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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 고다마 사에 지음 / 박소영 옮김 / 책공장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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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이라고 쓰여진 케이지에 들어있는 동물들이 있다. 녀석들은 곧 가스실에서 죽는다.
반려동물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동물이다. 물론 그 동물들 중 대부분은 야생에서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이 그들을 길들였고, 길들여서 함께 살아야만 하도록 만든 뒤에 버렸다. 그렇게 버려진 동물들을 유기동물이라고 한다. 신뢰와 사랑을, 아니 그들의 삶 전체를 가져온 다음에 그대로 내다버리는 행위. 그나마 '달리 어떻게 처분할 방도가 없어서' 그 동물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무 목적도 없이 아무 죄가 없는 생명을 꺼뜨리는 일이 매일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르포 계열 책들이 어떤 감수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최대한 서술을 압축해서 상황을 짧게 보여주는 데서 그칠 때다. 이리저리해서 어찌 되었다는 가치판단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판단이 없는 게 아니다. 특히 슬픈 사건들에서, 그 거대한 감정의 진폭은 문장들의 행간에, 페이지의 빈 공간에 분명히 도사리고 있다. 슬픔은 공백으로 표현된다. 슬픈 르포르타주들은 어느 순간 입을 다문다. 비극은 침묵이 전달한다.
그리고 사진이 있다. 버려진 동물들의 사진이다. 간단히 찍을 수 있는 사진들 같지만 느낌이 만만치 않다. 멍하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개가 있고, 그 개가 들어간 케이지 문에는 '처분 11'이라고 쓰여져 있다. 서술은 2-4문장에서 그친다. 어떻게 개가 왔고, (당연히) 가스실에서 죽었다. 다른 사진에는 가스실 안에 있는 자루가 찍혀 있다. 자루 안에는 새끼 고양이가 들어있다.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 자루만 보인다. 그게 더 슬프다. 많은 이야기가 침묵 속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 책에서는 따로 배울 부분이 없다. 슬퍼하면 된다. 그리고 그 슬픔만큼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뿐이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이 책의 편집에는 아쉬움이 있다. 원서에 추가되어 국내 유명인사들의 반려동물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문장이나 분위기가 다르다. 그래서 원서 부분과 국내 추가 부분이 서로의 맥락을 끊어먹는 경우가 생긴다. '분위기'가 중요한 책이기 때문에 맥락이 끊기는 건 상당히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 책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겠다. 소중한 기록들이 담겨 있다.책을 읽을 수 있는 모두에게 권한다.
-청소년MD 최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