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동시집 산울림 - 빨간우체통 2 빨간우체통 2
윤동주 지음, 김점선 그림, 박해석 엮음 / 이가서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밧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는

간밤에 내 동생

오줌 싸서 그린 지도.

 

위에 큰 것은

꿈에 본 만주 땅

그 아래

길고도 가는 건 우리 땅.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윤동주의 오줌싸개 지도 이다.

시인 윤동주의 동시집이 화가 김점선의 그림으로 채워져 책이 되었다.

3부로 나뉘어 40여편의 동시와 요즘 문화지대인가..하는 KBS 프로그램에서 "김점선이 간다"를 맡아 그 독특한 어투를 매주 들려주시는 화가 김점선 화백의 그림으로 책이 풍요롭다.

 

넓은 판형도 아니고 두껍지도 않고 부담스럽지 않지만 그 우울했던 윤동주 시인이 (적어도 내 생각엔) 남겨놓은 귀엽고 따듯한 동시들은 아직 말도 떼지 못한 아이들에게 운율을 맞춰 읽어주기에 좋을 듯 하다.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면서 김점선의 그림을 보고 좋아하게 될 것이고 (그녀의 그림은 복잡하지 않으며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글자를 배워 이 시들을 스스로 읽고 엄마 "동무가 무슨 뜻이야?" 하고 묻게 될 지도 모르겠다.

 

몇 안되는 즐겨보는 오락프로그램 중 하나가 노현정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올드&뉴다.

결혼을 하고 전라도 분이신 시댁어른들께서 "가차와지다", "자식을 여우다" 하는 등의 알아들을 수 없는 사투리를 구사하실 때 나는 당황했다. 그 뜻을 하나 하나 이해해가면서 서울 깍쟁이로 살아온 나의 부족한 말들이 아쉬웠다. 그래서인지, 올드 & 뉴의 모든 문제를 남편이 훨씬 더 쉽게 맞추곤 한다. 몽니라는 말도 나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고, 휘뚜루 마뚜루 같은 말도 생소했다.

(가차와지다 : 가까워지다 라는 단순한 사투리겠지만 여우다: 라는 말은 자녀를 시집 장가보내 여울게 하다..라는 말과 어감이 비슷해 내가 좋아하는 단어다)

10대들과 우리들이 자꾸 잊어가는 말들은 시에 남아있고 혼불과 같은 소설에 남아있고 백석의 시에 남아있다.

 

얼마전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문태준의 시어에 "머츰하다"라는 단어가 있었다.

국어사전을 찾아 그 뜻을 적어놓고 한 참을 읽고 또 읽고 하였다.

아빠의 "뒷자취" 라든가 "해비"라든가 하는 언어들의 맛깔스러움을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다면 아직 아이가 옹알이를 시작하기 전부터 조금씩 들려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을 사고 난 다음 운율이 있고 계절에 맞는 동시를 하루에 두 번씩 소리내어 읽고 있다.

 

우리 애기는

아래 발치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 가마목에서 가릉가릉

 

애기 바람이

나뭇가지에 소올소올

 

아저씨 해님이

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 봄

 

아이에게 어떤 교재를 사주는 것보다, 숨겨진 아름다운 언어로 이루어진 동시를 찾아 들려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2006.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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