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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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엔데 지음 / 한미희 옮김 / 비룡소 펴냄 /
비룡소 걸작선 013 초등학교 5학년부터

"아줌마도 모모같은 사람이 되어버렸어.

모모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미주같은 아이야..

그런데 지금은 내 이야기만 하는 어른이 되어버렸어.."

 

삼순이의 이 대사 한 마디로 모모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그 옛날에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했던 노래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사실 그 때는 어쩌면 모모가 다시 찾아주었던 행복한 시절이었고,

지금이 바로 회색인간들에 의해 모두 시간을 빼앗겨버린 사람들이 살고 있는,

행복하게 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행복하지 못한 시절인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그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이 있는가를 검토할 때,

그 상대방이 나와 함께 할 시간이 있냐고 물어볼 때,

그럴 때 멋드러진 대답은 이런 것이다.

"시간이야 만들면 되는 거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시간은 마음속에 있는 것. 물론 초당으로 째깍째깍 움직여서 우리를 강박관념속으로 잡아 넣으려는 시계 초침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시간은 모두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살다보면 어느 순간 무엇엔가 쫒기고 가장 짧은 시간이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 바들바들 떨게 되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보다, 얼마나 많은 것을 했는가에 더 집중하게 되기 마련이다. 바로 그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처럼 치부되고 있고, 비록 웃음을 잃었더라도, 다시 가난해지고 싶지 않아도 그 대신 함박웃음을 가슴에 달고 다니는 것은 왠지 바보 같아 보여서 사람들은 회색인간들의 장부대로 움직여준다. 그들이 피우는 시가의 시간을 연장해주기 위해서

 

"인생에서 중요한 건 딱 한가지야.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거지. 남보다 더 많은 걸 이룬 사람, 더 중요한 인물이 된 사람, 더 많은 걸 가진 사람한테 다른 모든 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거야. 이를테면 우정, 사랑, 명예 따위가 다 그렇지. 자, 넌 친구들을 사랑한다고 했지? 우리 한 번 냉정하게 검토해보자."

 

모모의 이야기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은 아이가 당신의 자녀라면, 아이가 일에 지쳐 허덕이는 당신에게 "아빠/엄마는 모두 회색인간에게 시간을 빼앗기고 있어요" 라고 얘기해 줄 지도 모른다.

 

모모는 왜 여자아이였을까.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 모모는 삽화에도 얼굴 한 번 등장하지 않고 뒷모습만을 보여준다. 어쩌면 모모는 달려가는 시간같은 아이인지도 모르겠다. 유행에 뒤떨어진 옷들을 입고 지나가는 과거처럼, 그리고 존재하지 않으면 과거도 미래도 없는 현재처럼, 그리고 우리가 늘 쫓아가려하는 미래처럼 존재하는 그런 아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느리다고 믿고 있는 거북이 카시오페이아의 30분 예지능력, 그리고 그 등껍질에 보여주는 반짝거리는 글씨들, 느리게 갈 수록 더 빨리 도착한다는 반어법등, 모모는 문학적인 메타포로 가득한 훌륭한 문학작품이다.

 

어린이 동화나 소설을 넘어서서 가치가 충분한 이야기,

그리고 아침에 만원버스를 타고 출근해서 Take Out 커피를 들고 뛰어다니는 우리들을 위한 꼬마 여자아이가 바보같은 옷을 입고 저 앞에 가고 있다.

 

모모에게 가보세요.

우리가 행복한 지 아닌 지, 그 아이에게 하소연하다보면 알게 될거예요.

모모는 모두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는 아이니까요.

 

2005.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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