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 - 인상파의 정원에서 라파엘전파의 숲속으로, 그림으로 읽는 세상 '근대편'
이택광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은 근대 그림속을 거닐다. 제목과 딱 맞아떨어지는 책표지 그림이다. 책 표지의 그림은 책의 내용에도 나와있는 카유보트의 “유럽의 다리”이다. 이 그림은 왠지 어딘가 짤린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개의 발부분이 잘려있고 개가 혼자 지나가는 게 아니라 왠지 저 개가 관객을 이끌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그저 지나가는 풍경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강하게 책의 서두부문에서 그림을 읽는 것에 대해서 역설한다. 그림을 보는 것도 무방하지만, 그림은 읽는 것이라고 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이 책은 내내 저자가 그림을 읽어내고 있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기호학적 접근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그림의 감상은 별다른 것이 아니라 그림속에 반영된 근대화의 모습들과 그 근대를 상징하는 메타포들을 숨은그림찾기 처럼 찾아내는 작업이다. 독자들은 짧디 짧은 지식을 가지고 저자와 함께 숨은 그림을 찾아야 한다. 카메라의 발명과 증기기관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시작된 그 상징들을 찾고 그 상징들이 시작된 사상을 읽어낸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그리하여 close up 이라는 코너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서 인상주의, 파리 코뮌, 라파엘전파등 근대의 인문지식부터, 칼 마르크스, 존 러스킨, 카미유 피사로, 클로드 모네, 에두아르 마네등 화가나 사상가들에 대한 소개도 별도로 하고 있다. 책은 마네의 올랭피아에서 시작한다. 얼마전 방영된 KBS의 다큐멘터리에서도 마네의 올랭피아를 시작으로 근대미술의 출발에 대해서 논한 적 있다. 그만큼 마네의 올랭피아는 두고 두고 할 말이 많은 그림인가보다. 그만큼 그의 그림엔 상징이 많다는 뜻도 되고 그 자체로 상징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이 몇 번씩 천지개벽을 하는 일들이 있다. 구석기, 신석기를 지나 청동의 발견이 시작된 청동기가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증기기관차와 전기, 카메라가 발명되고 탈 것이 생긴 근대사회가 바로 그러할 것이다. 그 천지개벽을 가로지르는 그 시대의 그림들에 대해서 이 책은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근대 미술을 역사적 관점으로 풀어낸다는 것과 기호학적 접근을 함께 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대중서로 만들어졌고 책의 사이즈나 글자의 크기 역시 그러하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적잖은 농을 섞고 썰렁한 문장들까지 나열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나, 조금 더 깊이있는 내용을 원했던 독자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바라자면, 이 저자는 이런 책을 쓸 때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양서와 조금 더 깊은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서적 두 권을 만들면 어떨까 한다. 문장의 연결이 가끔 껄끄러운 것으로 봐서 써 놓고 너무 어려운 내용이 있어 편집에서 빼버렸거나 혹은 쓰다가 방향을 확 틀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들이 있다.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편하게 읽을 수는 있겠지만, 전문서적으로는 많이 아쉬운 책.

다시 한 번 저자가 더 진한 근대미술의 깊이를 파헤쳐주길 바란다. 
 

2007. 3. 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