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대한 실험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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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 로버트. P. 크리즈 지음 / 김명남 옮김 / 지호
무려 기원전에, 초음속으로 날지도 않고, 말을 하지도 않는 평범한 나무 지팡이 하나로 지구의 둘레를 잰 사람이 있었다. 정말이다. 방법도 참 쉽다. 나무 지팡이를 땅에 세우고, 지팡이의 그림자와 그 각도만으로 지구의 둘레를 잴 수 있다. 실제 지구 둘레와 비교하면 상당한 근사값이다. 작대기 하나로 지구의 둘레를 잰다는 것. 그 발상과 논리가 너무 선명하고 깔끔해서 빛이 나는 듯하다.
더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선명한 형태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마땅히 '생각하기'에 대해서도 그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에 들어있는 실험들의 아름다움 역시 그 선명함에서 온다. 그 아름다움은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느끼는 감탄과 별다르지 않다. 독특한 발상과 군더더기없는 전개, 그리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경이로운 결론.
저자인 로버트 크리즈 역시 실험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면에 주목한다. 성실한 연구와 명석한 논리, 명쾌한 실험 구상, 위기를 돌파하는 데 쓰인 몽상가적인 기질들. 마지막으로, 논리적으로는 명확하게 들어맞지만 '아무도 그 이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결과들. 실험이 있기까지의 과정들은 영단어 그대로의 Drama이고, 실험 과정들은 마치 바흐의 음악 같다. 위대한 실험들은 하나같이 아름답다. 과학 속에서 위대함과 아름다움은 거의 동의어라고 봐도 좋다.
이런 책에는 흔히 '역사를 바꾼' 이라는 제목이 달리기 쉽다. 실제로 이 책 속의 실험들도 과학사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보통의 책들은 거기서 그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과학은 아름다움과는 별개의 세계라고들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과학은 빛을 잃고 암기할 공식과 단순한 문제풀이의 세계로 추락한다. 생각해 보라. 그 어떤 아름다움도 없는데 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리는가? 그 수많은 천재들이 다 변태라서는 아닐 것이다.
이번 추천 연재에 과학책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이든 그 안에 있는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식 속에서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분야들, 예를 들어 예술이나 문학, 혹은 역사(리얼 드라마 아닌가) 같은 학문에 비해 과학의 아름다움은 과소평가되거나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러니 이 책 속에서 빛나는 과학의 엄정한 아름다움을 느껴 보시길. 세계는 그만큼 더 넓어지고 더 많이 빛나게 된다.
*이 책은 실험 자체의 원리를 기초부터 다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과학에 약한 청소년들은 부모님 혹은 좋아하는 과학 선생님의 자문을 구해가면서 읽기를 권합니다.
-청소년MD 최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