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전쟁 - 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로빈 베이커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학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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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전쟁

로빈베이커 지음 / 이민아 옮김 / 이학사 펴냄

불륜, 성적갈등, 침실의 각축전

Robin Baker / Sperm Wars: Infidelity, Sexual Conflict, and Other Bedroom Battles, re-issued Edition(Thunder’s Mouth Press, 2006)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도덕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 불확실하지만 사회전반에 걸쳐 깊게 뿌리박혀 있고 그것을 파기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간의 생식과 임신, 출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이 가장 동물적인 신체본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로빈베이커의 주장은 발칙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한 때 그랬었고 논란을 일으켰고 그의 주장의 일부를 사람들은 경솔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여기 정자들이 벌이는 전쟁에 대한 한 생물학자의 발칙한 주장이 있다.

우리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인간은 어디까지나 동물의 한 종이며, 그런 이유로 이성이 지배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해야 한다. 사람이 모든 일을 이성으로만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이 책을 읽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분노하거나 흥분할 것이다. 미성년자이거나 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비도덕적인 성행위에 대해서 극도의 배타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도 역시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숨을 깊이 고르고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른다. 치기로 가득한 사춘기 소년에게는 이 책은 빨간 책보다 더 한 생생한 포르노 르포타쥬로 비춰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선 수많은 속설이 존재한다. 어떤 경우에 아들을 낳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이 아이가 과연 나의 자식인가를 궁금해 하는 남자들은 의처증으로 치부당한다. 그러나 인간이 얼마나 강렬하게 종족번식과 강한 자손을 얻고 싶어하는지, 그 잠재적인 의식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로빈 베이커의 주장을 쉽게 이해하려면 인간의 동물성, 그리고 동물의 가장 큰 삶의 목표는 종족번식, 자손을 번식함으로써 자신의 생명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요즘처럼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세상에서 자식은 그저 귀찮은 존재, 돈만 까먹는 존재, 출산과 동시에 부실채권이나 부도수표쯤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어쩌면 생명력을 극대화하는 것, 자손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자기가 죽은 다음에도 세상에 존재케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자는 인간이라는 종족에서 그러한 유전자를 받아들여 수정을 하고 잉태하여 임신기간을 거쳐 세상에 내보내는 일을 하고 여성의 몸에서 수태되길 기다리는 수억만 마리들의 정자들이 여성의 몸 안에서 전쟁을 치른다. 그들은 조금 더 우수한 유전자를 찾고자 하는 인간 본능에 의해 부대를 만들고 대열을 갖춰 전투에 나선다. 물론 정자전쟁이 벌어지는 경우는, 1:1의 일부일처제이기 보다 불륜이나 강간, 윤간, 여러 가지 부적절한 관계인 경우가 많다. 일부일처에서 유능한 유전자를 받아들이기 글렀다고 생각하는 어떤 자궁들은 좀 더 우수한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비도덕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또한 아이를 양육하는데 적절치 못한 남자를 남편으로 가진 자궁들은 아이들의 성별을 구분 지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친다. 좀 더 우수한 유전자가 수태되기 마련이고 유전학적으로 우수하지 못한 유전자는 수태되지 못하고 수정란이 여자의 몸 밖으로 자연스럽게 배출되기도 한다. 유전자적 결함이 있는 태아는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유산되며, 훌륭한 유전자를 가진 정자들을 그렇지 못한 정자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더 많은 자손을 남긴다. 그러한 과정에 대한 일례들이 이 책에 실려있다. 물론 이 것은 서구사회에서 조금 더 적용이 쉬울 수 있다. 불륜을 저질렀을 때 발각되기 쉬운 것은 여성이지 남성이 아니다. 서구사회처럼 수세기에 걸쳐 인종이 섞인 경우는 자신의 아이를 구분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아버지는 흑인이나 그 위에는 황색인종이나 백인이 있을 수 있고 어머니는 라틴계열이라도 그 조상 역시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동양사회보다 크기 때문에 책 뒤 페이지에 실린 아주 자극적인 사실 “ 부부 관계에서 태어나는 자녀의 10%가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다”라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 책은 말하자면 우수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생물학적 그 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많은 정자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인 예들을 들고 그 예가 밝혀주는 정자전쟁의 전모를 낱낱이 까발린다. 책을 읽으면서 이것은 여자와 남자라고 표시하기 보다 인간이라는 종의 암컷과 수컷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더 읽기 부드러웠을 지도 모르다는 생각을 했다. 온갖 싸이코들이 출몰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시청률 상위를 고수하고 있는 부부클리닉처럼 이 책은 무지하게 재미있고 자극적이다. 그리고 독자를 압도하는 연구가 뒷받침되어 있다. 읽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속설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강간당한 여자가 수태할 가능성이 높다 라거나, 여성이 오르가즘을 더 크게 느끼면 아들을 낳을 확률이 높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이미 결혼을 하여 아이를 출산했거나 혹은 여러 명의 섹스파트너를 가졌던 사람이라면 현실에 적용하여 이해하기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대의 변화로 조금 더 환영받는 분위기에서 재판된 정자전쟁.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을 해야하는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에 대해서 조금 더 고찰해보기 위한 책으로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비도덕적이며 발칙하고 불경스럽다는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하고 인간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계속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2007.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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