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다 읽은지 좀 됐다. 

궁금해하시는 분 들 많아서 마음은 빨리 써야지 했는데, 요즘 기력이 좀 딸려서 - -; 

게다가 이 책이 워낙 많은 내용을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어서 뭘 써야 할지 잘 가닥이 잡히지 않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니 이 책의 다른 디테일보다 내가 관심있는 부분의 가닥이 더 명확해지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떠오르는 게 많다.



사실 내가 흑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아니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조지 엘리엇이 해리엇 비처 스토의 이 작품에서 '여성적 미덕'에 있어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되어 있어 '여성적 미덕' 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기를 시작했었다. 조지 엘리엇의 작품도 제대로 읽은 게 없기에 말하긴 좀 그렇지만,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 <미들마치> 축약본에서 좀 맛을 본 결과 조지 엘리엇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해지길 바라기보단, 여성만의 방식으로 사회를 바꾸기를 바란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 책은 어릴 때 축약본으로 읽어 대략의 인상만 남아있었다. 흑인들이 노예제 하에서 어떤 괴로움을 겪는지, 톰 아저씨가 불쌍하다는 생각 등.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이 책이 남북전쟁을 일으켰다고 할 수도 있다는데, 남부와 북부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기 보다는 대중들에게 노예제의 현실이란 것이 무엇인가- 를 알리는 책이었을 것 같다. 이야기는 톰 아저씨가 이동함에 따라 남부의 노예주였던 켄터키, 루이지애나, 텍사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야기 속에 연도가 정확히 나왔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위 지도는 1846년의 상황이고 노예주는 분홍색, 자유주와 자유구역(?)은 하늘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톰 아저씨가 마지막에 살던 리그리의 농장은 레드강 유역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주 경계를 지나간다고 한다) 에 있는데 1837년도 지도에는 텍사스가 텍사스 공화국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위키피디아에서 이 지도를 가져왔다.

(설마 리그리가 텍사스 공화국 사람은 아니었겠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1852년에 출판됐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켄터키는 노예주 중 상당히 북쪽에 위치해있고 (그래서 노예들이 강을 건너 오하이오로 도망가고, 거기서 캐나다로 도망가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톰 아저씨가 팔려서 가는 루이지애나는 태평양을 면한 남부에, 생을 마감하는 텍사스는 그 옆에 있다. 해리엇 비처 스토가 살았던 코네티컷은 북동쪽에 있는데 1789년부터 줄곧 자유주였지만 작가의 아버지는 목사이며 노예제 찬성론자였다고 한다. 이웃 (이웃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먼 것 같은데) 켄터키 주를 여행하다가 흑인 노예들의 참상을 목격하고 훗날 노예제 폐지운동에 열정을 쏟게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1850년 도망노예법이 좀더 강화된 것에 자극을 받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아버지와 남편이 목사이고, 이 소설도 꽤나 종교적인 경향이 짙다. 



줄거리를 대략 써보자면 



켄터키의 비교적 온화한 주인 셸비씨 아래에서 살던 흑인 노예 톰은 주인의 사업이 잘 안 되어 팔려가게 된다. 가족같고 충실한, 일도 잘하고 돈을 맡겨도 될 정도로 신뢰를 받는, 그래서 곧 자유를 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던 톰 아저씨지만 그렇기에 급할 때 비싼 값으로 팔 수 있어 가장 먼저 팔려가게 되는 것이다. 톰과 함께 팔려갈 위기에 처하는 어린 아이의 엄마 엘리자는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기로 마음을 먹고 톰에게 가서 얘기하지만, 톰은 직업윤리상(?) 양심에 충실하고자 그리고 남은 가족을 생각하며 남는다. 아이의 엄마는 노예 사냥꾼에게 쫓기지만 얼음이 얼어 배가 뜨지 못하는 강을 아이를 안고서 맨발로 떠다니는 얼음 조각을 밟고 건너 자유주인 오하이오로 간다. (오하이오는 노예해방 네트워크인 지하철도 Underground Railroad의 루트가 밀집되어 있는 중심지역이었다) 톰 아저씨는 루이지애나로 가서 경매에 부쳐지지만, 운좋게 관대한 주인 (싱클레어)를 만나고 싱클레어의 딸인 에바와 함께 지내며 종교적으로 더 각성한다. 싱클레어도 톰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톰은 다시 악랄한 농장주 리그리에게 팔려간다. 리그리가 톰에게 노예 관리인 일을 맡기려고 하자 톰은 거부하고, 폭행을 당하게 된다. 이후 리그리의 화풀이 대상이 된 톰은 리그리의 여자였던 캐시와 에멀린이 도망가는 것을 알면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심한 폭행을 당하고 숨이 끊어져 갈 때쯤 셸비씨의 아들 조지가 찾아온다. 조지는 톰을 데려가려고 했지만 톰은 곧 숨을 거둔다. 



제목이 일단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고, 줄거리도 '에바' 를 빼고는 사실 여성 인물의 이름을 하나도 넣지 않고 쓸 수 있다. (아쉬워서 굳이 엘리자와 캐시, 에멀린의 이름을 넣었다) 이야기도 톰 아저씨의 이동을 따라 등장인물이 바뀐다. 그렇게 생각하면 톰 아저씨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것 같다.


사실 톰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맞다. 그렇지만 내가 페미니즘 물을 먹어서 그런지, 도대체 왜 이 책의 제목이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톰은 백인 주인들에게 인정받고 일 잘하고 충성스럽고 신앙심이 깊은 흑인 중년 남성이다. 톰이 두 번이나 자유를 약속받고도 비참하게 죽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톰이란 인물은 나쁘게 말하면 체제순응적이고, 신앙심이 조금 더 깊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 그리고 후반부의 안타깝게 폭행을 당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는 '좋은 사람' 이었다. 빨리 자유를 달라고 주인을 조르지도 않았으며, 때가 되면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잘 살기 보다는 내 '오두막'에서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었다. 리그리의 농장에 이르러서야 그는 비참한 현실을 알게 되고, 불의에 항거하다가 죽는다. 그의 죽음은 마치 모든 사람의 죄를 대신하여 죽는 예수의 순교처럼 그려진다.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받은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 하나 더 있는데 톰의 두번째 주인 싱클레어 딸인 에바다. 싱클레어가 관대하긴 하지만 냉담하고 방임하는 면이 있다면 모두에게 친절한 사랑스러운 '천사' 같은 에바는 나약하고 신경질적인 여성으로 그려지는 그녀의 엄마에게는 물론이고 흑인 유모, 톰을 비롯한 흑인 노예들 그리고 말썽꾸러기 톱시에게까지 친절하며, 사랑의 힘으로 톱시를 변모시킨다. 톰과 함께 성경을 읽고 톰으로 하여금 좀더 종교적으로 각성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병으로 일찍 죽지만 톰처럼 순교하는 느낌은 아니다. 굳이 성경 속의 인물로 비유하자면 세례자 요한 같은 사람일까? 사실 적당한 비유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에바의 역할은 종교적으로는 그 정도, 그리고 '여성적 미덕' - 관용, 돌봄, 포용 등? 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톰 아저씨의 주변에 있는 다른 여성 등장인물들, 특히 흑인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성스럽지는 않아도 좀더 극적이다. 어릴 때부터 기독교인으로 교육을 받았고 '주인님과 마님 말에 복종해야 하며, 아니면 기독교 인이라 할 수 없다' 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엘리자. 그녀와 남편 모두 외모로는 백인과 비슷해 구별이 잘 안되는 사람이다. 그녀의 남편이 주인의 학대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캐나다로 도망가겠다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순종적인 사람이었지만, 주인이 톰과 함께 아이를 팔거라는 말을 엿듣고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얼음을 밟고 강을 건너가는 장면은 이 긴 이야기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이었다. (내가 어머니라서 그렇게 느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지도 모른다.) 



톰의 세번째 주인의 여자이자 노예인 캐시. 캐시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캐시는 뉴올리언스에서 백인 아버지와 노예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지만 '풍족하게 컸다'. 수녀원에 가서 음악과 프랑스어, 자수 같은 걸 배웠고 어머니가 다른 (아마도 백인 어머니) 형제들과 함께 자랐다. 아버지는 캐시를 해방시켜주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팔리게 되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 덕에 경매에 부쳐지지 않고 자신을 오랫동안 사랑해 온 젊고 잘생긴 남자에게 팔렸다. 캐시는 그가 자신을 사랑하니 결혼하고 해방시켜줄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이도 둘 낳고 그와 살았지만 그는 도박에 빠지고 다른 여자가 생겨 캐시와 아이들을 (처음부터 캐시를 탐내던) 사촌에게 팔았다. 사촌은 아이들을 팔아버렸고, 캐시는 다른 남자에게 다시 팔려갔다. 그 남자는 좋은 사람이었고 또 아이를 낳았지만, 캐시는 그 아이가 다시 팔려갈까봐 자라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 좋은 남자는 또 죽었다. 그리고 또 팔려서 여기 저기를 거쳐 리그리에게 다시 팔려와 반은 아내 반은 노예처럼 살고 있다. 그런데 톰과 함께 에멀린이라는 젊고 예쁜 여자를 리그리가 데려왔다. 



캐시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던 것은 캐시와 나 혹은 나보다 좀더 전 세대의 여성들이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부유한 경우 딸에게도 충분한 교육을 시키지만 아들에게 가지는 기대는 가지지 않았던 부모들, 딸에게는 직업적 성공보다 성공적인 결혼을 바랬던 부모들. 너만은 다르게 자유롭게 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바라지 않는 건지 바랄 수 없는 건지 인정해주지 않던 부모들 (특히 어머니들. 이해하기 힘듬). 사랑한다지만, 그래서 결혼한다지만 여성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남자들. 

 


사람들은 개인을 사랑하지만 제도 밖으로 나가는 건 두려워한다. 딸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어서 그럴까? 자기들은 아쉬운 게 없으니 그럴까? 캐시의 남자들은 해방시키면 캐시가 자신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흑인 노예를 해방시키고 결혼하는 건 그 당시 손가락질 받을 만한 일이라서 (그랬겠지) 그랬을까? 



여성의 상황과 흑인의 상황 사이에는 깊은 유사성이 있다. 오늘날 두 경우 모두 같은 온정주의에서 해방되고 있고, 예전의 주인 카스트 계급은 그들을 '그들의 자리', 다시 말해 그가 그들을 위해 선택한 자리에 계속 붙잡아 두고 싶어 한다. 두 경우에 주인 계급은 어린애같이 잘 웃고 분별없는 '착한 흑인'과 인종하는 흑인 그리고 '진정한 여자', 다시 말해 경박하고 유치하며 책임감 없는 여자의 미덕에 대해 다소 진심어린 찬사를 늘어놓는다.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제 1권 서론 중












그렇다. 여성과 흑인의 상황 사이에는 깊은 유사성이 있다. 

그럼에도 왜 이 책의 제목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인가. 이것이 해리엇 비처 스토의 한계 혹은 그녀가 살던 시대에 말할 수 있었던 한계일까. 주변 얘기처럼 할 수는 있어도 더 이상 나아갈 수는 없었고 흑인 여성의 이야기보다는 흑인 전체가 해방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흑인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오두막', 소박한 자유라는 말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읽으며 막연히 2월의 여성주의책같이읽기 책 <여성, 인종, 계급>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언급이 되기는 하는 모양이다. 궁금하다 어떻게 이 책이 언급되는지... 그렇지만 2월에는 <제2의 성>을 읽어야 할 것 같고 (제1권 3부 신화를 읽는 중). 일단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둔다. 





예전부터 보관함에 담겨있었던 소설을 이제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 미국에서 캐나다로 도망가는 것은 이 때부터 유행이었나... 계속 오마주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뭐 멕시코보다야 캐나다가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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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2-20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캐시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네요. 아버지가 백인이고 엄마는 노예이지만 딸처럼 키웠으면서... 왜 해방 안 시켜주고 돌아가시나요, 아버지? 좋아하던 남자라면서요. 결혼했는데 왜 해방 안 시켜주고 팔아버리나요? ㅠㅠㅠ 그 때 백인만큼 하얀 혼혈여성들의 삶이란 정말 비극 그 자체인 거 같아요.

저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안 읽었고요(이 리뷰 읽는것으로 갈음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읽었어요. 추천합니다^^


건수하 2023-02-20 16:24   좋아요 2 | URL
좋아하던 남자지만 결혼을 안하더라고요, 해방도 안 시키고... 아름답다고 칭송은 하면서. 어찌나 화가 나던지...

종교가 흑인을 순응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도 조금 불만이었습니다만... 그게 그들의 삶에 위안이 되었다면 또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 부분은 쓰지 않았어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읽으셨군요. 참고할게요 :)

단발머리 2023-02-20 16:26   좋아요 2 | URL
아…. 결혼도 안 했군요. 하긴 노예라 생각하니 결혼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수도… 아이구야…

거리의화가 2023-02-20 16: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넘 좋네요! 저도 이 책 읽기 시작했는데요. 앞의 배경 설명해주시는 거 보니 이해가 쏙쏙 됩니다. 나중에 완독하고 페이퍼 다시 재독할게요.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3-02-20 16:26   좋아요 2 | URL
거리의 화가님도 읽기 시작하시고, 요즘 <여성, 인종, 계급> 읽고 다들 언급하시길래 마음이 좀 급해져서 얼른 횡설수설 썼습니다. 다른 분들은 읽고 어떤 생각하실지 궁금하네요.

햇살과함께 2023-02-20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수하님,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 해소되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도 읽어보고 싶고요.
<제2의 성>은 이제 1권 2부 읽는 중이고요. 이 책만 보면 왜 이렇게 졸릴까요;;;;

건수하 2023-02-20 18:12   좋아요 2 | URL
햇살과함께 님 궁금증이 해소되셨다니 시간을 절약시켜 드렸을까요 ㅎㅎ
보람이 있네요 :)

<제2의 성> 잘 안 읽히면 2권을 먼저 읽으라는 팁이 있었는데 시도해보시겠어요? ^^

책읽는나무 2023-02-20 1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수하님^^
저는 이제 <여성, 인종, 계급> 좀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이 책이 언급되어 도서관에서 <톰 아저씨의 오두막>빌려와 딱 책장은 펼쳤는데 뭐부터 읽어야할지 몰라 딱 책장만 펼쳐뒀어요ㅋㅋ
수하님 리뷰 읽으니 가닥이 조금 잡히네요.
저도 이 소설 얼른 읽고, 다시 들어와 꼼꼼히 읽어보겠습니다.
덕분에 멋진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건수하 2023-02-20 18:14   좋아요 2 | URL
뭐라고 언급되었을까요... <여성, 인종, 계급> 궁금한데 읽던 거나 잘 읽자 하며 참고 있습니다 ㅎㅎ
읽고 계신 분들 많아서 반갑습니다 :)

은오 2023-02-20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요즘 기력 딸리시는거 약간 눈치채고 있었어요. 며칠 전까지 일주일이나 글이 안올라왔어서ㅋㅋㅋㅋ수하님이 조용하시니 심심하군....했습니다.
톰아저씨는 안궁금하고 안읽어서 건너뛰었지만 수하님한테 굿나잇인사는 하고싶어요! 굿나잇!!!😍

건수하 2023-02-20 22:52   좋아요 1 | URL
요즘 한참 글 안 썼었죠 ㅎㅎ

은오님은 제 글에는 별로 관심없으신 것 같고.. 뭘 보고 절 좋아하시는 걸까요 ㅎㅎ 댓글?

굿나잇~🥰

은오 2023-02-20 22:57   좋아요 1 | URL
이 글이 제가 잘 몰라서 관심없는 글인거지 다른 글은 열심히 읽었는데 아니 수하님!! ㅋㅋㅋㅋㅋㅋ
수하님이 좋은 이유 다 대려면 오늘 잠 못자니까 얘기 안하고 자러갈겁니다!! 😘

건수하 2023-02-21 07:3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우문현답이십니다

굿모닝~

다락방 2023-02-21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잘 읽었습니다, 수하 님. 톰아저씨의 오두막을 이렇게 만나네요. 그런데 저는 수하 님 글 읽고 나니 이제야말로 제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월 도서 다 읽고 나면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둘다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저는 이 페이퍼 읽고 나니 톰 아저씨의 오두막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나는 감정이 수시로 찾아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휴우..

건수하 2023-02-21 10:15   좋아요 0 | URL
<제인 에어>도 그랬고 아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다시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가 많네요.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나고 눈물이 나는 책이었어요. 다락방님은 그 안에서 다른 것도 많이 발견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moonnight 2023-02-21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이런 긴긴 이야기였군요@_@;;; 어릴 적 짧은 이야기로 어렴풋이 남아있는데요@_@;;;;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저도 추천합니당^^

건수하 2023-02-21 18:03   좋아요 1 | URL
달밤님 반갑습니다 ^^ 저는 아주 간략하게 요약을 한 것이랍니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여러분이 추천하시니 읽어야겠네요 ^^
 
나는 남자들이 두렵다
비벡 슈라야 지음, 현아율 옮김 / 오월의봄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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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들이 두렵다>를 페미니즘 책모임에서 같이 읽기로 했을 때만 해도, 나는 이 책이 페미니즘 관련 책인 줄 알았다. 

폭력과 관련된 책일까? 그런데 남자들이 두렵다니, 그래 두려울 수도 있지. 그렇지만 좀 나약해 보이기도 해서 맘에 들지 않았다. 

남자들이 저 책 제목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오히려 책을 집어들게 하는 효과가 있을까?

그때까지만 해도 책의 색깔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단 책모임에서 같이 읽기로 하고 나서 책소개를 보니 이 책은, 아예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페미니즘 관련 책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책이었다. 그러고 보니 제목을 나약하다고 생각하면 표지에 쓰인 색깔은 너무 강렬했다. 


책을 받아서 읽어보려다가 뒤를 보니.. 뒤표지에는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부제는 앞표지가 아닌 뒤표지에 적혀 있었다. 

나름 노린 표지 디자인이었던 거다. 앞표지를 보고 응? 하며 이 책을 집어들어 뒤표지를 봤다면 내용이 궁금해질 것이다. 

일반 남성들이 앞표지를 보고 궁금해져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그것은 표지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 포함에 체크하려고 했으나, 그 옵션을 제공하지 않는 도서라는 팝업이 떴다. 이건 그냥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옵션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알라딘에서 책을 등록할 때 선택해서 설정할 수 있는 값인가보다. 그럼 스포일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냥 쓰는 걸로...




이 책은 mtf (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가 본인의 경험을 쓴 에세이다. 저자는 어릴적 '남성적'이지 않은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는 남자들을 두려워했고, 남성적으로 행동하려 애썼다. 남성들은, 그리고 여성들은 저자의 정체성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남성성'에 맞지 않고 모호하며 '정상적'인 행동양식을 따르지 않아서 저자를 두려워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의 '두려워하다' 의 의미는 약간 다른 것 같지만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렵다. 직접적으로 느끼는 공포와 은근한 공포라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며 '남성성' 이라는 것에 대해 내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성'이 무엇인가는 많이 생각해 보았지만, '남성성' 이라는 것에 대해 사실 관심도 없었다. 막상 남성성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남성을 정의하기 위해 타자인 여성을 필요로했다는 <제2의 성>의 구절이 떠오르면서 사실 '남성성' 이라는 것은 '여성성' 이라는 개념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적이지 않은 것'이 '남성적'이고 '정상적'인 것이다. 


페미니즘이 왜 구체적인 경험의 공유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다. 이 책의 맨 앞에는 어슐러 K. 르귄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여자들이 말을 하면 많은 남자가, 심지어는 여자들도 겁을 먹고 화를 낸다. 

이 야만적인 사회에서 여자들이 진실을 말하려면 전복적으로 말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짓눌리고 억눌린 당신은 탈주하고 전복한다. 우리는 화산 같은 존재다. 

우리 여자들이 우리의 경험을 우리의 진실로서, 인간의 진실로서 말하는 순간, 모든 지형도가 뒤바뀔 것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산맥들이 생각날 것이다. 




mtf 트랜스젠더의 경험을 조금은 전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이 책은 머리로 조금 이해하고 있다 생각했던 사람들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트랜스젠더의 경험을 다룬 책이 많은가? 나만 안 읽어봤는지도 모르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해 잘 모르고 '남성성' 에 대해서도 관심이 별로 없었던 나에겐 새로웠다. 잘 정리된 서문이나 해제가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뭔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서문이나 해제에서 정리해주었다면 이 책만 읽고 끝났겠지. 


그런 점에서 이 책의 표지 디자인은 책의 내용과 목적에 잘 부합하는 것 같다. 


내용이 아주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별 다섯 개. 



+ ftm 트랜스젠더의 경험도 궁금하다.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그들이 스스로의 내적 편견을 인식하게끔 하는 (나아가 편견을 버리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누군가의 고통을 선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뿐일까? 나의 인간성은 어째서 내가 어떻게 희생되고 침해당했는지를 고백할 때만 가시화되고 관심을 받는 걸까? - P77

남성성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예외를 갈망할 게 아니라 지금의 기준선 자체에 맞서야 한다. 아무리 어머니를 사랑하고 여자를 위해 출입문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페미니스트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인종주의, 동성애혐오, 트랜스혐오를 비롯한 온갖 억압을 경험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아무리 ‘전형적인 남자‘의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해도 ‘좋은 남자‘라는 신화를 영속화하고 예찬하는 한, 결과적으로 지금의 기준선을 눈감아주는 데 공모하게 될 뿐이다. - P86

두려움은 어떤 존재라도 될 수 있는 당신의 잠재력을 제한한다. 너무 여성적이라는 이유로, 혹은 너무 남성적이라는 이유로 당신이 얼마나 자주 외모와 행동, 그리고 감정에 대한 열망을 내팽개쳐왔는지 떠올려보라. 내 경우까지 갈 것도 없이, 무엇이 여성적이고 무엇이 남성적이라는 사고방식을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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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18 2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을 없애고자 한다면 굳이 트랜스젠더가 될 이유도 없지 않은지. 여성으로 성별을 바꿔봤자 여성성에 갇히는데 왜? 아아아아 저는 이 문제는 어렵네요

건수하 2023-02-18 21:34   좋아요 2 | URL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남성성과 여성성을 너무 좁은 범위로 한정하고 강제하지 말자는 이야기 아닐까요?
트랜스젠더들이 어떨 때 트랜지션을 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생물학적 성에 맞는 ‘정상성‘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굳이 트랜지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지도...

난티나무 2023-02-19 1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감아주는데 공모하지 않기!!!!!!!

건수하 2023-02-22 10:08   좋아요 0 | URL
이 문장 옮기는데

얼마전 다락방님이 <여자는 인질이다> 라는 책에서 인용하셨던,

여자에게 성폭력을 가해서 남근이 위고 여근이 아래라는 생각을 주입하는 남자는 일부지만, 결국 일부 남자의 폭력이 늘수록 모든 남자가 더 큰 이득을 보게 된다.

라는 문장이 생각났어요. 공모란 그런 것..

 

















2월과 3월 두 달에 걸쳐 여러분들과 함께 읽기로 한 <제2의 성>을 나는 작년 초 좀 읽다 말았다. 아마 1권의 제3부 신화 어딘가를 읽다 말았는데, 정확히 어딘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독서괭님 올리신 몽테를랑의 말을 보니 약간 익숙한 게 그건 읽은 것 같고 D.H. 로런스를 읽다만 것도 같다 (지금 책과 함께 있지 않다 ^^;). 



작년에 <제2의 성>을 읽을 때는 참고할 책도 없고 인터넷에 접속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래서 각종 고유명사와 모르는 용어를 찾아볼 수 없어 답답했었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그런 거 찾아보느라 책 읽는 속도가 느리다) 그 중 가장 나를 괴롭게 한 것은 실존, 초월, 내재... 뭐 이런 것들이었다. 정확한 의미를 모르겠는데 계속 나와... 그래서 다시 읽기 전에 이걸 좀 정리하고 갔으면 싶었는데 갑자기 내가 전에 사놓고 안 읽은, 공쟝쟝님이 그렇게 읽으라고 읽으라고 다른 철학 책 안 읽고 이거만 읽어도 일단 괜찮다고 하셨던 <페미니즘 철학 입문>이 떠올라 펴보니, 3부에 보부아르가 있다! 그래서 와- 이거 읽고 읽으면 되겠다! 하면서 신나서 시작한 게 2월 5일. 



일단 서문을 읽었다. 서문 읽어보니 너무 잘 읽히고, 좋고, 그래서 어느새 1장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로 넘어가 또 읽고 (그러다가 오타가 있다고 투덜거리며 사진을 올렸다). 그동안 내가 의문을 가지고 있던 걸 쏙쏙 집어주시는게 너무 좋았다. 김은주님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도 너무 쉽게 잘 풀어주셔서 좋았는데 이 책도 그런 거다. 그래서 안되겠다 그러면 어차피 3장까지 페이지 수도 별로 안 되니까 2장도 읽고, 3장까지 읽은 다음에 개운한 마음으로 <제2의 성>을 읽어야지! 했다. 그런데... 










(이 책도 좋음)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뭐 여러가지 일이 있었는데 일단 저녁마다 주말마다 기절해서 자버리기도 했고, 아이 생일이 있어서 하루 휴가도 썼고, 친구들을 불러 생일 파티도 해줬고, 책모임에서 뒤풀이 한다는데 약속해버려서 거기도 잠깐 가고... 하다 보니까 이번주가 되었다. 그래서 <페미니즘 철학 입문>의 3장은 오늘 겨우 다 읽었다... (사실 거의 다 읽은게 한참 전이고 마지막 몇 페이지만 오늘 읽음) 



<제2의 성>은 밀리의 서재에 전자책이 있길래 출퇴근하며 듣고 있다. 전에 한 번 읽어서 그런지, <페미니즘 철학 입문>에서 전체 맥락을 짚고 실존과 초월, 내재의 개념이 정리가 되어서 그런지 가끔 졸리지만 진도가 잘 나간다. 제2부 역사의 챕터 3 읽는 중 (이 챕터들은 왜 숫자만 있고 제목이 없는가). 물론 듣다보니 논리를 아주 치밀하게 따라가지는 못하고 대충 어어 그렇구나 하며 넘어가고 있다. 그게 당시엔 기발한, 골때리는 내용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이미 익숙한 것이라서, 그걸 이렇게 이렇게 하나하나 논리를 세워가며 따졌구나, 이 사람 정말 똑똑하다 하며 듣고 있다. 생물학적인 내용은 이제 좀 아닌 걸로 밝혀진 것도 있을 것 같은데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넘어가고. 



사실은 <페미니즘 철학 입문> 3장 내용을 좀 옮겨 뒀다가 나중에 다시 보고 싶어서 이 페이퍼를 쓰기 시작했다. 여기엔 내가 궁금해했던 실존, 초월, 내재 뿐 아니라 <제2의 성>의 논지가 요약되어 있다. 물론 <제2의 성>을 스스로 읽고 이 논지를 깨우치면 좋겠지만, 보부아르는 천재고 책은 너무 두껍고... 좀 정리하고 가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제2의 성> 의 내용만이 아니라 김은주님의 해설도 좋다. 내 머릿속에 조금씩 단편으로 남아있는 페미니즘 책들이 꿰어 정리되는 느낌이다. 






실존철학의 기본 개념은 자유예요. '인간이 어떤 식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이것이 실존철학이 던지는 질문이에요.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면, 자신이 타자의 위치에 놓여있을 때는 자유롭지 못하고, 주체의 입장에 섰을 때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정말로 보부아르가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자유의 개념입니다. 그 자유란 주어진 게 아니라 실존을 통해 참여를 해서 쟁취하는 거라고 했죠. (104)



남성들의 많은 작업들이 여성을 제2의 성, 즉 타자의 위치로 만들고, 이를 오랜 기간 여성들에게 내면화시키고, 또 그것이 사회 일반의 개념인 것처럼 만들었다는 분석을 1부에서 진행한다면, 2부에서는 그렇다면 그런 여성들은 어떤 식으로 자라나는가를 분석해요. (105)



이 책의 2부는 생생한 묘사, 실제 경험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이 있어요. 이런 걸 보면 '이게 과연 철학적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특히 시몬 드 보부아르는 철학이 굉장히 구체적인 우리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서술을 하고 있는 거예요. '실존'이라는 말 자체가 우리가 가진 시간과 공간이라는 맥락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탐구이고, 이러한 현상으로부터 철학적 성찰을 시작합니다. (106)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항상 타자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남자는 여자를 타자화함으로써 '인간'이 되었던 거죠. 이게 굉장히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실제로 남녀의 위치라는 건 언제나 비대칭적이라는 걸 밝혀냅니다. 이것이 페미니즘의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에요. 우리가 페미니즘을, 그 이론을 이해한다는 건, 남녀의 성차가 비대칭적인 상태이며 그것들을 교정하려는 어떤 시도가 페미니즘의 출발점이라는 걸 이해한다는 거예요. (126-127)



그런데 여기에서 보부아르는 이런 질문을 던져요. '분명히 남녀는 주체와 타자의 관계인데 여자는 왜 한 번도 저항을 안 하지?'... 다른 모든 곳에서는 주체와 타자의 관계면 자기를 주체로 세우고 외부를 타자로 세우고, 이쪽이 주체면 저쪽을 타자로 세우는 쟁투관계라는 게 성립이 되는데 여성은 그렇지 않았던 거예요. 한 번도 투쟁적이었던 적이 없다는 거죠. ... 여기서 보부아르는 페미니즘 운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 왜 그런가 생각을 해봤더니 "여자들은 타자와 대결해서 싸울 수 있도록 자신을 하나로 뭉치게 할 현실적인 수단이 없었다." ... 보부아르는 여성들이 여성들만의 고유한 과거, 역사, 종교와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거나, 노동자 계급처럼 노동으로부터 비롯된 연대감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같이 살지도 않는다는 거죠. ... "여자들은 주거-노동-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매이고 아버지나 남편 같은 남자들의 사회적 신분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여자들보다 남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그들 사이에서 분산되어 살고 있다." (128-130)



보부아르는 여자들도 이 세계가 남자들의 손에 쥐여 있다는 것에 공모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건 여자들을 비난하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너무 오래되었고, 너무 오래 쌓였으니까 사실 지치는 게 있다는 거죠. 조금 올라가기만 하려고 해도 너무 힘든 거예요. 사실 저는 페미니스트로 사는 건, 그렇게 행복한 일이 아니라고 자주 말해요. 그렇지 않나요? (133)



페미니즘은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들에서 시작해요. '페미니즘이 철학이냐' 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죠. 페미니즘 저서들을 보면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왜 그렇게 시작할까요?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여자들이 벗어날 수가 없어요.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야지, 문제를 느끼고 바꿀 수가 있는 거죠. 그래야 구체적인 수단을 마련할 수 있잖아요. ...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의 출발은 여성들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나요? 라고 할 때 '경험을 말하고 경험을 경청하라. 그리고 경청을 통해 우리는 페미니즘의 출발을 마련할 수 있다' 라고 하죠. 보부아르도 그래서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고요. (134-135)



페미니스트들은 이 세계에서 보편이라고 선언된 것들에 대해서 다시 물어요. ... 그래서 페미니즘이 급진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요. 래디컬하다는 건 근본적인 뿌리에 대해서 말하는 건데,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가치가 사실상 남성의 지배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그걸 다시 검토하면서 시작하자는 거니까요. (136-137)



보부아르는 인간을 유한한 존재, 죽음 앞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극복하는, 죽음에 맞설 수 있는 초월의 존재, 기투(나를 던지는 것)을 할 수 있는 존재, 자유를 완성하고 자유를 만들어가는 존재로서 보는 입장을 굉장히 중요하게 강조해요. (143)



우리는 자유를 어디서부터의 해방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건 freedom의 자유죠. 그런데 보부아르가 봤을 때 '어떤 쇠사슬로부터 해방됐어' 가 자유가 아니라는 거예요. 내가 새로운 것을 쟁취하는게 자유 liberty 예요. 누군가로부터 해방이 된다는 건 속박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거잖아요. 노예의 위치에 있었던 거죠. 노예의 위치가 아니라 자기 자유의 내용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게 자유의 기본이죠. 보부아르는 리버티라는 자유의 입장에 서 있는 거예요. (145)



남자들은 자라면서 자기가 주체가 된다는 것만 생각하지 타자로서의 경험은 없이 자란다는 거예요. 그런데 보부아르에 따르면 여성은 자기가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이고 싶은 동시에 내가 타자라는 사실 사이에서 분열이 생기고, 거기에 시달린다는 거죠. (154)






... 너무 다 좋아서 다 옮기지 않는게 너무 힘들었다. 



(3장까지밖에 안 읽었지만) 

여러분, <페미니즘 철학 입문> 혹시 안 읽으셨으면 읽으세요. 꼭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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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2-16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철학 입문> 미리 사두어 다행입니다. 읽기만 하면 되겠네요^^; 다 좋아서 옮기기 어렵다는 말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수하님 늦은 밤이라 내일 아침 정독할게요^^

거리의화가 2023-02-17 09:21   좋아요 2 | URL
오... 보부아르의 실존 철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셨겠어요. 다른 철학자들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데도 유용하겠습니다. 126~130페이지 인용문 특히 좋네요. 덕분에 저도 이 책 읽을 결심을 해봅니다.

건수하 2023-02-17 09:24   좋아요 2 | URL
화가님, 갖고 계시군요! 이 책이 아주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강의를 녹음해서 옮기신 건지 구어체라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서 밑줄 찾기는 힘든데,
개념잡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

- 2023-02-16 2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하님이 좋아하셔서 또 나자신이 기특해요💕

잠자냥 2023-02-16 21:27   좋아요 2 | URL
북플앱 삭제하고 알림 끈 거 맞니?

건수하 2023-02-16 21:39   좋아요 1 | URL
자냥님/ 댓글알림만 보고 깜짝 놀랬네요 저보고 북플 삭제하라고 하신줄 ㅋㅋ

건수하 2023-02-16 21:39   좋아요 1 | URL
쟝님 이제야 읽다니.. 잘못했어요!!

햇살과함께 2023-02-16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게 만드네요!
제2의 성 읽으며 보부아르 부분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건수하 2023-02-17 09:25   좋아요 2 | URL
제2의 성 읽고 나서 정리하는 느낌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고,
미리 한 번 훑고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

햇살과함께님 제2의 성 시작하셨네요. 쭉쭉 나가보아요!

햇살과함께 2023-02-17 09:35   좋아요 2 | URL
쭉쭉 안나가네요:;; 이제 서문 읽었어요 주말에 열심히 좀 읽어야지요!

바람돌이 2023-02-16 2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미니즘 철학입문을 딱 작년 이맘때쯤 읽었는데 <제2의 성>읽기 전에 보부아르 부분은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저도 <페미니즘 철학입문>은 정리를 굉장히 잘해줘서 정말 좋았던 책이었어요. ^^

건수하 2023-02-17 09:26   좋아요 2 | URL
정말 정리가 잘 되어있더라구요. 저는 펀딩할때 샀는데 왜 이제야 읽었는지 넘 아쉬웠어요 ^^
3장까지 읽었는데 시간날 때 뒷부분도 틈틈이 읽어둬야겠어요.

페넬로페 2023-02-17 14: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미니즘 철학입문 사 놨는데 병행해서 읽어봐야겠어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그것을 다 알고 넘어가기는 제 지식의 부족이 많아 그냥 훌훌 읽고 있습니다.
일단은 완독이 목표라서요^^

건수하 2023-02-17 20:31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런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 그러니깐 재미있네요 ^^

은오 2023-02-17 2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다가 생각하는 여자에 보부아르가 있었나?! 하고 목차 보고 왔어요ㅋㅋㅋㅋㅋ하아 페미니즘 철학 입문을 사야 하나😭 제2의성 읽고는 있는데 제대로 이해한건지 아리까리할 때가 있어서 고민되네요 오늘도 책 샀는데 아악

건수하 2023-02-17 21:54   좋아요 1 | URL
전반적인 내용을 짚어줘서 이해가 잘 되긴 했는데.. 서론에 있는 내용을 좀 쉽게 풀어줬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 뒤로는 상세한 예가 많이 나오니 안 어려운 거 같아요 :)

난티나무 2023-02-19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철학 입문!!!! 저도 막 읽으세요 또 읽으세요 했던 책이에요.^^ 그런데 저는 아직 다시 안 읽고 있…@@ ㅎㅎㅎ

건수하 2023-02-20 16:09   좋아요 0 | URL
저는 3장까지 읽었고 베티 프리단,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오드리 로드 2장 이렇게 4장 남았어요. 7월에 <성의 변증법> 읽을 때 또 2장 읽어야겠다 하며… 오드리 로드는 잘 모르는데 또 기회가 있겠죠? ^^
 

<자두>를 명절 연휴에 읽고 짧게 글을 썼었는데, 얼마 전 책모임에서 함께 이야기하면서 다시 더 쓰고 싶어져서 써 본다. 



단발머리님이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를 추천하셨었고, 다락방님이 <자두>에 대해 쓰신 글을 읽고 <자두>를 쓴 작가 이주혜님이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의 역자이며, <자두>라는 소설이 이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의 번역 후기로 시작한다는 에피소드를 알게 되고나서 <자두>가 궁금해졌었다. 왜 본인이 번역한 다른 책의 역자 후기를 소설에 썼을까 하고..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는 아직 안 읽었고 ^^; <자두>를 먼저 읽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번역자이자 시아버지의 간병을 하는 며느리다. 그래서 작가가 실제로 번역한 책의 역자 후기가 소설 속 주인공의 역자 후기인 것처럼 연결되어서, 잠시 이게 사실인가?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하는 물음 그리고 호기심을 갖고 책을 읽었다. 이 시작 부분이 처음에는 단순히 작가가 에이드리언 리치의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은 것을 언급하는 것인가 생각했지만, 책을 다 읽고나니 이 첫 부분은 전체 이야기와 연결이 되며 매우 의미심장한 시작이었다.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죽음, 또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가장 두렵고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지 않은가 싶다. 나의 죽음은 막연해서 두렵고, 다른 사람의 죽음은.. 내가 아는 한 존재가 이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두렵고. 이 소설에서는 사람들이 평소에는 잘 감출 수 있었던 속마음이 두려움의 대상인 죽음 앞에서 드러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소설이 한국 여성의 이야기이고, 가부장제하에서 여성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공감이 잘 되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흔한데, 보여주는 방식, 또 보여주고 난 다음 제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초반 역자후기에서 작가는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의 저자와 또 다른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의 이야기를 언급한다. 이 두 여성은 만난 적은 있지만 서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번 뉴욕에서 보스턴까지 함께 차를 타고 온 적이 있었고 그들의 공통적인 경험 - 배우자 혹은 연인을 자살로 떠나보낸 - 을 공유하며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처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날의 대화는 내가 엘리자베스 비숍과 나눈 단 한 번의 친밀함이었고

단둘이 보낸 거의 유일한 시간이었다.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에이드리언 리치, 이주혜 역



소설 안에서는 시아버지를 간병하는 며느리 (은아), 그리고 간병인 (황영옥)이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상태에서 위로를 주고 받는다. 잘 모르는 타인이 가깝다고 생각했던 가족보다 더 위로가 된다는 것, 아니 오히려 가족에게 상처받은 것을 위로해준다는 것이 '가족 이데올로기' 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가족이 뭐길래.. 가부장제라는 것은 왜 이렇게 인간을 구속할까.



남성도 가부장제에 의해 구속받는 점이 있겠지만 내가 여성이다보니 여성의 상처에 더 민감하고, 아마 작가도 마찬가지겠지. 그래서 작가는 예전처럼 강하지는 않은,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는, 그러나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드러나는 가부장제의 상황을 '죽음'을 매개로 보여준 것 같다. 여성은 어디까지 참을 수 있고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는가. 비혼 비출산을 선택했거나 선택할 수 있는 여성들과 달리 이미 결혼제도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는 나의 계속되는 고민이다. 어려운 문제이고 내가 이미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가장 포기하기 어려운, 차마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아이와의 관계인 것 같다. 그래서 '모성' 에 대해 이야기한 에이드리언 리치가 궁금한데 또 선뜻 읽지를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어떤 희망이 있다면, 작가가 소설의 도입부인 '역자 후기' 에서 보여준 여성 간의 연대인 것 같다.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에는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 라는 글이 실려있는데, 안 읽고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맥락을 오해하지 않았기를 바라며 (단발머리님 글에서 전에 좀 주워읽기도 했으니) 대충 내용을 적어보자면, 이 글에는




이성애가 여성에게 문화적으로 강요되는 측면이 있다는 내용이 나오고, 에이드리언 리치는 이성애자 여성 그리고 이성애자가 아닌 여성들 모두가 성애를 뛰어넘은 '레즈비언 연속체' 로서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에이드리언 리치가 사용한 '레즈비언'의 개념은 성애와의 관련성을 배제한 조금 다른 개념인 것 같다.



성애적인 구심력에서 자유로운 여성연대/유대의 광범위한 동심원들을 

에이드리언 리치는 '레즈비언 연속체' 라고 불렀거니와

<자두>의 '나'와 황영옥 사이의 말없는 대화야말로 그 동심원들의 가장 외곽이면서 동시에 구경일 것이다.


<자두> 해설 중, 150쪽



소설에서 '나'는 황영옥 씨와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지만, 딱 한 번 그녀가 우는 것을 본 적이 있고 그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나중에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안부를 전하고 싶을 때 그 상황이 담겨있는 말 한 문장을 적어 엽서를 보낸다.



나는 요즘 알라딘 서재에서 성애적인 구심력에서 자유로운 여성과의 유대를 발견하고 있는 것 같다. 



일단은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를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라도) 읽어야겠고, 

이주혜 작가님을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방금까지 제가 존재했던 공간에 저만 쏙 빠져 있었습니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제가 없는 제자리를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화면으로 다시 보는 풍경은 낯설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빠져나온 공간과 시간은 어떤 기도를 동원해도 고스란히 복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없이 웅변했습니다. - P11

작업 내내 저는 이해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습니다. 애초에 타인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가능 한가 하는 철학적인 질문까지 떠올랐습니다. - P15

쩍 금이 간 풍경은 이제 산산이 깨져 버렸고 우리는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을 치울 새도 없이 걸음마다 발을 베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나날이 기다 리고 있을지 상상만 해도 무서웠습니다. - P38

지금 생각하면 시아버지의 방식은 좀 치사한 데가 있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아기 이야기를 꺼내놓고 갑자기 제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어 버리거나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습니다. 그러면 저는 죄도 짓지 않았는데 용서를 받는 더러운 기분이 들고 말았습니다. - P91

우리는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담배 한 대를 피웠습니다. 어느 순간 서로 눈이 마주쳤고 우리 두 사람은 동시에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저는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은 얼굴로 웃었습니다. 절대로 웃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지만 그렇게 웃고 나니 조금 힘이 나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날 우리는 옥상에서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말 한마디 없이 담배를 두 대씩 피우고 잠시 숨을 고르고 병실로 돌아 왔을 뿐입니다. 어떤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말 해버린 기분이었습니다. 영옥씨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P105

시아버지는 섬망 증세가 심할 때의 자신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고모가 문병을 왔던 것도, 자두를 찾았던 일도, 감색 양복을 자꾸 도둑맞았다고 우겼던 일도, 영옥씨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던 일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세진은 그런 시아버지를 딱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저는 시아버지가 정말로 기억을 못하는 건지 그런 척하는 건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시아버지는 기억하지 못했고, 세진은 기억을 지우고 싶어했지만, 저는 그 여름의 한달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잊으려야 잊을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 P114

장례식장이란 원래 말이 되지 않는 말들이 향 연기처럼 제멋대로 피어올라 허공을 떠다니는 곳임을 이때 배웠습니다. 그 중 어떤 말들은 옷과 머리칼에 깊이 배어 쉽게 빠지지 않는 향냄새처럼 뇌리에 진득하게 들러붙어 버린다는 것도요.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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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2-15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알라딘 서재에서 성애적인 구심력에서 자유로운 여성과의 유대를 발견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구절에서 여러 인물들이 떠오릅니다만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은오-쟝쟝 커플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15 17:13   좋아요 5 | URL
자냥님 은근슬쩍 은오님을 자꾸 쟝쟝님 쪽으로 밀고 있는 것 같은데요?ㅋㅋㅋㅋ

잠자냥 2023-02-15 17:32   좋아요 3 | URL
괭님은 역시 똑똑해.

건수하 2023-02-15 17:38   좋아요 3 | URL
저는 굳이 커플을 얘기한 것은 아닌데…. 근데 언급하신 두 커플(?) 모두와 잠자냥님이 잠재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지 말입니다. ㅋㅋ

청아 2023-02-15 18:23   좋아요 4 | URL
삼각관계처럼 보이는데 잠자냥님은 다락방님 젤루 좋아하시는 듯^^

은오 2023-02-15 20:25   좋아요 4 | URL
사실 밀든 안밀든 저에겐 어느 쪽이든 이득입니다. 그리고 괭님 수하님 미미님도 제 청혼후보신데 지금 구경꾼처럼 얘기하실 상황이 아닌데....🤭

청아 2023-02-15 20:40   좋아요 2 | URL
영광입니다 은오님🥰

건수하 2023-02-15 21:31   좋아요 2 | URL
은오님은 사랑이 많으신 분…
(전 은오님 타입이 아닌 것 같은데 😁)

잠자냥 2023-02-15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 다음은 단발머리-다부장 커플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15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좋다좋다 하는 <자두>군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이주혜 작가님, 수하님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ㅋㅋㅋ

건수하 2023-02-15 17:39   좋아요 1 | URL
써놓고 보니 제가 뭐라고 지켜본다고 ㅋㅋㅋ 그냥 계속 관심을 갖겠다! 따라가며 읽겠다 그런 뜻입니다 ㅋㅋㅋㅋ

(다들 새겨 읽으시겠거니)

햇살과함께 2023-02-15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두> 명절 연휴에 읽기 딱 좋은 책이죠...

건수하 2023-02-16 08:47   좋아요 1 | URL
딱이었어요 :)

책먼지 2023-02-15 2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면에서 알라딘 서재 알게 된 거 너무 감사한 것 같아요(읽고 쓰고 공부하고 서로 격려하는 여성공동체 최고..🥹)

건수하 2023-02-16 08:48   좋아요 1 | URL
저도 일년쯤 전에야 알게 되었는데 제게 서재 알려주신 분께 감사하는 마음 가득입니다 :)

은오 2023-02-15 2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하님과의 유대❤️ 수하님과의 우정❤️ 수하님과의 사랑❤️

바람돌이 2023-02-16 00:24   좋아요 2 | URL
문어발 은오님. ^^;;

건수하 2023-02-16 08:49   좋아요 2 | URL
은오님은 사랑이 많으신 분❤️

잠자냥 2024-02-15 13:1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얘 좀 봐 ㅋㅋㅋㅋㅋㅋ 와 이때는 북플한 지 두 달도 안 지난 때였을 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저런 느끼한 소리가 막 나오지??? ㅋㅋㅋㅋㅋ

은오 2024-02-15 18:48   좋아요 2 | URL
유대 우정 사랑이 뭐가 느끼하죠?! ㅋㅋㅋㅋㅋㅋㅋ 두달도 안됐는데 수하님께 유대감과 우정과 사랑을 느꼈읍니다ㅋ 3달만에 결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잠자냥 2024-02-15 18:5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너랑 나랑 한 사람 설… 오늘 깨보자.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2-15 18:56   좋아요 0 | URL
한사람이면 결혼을 못하잖아요....
잠자냥님이 은바오 이상형이자 이상향이긴하지만....결혼은 해야함...

바람돌이 2023-02-16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주혜 작가님 책 많이 쓰기전에 빨리 읽어서 전작주의 쉽게 한번 가보고싶은데 말이죠. 왜 저는 그 책을 읽을 시간이 안 나는 것인가말입니다. 요즘은 무슨 입시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뭔가 주경야독하는 기분이네요. ㅠ.ㅠ 에이드리언 리치를 읽어야 해, 이주혜작가를 읽어야 해 막 중얼거리는 나를 보니까 제가 이제는 약간 맛이 간듯도 보입니다. ㅠ.ㅠ

건수하 2023-02-16 08:51   좋아요 2 | URL
작가님 혼자 쓰신 건 저렇게 세 권이니 저도 좀 부담없이 얘기할 수 있네요 ^^

저도 요즘 마음은 급한데 몸이 안 따라줘서 답답합니다... ㅠㅠ
하루 휴가내고 푹 자고 책만 읽고 했음 좋겠어요.

책먼지 2023-02-16 09:17   좋아요 2 | URL
헛 수하님 휴가 발언 완전 제 맘..ㅠㅠ 제 마음의 소린줄..(하루 가지곤 안 될 것 같아요 한 일주일..???)

건수하 2023-02-16 10:14   좋아요 1 | URL
책먼지님/ 일주일이면 천국에 간 기분일듯요 ㅋㅋ

난티나무 2023-02-16 0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두 권 다 읽고 싶은 책들이에요. 자두,는 전자책도 있네요!! 도전!!!
기혼여성의 고민, 저도 수하님과 비슷하게 하고 있어요.^^

건수하 2023-02-16 08:52   좋아요 1 | URL
<자두> 짧은데 압축적이고 참 영민한 소설이랍니다.
난티나무님 금방 읽으실거예요 ^^

고민을 공유할 수 있어서 서재가 정말 좋아요..

자목련 2023-02-16 0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두> 참 좋았어요. 이주혜 작가의 에세이는 아직인데 왠지 그냥 좋을 것 같아요.

건수하 2023-02-16 10:15   좋아요 0 | URL
저도 에세이집 기대돼요. 단편집보다 먼저 읽게 될 것 같아요 ^^

잠자냥 2024-02-15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읽었어요? :p

건수하 2024-02-15 13:10   좋아요 1 | URL
그건.... <더이상 어머니는 없다>를 읽고 좀 지쳐서 쉬는(?) 중입니다 ㅋㅋ

잠자냥 2024-02-15 13:15   좋아요 1 | URL
휴식이 지나치면 병됩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도 저 책 읽긴해야 하는데….🤔
 

책이 잔뜩 생겨서, 신난 김에 모아놓고 찍었다. 이 중 한 글자도 읽지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 뿌듯.



이 책들을 하나씩 자세히 읽지는 않을 것 같고, 가끔 레퍼런스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이 책들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맞추시는 분들께는 저의 알라딘 서재 댓글 1달 무한 이용권을 드립니다. 
보잘것 없지만 성실한 댓글을 약속드립니다.
 

힌트) 뭔가에 선정된 책들입니다. 



… 배고파서 제정신이 아니다. 얼른 밥 먹고 싶다.





(교차성X페미니즘은 왜 뒤집어진 것인가 ㅠㅠ 하지만 이미 책장으로 옮겨서 다시 찍긴 귀찮)





















당분간은 제가 갖고 있을테니 혹시 이 책의 어느 부분이 궁금하다! 하시면 연락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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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06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통점: 비평서다!!

건수하 2023-02-06 11:43   좋아요 0 | URL
...음.. 대체로 맞을지도 모르겠는데 (읽지 않아서)

교차성X페미니즘은 아니지 않을까요...?

은오 2023-02-06 11:47   좋아요 2 | URL
와 계속 보고있는데 모르겠다. 포기합니다....🥺

건수하 2023-02-06 11:50   좋아요 1 | URL
댓글 달아줘서 고맙습니다 ㅎㅎㅎ 참가상을 드립니다 :)

청아 2023-02-06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답! 페미니즘? 수하님 힌트좀 주시지요 😅

은오 2023-02-06 11:52   좋아요 3 | URL
제가 그건 줄 알고 영국소설 강의 검색했는데 아니더라고요 ㅋㅋㅋㅋ

건수하 2023-02-06 11:53   좋아요 1 | URL
아 그러고보니 페미니즘과 다 관련이 있어서 (혹은 있을거 같아서) 제가 집어오긴 했네요 ㅎㅎㅎ
근데 원래 제가 생각한 것은 아니고...

힌트 글에 추가할게요 ^^

다락방 2023-02-06 1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전: 선물받은 책들이다!!

은오 2023-02-06 11:53   좋아요 2 | URL
이거 정답이면 저는 다 안읽은 책이다!! 합니다!!!

건수하 2023-02-06 13:19   좋아요 0 | URL
이것은 워밍업이었군요 ㅋㅋㅋ

건수하 2023-02-06 13:19   좋아요 0 | URL
은오님 크리에이티브하신걸로... ㅋㅋ

다락방 2023-02-06 11: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시 도전: 세종학술도서 선정 도서들이다!!!

독서괭 2023-02-06 12:27   좋아요 1 | URL
이거 맞을 것 같아요 ㅎㅎ

건수하 2023-02-06 12:30   좋아요 3 | URL
정답입니다! 🥳🥳

독서괭 2023-02-06 12:49   좋아요 1 | URL
“맞추시는 분들”인 거 보니 저도 상품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다락방님께 묻어가기!!(초롱초롱)

그렇게혜윰 2023-02-06 12:50   좋아요 1 | URL
아 정답 나왔구나 ㅋㅋㅋㅋ

건수하 2023-02-06 13:19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상품.. 원하시나요 ㅋㅋㅋ 그러면 드리겠습니다 :)

독서괭 2023-02-06 13:29   좋아요 1 | URL
수하님/ 당근 원합니다. 너무 좋은 상품입니다 🤭

건수하 2023-02-06 13:54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께도 한 장 드리겠습니다 ^^

청아 2023-02-06 14:44   좋아요 1 | URL
아!! 다락방님이 정답 맞추셨군요! 지금 본ㅋㅋㅋㅋ축하드려요~♡

청아 2023-02-06 11: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답! 정희진쌤이 어디선가 추천한 책들??(경쟁이 갑자기 치열해지고 있어 다급하고 절박함)

scott 2023-02-06 12:04   좋아요 2 | URL
오! 저도 미미님과 생각이 같음요 ㅋㅋㅋ

다락방 2023-02-06 12:06   좋아요 2 | URL
아 이것일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3-02-06 12:10   좋아요 2 | URL
오 제발!!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2-06 12:31   좋아요 1 | URL
아쉽게 오답…. 😅

건수하 2023-02-06 13:20   좋아요 0 | URL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저는 모르는 관계로 오답처리했습니다 ^^;;

은오 2023-02-06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하님한테 선정된 책들 아니에요...?

건수하 2023-02-06 13:20   좋아요 0 | URL
책무더기 안에서 제게 선정된 책들이긴 합니다 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23-02-06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종문학나눔선정도서?

그렇게혜윰 2023-02-06 12:50   좋아요 0 | URL
쓰고보니 문학이 아니고 답을 보니 처음보는 거라 못맞췄을 ㅋㅋ

건수하 2023-02-06 13:20   좋아요 0 | URL
세종도서 라고 합니다 ㅋㅋ

거리의화가 2023-02-06 1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차피 못 맞출 것 같았지만 이미 댓글이 달렸네요...ㅎㅎ
학술서라 건조하게 기술되어 있을 것 같지만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내용들일 것 같습니다^^
근데 책이 생겼다는 것은 선물받으신건가요? 아니면 어디서 기증받으신건가?ㅎㅎ 관심 분야의 책들이라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실 듯요^^

건수하 2023-02-06 13:22   좋아요 4 | URL
직장도서관에서 기증도서를 처분하기에 받아왔어요 ^^
저 책들은 딱히 경쟁자도 없더라는... 뿌듯합니다 ㅎㅎ

직장 도서관이 크지 않은데, 처분하기 전에는 저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네요 :)

청아 2023-02-06 13:39   좋아요 4 | URL
수하님 훌륭한 직장에 다니고 계시네요. 저런 책들을 기증하는 분들이 있는 곳이니까요. 와우👍

건수하 2023-02-06 13:52   좋아요 4 | URL
세종 도서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구입하여 배포하는 책이거든요.
저런 책들을 선정했다니 문화체육관광부가 훌륭한 것 같습니다 :)


다락방 2023-02-06 13:54   좋아요 5 | URL
직장에 도서관이 있고, 그 도서관에 저런 책들이!!
너무 좋은 직장 다니시네요. 제가 다니는 직장은 도서관 같은거 꿈도 못꾸는데 말입니다.
세종도서로 선정되면 전국 도서관에 배포하는데,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도 선정되었어서 제가 2쇄 작가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엣헴- (자랑자랑)

건수하 2023-02-06 13:57   좋아요 6 | URL
다락방님 정답을 딱 맞추신 데 이유가 있었군요!!
역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안목이 높은 것 같습니다.

도서관이라기보다 도서실 규모인데...
제가 희망도서 신청을 열심히 넣어서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야금야금 늘리고 있습니다 ㅎㅎ

난티나무 2023-02-06 17: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늦게 봤지만 일찍 봤어도 못 맞출 문제였네요…@@
직장 도서관이라니 완전 좋은데요????? 👍👍👍

건수하 2023-02-06 19:03   좋아요 1 | URL
작긴 하지만 업무 관련 외 도서는 신청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저의 흑심을 채우고 있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3-02-07 0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직장 도서라니?
그리고 세종도서의 시스템! 와~
이렇게 저도 성실한 댓글 달기 부대로 묻어 가려는꼼수ㅋㅋㅋ
좋은 직장입니다. 견학가도 되나요?🙂

건수하 2023-02-07 08:02   좋아요 2 | URL
평소에 댓글 열심히 다는 분들이 응모해주셔서 의미가 있는지 ㅎㅎ 다들 퀴즈를 좋아하시네요 😄

책은 별로 없고.. 다른 것도 볼 게 별로 없는데.. 견학 오시면 저를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