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심리학 - 선택하면 반드시 후회하는 이들의 심리탐구
배리 슈워츠 지음, 형선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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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슷한 제목을 가진 책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선택의 심리학, 유혹의 심리학, 설득의 심리학 등등..

다른 책들을 읽어보지 않았으나, 웬지 그 쉬운 듯한 제목에서는 책의 내용이 별 어려움 없이 대중적으로 접근한 마케팅 기법 서적의 냄새가 많이 난다.

제목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축약해서 표현해야 하는 것이 룰이라면, 이 책의 제목은 좀 잘못지어진 듯 하다. 내용이 쉬워보이는 선택의 심리학이라는 제목과 달리, 선택의 심리학은 그리 쉬운 책도 아니고 마케팅 전략서도 아니다. 

 솔직히 나는 이렇게 하면 고객의 선택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라고 하는 마케팅 전략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샀다. 그러나 책은 조금 대중적인 주제를 잡았을 뿐, 소비문화와 넘쳐나는 물건들로 둘러싸인 현대사회에서의 선택이라는 중요한 결정에 대한 복잡한 인간의 심리와 , 어떻게 하면 선택하고도 만족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철학서의 내용까지 접근하고 있다. 

 저자는 청바지를 사러 한 옷가게에 들어가서 혼란스러웠던 일로 글을 시작한다.

예전에는 "그냥 청바지요"라고 하면 될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 스타일도, 워싱 기법도, 색깔도 너무나 다양해져서 청바지 하나를 고르는데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쇼핑이라는 것 자체에 엄청난 피로를 느낀다. 끊임없이 선택해야하고 끊임없이 흥정해야하는 특히 재래시장의 쇼핑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이제 선택의 컨설던트가 각 개인마다 필요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 특히 잘 알지 못하는 품목을 고르려면 한숨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주변의 친구들의 경우도 캠코더를 하나 사려고 하는데, 혹시 최근에 니가 구입을 한 게 있다면 그걸 사려고 한다는 얘기들을 하기도 한다. 이런 심리적인 현상은 이 책에서 말한대로 상대방과 동일한 물품을 구입하여 손해를 보더라도 공동손해를 볼 것이라는 보상을 원하는 심리에 기초한다고 한다.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거나, 기대치를 낮추면 사람들의 삶은 행복하거나 풍요로워지기가 매우 쉽다. 영화를 볼 때도 우리는 항상 말한다. 기대하지 않고 보면 재미있다고. 그리고 한 번 구입한 물건에 대해서 다른 곳에서 가격을 묻지 않으며 그 물건을 만족하며 쓸 수 있다고. 

 이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택의 스트레스에 대해서, 그 선택의 심리와 선택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심리작용들에 대해서 저자는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선택의 심리작용을 분석해서 우리가 조금 더 만족하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재조명하게 해주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야망을 버리고 항상 기대치를 낮추면서 산다면, 그 역시도 행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2006.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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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인간의 동반자
제임스 서펠 지음, 윤영애 옮김 / 들녘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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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나 개의 행동학이나 심리학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몇 번씩 눈에 뜨이는 이름들이 몇 명 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바로 제임스 서펠이다. 제임스 서펠은 영국 리버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펜실베이나 대학의 수의학과에 재직중이다.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동물과 인간사회 : 달라지는 관점 Animals and Human Society : Changing Perspective》(1994, 공저)《애완견 : 진화, 형태 그리고 인간과의 상호작용 The Domestic Dog : its Evolution, Behavior and Interactions with People》(1995, 편저)《동반자로서의 동물 그리고 인간 Companion Animals And Us》(2000)등의 저서가 있으나, 들녘에서 펴낸 이 책 외에는 번역되지 않았고 그나마 원서도 인터넷 특별주문을 해야하는 형편이다.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책은 그리 인기가 있지 않겠지만, 이 책은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본성에 대하여" 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앞에 소개했던 《닮은 꼴 영혼》이라든가 《개에 대하여》와 사실 그닥 다르지 않다. 대신 조금 더 깊이 문화사적, 역사적 고리를 더듬어 그 깊이를 더했다고나 할까.. 부제처럼 동물과 인간, 그 교감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동물을 대하는 변덕스럽고 다양한 사람의 태도를 다시 꼽씹어 본다. 어쩌면 이 책은 인류학적 관점에서 동물사를 재조명한 책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개는 애완용으로 기르면서 돼지는 식용으로 기르는 인간들의 모순과 애완동물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 그러니까 사람은 애완동물을 왜 키우는 것이며,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나 성향은 어떤 것인가, 하는 정말 우리가 궁금해마지 않았던 질문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도전한다. 그리고 동물을 대해왔던 인간의 착취와 연민, 그 이해의 고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돌이켜본다. 

 원시부족사회에서부터 애완동물을 키워왔던 그 역사, 그리고 유달리 개와 고양이가 애완동물로 자리 잡게 되었던 원인, 나이를 먹어 치매에 걸려도 아이로 취급되는 개와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애완동물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보호본능. 그러나 동물을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삼거나 동물을 잡아 먹는 것에 대해서 외면하여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으려는 인간들의 정신적 행동까지 저자는 이런 저런 각도에서 인간과 동물이 함께 해 온 역사를 돌이켜 본다.

그리고 이제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지구상에서 동물과 인간이 같이 걸어야 할 길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최근들어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리고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인식되는 일부계층의 의식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용도와 편의에 따라 동물들을 개량해왔고 사람의 잣대로 재어 기르며 마치 인형이나 장난감으로 영원히 다루면서 "반려동물"이라는 어울리지도 않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 아침 TV 프로에서 태국의 한 도시에 원숭이떼가 상주하여 사람들이 곤란을 겪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도시사람들은 관광수입때문에 그 원숭이떼를 처단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함부로 키우다가 버려대는 개와 고양이가 늘어난다면 굶주림에 지친 들개와 들고양이들로 도시는 넘쳐나게 되어 미래의 어느 도시는 개와 고양이, 비둘기들로 공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저자인 제임스 서펠은 "동반자로서의 동물을 인간의 지위로 격상시킬 때, 그들과 공감대를 가지고 그들이 우리와 닮았음을 인정할 때 인간의 도덕적 우월성은 한낱 착각이며 오늘날 우리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위험하고 독선적인 신화임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동물 사육의 전단계였던 애완동물 기르기가 인류의 역사를 오늘날과 같은 파괴적인 단계로 끌어들였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애완동물이 인간으로 하여금 동물 그리고 자연과의 생물학적 유사성을 더 많이 인식하게 도움으로써 인류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길을 인도해줄지도 모른다"라고 글을 끝맺었다. 

 최근에 등장한 한 이동통신회사의 생각을 이동하라는 CF가 생각난다.

지구는, 인간만의 장소인가, 만물의 장소인가. 우리는 정답을 잘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건방진 인간들은 언제나 자기 멋대로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2006.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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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하여 - 생물학과 동물 심리학으로 풀어 본 고양이의 신비 자연과 인간 8
스티븐 부디안스키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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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이언스 북스에서 펴낸 XXX에 대하여의 시리즈아닌 시리즈 중의 한 권.

스티븐 부디안스키의 책 세 권을 사이언스 북스에서 번역하여 펴냈는데, 그 중 한권은 《개에 대하여》이고 또 다른 한권은 《말에 대하여》이며, 《고양이에 대하여》도 있다. 

 스티븐 부디안스키는 예전 《개에 대하여》에서 소개했듯이 과학 저널리스트이며 유전과 진화론에 입각한 동물 심리/행동학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이 책은 인간과 함께 하는 반려동물 고양이에 대해서 생물학 / 동물심리학 그리고 문화사까지 총망라하고 있으면서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볼 수 있는 작가의 목소리가 큰 책이다. 

 책의 서두는 매우 흥미롭게 시작한다.

"인명 구조 고양이, 경호원 고양이, 맹인 인도 고양이, 폭발물 탐지 고양이, 마약 탐지 고양이, 범인 색출 고양이......... (중략 : 이만큼 읽고 있으면 어..이런 고양이도 있나? 하게 된다)... 원반을 낚아채 주인에게 가져오는 고양이, 슬리퍼를 가져다 주는 고양이 따위는 세상에 없다."

마지막 문장에서 독자는 그야말로 "홀딱 깨게 된다". 이게 바로 저자의 기본 마인드이다. 

 고양이는 반려동물이지만, 개와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사람의 기준으로 생각할 수 없는 고양이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에 대해서 저자는 1장 온 세상에 퍼져 나가게 운명지어진 동물 - 에서는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하게 된 문화사를 얘기하고 2장 검은 고양이와 줄무늬 고양이 에서는 고양이의 유전학과 진화론적 접근을 시도하며 3장 고양이 사회의 기묘한 특성 4장 감정표현 에서는 고양이의 동물행동학과 심리학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5장 개와 고양이 중 누가 더 똑똑한가? 에서는 사람의 편협한 기준에 따라 외면받는 고양이만의 독특한 세계에 대해서 고찰하고 6장 고양이 성격검사7장 고양이의 문제 행동 고치기 에서는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다. 

 사실, 고양이나 개를 동시에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고양이와 개가 얼마나 다른지.

사람들이 고양이와 개가 원수지간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이 두 종류는 상호간에 그리 큰 관심이 없다. 어차피 다르기 때문이다. 개나 고양이가 사람보다 현명한 점은 이들은 서로간의 다른 점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다.

고양이에 익숙한 사람은 같이 놀아달라고 하거나 어리광을 부리는 개가 귀찮게 느껴질 것이고 개에 익숙한 사람은 훈련이나 유혹을 받아들이지 않는 고양이의 고집에 지칠 것이다.

고양이와 개를 함께 키우는 것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지, 혹은 얼마나 만만치 않은 일인지, 실상이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스티븐 부디안스키의 《개에 대하여》와《고양이에 대하여》를 읽으면서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해서 밤새 울어대는 고양이에 대한 대책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할퀴고 도망가는 고양이를 훈련시키는 방법을 당장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실용서적에 해당하는 반려동물 관련서적도 누군가에겐 별 유용하지 못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한 발 한 발 우리는 다른 種을 이해하는 길에 다가가는 것이다. 언어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이 동물을 이해하는 길이 어디 그리 쉽겠는가.

그래도 인류를 대신해 연구하고 고민하고 또 발표해주는 학자들에게 고마울 뿐.

고양이를 사랑하거나 아니거나 고양이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겐 고양이만의 독특한 세계를 인정하는 길의 한 부분을 열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6.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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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대화하는 법
스탠리 코렌 지음, 박영철 옮김 / 보누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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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엔, 바보같은 개가 바보같이 웃고 있다.
코카 스파니엘로 보이는 강아지가 정말 사람처럼 활~짝 웃고 있다.

세계적인 개 심리 전문가라는 캐나다 사람 스탠리 코렌은 이 책에서 정말 개와 대화하는 법에 대해서 열심히, 아주 열심히 개진하고 있다. 개의 언어를 이해하고 사람의 언어를 이해시키는 법. 단순히 개 훈련을 위한 책이 아니라 언어의 의미를 어디까지 그 범주에 두어야 하며 개의 언어는 어떤 방식으로 주로 표현이 되며 우리가 오해하지 않고 개와 의사소통을 그나마 잘 해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언어는 과연 음성으로 발화되어야만 언어로 취급이 되는 것인지, 그렇다면 수화는 언어에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를 의문으로 시작하여 표현언어와 수용언어의 두 종류로 일단 언어의 범주를 나누고 개나 동물의 언어는 인간의 언어처럼 창조적이거나 음성기관을 통해 발화되지 않거나 어떤 정확한 규칙성을 갖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느정도의 신호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일단 언어라고 규정을 짓는 것으로 책의 기본적인 틀이 잡혀있다. 

 그리고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개의 언어에 대해서 저자가 아는대로 모든 것을 남김없이 알려주고 있다. 책의 삽화에 등장하는 개는 야생들개와 비슷한 (한마디로 잡종 똥개) 모습인데, 이런 개가 사실 개들 사이에서는 의사소통을 가장 잘 알아차릴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주둥이가 길고 귀는 뾰죽하며 꼬리는 적당히 말려있고 (본 모델은 꼬리가 좀 지나치게 말려있다) 털은 단모종으로 흥분시 털이 빳빳하게 서느냐 하는 여부를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형태. 

 개들은 입과 귀, 꼬리로 말을 하는데, 사람들이 품종을 개량화 하고 더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으로 만들어내면서 개들 사이에서도 의사소통이 잘 통하지 않는 품종이 생기게 되었다.

귀가 길어지거나 혹은 귀를 자르거나 꼬리를 자르거나 입모양이 짧아지면서 개들은 그 사회에서도 혼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기준으로 개와 의사소통 하기를 강요하기 때문에 개들에게는 혼돈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책은 이에 대해서 저자의 신념있는 주장을 곁들이면서도 무지한 인간들을 나무라거나 꾸짖지 않고 절대적으로 생활에 정말 큰 도움이 될 만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다.

삽화와 도표를 동원해서 개 언어 소사전까지 부록으로 싣고 있다.
개 관련 서적중에 우수한 책 상위권에 손꼽아도 손색이 없다. 

 당신의 개를 사랑한다면 어이없게 신발을 사 신기거나 옷을 사 입혀 나약하게 만들지 말고 제발 책을 좀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소를 키우는 사람들은 소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할 것같다. 생계와 연관이 되기 때문일까?

소를 키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에 대해서 전문가가 되는 것 같은데,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왜 몇 년동안 개를 키워도 여전히 무지한가? 알수가 없다. 단 두 권의 책을 읽었어도, 아니면 제대로 된 인터넷 정보를 이용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을 사람들은 끊임없이 물어댄다.

개의 행동에 대해 인터넷 상에 답변을 해 줄 때마다 한심스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고 그걸 떠나서 이제 화가 나기 시작할 때도 있다. 조만간 개의 행동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개를 키우는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몰지각한 행동에 대해서 책을 써야 할 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인간에 언어가 통하지 않는 개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개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끊임이 없다. 사람처럼 편협한 동물이 다른 종과 함께 동고동락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2006.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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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00만부 기념 소장본 - 전2권 - 칼의 노래 + 칼의 노래 자료집 : 김훈을 읽다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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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 김훈 장편소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이 문장으로 칼의 노래는 시작한다.

나는 페이지를 넘기다 말고 다시 곱씹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그리고 설겆이를 마치고 손을 닦으며 다시 씹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잠이 들면서도 다시 씹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라고..

 

김 훈은 언론사 기자로 살다가 오십이 넘은 나이에 등단한 작가다.

그의 등단은 한국 소설계에 바람을 일으켰고 그의 소설은 명쾌하고 또렷하고 강인해서 좋아한다. 그리고 그의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이입, 등장인물에 대한 무서울만큼 완벽한 몰입이었다. 화장이 그랬고, 언니의 폐경이 그랬고, 개가 그랬다. 그리고 칼의 노래가 그렇다.

 

평론가의 말대로, 칼의 노래가 이광수의 원효대사보다 우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훈은 이순신의 영웅적인 요소를 닮으려 하지 않고 인간적 이순신이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훈이 그린 칼의 노래의 이순신은 남자다. 전쟁터의 장수이며, 남자이고, 아들을 잃은 비참한 아비이며, 고뇌하는 지도자이다. 국민적 영웅, 임금이 보채던 영웅이라기 보다 한 남자였다. 그러나 매우 멋지고 매우 슬픈. 고뇌하는 남자.

 

소설은 자간이 넓고 호흡이 무겁다. 한 이야기들이 5쪽 내지 10쪽 정도의 이야기로 나뉘어 있어 읽고 잠시 한 숨을 쉬게 된다. 그리고 그의 호흡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소설속 이순신의 기억은 냄새에 지배당한다. 죽은 아들의 젖비린내, 품었던 여인의 오래도록 뒷물을 하지 않은 날비린내, 그리고 전쟁터에서의 피비린내. 온갖 비린내가 가득한 전쟁터에서 무우짱아찌 등의 먹을 것이 등장하고 잘라온 적의 머리에는 소금을 더 치라는 얘기들이 난무한다.

 

난중일기를 읽지 않았다. 그러나, 이 글은 난중일기를 긴 호흡으로 읽는 느낌이었다. 작가건 우건 힘든 것은 작중 인물에 대한 몰입이다. 이 글을 쓰는 내내 김훈은 그 겨울밤들이 춥고 무서워다고 했다. 이순신의 죽음이 그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갑옷을 벗은 몸에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서늘함은 눈물겨웠다"던 그의 죽음이 내내 작가를 엄습했을 것이다.

 

"견딜 수 없는 세상에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오래 살고 싶었다"던 이순신, 그는 임진왜란의 호국영웅이라기 보다 세상앞에 혼자 싸운 신념의 남자였다. 싸우고 싶었고 싸워야 했기 때문에 싸웠던 남자, 그 남자의 칼, 그리고 취하고 울고 강산을 물들이던 칼의 노래. 두려울만큼 처절했던 그 모든 냄새속에서, 김훈의 문장으로 호흡하는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

 

2006.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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