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달라이 라마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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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혼돈스러운 시기에 이 책을 잡았다. 요즘은 어떻게 사춘기를 다시 겪는 것인지 별 것 아닌 것에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어떻게 보면 내가 당연히 겪어야 하는 사춘기에 미처 하지 해결하지 못했던 고민때문에 이제와서 곪은 상처가 다시 터져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종교는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다는 기독교 모태신앙이었다. 그리고 여차저차한 종교에 대한 회의로 온 가족이 가톨릭으로 전환을 했고 나 역시 아직 세례는 받지 않았지만 가끔 미사도 가고 기도도 하고 성경도 보고 대충 그러고 산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타종교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유난을 떠는 교회친구들중에 사찰에 무서워서 못 들어간다는 친구들도 있고 그 사천대왕상이 겁난다는 친구들도 많이 봐왔다. 그리고 향냄새에 대한 억지스러운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참 편협하다고 생각한다. 

사천대왕은 동양종교에서 보이는 일종의 천사다. 하얀옷에 날개달린 것만 천사라고 알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사대주의적 서양문화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적어도 모든 종교는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오해에서 시작된다. 

달라이라마에 대한 책은 중국에서는 금서에 해당된다. 그러나 중국에 오는 대다수의 외국인들은 티벳과 달라이 라마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티벳의 독립운동이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다는 것이 상당히 개운치 못한 면도 있지만 그에 대한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몇편의 영화와 오체투지에 대한 주워들은 상식으로 티벳을 이해하기도 달라이라마를 이해하기도 힘들다. 

 이 책은 그렇다고 티벳에 대한 이야기나 달라이라마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은 달라이 라마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금쪽같은 메세지이다. 결론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한가..라는 주제를 놓고 정신과 의사인 하워드 커틀러가 몇년에 걸쳐 달라이 라마의 강연을 쫓아다니고 그와 토론과 상담을 하면서 남긴 이야기들을 책으로 정리해 낸 것인데,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사람이 행복해지려면..이라는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선 그럼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기준.. 돈이나 명예 그리고 권력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이다. 행복이라는 것.. 그것은 마음의 평화, 아무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 것, 분노하지 않거나 분노하더라도 남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거나, 정립된 가치관을 가지고 신념있게 살아가는 것, 대충 그런 것과 맥락을 같이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그러하다. 

달라이 라마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인간적이었으며 우리가 아는 것보다 많은 행복으로 가는 지침을 가지고 있었다. 책은 35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분량이지만 열 다섯개의 장으로 적절히 나뉘어져 있어 아무리 늦어도 보름이면 읽을 수 있다. 어쩌면 한 장을 읽고 하루는 고민을 좀 하고 그런 식으로 천천히 읽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리고 장마다 생각이 깊어지도록 도와주는 티벳사람들의 사진과 주제되는 문장을 넣어서 디자인적 측면도 상당히 좋다.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를 만나 눈을 열고 가슴을 열었다. 내가 며칠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혼돈을 가지고 있었을 때, 기도와 성경, 그리고 병행된 달라이라마의 책이 내 마음을 많이 진정시켜주었으며 그리고 나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종교를 초월한다는 것은 적어도 내가 가진 종교때문에 남들을 무시하거나 편협하게 보아서는 안된다는 말일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자기가 할 일만을 하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가 현존한다면 현세에는 달라이라마일 것이며 그로 인해 종교를 초월하는 아름다운 인간세상을 꿈꾸어봤다. 



200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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