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체험 상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윤대석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임사체험 – 다치바나 다카시

임사체험 : 임사체험이란, 죽을 고비의 체험을 말한다. 죽음을 맞닥뜨린 사람들의 생환기 정도라고 하면 될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저 세상으로 가기 직전에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온 사람들. 그들의 경험을 임사체험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죽었다 살아남 사람들의 경험을 말한다.
이 단어를 들은 당신의 느낌은 어떠한가?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공포를 느끼는가? 아니면 물론, 사람은 언젠가 죽게 되어 있지 라고 담담한 마음으로 이 글을 계속 읽게 되는가? 임사체험이라는 단어 자체에 공포를 느낀다면, 당신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수 있다. 물론, 임사체험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위험한 단어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이러한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미칠듯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 책은 일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혹자는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라고 하기도 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이다. 이 책은 NHK에서 제작. 방영했던 임사체험에 대한 다큐의 조금 더 심도 있는 책 버전이다. 이 이야기가 왜 책으로 만들어 져야 했는가는 저자의 설명에 나와 있다. 방송이라는 것은 극히 일부분밖에 전달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제작을 함께 헀던 다치바나로서는 그 많은 자료들이 아깝기도 했고, 더 상세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 다치바나는 그로 인해 전 2권분량의 이 방대한 책을 적어냈다.
다치바나는 이 책을 매우 짜임새 있게 전개하고 있다. 이게 바로 그의 글쓰기의 능력이 아닌가 싶다. 임사체험은 과연 초자연적인 신비한 체험인가에서 시작하여, 임사체험시의 공통점, 그리고 그들이 느꼈다는 편안함과 쾌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평온한 표정이 바로 그 쾌감에서 오는 것인가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임사체험을 겪었던 사람들의 변화된 삶에 대해 조명한다. 대부분의 임사체험자는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고, 시니컬했던 인생관이 바뀌며, 조금 더 질적으로 향상된 인생을 살게 되는 공통점이 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은 가족을 돌아보게 되고, 제설차 운전기사는 갑자기 물리학에 도통하게 된다. 이들은 어떤 자극을 받은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사체험은 과학적으로 쉽게 증명되지 않았다. 작자는 그렇다면 임사체험시에 나타나는 가장 큰 공통점, 체외이탈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접근한다. 수십개의 임상사례와 체험담을 근거로 체외이탈이 가능한 경지는 수십년간의 수련을 통해 도달한 몇 몇 인간들과 과학적 근거로 인해 호흡과다라든가 호흡 부족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아직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체외이탈이나 임사체험은 측두엽의 하단에 자리잡고 있는 실비우스구의 자극으로 인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는 증명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로서도 모든 임사체험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임사체험이나, 체외이탈은 실비우스구의 자극으로 가능하지만, 세상엔 그것으로만 다 설명되지 않는 경험들이 존재한다. 시각적 매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의 임사체험 경험담(보인 것들에 대한 묘사)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당신은 초자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물론 세상엔 과학으로 다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 인정하는가?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사실 선물을 받았기 때문인데, 지난 여름에서 겨울이 오기 전까지 나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정말 심했다) 그 치유과정에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한국생사학협회장인 오진탁 한림대 교수의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을 읽고 나서 책장에서 먼지나 먹고 있던 이 선물 받은 책을 읽을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 생각이 되었다.나는 죽음에 대해 조금 인지하게 된 다음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고 삶을 잘 살아보기 위해선 죽음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평소 (우울증을 앓기 전에도) 가위눌림이나 예지몽을 많이 꾸는 사람이었다. 예지몽의 경우, 위기나 난관을 많이 겪은 사람들의 경우 어릴 때부터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이 남들보다 뛰어나게 발달해 (한마디로 눈치발이 하늘에 닿을 정도로 발달하여 세상의 기운까지 느낄 지경에 이른다는 것) 일어나는 현상임을 알게 되었지만 가위눌림의 경우 병원의 의사도 “사람마다 그런 개인차가 있지요” 라는 애매모호한 대답과 내가 무슨 신적인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말만 하고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물었다 해도 이건 매우 복잡한 뇌의 매커니즘 문제였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내에 그가 설명하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다. 이 책 속에 그러한 나의 가위눌림과 유사한 증상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가위눌림이란 각성과 수면의 정가운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평소 수면장애로 고통받는 이유는 깊은 잠에 쉽게 빠지지 못하기 때문인데, 나의 경우 나는 가위눌림을 당하고 있고 (몸이 움직이지 않고 깨어나고 싶으나 소리도 나오지 않는, 의식속에서는 몸부림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다른 나는 일어나서 집안을 배회하고 있는 정말 무시무시한 경험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뭐 하늘에 붕떠서 내려다보거나 하는 경험은 아니었지만, 돌이킬 때마다 무서운 공포의 경험이었다. 이게 모두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서 깊은 REM 수면에 빠져들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뇌의 기능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가위눌림이 전혀 두렵지 않았고, 가위눌림이 와도 예전처럼 몸부림 치지 않게 되었다. “자자…”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주면 그 가위눌림은 끝나는 것이었다. 이 실체를 알기 전에는 나는 가위눌림이 오면 “빨리 깨어나지 않으면 난 죽어” 라고 몸부림을 쳤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로서는 가위눌림의 정체에 대해서 알게 된 게 이 책의 가장 큰 역할이었고, 물론 책이 이야기 하는 죽음에 대한 성찰과 아직도 설명되지 않는 수많은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도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일들은 너무나 많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싶지 않거든, 이 책이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책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그래, 바로 1초 뒤에라도 어떤 위험이 닥쳐 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비록 그게 존재의 소멸이거나, 에너지 불변의 법칙에 의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단순히 옷을 갈아입는 과정일지라도, 이 세상에서 기분 좋게 저 세상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라면 매 순간, 나 자신에게 떳떳한 순간순간을 살아야만 하겠구나 라고.

+ 이 책을 1권만 선물했던 양모군에게 감사를 표한다. 2권은 내가 사 읽었다.

2008.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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