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니까, 남겨야하니까 보다는
이 이유가 더 마음에 든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는 아니고
나와 마주 앉을 일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
나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매일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훗날 돌아볼 기록이 과거를 반성하게 해주어서가 아니라 현재에서 나와 마주 앉는 시간을 꾸준히 보내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그 시간은 인생에서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쓸데없이 힘을 빼지 않도록, 반대로 내게 중요한 것들은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나라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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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4-08-11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다, 문장들.

건수하 2024-08-12 14:43   좋아요 0 | URL
기록 이야기도 좋지만 읽으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글이었어요 :)

독서괭 2024-08-11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다고 들었어요~ 근데 참 기록하는 게 꾸준히 하기 힘들더군요 ㅜㅜ

건수하 2024-08-12 14:44   좋아요 1 | URL
그쵸.. 전 귀찮아서라도 못해요. 근데 5년일기는 좀 쉬울까 혹하고 있어요 ^^

단발머리 2024-08-11 2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렇게 결심하고 싶네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건수하 2024-08-12 14:4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은 일기도 쓰고 계시잖아요. 이미 하고 계십니다 ^^

공쟝쟝 2024-08-12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쓸 때 만큼은 언제나 잃어버리곤 하는 나 자신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와 마주 앉는 일이라니..*

건수하 2024-08-12 14:45   좋아요 1 | URL
기록이라는 걸 굳이 해야해? 하는 입장이었는데 설득되고 있어요 ^^

희선 2024-08-12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신지 작가가 쓴 이 책을 보고 5년 일기를 쓰려고 일기장 샀는데, 아직도 시작 못했네요 다음해에는 시작할지... 기록을 잘 하는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늘 쓸 걸 잘 찾기도 하는...


희선

건수하 2024-08-12 14:46   좋아요 1 | URL
저도 5년 일기는 해볼만 하지 않을까 했는데 희선님 댓글을 보니 아닌가봅니다 ^^;
그쵸 쓰려고 해도 쓸 게 없는 경우도 많아서.. 아직 읽는 중인데 뒤에는 글감 찾기 저장해두기 그런 내용도 있더라고요 :)

희선 2024-08-14 00:23   좋아요 0 | URL
맞을 거예요 5년 일기는 몇 줄씩 다섯해 동안 쓰는 거죠 그런 거 쓰다보면 한해 전 두해 전 그날 어땠는지 조금 알기도 하겠습니다 다른 거 안 쓰여 있는 것도 있을지 모를 텐데, 물음이 적혀 있어요 그거 보고 거기에 답은 안 쓰고 다른 거 써야지 했는데... 김신지 작가는 여전히 그걸 쓰는가 봅니다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 들으니 그 말을 하더군요


희선

2024-08-12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13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커먼즈란 무엇인가 - 자본주의를 넘어서 삶의 주권 탈환하기
한디디 지음 / 빨간소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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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나눈다.‘ 내가 얼마나 자본주의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는지 자각했다. 쉽게 쓰느라 그랬는지 디테일이 빠져서 한국에서 일어난 커먼즈 운동, 빈집과 빈고에 대한 내용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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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덥다. 


저번에 전화기 안 가지고 출근한 적이 있었는데

지난주엔 무려 전화기 안 가지고 2박 3일 휴가를 가 버렸다. 


엄청 허전했지만.. 사진도 찍으라고 시키고 검색도 하라고 시키고 

밤에도 일찍 자고 아침에도 늦게까지 잤다. 

나름 괜춘했다...? 


돌아와보니 별로 특별한 연락은 없었다. 

다만 컴퓨터도 안 가져가서 이메일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게 문제였다. 뭐 큰 문제는 아니었고.. 







7월엔 이런 책들을 읽었다. 










페미니즘책모임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필사도 계속 하고 있다. 희진샘 해설 때문에 열린책들로 필사하고 있는데 열린책들 번역 정말... 공경희 번역가 책은 이제 거르기로. 굳이 영어권 책에 한문을 병기해가며 한자가 들어간 표현을 써야 할까도 의문이다. 어쨌든 마음이 겸허해지는 걸 느끼며 3장 거의 끝나가는 중. 


<유대인, 발명된 신화>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리뷰 썼고...

출퇴근시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이런 책들 좋다. 읽기만 해도 뭔가 얻어지는 책. 물론 읽고나면 생각이 많아지긴 한다.   


<최애의 아이> 13권. 계속계속 우울함. 집사3은 이걸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던 <틈만 나면>. 휴가중 책방에 있길래 넘겨보다 다 봐 버렸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다른 책 샀어요 (...) 강릉 고래책방 넓고 시원하고 책 많고 빵도 있고 음료수도 있고 좋았다. 책을 구입하지 않고 볼 수 있는데, 20분 이상 볼 것 같으면 구매해달라고 쓰여 있었다. 꽤 규모가 컸는데 유지가 되는건지... 강릉에는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이 별로 없어서 가능한건가? 여튼 좋았고, 오래오래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7월에는 이런 책들을 샀다.

 

집사3의 만화책 2권 (나도 같이 보지만)

페미니즘독서모임 책 1권

여성주의책같이읽기 책 2권 

집에 넘쳐나는 물건들 좀 버려보고자...

고래책방에서 집사3이 고른 책 











8월의 첫 책으로는, 파스칼 키냐르의 <성적인 밤>을 샀다. 고래책방에서 띠지의 문구


'내가 수태되었던 밤, 나는 거기 없었다.' 


에 끌려서 집었다. 섹스가 무엇인지 알고 나서 내가 처음 떠올렸던 것은 그 밤이었는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기엔 죄책감이 컸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진정한 원죄가 있다면 그 밤이 아닐까 생각해왔다. 


사실 저 문구와 관련된 내용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래핑이 되어 있었고, 내가 찔리는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집사3이 눈여겨보길래 조용히 두고 왔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했다. (미안해요, 고래책방...) 좀전에 손에 넣었는데, 집에는 못 가져갈 것 같고 회사에서 몰래 봐야겠네?












8월에는 이런 책을 읽으려고 한다. 다 읽고 좀더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성적인 밤>도.

함달달 책이 밀려서 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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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8-05 1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몰래 ㅋㅋㅋㅋㅋㅋ 아이고 재밌다🤣🤣🤣
아니 본의 아니게 스마트폰 디톡스를 하신 건가요? 과감한 2박 3일! 눈이 많이 편안해지셨을 듯요. 전 바다나 수영장에서 주로 놀다보니 폰은 호텔방 금고에 넣어두고 ㅋㅋ
함달달책 어서 읽으세욧(채찍질)

건수하 2024-08-05 21:31   좋아요 3 | URL
맞아요 눈도 안 아프고 손목 어깨 다 편하고요 ㅎㅎㅎ

함달달…. (아얏!)

햇살과함께 2024-08-05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습관성 핸드폰 두고가기 ㅎ 책만 읽으면 되겠어요 ㅎㅎ 고래책방 너무 좋죠!!

건수하 2024-08-06 08:37   좋아요 1 | URL
마치 일부러 그런 것마냥... 그러고보니 휴가 가서 필사는 했는데 책은 못 읽었어요 ㅎㅎ
고래책방 넘 좋더라고요~ 우리 동네에 그런 책방이 있으면 알라딘에서 책 못 살텐데... ^^

다락방 2024-08-06 0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적인 밤 리뷰 부탁합니다. 흠흠.

건수하 2024-08-06 08:38   좋아요 2 | URL
네 일단 읽고나서.. 아직 래핑 안 뜯었습니다 ^^

잠자냥 2024-08-06 09:26   좋아요 1 | URL
나도 그 책 궁금한데.......

다락방 2024-08-06 09:33   좋아요 2 | URL
얼마만큼 성적일까.. .어떤게 성적일까.............

건수하 2024-08-06 10:32   좋아요 2 | URL
여러분을 애태울 리뷰... 과연 쓸 수 있을 것인가

잠자냥 2024-08-06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집사3의 표정이 궁금하네요. <성적인 밤> 들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는 집사3...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8-06 10:33   좋아요 2 | URL
각자 돌아다니면서 자기 책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걸 집었을 때 와서 당황했어요. 표정은 무표정했는데 표지를 뚫어져라 보더라고요...
 
한국의 여성과 남성 현대의 지성 39
조혜정 엮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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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상황을 정리해놓은 책은 없을까 목말라했었는데, 내가 몰랐을뿐 이미 80년대에 나와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읽었지만 반갑다.


서구에서 쓰여진 책들을 보며 뭔가 약간 핀트가 맞지 않는다 생각했던 점들이 나와있어 좋았다. 누군가 지금 쓴다 해도 이보다 더 잘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조한혜정 선생님, 또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있어서 이후 세대 여성학자들이 양성될 수 있었구나 싶고 <또 하나의 문화> 를 일찍 알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전에 알았다 하더라도 나의 삶이 지금과 달랐을 지는 모르겠지만.


앞의 장들에는 공감이 많이 되었고 가정과 직장에서의 나 자신을 돌아보며 (80년대 혹은 90년대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더라) 더 노력하고 달라져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7장이 가장 좋았는데 그 이유는 페미니즘에 요구되는 역할에 대해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여성이 남성과 평등한 지위를 갖는 것 이상으로 왜 나아가야 하는가,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이렇게 명료한 언어로 설명되어 있는 걸 읽은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개정하며 손을 본, 그러니까 90년대에 쓰여진 부분인지도 모르겠지만 80년대에 쓰여졌든 90년대에 쓰여졌든 ’자신의 언어‘ 를 갖고 있고 자신이 말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하고 확신을 갖고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자국어로 읽었을 때 지금까지 어떤 책을 읽었을때 보다도 더 내가 ’확신한다‘ 고 느꼈다.


아무 것도 모를 때보다 뭔가 알아서 혼란스러운 때 읽은 것이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혼란스럽겠지만.




주변 집단이 핵심 집단보다 위기 체제를 바로잡아가는 데 더 큰 공헌을 할 잠재력을 갖는 것은 그들이 기존 체제를 비판적이고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체제의 중심부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언어를 사용하여 살아온 사람들은 그 체제의 한계를 객관화시켜 보기 힘들다. 체제의 문제를 인정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의 혁신적인 구상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존 체제에 살아남기 위해서 핵심부와 주변부를 왕래하며 살아야 했던 주변인은 마치 현장에서 참여 관찰을 하는 문화인류학자처럼 두 개의 세계를 경험하고 비교해볼 기회를 가지며 이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갖는다. 이로써 주변인은 기존 체제를 더욱 객관적이고 상대적으로 볼 눈을 갖게 되는 것이다. 주변인의 이러한 비판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는 입장은 더 나아가 대안적 문화를 제시하는 창조적 에너지의 근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창조란 기존의 상황을 넘어서는 작업으로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는 경험이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 P397

여성이 억압된 집단으로 존재한 경험이 긍정적인 힘이 되는 것은 여성이 자신의 억압 상태를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경우에 한한다는 단서를 붙일 필요가 있다. 피억압자가 지배 조직에 의해 ‘발탁‘ 되었을 때 억압자 이상으로 지배 문화를 고수하고자 하는 가능성은 항상 있으며, 또 억압을 심하게 받고 있는 경우, 그는 더욱 화풀이로 자신의 밑에 있는 대상을 억압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생존 전략이며 마치 노예가 노예를 부릴 때 더욱 잔인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 P400

여성 해방 운동이 추구하는 것은 권력의 장악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를 해체하여 여성들의 체험에 맞는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즉 과잉 확대되고 집중화된 권력 영역을 축소시키고 분산시켜 각자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동시에 생명을 존중하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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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8-02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지위를 갖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에 저도 관심이 많은데......

일전에 정희진쌤은 여성이 공적영역으로 진출하는 것만큼(적어도 그 정도만큼) 남성이 사적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저는 7장 읽으면서 그 생각 많이 했어요.

오늘 두 번째 읽었는데, 그 때도 오늘도 건수하님 글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건수하 2024-08-03 13:00   좋아요 1 | URL
남성이 유아기 양육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걸 중요하게 말씀하시던데, 저도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요. 한참 지난 지금 좀 나아진 것 같긴 하지만 이젠 사람들이 결혼 출산을 안해서… 그럼 어떤 경험이 필요할까요;;

저도 단발머리님 글 잘 읽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읽으면 댓글 남길 수 있을지 ^^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 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
정아은 지음 / 사이드웨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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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수 로이드 로버츠의 <여자 전쟁>을 읽고 아르헨티나의 'Dirty War'에 대해 찾아보다가, 좋아하는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 혹은 망겔이 Index on Censorship 계간지에 실은 글 journals.sagepub.com/doi/pdf/10.1177/030642209602500523 을 읽었다.

(Index on Censorship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단체이며 같은 이름의 계간지를 발행한다.)


이 글에서 알베르토 망구엘은 아르헨티나에서 메넴 대통령이 군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주동자, 책임자들을 사면 pardon 했다가 일 년 뒤 대사면 (혹은 복권) general amnesty 했던 것을 언급했다. 이 글에 따르면 사면 pardon 은 죄를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벌을 경감해주는 것이고, 대사면 amnesty (복권)은 범죄의 혐의를 완전히 지우는 무죄 인정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메넴 대통령의 이와 같은 조처는 군사 정권 하에서 자행된 많은 인권 유린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었고, 아르헨티나는 과거사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페루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정치인이었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왜 굳이 남의 나라 과거 청산에 말을 얹었는지는 모르겠는데, 한 미국 홍보회사가 관여했다고도 한다 (내가 이해한 대로 대충 쓰자면) 페루의 경험에 대해 언급하며 군부만이 당시 상황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당시 책임이 있었던 인물이 현재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등 모두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를 다시 일으켜야 하는 상황에서 불가능하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논리는 어디서 많이 봤던 것이었다. 우리의 청산되지 않은 과거들- 친일 부역자, 군부독재에 협조했던 자 등 -  그리고 전두환을 사면해준 김대중 대통령도 떠올랐다. 사놓고 안 읽었던 책이 생각났다. 



정아은 작가의 책은 <엄마의 독서>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을 읽었으며, 이후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로 생각하고 있다. 이 책도 괜찮았다. 내 취향에 비해서는 조금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편이었지만, 작가의 연령이나 주변 상황을 고려해볼 때 거리를 두는 것이 어렵고, 또 그 시대에 살던 한국 사람으로서 감정이입을 안 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 이전 박정희와의 관계부터 시작해 중요한 사건들에 전두환이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를 소개하고, 이해하기 힘든 인간 전두환의 내면을 이해해보고자 시도(..) 했다. 또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 내에서 그가 어떤 처분을 받았고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알아본다. 왜 전두환은 국가에 반역죄를 저지르고 수많은 민간인을 죽게 만들고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는데도 처벌을 받지 않았는가. 대한민국에서 과거사 청산이 왜 어려웠는지, 또 어떻게 어려웠는지.. 또 후에 그것을 시도했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나름 객관적으로 쓰려 노력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읽으며 뼈아픈 부분이었다.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 대한민국의 시작에 있어 치명적인 일이었고 계속 언급되는 일이지만, 과연 이것은 정말 가능한 일인가? 지금처럼 시간이 지나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때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정치적 명분은 충분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과거의 청산을 원하는가? 


읽고 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렇지만 이런 책이 좋은 책이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책을 더 찾아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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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7-25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좋은 책 읽으셨네요!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책. 좋은 리뷰도 잘 봤어요!

건수하 2024-07-25 13:12   좋아요 1 | URL
뭔가 더 생각하고 써야할 것 같은데 잘 정리가 안 되어서 그냥 마무리해버렸어요.
책에게 작가에게 조금 미안하네요 ^^ 그래도 추천하고 싶다는 마음은 표현해봤어요.

잠자냥 2024-08-02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건수하는 새 글이 여러 개 있따~!!

건수하 2024-08-02 09:43   좋아요 0 | URL
요즘 ㅈ님과 ㄷ님이 조용해서 허전해서 썼어요 -.- 이제 안 허전하게 해주세요!

잠자냥 2024-08-02 09:45   좋아요 1 | URL
다시 무인도 가야겠습니다~!! 이런 양질의 글을 생산하는 건수하!

건수하 2024-08-02 11:02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돌아오시면 더 쓰겠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