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니어링 자서전 역사 인물 찾기 11
스콧 니어링 지음, 김라합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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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분들이 체게바라 평전을 기억할 것이다. 붉은 표지에 강렬한 얼굴을 가진 체 게바라의 얼굴이 박혀있던 손에 들기 편한 크기의 체게바라 평전. 

이 스콧 니어링 자서전은 동일 출판사에서 기획적으로 펴내고 있는 역사인물찾기 시리즈중의 한 권이다. 실천문학사 홈페이지 바로 가기 가끔 이렇듯 의지를 가지고 확실한 노선을 추구하는 좋은 책들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을 만날 때 무척 기쁘다. 그 중에 하나가 실천문학사이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역사인물찾기"는 현재까지 13권으로 역사의 인물을 찾고 있는데, 1. 닥터 노먼베쑨, 2. 케테 콜비츠, 3. 주덕해, 4. 뇌봉, 5. 몽양 여운형, 6. 랭스턴 휴즈, 7. 세계와 결혼한 여자 (아그네스 스메들리) 8. 상해의 조선인 영화황제 (김염) 9.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 (두루티) 10. 체 게바라 평전, 11. 스콧 니어링, 12. 비노바 바베, 13. 프란츠 파농 까지, 이들이 펴내는 역사인물찾기의 인물들은 진보적이고 때로는 혁명적이기도 하며, 존경하는 인물로 뽑아도 손색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내고 있다. 

그 중에 왜 스콧니어링의 자서전을 골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 역시 사놓고 상당히 오랜기간동안 방치해놓아두었던 책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실천문학사의 이 책들의 단점은 들기 편한 사이즈이지만 보기에 무척 두꺼워보인다는 점이 쉽게 책을 시작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 사실 맘먹으면 며칠만에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책은 게으름을 피우느라 상당히 오랜시간에 걸쳐 읽게 되었다. 

책에 앞서서 한 인간 스콧니어링에 대한 책 안의 짤막한 소개를 옮겨보자면 

스콧 니어링은 1883년 미국 한 탄광도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자본의 분배문제를 깊이 연구했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앞장서다 해직되었다. 그 후 톨레도 대학에서 근무했으나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주장하다 또다시 해직되었다. 
1917년 반전 논문을 발표하여 스파이 혐의로 기소되어 1919년 연방법정에 피고로 섰지만, 배심원들의 30시간에 걸친 긴 숙의 끝에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사회로부터 위험분자, 과격분자로 몰려 소외를 당했다. 
생의 후반기로 접어든 니어링은 스무 살 연하의 매력적인 여성 헬렌 노드 (지금은 헬렌 니어링으로 더 잘 알려진)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버몬트에서 그리고 후에는 메인에서 그들은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했고 겨울에 농장이 얼어붙어 농사를 지을 수 없으면 여행을 떠나고 강연을 하고 저술을 하며 지냈다. 
1983년 8월 24일 100세가 되던 해, 스콧 니어링은 부인 헬렌 니어링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1백 년의 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으로 의미있고 충만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준 사람이었다. 

책의 커버내지에서 

우선 대충 이런 사람이 스콧 니어링이라는 사람이다. 

 이 책이 출판되었을 때 다른 출판사에서도 헬렌 니어링이 쓴 다른 책과 스콧니어링의 다른 저작들도 같이 소개되었던 것 같은데, 우선 충분한 지성을 가진 본인의 글을 읽고 싶기도 했고 출판사도 맘에 들어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알아왔던 자서전중에, 대부분은 제대로 된 품격을 갖추지 못한 자서전들이 많았다. 말하자면 나는 이래 저래 살아왔는데, 그 때는 무지 힘들었고 그렇지만 나는 잘 버텨왔으며.. 어쩌구 저쩌구 하는 신변잡기적인 개인의 주절주절 하소연식의 수기, 자서전이라고 말하기 곤란한 그런 것들, 어쩌면 제대로 된 자서전을 대해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그런 선입견에 기초하여 이 스콧 니어링 자서전역시 쉬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이건 그런 분류의 시시콜콜한 개인사가 아니고 자신이 인생전반에 가까운(이 책을 썼을 때는 80세즈음이었고 이후 그는 20년을 더 살았으므로)그동안의 시간들을 통해 그 시간의 사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쳐온 사건, 그리고 그 사건에 기초한 본인의 현재의 사상을 기술한 것이었다. 

스콧 니어링은 굳이 분류하자면 사회주의자이다. 그리고 채식주의자이며, 자연주의자이고, 평화주의자이며, 경제학과 교육학을 오랫동안 연구했으며 수사학학위를 받은 뛰어난 모국어실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각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끊임없는 저술을 하고 자기의 주장을 펼친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는 이 책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주장과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는 것인데, 단순한 지식의나열이 아닌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팔순노인의 혈기왕성하고 총기발랄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신념들이 한 문장 한 문장 그가 또박또박 강연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전해져온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우수한 원작과 탁월한 번역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는 탄광촌의 부자집 아들로 태어났다. 마을의 유지인 할아버지아래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던 그의 가족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자라났으나 그렇다고 흥청망청 돈 쓰는 방법을 교육받으면서 자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그는 빛나는 지성이 되어 편안한 교육자의 직업을 가지고 평생 유복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언제부턴가 경제학을 계속 연구하면서 인생의 진로를 바꾸게 된다. 그리고 평생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위해 살아왔다. 

본인이 고통을 겪었다거나 고초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왜 그런 분위기가 사회전반에 형성되었는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에 촛점을 맞추어 나는 내도록 이게 한 사람의 자서전인지 어느 인문사회과학 서적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의 객관성을 놀랍도록 유지하고 있었다. 

 책을 읽어봐야 알게될 일지만, 스콧 니어링이 살아온 생은 절대 쉬운 인생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향해 고집스럽게 인생을 이끌어 온 진정한 자유인이었다. 꼭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가 하는 현실타협적인 생각이 고개를 들 때, 그 신념의 두께가 얼마이냐에 따라 "그렇게까지 산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기쁨이 될 것인지, 고생스러운 가시밭길이 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책을 통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일게다. 이 책을 통해, 받은 것은 다른 서적과 다를바 없는 고민이 하나 주어졌지만, 생활가까운 부분에서 하나씩 습관을 변화시켜나갈 수 있게 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꼭 그를 본받을 필요는 없다.그렇지만 책 속에 담긴 그의 작은 주장중에 단 하나라도 가슴에 새길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아직 만나보지 못하신 분들은 꼭 스콧 니어링이라는 사람을 한 번 만나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그에 대해 존경심을 갖든 반발심을 갖든, 어떤 감정이라도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나 역시 사회주의에 대한 스콧의 생각은 당시의 상황을 생각했을 때 환상이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가 조금 더 살았다면 뭐라고 했을지가 참 궁금해졌다. 

그는 미국인이었지만,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이후 원폭발사를 결정한 후, 당신의 정부는 나의 정부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그저 한 사람의 국제적인 세계시민이 되길 희망했고 이후 단 한번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 조국까지 저버리면서 그가 가꾸려고 했던 것. 그것은 무엇인지, 과연 조국이나 애국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였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신념이 있는 사람과 그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사상과 세계를 올곧게 지켜나가는 인생과 그렇지 못한 인생, 어쩔 수 없이 그렇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인생, 끊임없이 타협해야만 하는 듯이 보이는 인생... 우리의 수없이 많은 다양한 인생중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어떤 인생으로 보내야 할 것인가.

200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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