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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체험 상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윤대석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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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임사체험 – 다치바나 다카시

임사체험 : 임사체험이란, 죽을 고비의 체험을 말한다. 죽음을 맞닥뜨린 사람들의 생환기 정도라고 하면 될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저 세상으로 가기 직전에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온 사람들. 그들의 경험을 임사체험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죽었다 살아남 사람들의 경험을 말한다.
이 단어를 들은 당신의 느낌은 어떠한가?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공포를 느끼는가? 아니면 물론, 사람은 언젠가 죽게 되어 있지 라고 담담한 마음으로 이 글을 계속 읽게 되는가? 임사체험이라는 단어 자체에 공포를 느낀다면, 당신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수 있다. 물론, 임사체험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위험한 단어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이러한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미칠듯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 책은 일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혹자는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라고 하기도 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이다. 이 책은 NHK에서 제작. 방영했던 임사체험에 대한 다큐의 조금 더 심도 있는 책 버전이다. 이 이야기가 왜 책으로 만들어 져야 했는가는 저자의 설명에 나와 있다. 방송이라는 것은 극히 일부분밖에 전달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제작을 함께 헀던 다치바나로서는 그 많은 자료들이 아깝기도 했고, 더 상세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 다치바나는 그로 인해 전 2권분량의 이 방대한 책을 적어냈다.
다치바나는 이 책을 매우 짜임새 있게 전개하고 있다. 이게 바로 그의 글쓰기의 능력이 아닌가 싶다. 임사체험은 과연 초자연적인 신비한 체험인가에서 시작하여, 임사체험시의 공통점, 그리고 그들이 느꼈다는 편안함과 쾌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평온한 표정이 바로 그 쾌감에서 오는 것인가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임사체험을 겪었던 사람들의 변화된 삶에 대해 조명한다. 대부분의 임사체험자는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고, 시니컬했던 인생관이 바뀌며, 조금 더 질적으로 향상된 인생을 살게 되는 공통점이 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은 가족을 돌아보게 되고, 제설차 운전기사는 갑자기 물리학에 도통하게 된다. 이들은 어떤 자극을 받은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사체험은 과학적으로 쉽게 증명되지 않았다. 작자는 그렇다면 임사체험시에 나타나는 가장 큰 공통점, 체외이탈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접근한다. 수십개의 임상사례와 체험담을 근거로 체외이탈이 가능한 경지는 수십년간의 수련을 통해 도달한 몇 몇 인간들과 과학적 근거로 인해 호흡과다라든가 호흡 부족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아직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체외이탈이나 임사체험은 측두엽의 하단에 자리잡고 있는 실비우스구의 자극으로 인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는 증명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로서도 모든 임사체험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임사체험이나, 체외이탈은 실비우스구의 자극으로 가능하지만, 세상엔 그것으로만 다 설명되지 않는 경험들이 존재한다. 시각적 매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의 임사체험 경험담(보인 것들에 대한 묘사)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당신은 초자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물론 세상엔 과학으로 다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 인정하는가?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사실 선물을 받았기 때문인데, 지난 여름에서 겨울이 오기 전까지 나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정말 심했다) 그 치유과정에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한국생사학협회장인 오진탁 한림대 교수의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을 읽고 나서 책장에서 먼지나 먹고 있던 이 선물 받은 책을 읽을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 생각이 되었다.나는 죽음에 대해 조금 인지하게 된 다음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고 삶을 잘 살아보기 위해선 죽음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평소 (우울증을 앓기 전에도) 가위눌림이나 예지몽을 많이 꾸는 사람이었다. 예지몽의 경우, 위기나 난관을 많이 겪은 사람들의 경우 어릴 때부터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이 남들보다 뛰어나게 발달해 (한마디로 눈치발이 하늘에 닿을 정도로 발달하여 세상의 기운까지 느낄 지경에 이른다는 것) 일어나는 현상임을 알게 되었지만 가위눌림의 경우 병원의 의사도 “사람마다 그런 개인차가 있지요” 라는 애매모호한 대답과 내가 무슨 신적인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말만 하고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물었다 해도 이건 매우 복잡한 뇌의 매커니즘 문제였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내에 그가 설명하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다. 이 책 속에 그러한 나의 가위눌림과 유사한 증상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가위눌림이란 각성과 수면의 정가운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평소 수면장애로 고통받는 이유는 깊은 잠에 쉽게 빠지지 못하기 때문인데, 나의 경우 나는 가위눌림을 당하고 있고 (몸이 움직이지 않고 깨어나고 싶으나 소리도 나오지 않는, 의식속에서는 몸부림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다른 나는 일어나서 집안을 배회하고 있는 정말 무시무시한 경험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뭐 하늘에 붕떠서 내려다보거나 하는 경험은 아니었지만, 돌이킬 때마다 무서운 공포의 경험이었다. 이게 모두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서 깊은 REM 수면에 빠져들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뇌의 기능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가위눌림이 전혀 두렵지 않았고, 가위눌림이 와도 예전처럼 몸부림 치지 않게 되었다. “자자…”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주면 그 가위눌림은 끝나는 것이었다. 이 실체를 알기 전에는 나는 가위눌림이 오면 “빨리 깨어나지 않으면 난 죽어” 라고 몸부림을 쳤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로서는 가위눌림의 정체에 대해서 알게 된 게 이 책의 가장 큰 역할이었고, 물론 책이 이야기 하는 죽음에 대한 성찰과 아직도 설명되지 않는 수많은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도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일들은 너무나 많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싶지 않거든, 이 책이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책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그래, 바로 1초 뒤에라도 어떤 위험이 닥쳐 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비록 그게 존재의 소멸이거나, 에너지 불변의 법칙에 의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단순히 옷을 갈아입는 과정일지라도, 이 세상에서 기분 좋게 저 세상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라면 매 순간, 나 자신에게 떳떳한 순간순간을 살아야만 하겠구나 라고.

+ 이 책을 1권만 선물했던 양모군에게 감사를 표한다. 2권은 내가 사 읽었다.

2008.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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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니어링 자서전 역사 인물 찾기 11
스콧 니어링 지음, 김라합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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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분들이 체게바라 평전을 기억할 것이다. 붉은 표지에 강렬한 얼굴을 가진 체 게바라의 얼굴이 박혀있던 손에 들기 편한 크기의 체게바라 평전. 

이 스콧 니어링 자서전은 동일 출판사에서 기획적으로 펴내고 있는 역사인물찾기 시리즈중의 한 권이다. 실천문학사 홈페이지 바로 가기 가끔 이렇듯 의지를 가지고 확실한 노선을 추구하는 좋은 책들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을 만날 때 무척 기쁘다. 그 중에 하나가 실천문학사이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역사인물찾기"는 현재까지 13권으로 역사의 인물을 찾고 있는데, 1. 닥터 노먼베쑨, 2. 케테 콜비츠, 3. 주덕해, 4. 뇌봉, 5. 몽양 여운형, 6. 랭스턴 휴즈, 7. 세계와 결혼한 여자 (아그네스 스메들리) 8. 상해의 조선인 영화황제 (김염) 9.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 (두루티) 10. 체 게바라 평전, 11. 스콧 니어링, 12. 비노바 바베, 13. 프란츠 파농 까지, 이들이 펴내는 역사인물찾기의 인물들은 진보적이고 때로는 혁명적이기도 하며, 존경하는 인물로 뽑아도 손색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내고 있다. 

그 중에 왜 스콧니어링의 자서전을 골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 역시 사놓고 상당히 오랜기간동안 방치해놓아두었던 책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실천문학사의 이 책들의 단점은 들기 편한 사이즈이지만 보기에 무척 두꺼워보인다는 점이 쉽게 책을 시작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 사실 맘먹으면 며칠만에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책은 게으름을 피우느라 상당히 오랜시간에 걸쳐 읽게 되었다. 

책에 앞서서 한 인간 스콧니어링에 대한 책 안의 짤막한 소개를 옮겨보자면 

스콧 니어링은 1883년 미국 한 탄광도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자본의 분배문제를 깊이 연구했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앞장서다 해직되었다. 그 후 톨레도 대학에서 근무했으나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주장하다 또다시 해직되었다. 
1917년 반전 논문을 발표하여 스파이 혐의로 기소되어 1919년 연방법정에 피고로 섰지만, 배심원들의 30시간에 걸친 긴 숙의 끝에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사회로부터 위험분자, 과격분자로 몰려 소외를 당했다. 
생의 후반기로 접어든 니어링은 스무 살 연하의 매력적인 여성 헬렌 노드 (지금은 헬렌 니어링으로 더 잘 알려진)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버몬트에서 그리고 후에는 메인에서 그들은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했고 겨울에 농장이 얼어붙어 농사를 지을 수 없으면 여행을 떠나고 강연을 하고 저술을 하며 지냈다. 
1983년 8월 24일 100세가 되던 해, 스콧 니어링은 부인 헬렌 니어링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1백 년의 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으로 의미있고 충만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준 사람이었다. 

책의 커버내지에서 

우선 대충 이런 사람이 스콧 니어링이라는 사람이다. 

 이 책이 출판되었을 때 다른 출판사에서도 헬렌 니어링이 쓴 다른 책과 스콧니어링의 다른 저작들도 같이 소개되었던 것 같은데, 우선 충분한 지성을 가진 본인의 글을 읽고 싶기도 했고 출판사도 맘에 들어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알아왔던 자서전중에, 대부분은 제대로 된 품격을 갖추지 못한 자서전들이 많았다. 말하자면 나는 이래 저래 살아왔는데, 그 때는 무지 힘들었고 그렇지만 나는 잘 버텨왔으며.. 어쩌구 저쩌구 하는 신변잡기적인 개인의 주절주절 하소연식의 수기, 자서전이라고 말하기 곤란한 그런 것들, 어쩌면 제대로 된 자서전을 대해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그런 선입견에 기초하여 이 스콧 니어링 자서전역시 쉬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이건 그런 분류의 시시콜콜한 개인사가 아니고 자신이 인생전반에 가까운(이 책을 썼을 때는 80세즈음이었고 이후 그는 20년을 더 살았으므로)그동안의 시간들을 통해 그 시간의 사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쳐온 사건, 그리고 그 사건에 기초한 본인의 현재의 사상을 기술한 것이었다. 

스콧 니어링은 굳이 분류하자면 사회주의자이다. 그리고 채식주의자이며, 자연주의자이고, 평화주의자이며, 경제학과 교육학을 오랫동안 연구했으며 수사학학위를 받은 뛰어난 모국어실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각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끊임없는 저술을 하고 자기의 주장을 펼친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는 이 책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주장과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는 것인데, 단순한 지식의나열이 아닌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팔순노인의 혈기왕성하고 총기발랄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신념들이 한 문장 한 문장 그가 또박또박 강연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전해져온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우수한 원작과 탁월한 번역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는 탄광촌의 부자집 아들로 태어났다. 마을의 유지인 할아버지아래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던 그의 가족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자라났으나 그렇다고 흥청망청 돈 쓰는 방법을 교육받으면서 자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그는 빛나는 지성이 되어 편안한 교육자의 직업을 가지고 평생 유복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언제부턴가 경제학을 계속 연구하면서 인생의 진로를 바꾸게 된다. 그리고 평생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위해 살아왔다. 

본인이 고통을 겪었다거나 고초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왜 그런 분위기가 사회전반에 형성되었는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에 촛점을 맞추어 나는 내도록 이게 한 사람의 자서전인지 어느 인문사회과학 서적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의 객관성을 놀랍도록 유지하고 있었다. 

 책을 읽어봐야 알게될 일지만, 스콧 니어링이 살아온 생은 절대 쉬운 인생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향해 고집스럽게 인생을 이끌어 온 진정한 자유인이었다. 꼭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가 하는 현실타협적인 생각이 고개를 들 때, 그 신념의 두께가 얼마이냐에 따라 "그렇게까지 산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기쁨이 될 것인지, 고생스러운 가시밭길이 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책을 통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일게다. 이 책을 통해, 받은 것은 다른 서적과 다를바 없는 고민이 하나 주어졌지만, 생활가까운 부분에서 하나씩 습관을 변화시켜나갈 수 있게 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꼭 그를 본받을 필요는 없다.그렇지만 책 속에 담긴 그의 작은 주장중에 단 하나라도 가슴에 새길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아직 만나보지 못하신 분들은 꼭 스콧 니어링이라는 사람을 한 번 만나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그에 대해 존경심을 갖든 반발심을 갖든, 어떤 감정이라도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나 역시 사회주의에 대한 스콧의 생각은 당시의 상황을 생각했을 때 환상이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가 조금 더 살았다면 뭐라고 했을지가 참 궁금해졌다. 

그는 미국인이었지만,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이후 원폭발사를 결정한 후, 당신의 정부는 나의 정부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그저 한 사람의 국제적인 세계시민이 되길 희망했고 이후 단 한번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 조국까지 저버리면서 그가 가꾸려고 했던 것. 그것은 무엇인지, 과연 조국이나 애국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였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신념이 있는 사람과 그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사상과 세계를 올곧게 지켜나가는 인생과 그렇지 못한 인생, 어쩔 수 없이 그렇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인생, 끊임없이 타협해야만 하는 듯이 보이는 인생... 우리의 수없이 많은 다양한 인생중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어떤 인생으로 보내야 할 것인가.

200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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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달라이 라마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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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혼돈스러운 시기에 이 책을 잡았다. 요즘은 어떻게 사춘기를 다시 겪는 것인지 별 것 아닌 것에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어떻게 보면 내가 당연히 겪어야 하는 사춘기에 미처 하지 해결하지 못했던 고민때문에 이제와서 곪은 상처가 다시 터져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종교는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다는 기독교 모태신앙이었다. 그리고 여차저차한 종교에 대한 회의로 온 가족이 가톨릭으로 전환을 했고 나 역시 아직 세례는 받지 않았지만 가끔 미사도 가고 기도도 하고 성경도 보고 대충 그러고 산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타종교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유난을 떠는 교회친구들중에 사찰에 무서워서 못 들어간다는 친구들도 있고 그 사천대왕상이 겁난다는 친구들도 많이 봐왔다. 그리고 향냄새에 대한 억지스러운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참 편협하다고 생각한다. 

사천대왕은 동양종교에서 보이는 일종의 천사다. 하얀옷에 날개달린 것만 천사라고 알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사대주의적 서양문화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적어도 모든 종교는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오해에서 시작된다. 

달라이라마에 대한 책은 중국에서는 금서에 해당된다. 그러나 중국에 오는 대다수의 외국인들은 티벳과 달라이 라마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티벳의 독립운동이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다는 것이 상당히 개운치 못한 면도 있지만 그에 대한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몇편의 영화와 오체투지에 대한 주워들은 상식으로 티벳을 이해하기도 달라이라마를 이해하기도 힘들다. 

 이 책은 그렇다고 티벳에 대한 이야기나 달라이라마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은 달라이 라마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금쪽같은 메세지이다. 결론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한가..라는 주제를 놓고 정신과 의사인 하워드 커틀러가 몇년에 걸쳐 달라이 라마의 강연을 쫓아다니고 그와 토론과 상담을 하면서 남긴 이야기들을 책으로 정리해 낸 것인데,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사람이 행복해지려면..이라는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선 그럼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기준.. 돈이나 명예 그리고 권력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이다. 행복이라는 것.. 그것은 마음의 평화, 아무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 것, 분노하지 않거나 분노하더라도 남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거나, 정립된 가치관을 가지고 신념있게 살아가는 것, 대충 그런 것과 맥락을 같이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그러하다. 

달라이 라마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인간적이었으며 우리가 아는 것보다 많은 행복으로 가는 지침을 가지고 있었다. 책은 35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분량이지만 열 다섯개의 장으로 적절히 나뉘어져 있어 아무리 늦어도 보름이면 읽을 수 있다. 어쩌면 한 장을 읽고 하루는 고민을 좀 하고 그런 식으로 천천히 읽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리고 장마다 생각이 깊어지도록 도와주는 티벳사람들의 사진과 주제되는 문장을 넣어서 디자인적 측면도 상당히 좋다.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를 만나 눈을 열고 가슴을 열었다. 내가 며칠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혼돈을 가지고 있었을 때, 기도와 성경, 그리고 병행된 달라이라마의 책이 내 마음을 많이 진정시켜주었으며 그리고 나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종교를 초월한다는 것은 적어도 내가 가진 종교때문에 남들을 무시하거나 편협하게 보아서는 안된다는 말일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자기가 할 일만을 하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가 현존한다면 현세에는 달라이라마일 것이며 그로 인해 종교를 초월하는 아름다운 인간세상을 꿈꾸어봤다. 



200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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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 블루스 - 설탕,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독, 개정판 마이너스 건강 3
윌리엄 더프티 지음, 이지연.최광민 옮김 / 북라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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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책이 아주 양질의 책이었다면 참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 책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고, 또 그러려고 지었고 펴낸 책이다. 저자인 윌리엄 더프티가 이 책을 쓴 것은 1975년이라고 한다. 

그 오래된 책이 이제서야 한국에 발표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이제서야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일까? 한국에서 작년부터 불고 있는 채식과 건강에 대한 유행(?)에 시기를 맞춰 번역 출간 되었다. 

슈거 블루스. 마치 그럴싸한 소설이거나 블루스곡제목일 것만 같은 이 책은 건강서적이다. 그것도 설탕의 해악에 대한 겁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슈거 블루스는 보통 설탕이라고 부르는 정제 수크로오스의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육체 및 정신의 복합적인 질환을 말한다."-책 본문 중에서 인용

저자 역시 설탕의 과다섭취로 건강에 문제를 겪었었고 이후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그리고 그 자신만으로 모자라서 다른이들을 설득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이다. 

단 것이 몸에 안 좋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설탕을 많이 먹으면 당뇨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설탕의 해악은 (적어도 이 책에 따르면)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 설탕으로 인해 호르몬체계에 장애가 와서 여드름이 생기고 무기력해질 수 있으며, 설탕중독이 되고 난 후에는 설탕을 먹지 않으면 성격마저 변화할 수 있다는 마약적인 측면을 주장했다. 

책은 설탕의 역사로부터 시작해, 그 제조 과정, 설탕과의 전쟁을 벌인 사람들의 실화와 설탕제조의 음모까지 다루고 있다. 어느 서평에는 "FBI의 수사 파일을 능가하는 충격적이고 흥미진진한 전개" -출판사 서평라고 했는데, 그 서평이 잘 맞아떨어진다. 단순히 설탕에 대한 해악을 고발하는 책이기를 떠나서 글 자체로서도 손색이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설탕은 만병의 근원이기까지 하며 성인병과 현대 질병을 몰고 온 악의 화신이다. 책을 읽고 나면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정말 책을 읽는 내내 커피에 설탕을 넣을 수 없었다. 아는 것이 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설탕이 영양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단 음식을 먹으면 피로가 사라진다는 것등은 모두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편견이며, 설탕이 그렇게 인간의 몸에 해로우면서 아직까지 살아있는 이유와 코카콜라가 처음 시판되었을 때 코카 성분으로 인한 법정공방까지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저자가 말해줘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자신이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에 다행스러워하다가 담배에도 설탕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에 뒤통수를 맞았다. 그리고 중국에 와서 느끼한 음식을 먹다보니 콜라 섭취가 부쩍 늘어난 것에 불안했다. 

오늘 집을 구하기 위해 찾아갔던 부동산에서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내 옆에 앉아있던 젊은남자는 펩시콜라를 들고 계속 마셔대고 있었다. 38℃의 폭염속에 손에 쥐고 다니던 콜라는 설탕물일 뿐인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중국사람들은 콜라를 무척 많이 마시는 편이다. 사실 기름진 음식과 콜라만큼 잘 어울리는 것은 없다. 녹차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 식당이 점점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자꾸 콜라를 마셔대기 시작한다. 난징루의 광고판은 펩시콜라로 도배되어 있으며 중국에서 생산하는 국산콜라도 몇종이나 된다. 안그래도 사탕수수를 무작정 씹어먹기도 하는 사람들이(정제되지 않는 사탕수수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했지만), 녹차로 다 상한 이를 가진 사람들이, 콜라까지 마셔대니, 게다가 맥도날드나 KFC에 가면 초등학생들이 자리를 잔뜩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사람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오지랖도 넓어..-,.-)어쩌면 이 사람들도 콜라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말이다. 

이 책을 읽기 몇달전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읽고 나서 안그래도 맥도날드나 KFC갈 때마다 조금씩 꺼림직해지고 있는데,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음식에 대한 고민은 주변에 Vegetarian이 늘어가고 (상해에서 만난 서구아이들중 아주 많은 다수)도둑맞은 미래를 읽은 후에 상해에 있는 대다수 한국식당들이 다시다찌게를 선보일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패스트푸드의 제국과 슈거블루스까지 읽었더니 충격이 크다. 

그렇다고 내가 Vegetarian이 되거나 설탕과의 전쟁을 하거나 하면서 먹는거에 스트레스 받고 살고 싶지는 않다. 사실 슈거 블루스의 내용은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주변에 과자만 먹다가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위나 장에 큰 문제가 생기는 여자아이들을 몇 명 보았는데, 과자라는 것의 주 성분이 사실 몸에 좋은 거 하나도 없고 설탕이라고 불리는 정제 수크로오스의 성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이런 책을 자꾸 읽다보면 산에 올라가서 풀 뜯어먹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인스턴트만이라도 의식적으로 줄여본다면 죽은 후에 묻혀서 썩지 않는 일은 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또는 사는 동안 큰 성인병은 걸리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정도는 했다. 

그렇지만.. 사실 중국농수산물은 중금속과 농약에 오염되어 잘 썩지도 않고, 모든 음식이 방부제 투성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으니.. 도데체 뭘 먹고 살아야 한다는 거야.. 한숨이 난다. 

200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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