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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알파
/ 아시나노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


  이 책 속의 인류는 아주 천천히 멸망해가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구 온난화나 환경 오염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문명 자체도 그 재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쇠퇴하게 시작했다. 그러니까 소멸이니 종말 같은 단어가 (좀 과장해서)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이 만화는 엄연히 세계 종말에 관한 이야기다. '카페 알파'가 있는 일본만 해도 점점 솟아오르는 바다 때문에 작아지는 중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조용하다. 뿐만 아니라 평화롭다. 안드로이드인 주인공에게 카페를 맡겨놓고 잠시 떠난 주인장(인간)은 몇 년째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다.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니까. 혹 돌아오지 않더라도 괜찮다. 원래 모든 것은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이니까. 슬프겠지만, 그래도 카페는 문을 열 것이다. 사람들보다 훨씬 오래 살도록 만들어진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은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슬픔이 끊임없이 반짝이는 별밤 같다.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든다고 해서 헤어짐의 별빛이 더 많이 깜빡이지는 않는다. 그 나름의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물들은 여전히 태어나고, 그녀와 같은 안드로이드들 중 몇몇은 수백 년에 걸쳐 지구를 여행할 테니까. 그러니 때로 슬퍼하더라도, 기쁨보다 더 슬플 수는 없다. 사라진 만큼 태어난다. 헤어진 만큼 만난다. 오랜 세월동안 카페를 지키고 있는 그녀는 그런 지혜를 터득했다. 시간이 가져다준 지혜를.

  조금 다른 꽃이 피더라도, 겨울이 점점 따뜻해지더라도, 영원히 봄은 되풀이되고 마음은 들뜬다.

  이 작품의 교훈은 딱히 없다. 세월이 바람처럼 지나가고, 곧 추억으로 변할 소소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때로 슬프더라도 천천히 일어나서 다시 내일을 맞는' 만화다. 시간을 죽이는 게 아니라 시간을 잘 보내는 법, 그러니까 시간을 잘 마중하고 전송하는 법에 대한 만화다. 말하자면 <카페 알파>는 훈훈하고 소박한 에피소드로 가득찬, 재미있는, 작은 불교 경전이다. 그러니 청소년들에게'도' 권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쉽고 재미있다.


*이미 전 14권으로 완간된 만화이나, 현재 개정 소장판으로 1권이 재출간되었음. 추후 개정판으로 계속 나올 예정.



-청소년MD 최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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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18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때로 슬퍼하더라도, 기쁨보다 더 슬플 수는 없다. 사라진 만큼 태어난다. 헤어진 만큼 만난다.'
이 멋진 만화에 이 멋진 추천사라니. 아낌 없는 추천!

외국소설/예술MD 2010-08-19 14:20   좋아요 0 | URL
담당엠디님이 오셨군요 ㅎ.. 이거 왠지 부끄럽네요;;;

치니 2010-08-1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오늘부터 우리는> 이후로 이렇게 전권을 소장해야 하는 만화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으리라 결심했건만! ㅠ

외국소설/예술MD 2010-08-19 14:21   좋아요 0 | URL
어쩐지 죄송합니다; 왠지 죄송하네요; 막 눈이 가게 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