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이 벌어졌어
v.s.
경애의 마음 / 김금희 / 창비 / 2018년 06월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 문학동네 / 2018년 06월
때는 바야흐로 2016년, 아직 박근혜가 그랬고 최순실이 그랬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짐작조차 못하던 암흑시절이었다. 여기저기서 나야말로 한국 소설의 앞날을 책임지고 말리라 주장하는 젊은 군웅들이 할거하는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주목과 기대를 얻은 두 명의 젊은 고수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길 없는 넓은 초원에서 그야말로 대놓고 일대 결전을 벌인 일이 있었다. 2016년 5월 31일 세상에 나온 김금희의 단편집 『너무 한낮의 연애』와, 2016년 7월 7일에 간행된 최은영의 단편집, 『쇼코의 미소』가 한 달을 사이에 두고 크게 맞붙은 것이다. 그야말로 용과 호의 싸움이었다.
너무 한낮의 연애 / 김금희 / 문학동네 / 2016년 05월
쇼코의 미소 / 최은영 / 문학동네 / 2016년 07월
용호가 아무리 상박이라 한들, 그래도 용이 있고 호가 있는 법이다. 용과 호가 붙으려면 최소한 증강현실이라도 필요하겠지만, 사실 안 봐도 대충은 안다. 어쨌든 둘이 붙으면 용이 이기리라는 것을. 걘 날개 없어도 날고 천둥번개도 우르릉 쾅쾅 쏴대는데 호랑이는 끽해야 이빨에 발톱이 다니까. 그건 심지어 인간도 다 갖고 있는 무기들이다. 허접해서 그렇지. 하여튼 물리적(용이?) 관점에서 용호상박은 상대적으로 기량이 부족한 호랑이의 “졌잘싸”를 칭송하기 위한 수사에 가깝게 사용될 때 맞춤하다는 전제를 깔았다 치면, 그렇다면 이 판에서는 과연 누가 용이고 누가 호인가. 무림의 호사가들은 대부분 김금희를 용으로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기실, 사이즈가 달랐다.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쇼코의 미소」로 당선되어 문단에 등장한 최은영은 같은 작품으로 2014년 <제5회 젊은 작가상> 7작품 안에 이름을 올리긴 하였지만, 당시 벌써 ‘젊은’ 고수를 넘어 무림 최고수의 반열에 오른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와 맞붙어 대상은커녕, 수상작품집 가장 말석에 이름을 싣는 데 만족해야 했다. 김연수 같은 눈 밝은 작가가 일찌감치 자신의 권좌를 채어갈 잠룡으로 그녀를 지목하기도 했으나, 어쨌건 그 이후 2년을 최은영은 이렇다 할 수상작도 없이 낮게 웅크리는 중이었다. 반면 김금희는 제61회 현대문학상 수상후보작에 <보통의 시절>을 올리며 2016년을 시작했고, 『너무 한낮의 연애』보다 한 달 앞서 수상작품집이 출간된 2016년 제7회 젊은 작가상 대상 작품이 표제작 「너무 한낮의 연애」였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누가 봐도 그녀가 용이었다. 『너무 한낮의 연애』 출간 이후의 일이긴 하지만, 그해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로 제16회 황순원문학상의 창문을, 「새 보러 간다」로 제10회 김유정문학상의 대문을 두드리더니 마침내「체스의 모든 것」으로 12월, 제62회 현대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해를 마무리 한 것을 보면, 과연 2016년은 김금희의 해였던 것도 사실이다. syo 역시 그 해에 그런 말을 들었다. “이제는 김금희야. 황정은 다음은 김금희야.” 그러나 막상 싸움은 굉장히 싱겁게 끝났다. 물론 용은 더할 나위 없는 용이었음에도, 뚜껑을 열어보니 이 호랑이 몸통이 산만 하고 이빨이 집채만 했던 것이다......
독자의 반응은 선명했다. 출판계가 수상 뽐뿌를 동원해 잔뜩 붐업 해 놓은 김금희의 책은 전체적으로 좋은 반응 가운데(실제로 좋다),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라는 의견 역시 건포도 케이크 속 건포도 알처럼 뜨문뜨문하나마 명백하게 상존했다. 반면 최은영의 책은 압도적인 호평이었다. 알라딘의 이름난 리뷰어들은 하나같이 최은영의 이름 앞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고, 이름 안 난 리뷰어들(예를 들면 syo) 역시 뒤질세라 엄지손가락 두 개와 엄지발가락 두 개까지 들어올렸다. syo는 두 권을 다 읽었는데, 『너무 한낮의 연애』는 리뷰를 쓰고 싶을 만큼 좋았고(지금은 그 리뷰를 지웠지만), 『쇼코의 미소』는 리뷰를 쓸 수 없을 만큼 좋았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점 알라딘에는 『너무 한낮의 연애』에 대한 100자평과 리뷰가 각각 40개 남짓 존재한다. 『쇼코의 미소』에는 그 세 배쯤 붙어있다. 당장 어제도 리뷰가 올라왔다. 과연 문단과 독자들 사이의 이 거대한 간격은 어떻게 발생했으며, 또 무엇을 상징하는가. 『쇼코의 미소』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그야말로 뒤흔들었고, 그 책에 수록된 7개의 단편(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되었다) 가운데 표제작에만 시상했던 인색한 문단은 그해 말, <소설가들이 투표로 선정한 2016년의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이 책에 달아주며 머쓱해했다. 이렇게 김과 최의 1차전은 의외로 한쪽으로 기운 승부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2018년. 리벤지 매치가 시작되었다. 2016년 싸움의 실질적인 승자는 사실 두 권의 책을 모두 출간한 출판사 문학동네였다고 봐도 무방했지만, 이번에는 구도가 다르다. 한판 붙어 보자, 대통령도 바뀌고 나라도 바뀐 마당에. 6월 15일, 김금희를 품에 안은 창비가 『경애의 마음』으로 2차 대전의 포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장편이다. 보름 후인 6월 30일, 문학동네는 디펜딩 챔피언 최은영의 새 단편집 『내게 무해한 사람』을 내세워 또 한 번 큰 재미를 기대한다. 과연 두 사람의 무공은 얼마나 고강해졌을지? 최근 그들의 단편을 몇 읽어 보자면, 최은영은 여전히 좋아 죽겠고, 김금희는 점점 더 좋아 죽겠던데. 현 시점 기준, 『내게 무해한 사람』이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는 두 배 앞서 있는 반면, 읽은 이 숫자와 100자평, 리뷰 개수는 『경애의 마음』이 각각 5배, 2배, 60배(??!!) 앞서 나가고 있는 중이다. syo 역시 두 권의 책을 모두 구매하여 책장에 꽂아 두었지만, 아직 읽을 시간, 읽고 나서 리뷰를 쓸 만한 시간만큼은 차마 만들기가 어려워, 이렇게 1시간짜리(고작 이게 한 시간이나 걸렸다니 믿을 수 있나요, 이 어마어마한 비효율.....) 주제도 내용도 없는 똥글을 남기며 잠깐 뇌를 자리에 뉘었다가 다시 떠납니다. 월말에 다시 만나요.
그리고 1차전 이후 2년간 그녀들이 쌓은 전승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