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교육의 파시즘 - 노예도덕을 넘어서 ㅣ 프런티어21 1
김상봉 지음 / 길(도서출판)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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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채널을 돌리다가 "TV, 책을 말하다"에서 우연히 이 책의 한 구절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구입한 책이다. 

 학교다닐 때, 도덕이나 윤리, 참으로 식상하고 짜증나고 납득가지 않는 과목이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어떻게 이런 덕목들을 1,2,3,4로 나눠서 정답을 고르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고등학교쯤 되어서였고, 그 과목의 선생님들은 기억조자 나지 않는 몰개성의 인물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 중학교였는지 고등학교였는지, 한 선생님은 나이가 지긋하신 여선생님이었던 거 같은데, 그 때 생각으로도 곱게 자라 세상물정 모르는 이미지가 강했던 양반이었던 것 같다.

말하자면, 윤리나 도덕은 철학이 그 근간일진대, 내가 배웠던 도덕이나 윤리선생님들에게는 철학의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고리타분한 논어만 주구장창 외운 사람같이 느껴졌던 것이 그때의 이미지이다. 물론, 공자의 논어는 그리 고리타분하지도 않고, 논어만 잘 공부해도 사람 사는 데 별 문제는 없을 정도로 훌륭한 책이라는 것은 대학이나 가서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저자인 김상봉씨는 독일에서 칸트 철학을 공부하고 한국에서는 종교철학과 교수를 지냈다 한다. 그리고 저자의 머리말에서 어떻게 이런 책을 집필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게 적혀있다. "실은 3년전까지만 해도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모르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는 저자는 "인간을 자유인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오직 착하게만 만들려는 것은 언제나 불온한 시도이다"라는 철학아래 이 책의 집필을 시작한다. 

 책은 제 1장, 도덕교육의 파시즘, 2장 국민윤리를 넘어서, 3장 윤리학이 철학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하여, 4장 무엇을 위한 도덕교육인가, 5장 윤리적 인간의 탄생으로 나뉘어 도덕과 윤리교육이 어디서부터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꼼꼼하게 비판하고 그에 대한 대안까지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어서 아주 속이 시원하다.

 제 1장 도덕교육의 파시즘에서는 노예를 기르기 위한 도덕교육으로 치닫고 있는 현행 교과서들의 문제점을 꼬박꼬박 지목한다. 타인과 공동체를 위한 도덕, 타인의 불의에 대한 침묵, 예를 들어 사회적 약자에게 예절을 강요한다면, 사회적 강자의 폭력과 횡포에 대해 어떻게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할 지 말해주지 않는 도덕교육에 대해서 비판하고 도덕적 문제 상황을 보여주고 그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타율적 도덕교육, 사람들 사이의 비협력자를 가려내어 제재하는 일이 국가의 가장 큰 기능중의 하나라고 가르치는 국가주의로서의 도덕교육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도덕책을 읽어오면서 윤리책을 읽어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도덕 윤리 교과서의 이런 부분을 대하면서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우리는 그런 교육을 받아오면서 한 번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못할만큼 세뇌당해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도덕교육에 대한 비판만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인들도 정리하지 못하는 철학적 개념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도덕교육이 문제가 있다면 이미 성인이 되어 학부모가 되었거나 혹은 학부모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가치관의 정립을 해야할 것인데, 이런 고민까지도 저자는 매우 친절하게 정리해준다는 점, 그런 이유로 꼭 도덕교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없는 사람들도 한 번 쯤 읽어둘만한 책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연필을 들고 밑줄을 긋느라 바빴으며 이런 철학자가 좋은 책을 펴내준 데에 대해서 감사할 정도였다. 그동안 철학자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 왔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들을 명쾌하게 정리해 준 작가에게 감사한다.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으면 혼돈밖에 남지 않는다. 손쉽게 남들이 정의해주는 논리에 따라가는 정신적 노예이길 자청하는 것도 쉽게 사는 법의 하나이겠지만, 한 번 사는 인생에 대해서 왜 그런지 스스로에게조차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자식은 어떻게 키우고 교육은 어떻게 시킬 것인가. 알고 싶었던 대답들을 정리해 준 좋은 책을 소개해준 KBS TV 책을 말한다에 감사한다. 

 
철학자들은 수천년 동안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학문적으로 물어왔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인간이 삶에서 부딪히는 온갖 문제들에 대해 나름의 고민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이를테면 우리는 덕에 대해서는 소크라테스에게, 정의에 대해서는 플라톤에게, 행복에 대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용기와 절제에 대해서는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쾌락에 대해서는 에피쿠로스에게, 우정에 대해서는 키케로에게, 삶의 덧없음에 대해서는 세네카에게, 건전한 신앙에 대해서는 아우구스티누스와 키에르케고르에게, 정념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서는 스피노자에게, 시민적 덕에 대해서는 로크와 루소에게, 타인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에 대해서는 흄과 쇼펜하우어에게, 세계 평화의 이념과 세계시민적 의무에 대해서는 칸트에게, 한 국가의 국민적 도리에 대해서는 피히테와 헤겔에게, 자본주의 사회의 불의와 부도덕에 대해서는 마르크스에게, 허무주의라는 질병에 대해서는 니체에게, 과학 지상주의의 위험에 관해서는 후설에게, 죽음의 의미와 기술문명의 위험에 대해서는 하이데거에게, 파시즘의 해악에 대해서는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에게,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사르트르에게, 몸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메를로 - 퐁티에게, 욕망의 의미에 대해서는 푸코와 들뢰즈에게, 타인의 의미에 대해서는 레비나스에게, 분배적 정의에 대해서는 롤스에게, 시민 사회의 의사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하버마스와 아펠에게, 생명과 환경에 대해서는 부처와 요나스에게, 말의 힘에 대해서는 비트겐슈타인과 데리다에게 겸손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는 공자에게, 인의에 대해서는 맹자에게, 예의범절에 대해서는 주자에게 배움을 청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지나간 우리 역사의 도덕적 의미에 대해서는 함석헌에게, 앞으로 실현되어야 할 통일을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누구보다 송두율에게 배움을 청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본문중에서

 

200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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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이란 무엇인가 ㅣ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1
에르네스트 르낭 지음, 신행선 옮김 / 책세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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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est Renan, Qu'est-ce qu'une nation?

에르네스트 르낭 지음 / 신행선 옮김 / 해제, 에르네스트 르낭 읽기 

 책세상문고의 고전의 세계는 명저들 중 짧고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글들을 모았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 에르네스트 르낭이라는 프랑스의 학자는 예수의 생애, 기독교의 기원에 대한 비판적 역사,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등을 집필했다고 한다. 르낭은 프랑스의 민족주의를 연구하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자로 책세상 문고에 실린 두 편의 글은 보불전쟁 발발시에 적었던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이고 다른 한 편은 18822년 소르본 대학에서 강연했던 <민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이다.  

 르낭은 이 두편의 글을 통해 민족국가가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결국에 가서는 유럽연합이 그를 대체하리라고 예견하고 있고, 민족이라는 것은 인종도, 언어도, 종교도, 지형으로도 규정될 수 없는 것이며, 언제든지 새로 생겨나고 언제든지 종말할 수 있는 개념일 뿐이라고 한다. 

 책세상 문고에서 고전의 세계와 우리시대총서 두 편 모두 민족에 대해서 말을 하기 시작했던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국은 언제부터인가 단일민족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나라이다.

예로부터 외세의 침략이 그리도 많았는데 어떻게 단일민족일 수 있으며 어떻게 피가 하나도 안 섞일 수 있단 말인가. 반동적 근대주의자였던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되었느냐, 아니면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가들이 주창해낸 논리인 것이냐, 한국에서 민족이라는 것은 상당히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논쟁점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들도 그렇고 사람들은 민족이라는 이름하에 많은 것을 간과하고 많은 것을 무시한다. 그리하여 얼토당토하지 않은 희생자들만 속출하게 되곤 하는데, 나 자신이 무엇인가부터 알아야 한다는 의도에서인지.. 책세상 문고의 시작은 이렇게 피해가고 싶으나 무거운 주제부터 꺼내버렸다. 

 전반적인 개념들이 모두 내가 동의할 수 있는 것들이라 기쁘다고나 할까.

뭐 더 읽다보면 언젠가 워밍업책보다 《예수의 생애》같은 책을 읽게 될지도..

 

200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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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
전재호 지음 / 책세상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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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문고 우리시대 002 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 / 전재호 지음 / 책세상 펴냄
 

책세상 문고 공략하기 두번째.

민족주의에 대해 공부하던 저자가 박정희 체제의 민족주의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가 주변의 권유로 일반인을 상대로 하여 집필하게 되었다는 박정희에 대한 책.

첫 질문은 박정희가 민족주의자인가였다는데, 그 민족주의라는 것이 명확히 무엇인가 말이다. 

 보통 민족주의는 프랑스 혁명을 통해 혁명적, 민주적 내용을 가지고 처음 등장한 것으로 인정되며, 당시 민족의 중심개념은 주권적 시민 = 인민 = 국가였고, 민족주의는 민족의 독립, 통합, 발전 또는 민족적 위상의 고양이라는 지향성만 가지고 있을 뿐, 이를 어떤 수단으로 달성할 것인가하는 전술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민족주의의 특징은

1. 민족주의는 다른 이데올로기와 결합하여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시킨다. 따라서 민족주의는 자기 완결적 논리구조를 갖추지 않은 이차적 이데올로기다.

2. 민족주의는 신분제도에 얽매인 인간과 이민족의 지배를 받는 피압박 민족을 해방시키는 진보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민족을 거부하는 인종주의와 이민족을 지배하려는 제국주의라는 반동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민족주의는 진보와 반동이라는 양면성, 이차성을 갖는다. 

 고로, 박정희가 민족주의자냐 하는 것은 우문이며, 우문에 대해서 저자가 내놓은 현답은 박정희는 반동적 근대주의자였다는 것이다. 반동적 근대주의자란 근대성이 지닌 진보성, 혁명성, 합리성, 민주성을 거세한 Reactionary modernism을 가진 자라는 말로, 근대를 살아가고 있으나 근대의 구성요소를 모조리 제거하고 본인의 권력을 이용하여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편, 이 대단한 권력자를 일컫는다. 

 박정희는 반동적 근대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업적들을 쌓았는가가 이 책의 목차가 되겠는데,

군사쿠테타와 민정 이양, 삼선개헌과 10월 유신, 경제개발계획, 상무정신과 영웅의 부활, 군사주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한 호국 유산의 복원, 이순신과 세종대왕을 통한 영웅사관의 부활, 충효사상의 부활로 국가주의 전통을 되살리기 등, 박정희의 반동적 근대주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한 편의 논문을 읽는 듯한 명쾌한 연구들의 총체 책세상 문고.

지루하지 않고 지나치게 포장되어 있지 않아 편리하며, 어디론가 깊이 들어가기 전에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게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 책은 민족주의에 대해서, 근대화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200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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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체성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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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조금씩 사서 읽기로 한 책세상 문고 우리 시대 시리즈.

탁석산은 서울대를 다니다 중퇴하고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솔직함이 매력인 철학가라는 특이사항을 네이버 검색에 달고 나타났다. 그리고 책을 말한다의 MC를 보기도 했었다. (책을 말한다는 김미화 장정일 시대를 거쳐 현재 법학을 전공한 왕성한씨가 MC를 맡고 있다 : 개인적으로 미친듯이 책을 읽어댄 장정일씨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함.. 그의 독서일기를 들춰보면 기가 질릴 지경;;)

 이 양반은 솔직함이 무기라는 얘기처럼 책도 참 솔직하게 썼다.

말하자면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말해주었느냐? 아니, 그게 그렇게 잘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정체성이라는 것을 도대체 뭘로 규명지을 수 있는 것이냐, 그건 그저 봐서 저 사람은 한국사람이야 라고 말할 수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납득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탁선생의 이야기는 한국인의 주체성에 이어지기 때문에 두 권의 책을 다 읽지 않고 말을 하기가 어려운 면도 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말하길 철학은 빵을 구울 수 없다고 한다. 대학때 현대문학을 가르치던 선생이 문학은 그 용도가 없는 것이다 (文學是沒有用的) 라고 했었다. 소용도 없고 빵도 구울 수 있는 철학, 그 철학을 하는 탁석산 선생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고유성에 대해서, 시원(始原)이 과연 고유성을 결정지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본인이 밝혔듯 이 책은 최인훈의 회색인에 대한 답이라고 했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최인훈의 회색인, 글로벌한 시대, 나날이 국가와 민족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그리고 탁석산이 이 글을 쓴 지 벌써 6년이 지난 세월동안의 급격한 변화, 우리는 정체성을 찾았는가? 역사는 미시사로 흘러가고 세계는 분할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강조하는 정체성과 얼마전 황우석교수의 사건으로 불거진 민족주의에 대해서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은 더 애매모호한 구렁텅이로 빠져가는 지도 모르겠다. 

 현재ㅡ,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저자가 말한대로 정체성을 규명하여준다면, 정체성을 찾지 못해 헤매이는 우리의 모습도 한국의 정체성일지도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은 한국증권 CF가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흠흠)

 

200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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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의 문화번역 - 젠더, 인종, 계층의 경계를 넘어, 문화현장총서
김현미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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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담론에 대한 유행은 이제 지나간 것일지도 모르겠다.

90년대를 풍미하던 페미니즘과 사회적 담론, 문화비평과 해석에 대한 이야기들은 조금씩 조금씩 밀려나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포스트 제국주의, 후식민주의에 대해서 모두들 익숙해져있고, 더 이상 그런 담론들을 문제삼거나 고민하지 않아버리는 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대중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고 다양화되어가고 있다. 시위와 운동에 대한 시선들은 점점 곱지 않고 사람들은 먹고 살고 풍족하게 즐기기에 집중하고 있으니까. 

 얼마전에 있었던 농민집회사건이나 홍콩 WTO 시위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은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무엇이 있느냐와 별로 자랑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었다. 사람들이 조금 더 실용적으로 변해가는 것인지,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것인지, 어떤 대의에 대해서 별 관심들이 없어지는 듯 하다. 탈파시즘의 영향인가. 

 그래서 이 책을 지금 읽는 것은 약간 생뚱맞게 느껴진다. 글로벌시대, 세계화에 대한 것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각되어 왔던 이야기들이고 어쩌면 좀 진부한 이야기 같기도 하니까.

물론 문화번역에서 다루고 있는 시선은 우리 사회의 진보에 가깝다. 그러나 진보이건 보수이건, 이제 이런 이야기들은 웬지 진부해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그러나 우리가 외면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저자가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저자 김현미는 문화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세계화와 여성노동, 여성주의 문화이론, 문화 교차 지역 연구, 탈식민지 이론이 주 전공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문화번역이라 함은 세계화의 시대 - 글로벌 시대 - 에서 교차되고 교통되는 문화들을 각기 다른 세계권에서 어떻게 통역하고 번역하고 해석 해제 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말한다.

책은 논문이나 조사문을 몇 편 엮어놓은 형태로, 기타 문헌에 이미 발표되었던 글들을 동시에 묶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I. 글로벌 시대의 문화 번역
1. 글로벌 도시, 서울
2. 문화 번역


II.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노동의 경합

3. 글로벌 사회는 새로운 신분제 사회인가?
4.“네 문화의 옷을 벗어라”

5. 경계에 선 여성 노동자는 말할 수 있는가?
6. 글로벌‘ 욕망’산업과 이주 여성 엔터테이너

III. 경계를 넘는 이미지와 욕망들

7. 2002 월드컵의‘ 여성화’와 여성‘ 팬덤’

8. 일본 대중문화의 소비와‘팬덤’의 형성

9. 한류와‘ 친밀성’의 정치학

 
예를 들자면, 각 대학에서 발표되었던 문화담론이나 조한혜정 교수의 글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간만에 만나는 문화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해결되지 않았으나 우리가 덮어버리고 외면하는 문제들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또 우리는 정체성과 철학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200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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