고 따돌림 당하며 성장했고, 재현이 아버지처럼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직장에서 거절당하기 일쑤. 군대에서조차 제외시킨 그들이었다. 2만에서 6만 가량이 태어났다고 추산하지만 어렸을 때 입양되었거나 이민 등을 이유로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천 명 정도라고.

한국 땅에서 혼혈인으로 살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짐작이 충분하다.

지금은 해방 직후와는 달리 국제결혼의 증가로 태어나는 혼혈이 대부분. 2005년 기준으로 전체 결혼 중, 국제결혼이 차지하는 비율은 13.6%. 특히 농촌의 경우는 3분의 1이 국제결혼이라고. 이런 추세로 최근 우리 주변에 혼혈인들이 많아져서 이제는 중요한 사회구성원이 되었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제 그만큼 혼혈아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공부하는 일이 흔해진 우리 아이들. 혼혈인 그들은 누구이며 어떤 자세가 바람직한지,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등, 혼혈인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바람직하게 이끌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까만 달걀>은 무척 의미 있는 책이다. 우리 아이들이(우리 모두가) 혼혈아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수치스럽고 재수 없다며 혼혈인친구를 벌레 보듯 하는 두현이 같은 아이들처럼? 살색을 잘못 칠했다고 몰아붙이는 아이들처럼 자라야 할까?

아니. 따돌림 당하는 아랑이의 친구가 되어 주는 속 깊은 금이처럼. 아랑이 엄마를 늘 감싸주는 금이 할머니처럼. 한국과 태국의 멋진 만남으로 경민이가 태어나서 축복받은, 그래서 '국제가족'이라면서 힘들 때 따뜻하게 안아주는 태권도 사범과 재현이 선생님과 같은 그런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다르다는 것은 잘못이 아니에요. 단지 '다르다'는 이유의 차별은 너무 서러워요!"

"'다르다'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차별을 받을 이유가 되지 못해요.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니까요.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모두 달라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답니다. 이제는 내 친구에게서 나와 다른 점을 발견하면 그 친구의 개성을 존중해 줘요. 그리고 서로 같은 점은 어떤 게 있을지도 생각해 봐요. 다른 점은 다른 점대로, 같은 점은 같은 점대로 우리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이유가 되잖아요?" - 여는 글, 김넨시 글 중에서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먼저 소개되고 있는 이 편지 한 통을 여러 차례 읽게 되었다. 그녀는 36세. 보육사의 꿈을 가지고 경북 왜관에서 늦깍이 공부중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백인, 지나치게 하얗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머릿결을 가진 백인 혼혈 김넨시 역시 다른 외모 때문에 외톨이로 자랐다는 고백을 편지에서 하고 있다.

지난해(2005년 5월)부터 크레용의 '살색'대신 '살구색'을 쓰기로 했다. 하지만 '살색'을 '살구색'으로 이름만 바꾸었을 뿐, 우리들 마음 속에는 여전히 살색을 구분하고 그들을 별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 안타깝고 아픈, 뭉클하고 따뜻한 감동이 많은,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까만 달걀>이었다.

다르다면 다른 그들, 하지만 다르다는 것이 '나는 정상, 너는 비정상' 식의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다양한 얼굴색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이들이 다양하게 그린 얼굴색들이 고운 무지개처럼 아름답게 어울리는 그런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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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지킴이 노빈손, 한강에 가다 신나는 노빈손 가다 시리즈 2
박경수 지음, 이우일 그림, 환경운동연합 감수 / 뜨인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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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전만 해도 시골은 물론 도심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제비는 이제 시골에서도 거의 볼 수 없는 새가 되었다. 가을날 자주 볼 수 있었던 새들의 'ㅅ'자 행렬도 거의 볼 수 없는 풍경. 동요에 나오는 ‘따오기’도 ‘오빠생각’이란 노래에 나오는 뜸부기도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는 새가 되고 말았다.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학'도 이젠 연하장이나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정도. 이처럼 우리들의 정서에 자연스럽게 스며있는 새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철새 지킴이 노빈손, 한강에 가다>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생태계가 파괴. 새들은 물론 많은 생물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환경운동연합, 환생교(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들 모임)등 생태계보전에 뜻있는 사람들의 바람으로 나온 책이다.

"새들과 함께 한 지난겨울은 행복했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친 탐조여행과 열흘간의 습지 기행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반도의 습지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안타까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인간과 새들의 공생'을 꿈꾸게 해 준 두루미들의 맑은 울음소리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머리말에서

이런 책을 내기 위해 저자와 환경생태보전에 뜻을 둔 사람들이 수차례의 탐조여행과 갯벌탐사를 한곳은 한강하구. 그럼 왜 하필 한강하구일까?

한강하구는 희귀동식물로 가득 찬 보물창고

유네스코에서는 2개국 이상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 중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접경생물권 보존지역(TBR)'로 지정하였는데 세계적으로 몇 되지 않는 지역인 TBR에 한강하구도 해당한다. 게다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DMZ(비무장지대) 생태와 서해안 해양생태를 잇는 중요한 통로여서 세계적으로 더욱더 주목받고 있는 한강하구다.

여기에, 동북아시아 물새들의 서식지 겸 이동통로라는 것까지 더해지고 보면 한강하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을 하고 보전에 애정을 기울여야 한다. 한강하구에 어떤 새들이 살까?

넓은 습지와 농경지, 다양한 식물과 바다 밑에 사는 생물과 어패류 등을 갖춘 한강하구는 수많은 새들의 보금자리다. 2004년 한 해에만 124종 8만 2천여 마리의 새들이 발견되었을 정도. 그중엔 비교적 흔한 새들도 있지만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희귀한 새들도 많다.

최근 몇 년간 발견된 새들 중 멸종 위기 종 1급은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노랑부라백로,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매 등 6종이다.2등은 재두루미, 개리, 큰기러기, 물수리, 솔개, 말똥가리, 독수리, 잿빛개구리매 등 22종이나 된다. 그동안 보고된 천연기념물만 해도 24종이다. 고양, 김포, 파주를 아우르는 구간은 아예 양쪽의 강변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 250호 재두루미 서식지로 지정되어 있다."-본문에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을 ‘기수역’ 이라고 하는데, 일반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생태계특성을 이룬다. 민물에서 사는 생물도 살고 바닷물에서 사는 생물도 살고 이 두 지역을 회유하는 생물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잘 보전되면 무척 풍부한 생물이 살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생태계적으로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나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 기수역인것.

기수역인 한강하구가 지금처럼만 보전되어도 경제적 가치는 1년 기준 약 7336억 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현재 한강하구의 생태습지와 생물들을 위협하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 <철새 지킴이 노빈손, 한강에 가다>는 이런 사실에 적극적으로 부응한 책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기수역에 해당하는 한강하구가 생태적으로 중요한 한반도 생태축이요, 희귀동식물로 가득 찬 보물창고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 책 덕분에 한강하구를 피부 가까이 받아들여 관심 두는 계기가 되어서 다행이다.

다양한 상식이 풍부한 '철새백과사전'?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노빈손’의 인기는 높은 편이어서 이름만 대어도 알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노빈손 시리즈는 좋아하는 편. 시리즈 한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초등학교 도서관 대출순위도 높은 편이라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줄거리는 평범하다. 이벤트에 당첨된 노빈손과 말숙이가 철새지킴이 탐조여행을 관계자들과 떠난다. 노빈손 일행은 ‘곡릉천’이나 ‘장항습지’처럼 생태적으로 중요한 한강 하구습지를 찾아다니면서 독극물이 든 볍씨를 뿌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몸에 좋다는 뜬소문만 믿고 새들의 먹이인 ‘새섬매자기’ 씨를 말리는 사람들도 만난다. 그리고 습지에서 살아가는 여러 새들도 만나고 위험에 처한 새들도 구해낸다는 줄거리다.

줄거리야 이정도. 하지만 노빈손 캐릭터도 재미있고 책속 내용과 관련시켜 그린 한 컷의 그림들이 만화처럼 재미있다. 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단어와 표현을 써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면서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자세하고 풍부하게 들려주고 있다. 때문에 아이들이 학습이라고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빠져들기에 좋다.

사실 학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당히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본문과 쪽지, 부록으로 별도 구성을 하여서 많은 지식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까지 있었다. 많은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 그에 비하여 흥미롭게! 인기의 비결은 이것 아닐까?

'개펄’은 ‘갯벌’의 방언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둘의 차이점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사람다리와 반대쪽으로 구부러지는 새 다리의 비밀도 알게 되었다. 새들에게 끼워 주는 가락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생물다양성계약'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새들도 사투리를 쓸까?’ 언젠가 무척 궁금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답을 만나 반가웠다. 제주에서 만난 휘파람새와 서울에서 만난 휘파람새는 소리가 분명 다르다고.(물론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점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 관찰)

이 책에서 읽은 쪽지 하나. 독일에서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둘러싼 오랜 논쟁이 있었다고 다. 이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어려운 이론이나 법원판결도 아닌 단 한마디.

“이 세상에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공간을 한군데쯤은 남겨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개발주장은 쏙 들어갔다고 한다. 이런 얘기가 통할 수 있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 뼘의 땅만 있어도 개발하자고 아우성인 어떤 나라(!)에 비하면 말이다. 멸종위기에 있는 개구리 서식지라는 이유로 예정했던 지역 대신 다른 곳에 올림픽 경기장을 세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숨은 일화도 부러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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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8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필터 2006-11-0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사추리라고 적으셨어욤....아고!...바로 잡아 주셔서 감사드려요....^^
 
하늘공원에 맹꽁이가 살아요 아이세움 자연학교 1
김은하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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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2005년) 가을, 서울 상암동 노을공원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행사에 참여하면서 말로만 듣던 노을공원에 처음 가보게 되었다.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은 난지도에서 태어난 쌍둥이 생태공원이다.

노을공원에는 어린 시절 지천으로 보고 자랐던 뱀딸기와 개망초, 개여뀌, 돌콩 등과 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새소리도 심심찮게 들려 왔고 잠자리와 나비는 부지런히 가을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의 노을공원. 아름다운 들꽃들을 피워낸 흙 속에 거대한 쓰레기가 매립되어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15년 전에 난지도 앞을 지날 때 악취가 심했었는데…. 쓰레기 산으로 심한 악취를 풍기던 난지도가 어떻게 이런 건강한(?) 생태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그때 노을공원을 다녀온 이후 노을공원에서 만났던 들꽃들이 자주 생각나던 참에, <하늘공원에 맹꽁이가 살아요>란 책을 접하게 됐다. 이 책을 통해 난지도가 그간 걸어온 길을 알 수 있었다.

난지도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생겨나기까지

가을이면 억새축제로 유명한 하늘공원과 별자리 관측이 가능하다는 노을공원은 예전에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 일 뿐이었다. 하지만 난지도가 처음부터 쓰레기 산이었던 것은 아니다. 난초지초 많아 꽃향기 가득한 섬, 그래서 '난지도'라 불렸다고. 얼마나 아름다운 섬이었으면 겸재 정선이 난지도를 그려 후세에 전하고 있을까.
대동여지도에는 '중초도', 즉 '꽃이 피고 있는 섬'이란 뜻의 이름으로 실려 있다. '꽃섬'으로도 불렸다니 그 향기 그윽함이 쉽게 상상된다. 꽃섬 난지도에서는 땅콩과 수수를 경작했고, 물이 맑아 먹이가 풍부해 수많은 철새들이 날아들었다고도 한다. 택리지에서는 난지도를 풍수지리학상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고 있을 정도다.

이런 난지도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서울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엄청난 쓰레기가 배출되었고 이 쓰레기들을 고민하던 서울시는 난지도에 매립하기로 결정, 1978년부터 1993년까지의 15년 동안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매립, 두 개의 쓰레기산이 만들어진다.

소풍장소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를 얻었던 난지도는 악취를 풍기고, 침출수를 흘려보내 주변의 한강을 오염시키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악취가 얼마나 심했던지 사람들은 흙을 덮는 것으로 악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고 이곳에 흙을 덮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은 난지도를 외면하고 잊고 있었다.

하지만 자연은 난지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자연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편리와 욕심으로 훼손하고 버린 그 상처투성이 땅을 보듬어 안아 치료하고 건강한 되돌려 놓았다. 언제부턴가 날아든 풀씨가 싹을 틔우더니 머잖아 꽃을 피웠고 잠자리와 나비들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차츰 좀 더 많은 동물과 식물이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난지도는 이런 과정을 거쳐 점차 안정을 찾았고, 이후 환경부 지정 보호 동물인 맹꽁이까지 볼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 하늘공원에는 300여종에 이르는 곤충과 달팽이, 거미 등이 살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323호인 황조롱이와 붉은머리오목눈이, 수리부엉이 등 70여종의 새들이 발견된다고. 식물은 모두 합해 500여종이 자라고 있다.

서울의 생태축을 잇는 하늘공원,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온통 콘크리트 건물들로 꽉 차 있는 삭막한 도시, 서울. 서울에는 북한산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산들이 많다. 남산처럼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산도 있다. 하지만 이 크고 작은 산들은 도로와 시멘트 건물들에 인해 서로 끊겨 생태적으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

크고 작은 이런 산들이 서로 연결되어질 경우 산들은 생태적으로 훨씬 건강해질 수 있으며 도시숲(도시가까이에 있어 매연 등을 걸러주는)으로서도 훨씬 뛰어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서울의 생태축을 이어주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아직 온전치 못한 상태다. 매립된 쓰레기에서는 여전히 침출수가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1~2m 정도는 더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늘공원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풀만 무성한 곳으로 끝나고 말까? 울창한 나무숲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난지도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금으로선 불투명한 상태. 하지만 지난날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바람직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면 자연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더 많은 꽃을 피워 우리에게 튼실한 열매를 안겨줄지도 모를 일이다.

<하늘공원에 맹꽁이가 살아요>는 풀 한포기 제대로 자랄 수 없을 만큼 상처 받았던 난지도의 하늘공원이 어떤 길을 걸어왔으며 지금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 어떤 미래가 바람직한지 등,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새삼 느낀 것은 과오를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인간에게 한 없이 관대한, 마치 어머니의 사랑과 같은 자연의 사랑이었다. 우리들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훼손하고 버린 땅을 보듬어 안아 상처를 치유해 다시 인간에게 돌려주고 있는 자연의 은혜를 하늘공원에서 보았다고 할까.

아름다운 섬이 인간의 무분별한 이기심으로 악취 풍기는 버려진 땅이 되고, 그 버려진 땅이 생태공원으로 탄생한 예는 세계에서 오직 한곳, 난지도뿐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난지도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연과 인간의 어떤 공생이 가장 바람직할까?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읽게 할 수 있음이 다행이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하늘공원과 자연생태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자연친화적인 인성으로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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