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 바다출판사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페이퍼에서 추천글을 읽고 골랐던 책.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루이스 세뿔베다. 그의 전작 연애소설을 읽던 노인은 내가 실패한 소설이다. 나는 제목을 잘못 읽었다. 연애소설을 읽던 노인이 아니라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인 줄 알았고 그 노인이 도대체 언제 연애소설을 읽는 것인가, 언제 연애를 하는 것인가에 포인트를 맞춰 책을 읽었다. 나는 안나 가발디의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정도의 내용이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긴 그 책을 읽었을 때의 내 상황도 책을 잡으면 글자만 읽고 있을 수밖에 없던 지치고 피폐한 상황이었지만. 그리하여..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막판에 환경론자인가? 라고 생각했던 것 밖에.

루이스 세뿔베다는 환경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소설은 환경문제를 거론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펼쳐나간다고 하는 것.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소설의 중심은 책의 뒷 부분에 친절하게 나와 있다.

“아기 갈매기야, 우리는 여지껏 우리와 같은 존재들만 받아들이며 사랑했단다. 우리가 아닌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하진 못했어. 쉽지 않은 일이었거든. 하지만 이젠 다른 존재를 존중하며 아낄 수 있게 되었단다. 네가 그걸 깨닫게 했어. 너는 갈매기야. 고양이가 아니야. 그러니 너는 갈매기의 운명을 따라야 해. 네가 하늘을 날게 될 때, 비로소 너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가지는 감정과 너에 대한 우리의 애정이 더욱 깊고 아름다워 질 거란다. 그것이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애정이지.”

여기 의리있는 고양이들이 있다. 약속한 것은 지키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그리고 결국 금기까지 깨고 사람과 손을 잡는다. 동물과 사람이 손을 잡아 또 하나의 동물의 살길을 열어준다는 것. 이 책은 상징이 많은 우화이다.

좋은 소설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읽기 쉬우면서도 재미있고 교훈이 많지만 작가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도대체 고양이가 갈매기에게 어떻게 나는 법을 가르칠려나 하는 게 궁금해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너무 재밌게 읽어서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 2, 3권도 읽어봐야겠다고 책날개를 자꾸 뒤적거렸으니까.

그러면서 역시나 고양이는 멋진 동물이야. 라고 생각하며 발정이 와서 밤마다 울어제껴 요즘 미운털이 박힌 뒷베란다의 나옹을 생각했다. 그리고 베란다 문을 열고 살며시 쓸어주기도 했으니까.

우리, 얼마나 많이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있는지. 그들을 이해하기만 해도 정말 세상은 많이 달라질텐데. 8세 미만의 아이에게도 잠자리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해줄께. 라고 하며 읽어줘도 좋지 않을까 하는 동화였다. 그림도 있고. 이 소설이 상징하는 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건 책을 읽는 그 누구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서 생략하기로 한다.

2007. 4. 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정 엄마
고혜정 지음 / 함께(바소책)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헌책방에서 무슨 무슨 개론 따위의 오래된 책들을 뒤지다가 발견한 책이다.

아이를 업고 헌책방을 나들이 한 것은 아니고, 인터넷 헌책방에서 메인에 딱 올라와 있더라. 헌책방 사이트에서 메인에 올라와 있는 책은 정말 정말 깨끗한 책들이다. 이런 책을 헌 책방에서 구할 수 있는 거야? 하고 되물을 정도로.

친정엄마라는 제목에, 쪽진 머리 사진. 그야말로 말초신경을 살살 긁어 놓을만한 쉬운 에세이집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친정엄마라는 이름은 그렇게 짠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휘재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그래 결심했어의 TV 인생극장과 금촌댁네 사람들을 썼던 방송작가 고혜정씨의 작품이다. 2004년도 발행인데, 요즘 같으면 좋은 사진 작가와 연합하여 엄마들의 사진을 싣고 글과 함께 실어 더 비싸고 좋은 책을 만들었겠지만, 이 책은 그저 작가가 블로그를 쓰듯이 이야기 한 책이다. 블로그보다는 조금 더 다듬어졌다고나 할까. 본업이 방송작가여서 그런지, 월간으로 나오는 사보나, 얇은 책자 같은 곳이 실렸을 것 같은 에세이들이 모여있다. 작가는 순전히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를 실었다. 시댁과의 갈등과 촌로인 친정엄마와 시어머니의 조용한 전쟁까지, 이걸 출판하고도 괜찮았을까? 싶을 정도로 사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작가의 친정은 전라도 정읍이고, 그 정읍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건사하신 무학의 시골어머니에게 바치는 송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딸은 시집을 가야 딸 노릇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다던데, 나 역시도 그렇다.

아직도 돈 버느라 정신 없는 나의 친정엄마, 항상 어디서나 당당하고 잘나서 한없이 퍼주는 시골노인네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결혼이라는 걸 하고 나니 내가 대신 엄마가 되어 이 반찬을 해서 엄마를 줘야겠다, 엄마 생일상을 차려줘야겠다. 엄마 뭐 사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제 엄마가 바쁜 가운데 짬을 내 우리 집에 들르면 손주를 보느라 황홀해 하는 사이 국을 끓여 밥상을 차리는 일이 자연스러워지고 내 화장품 하나 살려다가 엄마꺼 먼저 사게 되는 것이, 그래도 나는 이 나이에 그럭저럭 잘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 동안 끼친 염려와 엄마에게 줬던 상처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예전에 엄마와 고기를 먹으러 갔던 고기집에서 고기를 잘라주던 아줌마가 물었다.

손주를 안고 문가에 서서 지나가는 자동차를 구경시키던 엄마의 뒷모습을 보던 그녀가 나에게 시어머니냐고 물었고, 나는 친정엄마라고 대답했다. (희한하게도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시어머니와 다닐 때는 친정엄마와 다니는 줄 알고 친정엄마와 다닐 때는 시어머니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조용히 고기를 잘라주며 잘하세요. 친정엄마 돌아가시면 갈 데가 없어요. 라고 말했다.

그 말은 오랫동안 가슴에 박혔다. 갈 데가 있다는 것, 그 것만으로도 충분한 행복. 그저 그런 느낌을 다시 한 번 받아보고 싶어서 골랐던 책이다.



세상의 모든 사위들은 장모에게 잘하라. 당신들은 마누라가 친정엄마를 생각하면서 새벽에 몰래깨서 얼마나 우는 지 상상도 못할 것이야. 당신들도 곧 장인이 된다구요. 나는 장인이 되지 않을텐데 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시아버지도 못 되리라는 저주를 ~~~ 음하하하.  

 

2007. 4. 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자전쟁 - 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로빈 베이커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학사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자전쟁

로빈베이커 지음 / 이민아 옮김 / 이학사 펴냄

불륜, 성적갈등, 침실의 각축전

Robin Baker / Sperm Wars: Infidelity, Sexual Conflict, and Other Bedroom Battles, re-issued Edition(Thunder’s Mouth Press, 2006)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도덕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 불확실하지만 사회전반에 걸쳐 깊게 뿌리박혀 있고 그것을 파기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간의 생식과 임신, 출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이 가장 동물적인 신체본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로빈베이커의 주장은 발칙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한 때 그랬었고 논란을 일으켰고 그의 주장의 일부를 사람들은 경솔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여기 정자들이 벌이는 전쟁에 대한 한 생물학자의 발칙한 주장이 있다.

우리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인간은 어디까지나 동물의 한 종이며, 그런 이유로 이성이 지배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해야 한다. 사람이 모든 일을 이성으로만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이 책을 읽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분노하거나 흥분할 것이다. 미성년자이거나 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비도덕적인 성행위에 대해서 극도의 배타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도 역시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숨을 깊이 고르고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른다. 치기로 가득한 사춘기 소년에게는 이 책은 빨간 책보다 더 한 생생한 포르노 르포타쥬로 비춰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선 수많은 속설이 존재한다. 어떤 경우에 아들을 낳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이 아이가 과연 나의 자식인가를 궁금해 하는 남자들은 의처증으로 치부당한다. 그러나 인간이 얼마나 강렬하게 종족번식과 강한 자손을 얻고 싶어하는지, 그 잠재적인 의식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로빈 베이커의 주장을 쉽게 이해하려면 인간의 동물성, 그리고 동물의 가장 큰 삶의 목표는 종족번식, 자손을 번식함으로써 자신의 생명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요즘처럼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세상에서 자식은 그저 귀찮은 존재, 돈만 까먹는 존재, 출산과 동시에 부실채권이나 부도수표쯤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어쩌면 생명력을 극대화하는 것, 자손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자기가 죽은 다음에도 세상에 존재케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자는 인간이라는 종족에서 그러한 유전자를 받아들여 수정을 하고 잉태하여 임신기간을 거쳐 세상에 내보내는 일을 하고 여성의 몸에서 수태되길 기다리는 수억만 마리들의 정자들이 여성의 몸 안에서 전쟁을 치른다. 그들은 조금 더 우수한 유전자를 찾고자 하는 인간 본능에 의해 부대를 만들고 대열을 갖춰 전투에 나선다. 물론 정자전쟁이 벌어지는 경우는, 1:1의 일부일처제이기 보다 불륜이나 강간, 윤간, 여러 가지 부적절한 관계인 경우가 많다. 일부일처에서 유능한 유전자를 받아들이기 글렀다고 생각하는 어떤 자궁들은 좀 더 우수한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비도덕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또한 아이를 양육하는데 적절치 못한 남자를 남편으로 가진 자궁들은 아이들의 성별을 구분 지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친다. 좀 더 우수한 유전자가 수태되기 마련이고 유전학적으로 우수하지 못한 유전자는 수태되지 못하고 수정란이 여자의 몸 밖으로 자연스럽게 배출되기도 한다. 유전자적 결함이 있는 태아는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유산되며, 훌륭한 유전자를 가진 정자들을 그렇지 못한 정자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더 많은 자손을 남긴다. 그러한 과정에 대한 일례들이 이 책에 실려있다. 물론 이 것은 서구사회에서 조금 더 적용이 쉬울 수 있다. 불륜을 저질렀을 때 발각되기 쉬운 것은 여성이지 남성이 아니다. 서구사회처럼 수세기에 걸쳐 인종이 섞인 경우는 자신의 아이를 구분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아버지는 흑인이나 그 위에는 황색인종이나 백인이 있을 수 있고 어머니는 라틴계열이라도 그 조상 역시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동양사회보다 크기 때문에 책 뒤 페이지에 실린 아주 자극적인 사실 “ 부부 관계에서 태어나는 자녀의 10%가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다”라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 책은 말하자면 우수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생물학적 그 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많은 정자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인 예들을 들고 그 예가 밝혀주는 정자전쟁의 전모를 낱낱이 까발린다. 책을 읽으면서 이것은 여자와 남자라고 표시하기 보다 인간이라는 종의 암컷과 수컷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더 읽기 부드러웠을 지도 모르다는 생각을 했다. 온갖 싸이코들이 출몰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시청률 상위를 고수하고 있는 부부클리닉처럼 이 책은 무지하게 재미있고 자극적이다. 그리고 독자를 압도하는 연구가 뒷받침되어 있다. 읽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속설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강간당한 여자가 수태할 가능성이 높다 라거나, 여성이 오르가즘을 더 크게 느끼면 아들을 낳을 확률이 높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이미 결혼을 하여 아이를 출산했거나 혹은 여러 명의 섹스파트너를 가졌던 사람이라면 현실에 적용하여 이해하기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대의 변화로 조금 더 환영받는 분위기에서 재판된 정자전쟁.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을 해야하는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에 대해서 조금 더 고찰해보기 위한 책으로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비도덕적이며 발칙하고 불경스럽다는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하고 인간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계속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2007. 4. 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 - 인상파의 정원에서 라파엘전파의 숲속으로, 그림으로 읽는 세상 '근대편'
이택광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은 근대 그림속을 거닐다. 제목과 딱 맞아떨어지는 책표지 그림이다. 책 표지의 그림은 책의 내용에도 나와있는 카유보트의 “유럽의 다리”이다. 이 그림은 왠지 어딘가 짤린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개의 발부분이 잘려있고 개가 혼자 지나가는 게 아니라 왠지 저 개가 관객을 이끌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그저 지나가는 풍경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강하게 책의 서두부문에서 그림을 읽는 것에 대해서 역설한다. 그림을 보는 것도 무방하지만, 그림은 읽는 것이라고 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이 책은 내내 저자가 그림을 읽어내고 있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기호학적 접근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그림의 감상은 별다른 것이 아니라 그림속에 반영된 근대화의 모습들과 그 근대를 상징하는 메타포들을 숨은그림찾기 처럼 찾아내는 작업이다. 독자들은 짧디 짧은 지식을 가지고 저자와 함께 숨은 그림을 찾아야 한다. 카메라의 발명과 증기기관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시작된 그 상징들을 찾고 그 상징들이 시작된 사상을 읽어낸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그리하여 close up 이라는 코너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서 인상주의, 파리 코뮌, 라파엘전파등 근대의 인문지식부터, 칼 마르크스, 존 러스킨, 카미유 피사로, 클로드 모네, 에두아르 마네등 화가나 사상가들에 대한 소개도 별도로 하고 있다. 책은 마네의 올랭피아에서 시작한다. 얼마전 방영된 KBS의 다큐멘터리에서도 마네의 올랭피아를 시작으로 근대미술의 출발에 대해서 논한 적 있다. 그만큼 마네의 올랭피아는 두고 두고 할 말이 많은 그림인가보다. 그만큼 그의 그림엔 상징이 많다는 뜻도 되고 그 자체로 상징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이 몇 번씩 천지개벽을 하는 일들이 있다. 구석기, 신석기를 지나 청동의 발견이 시작된 청동기가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증기기관차와 전기, 카메라가 발명되고 탈 것이 생긴 근대사회가 바로 그러할 것이다. 그 천지개벽을 가로지르는 그 시대의 그림들에 대해서 이 책은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근대 미술을 역사적 관점으로 풀어낸다는 것과 기호학적 접근을 함께 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대중서로 만들어졌고 책의 사이즈나 글자의 크기 역시 그러하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적잖은 농을 섞고 썰렁한 문장들까지 나열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나, 조금 더 깊이있는 내용을 원했던 독자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바라자면, 이 저자는 이런 책을 쓸 때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양서와 조금 더 깊은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서적 두 권을 만들면 어떨까 한다. 문장의 연결이 가끔 껄끄러운 것으로 봐서 써 놓고 너무 어려운 내용이 있어 편집에서 빼버렸거나 혹은 쓰다가 방향을 확 틀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들이 있다.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편하게 읽을 수는 있겠지만, 전문서적으로는 많이 아쉬운 책.

다시 한 번 저자가 더 진한 근대미술의 깊이를 파헤쳐주길 바란다. 
 

2007. 3. 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랑 1 - 초원의 바람
장룽 지음, 송하진 옮김 / 동방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아,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할까.
당신이 상상할 수 없던 떨림과 충격을 안겨주기 위해 초원의 늑대가 왔다. 라는 책의 카피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무협소설과도 같은 표지에 빤한 내용이 아닐까 했던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흥분했고 떨었고 가슴이 아파왔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4년반을 지내오는 동안, 늑대의 고향, 몽골에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진한 후회를 했다. 물론 지금 늑대의 고향으로 간 들 늑대는 남아있지 않지만 말이다. 늑대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멸종되었고 중국의 내몽고 지방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다. 검색사이트에서 찾아본 늑대의 사진은 모두 철장 안에 갇힌 모습이었다. 이제 우리에게 야생늑대는 전설속에 남아있는 모습 뿐일지도 모른다. 마치 이 책 속으로 야생늑대들의 혼만이 빨려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狼. 은 중국어로 늑대를 말한다. 이 책은 중국작가 장룽의 대작이며, 그가 문화대혁명 시절 몽골의 엘룬 초원에서 보낸 11년의 노동기간, 그 때 매료된 은빛 늑대에 대한 매력을 오랜세월 연구하고 다듬어서 만든 역작이라 하겠다.
내몽고, 지금은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의 근원지가 된 황량한 사막. 이 책은 어쩌면 그 광활한초원이 사막이 된 이유가 바로 무지한 인간들이 저지른 늑대의 멸종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지도 모른다. 책에 따르면 초원의 먹이사슬은 이렇다. 초원에 사는 동물들의 먹이사슬중 가장 아랫그룹에 속하는 것은 들쥐와 햄스터, 그리고 조금 크기가 큰 것으로는 마르모트와 산토끼를 들 수 있다. 이 것들은 산속과 초원에 굴을 파고 서식하며 왕성한 번식을 자랑한다. 그리고 상위 초식동물로 가젤이 있는데, 가젤은 이동속도도 만만치 않지만 그 무게또한 적지 않아 대규모로 이동했을 경우 초목을 황폐화 시키기가 쉽다. 그 초원에서 유목을 하는 사람들은 양을 주로 키우고 그 양을 치기 위해 말을 타고 개를 훈련시켜 양치기를 하는데, 이 초원의 최고 포식자가 바로 야생늑대인 것이다. 야생늑대는 간혹 양이나 말떼를 습격하여 유목민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그들은 주로 마르모트와 들쥐, 햄스터부터 시작해 가젤까지 골고루 잡아먹기 때문에 마르모트등의 설치류가 산을 황폐화 시키고 양들이 먹을 풀까지 모두 뜯어놓는 것을 막으며 가젤 또한 늑대의 주먹이가 되기 때문에 초원 생태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몽골에 사는 유목민들은 이 늑대들과 늘 대치되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들은 늑대에 대한 토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늑대가 초원을 지켜주는 신과도 같은 작용을 하며 그 곧은 기개와 뛰어난 전투력과 협동심등이 사람들이 늑대를 숭배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늑대는 상당히 매력적인 동물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인터넷상에서 돌던 늑대는 일부일처를 철저히 지키는 동물이라는 설처럼 말이다. 그게 사실인지의 진위여부는 늑대에 대해서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이 소설은 분명 늑대를 신격화 시킬 수 있을만큼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예전 중국 대륙의 중심을 지나 서쪽의 티벳 아래 자그마한 마을들을 지나는 여행을 했을 때 베이징에서 왔던 긴 머리의 좋은 카메라를 가졌던 여자를 기억한다. 그 여행에서 나는 30대의 미혼 여성 배낭족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그녀들은 모두 한족이었고 고학력에 고수입을 자랑하는 도시처녀들이었다. 그녀들은 소수민족들의 축제에서 그 모습들을 사진에 담으며 뇌까렸었다. 한족이 가장 재미없는 민족이라고. 한족은 춤도 노래도 기개도 없다고. 그들이 봤던 이족이나 티벳민족들의 춤과 노래는 그야말로 산과 사막을 모두 집어삼킬 듯 웅장하고 화려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첸젠(작가의 분신인 듯)도 역시나 그러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듯 했다. 소설속엔 베이징에서 하방으로 내려온 첸젠이 인간의 욕심을 부려 한 마리의 늑대를 키우게 되는 이야기가 중요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변질된 몽고족들과 한족들, 그리고 혁명의 바람역시 초원을 황폐화 시키는 데 한 몫을 하지만 그 커다란 구조 안에서 첸젠의 무리한 실험 역시 작은 구조를 또 이루는 액자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늑대와 초원을 지키는 일은 인간에게는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지금 30년이 지나 늑대가 사라진 몽골 초원은 모두 사막이 되어가고 그 사막에서 이제는 모래바람만이 불어오고 있다. 간혹 비리거 노인이라는 몽고족의 현자와도 같은 인물의 목소리가 매우 크다고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소설만큼은 이미 사라져버린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후회로 인해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 여행길에 만났던 야크를 치던 목동들을 기억한다. 험한 산길을 내달리던 버스 앞에서 야크와 양을 몰던 목동들을 길을 쉽게 비켜주지 않았고 버스 기사는 그들이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버스 안에는 휘발유냄새와 흔들거리는 탈 것에 익숙치 못한 티벳 소녀가 구토를 했고 안경을 쓴 신사는 그녀에게 화를 냈다. 거기도 초원이 있었고 양떼가 노닐고 하늘에 독수리가 날았는데, 길을 비켜주지 않던 목동들은 아직도 길을 비켜주지 않을까 궁금하다. 이제는 그들도 오토바이를 타고 양을 치거나 아니면 축사를 지어 대량 생산에 일조를 하기 시작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방운동 [下放運動]

중국에서 당 •정부 •군간부들의 관료화를 막기 위하여 실시한 운동.

중국이 당 •정부 •군간부들의 관료주의 •종파주의 •주관주의를 방지하고 지식분자들을 개조하며 국가기구를 간소화한다는 명분으로, 간부들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노동에 종사하게 하고 고급 군간부들을 사병들과 같은 내무반에서 기거하며 생활하게 하는 간부정책으로 1957년 3월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하방’된 중앙 및 성급(省級) 지방간부는 300만 명에 달하였으며, 여기에 학생들과 군간부들을 합치면 1,000만 명에 달하였다.

문화대혁명 때에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1980년대 다시 재개되었다. 특히 도시의 중 •고등학교 졸업자들을 변방지방에 정착시켜 도시의 인구과잉과 취업난을 완화시키는 편법으로서도 사용되어 각지의 하방청년들의 반발이 극심해져 사회문제로까지 야기되었다. 1991년 현재도 10만 명의 대학생들이 광산 •공장 •농장으로 파견되는 등 이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2007. 3. 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