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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2
이효석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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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는 봉평 메밀밭에 한번 가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었는데....
 

서정적인 작가 이효석님의 메밀꽃 필무렵을 읽었다.
이미 집에도 있는 책이지만 이번에 보물창고에서 올에이지클래식으로 두껍게 나온데 이어 네버엔딩 스토리로 문고판이 나왔다. 작고 가벼우니 휴대도 간편하지만 작아서 부담없고 서정적인 그림까지 표지를 덮고 있으니 소녀시절로 돌아간 느낌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강원도 봉평이 고향인 이효석님의 대표작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인문 고전이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울 딸에도 읽히려고 했으나 시험기간이고 뭐 어떻고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메밀꽃 필무렵>과 함께 <사냥>, <고사리>, <수탉>, <들>, <석류>, <산>, <돈>, <도시와 유령>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다시 읽어봐도 아름다운 이야기 메밀꽃 필무렵을 보면서 고전의 향기에 잠긴다.  또 다시 봉평 메밀밭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난다. 아무래도 1박을 하면서 달빛에 비친 메밀꽃밭을 보고 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학교에서 단체로 하는 노루잡이도 내키지 않고, 죽은 노루를 본 이후로 입맛도 없어지던 학보의 이야기가 담긴 <사냥>, 옛날이나 지금이나 빨리 어른인 척 하고 싶고 담배에 대한 호기심도 있는 청소년의 갈등을 그린 <고사리>, 학교에서 쫓겨난 학보와 문수가 들에살면서 들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우정을 다지는 <들> 등도 재미있지만 <석류>라는 이야기는 다른 출판사 문고판에는 없는 작품으로 문고판이지만 소장가치가 높은 책이란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보면서 사랑했던 옛친구와의 추억을 생각하는 재희라는 몸이 아픈 여선생님의 이야기는 석류라는 제목이 무척 어울린다  그 밖의 작품들도 하나같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네버엔딩 스토리는 이제 34권째 출간되었다.
나에게 있는 책은 1번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비롯해서 딱 10권이다.
아무래도 이번 시험끝나면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를 중학생 딸에게 선물로 줄 수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다.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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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푸른도서관 36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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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고 아주아주 못생긴 여고생에게 핸섬하고 멋진 대학생 남친이 있다면.... 

사람들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외모가 괜찮으면 길을 가다가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는 성형의술의 발달을 가져오고,  가장 순수해야할 청소년 시기에서조차 외모에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저 뚱뚱하고 못생기게 생긴 주인공 '봄'이라는 한 여학생에게 대학생의 멋진 남친이 있다는 사실로 이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이 시대의 가장 진솔한 이야기 꾼>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동화작가이자 청소년 성장소설가로 유명한 이금이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고정관념과 사회적 통념에 갇힌 청소년들과 어른독자들에게 '진실'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진실'.... 

새삼 이 글을 쓰면서 진실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이 요즘의 고등학생들에겐 어떨까 생각해본다. 현재 고등학생인 내 아이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진실하거나 정직한 것, 이런 단어가 들어가면 왠지 바보스럽고 어리숙한 걸로 취급당하며, 심지어 왕따 수준으로 되기 싶다는 게 현실이란다. 그 만큼 진실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공부와 경쟁과 나에게 돌아오는 이익, 이런 것을 생각하며 숨가쁘게 살아가는 요즘의 청소년들에게 어쩌면 진부해보이는 진실이지만 봄이를 통해 한 번쯤은 그 진실의 문제를 고민해보라고 이 책을 쓴 것 같다. 

 그런데 내용은 진부하지 않고 참 신선하고 재밌다.   

첫 시작부터 주인공 '봄'이가 학교에 무단결석을 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그 부모들마저 출장가서 집에 없고 일하는 아줌마만 있는데, 아무것도 아는게 없으시고, 그런 상황들을 시작으로 뚱뚱하고 못생겨서 평소 학업에서 눈에 띄지 않던 비주류의 아이 '봄'이의 비밀은 노처녀인 담임선생님이 어느 날 책상위에 살며서 올려진 반아이들이 쓴 글들을 읽으면서 하나씩 파헤쳐지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노처녀인 선생님도 부러워할 만한, 그리고 독자들이 봄이를 사랑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로맨스였고, 진실 그자체였던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은지 꽤 되었고, 내 아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게 되기도 해서 무척 공감을 하며 읽은 책이다. 역시 이금이작가님의 성장소설의 저력을 느끼게 해주었던 책으로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권하여 함께 읽게 하고프다. 그들과 이 책을 읽는 어른독자들 모두 '봄'이를 통해 '진실'은 외적인 것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확인하시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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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
이금이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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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 이 꽃 이름이 뭔 줄 아세요? 하늘 말나리예요. 진홍빛 하늘말나리는 꽃뿐만 아니라 수레바퀴처럼 빙 둘러난 잎도 참 예뻐요. 다른 나리꽃은 땅을 보고 피는데 하늘 말나리는 하늘을 향해 피어요. 마치 무언가 간절히 소원을    비는 것 같아요.”   

"엄마, 하늘말나리는 소희 누나 같아요. 주변이 아무리 어수선해도 자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알차게 자기 자신을 꾸려 나가는 소희 누나 같은 꽃이에요."   

 이제는 인기 동화작가 이금이 선생님의 유명세 만큼이나 유명해진 책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보면 하늘 말나리 꽃을 닮은 아이들이 나온다. 땅을 보고 피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보고 핀다는 하늘 말나리 꽃 말처럼 이 아이들도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하늘을 보며 꿋꿋하게 이겨내는 아이들이다. 바로 주인공 소희, 바우, 미르이다. 

큰 아이가 초등5학년 때 학교에서 독서토론을 하며 읽게 된 책이 <너도 하늘말나리야>였다. 나도 학부모로 발언권을 가지고 함께 아이들과 독서토론을 하였는데,  그 때 주제가 <부모의 이혼에 대한 미르의 행동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의견을 이야기하며, 진지하게 대화했고, 5.6학년 아이들이 아주 많이 참석해서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 독서토론 이후 다시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이해하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요즘같이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는 시대와 결손가정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주위에서 보면 아이 친구들 가운데서도 부모가 이혼하여 엄마랑 혹은 아빠하고만 사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있다. 혹은 할머니하고만 사는 아이들도 많다. 그러기에 그런 친구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그 친구들을 이해할 수있는 좋은 책이기도 하다. 

혹은 소희나 바우, 미르처럼 힘든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용기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세 아이는 서로 처지가 비슷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달빛 마을에 내려와서 보건소에 근무하시는 엄마랑 같이 사는 미르나, 아버지하고만 사는 바우, 할머니하고만 사는 소희 셋 다 아픈 처지였기에 어쩌면 서로를 위로해주고 마음을 나눌 수있었을 지모르겠다. 

사춘기시절에 아이들은 부모보다는 친구를 더 대화 상대로 생각한다고 하는 것은 중학교 기술.가정교과서에도 나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셋은 서로 의지하고 늙은 느티나무를 보면서 하늘 말나리 꽃처럼 하늘을 보며 자라고 있다. 세 명의 친구는 또한 장래에 작가, 디자이너, 화가 등의 꿈도 가지고 있다.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는 세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청소년 성장소설이 귀한 이 때에 고학년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자라는 아이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특별히 이 책의 <소희의 일기장>부분은 초등 6학년 교과서 읽기 책에도 수록된 좋은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이금이 작가님을 알게 되었고, 그 분의 책, 특히 청소년 성장소설에 많은 관심이 생겨 나의 아이들은 이금이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자랄 수 있었다.   

나의 딸들도 주변의 환경이 힘든 친구들을 이해하며 , 또한 학창시절, 자신들 만의 삶의 무게에 힘들어 하는 서로를 격려하며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나가고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을 만날지라도 하늘을 향해 소망을 품는  하늘말나리처럼 자라기를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이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한 구절을 옮겨본다.   

" <하늘말나리. 소희를 닮은 꽃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
바우의 말이 떨리는 듯 했다.
<너희들도 하늘말나리야.>
소희의 눈물 가득한 눈 속에서 바우와 미르가 웃었다. " <본문 중에서>  

이번에 보물창고에서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문고판으로 나왔길래 다시 올려본다. 내용은 푸른책들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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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2-24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이책 읽었는데 세명의 아이들이 너무 이쁘더라구요.^^

잎싹 2010-02-25 00:54   좋아요 0 | URL
참 마음이 이쁜 아이들이죠?
책 제목이 너무 멋지지요?

꿈꾸는섬 2010-02-2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받아만 두고 읽진 않았어요. 어서 읽어야겠어요.^^

잎싹 2010-02-25 19:30   좋아요 0 | URL
아직 못 보셨네요.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동화랍니다.~~
 
어린 왕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
생 텍쥐페리 지음, 이효숙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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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사춘기시절 시골 어느교회에서 만났다.  

교회에는 내 또래의 이쁜 여학생이 많았을텐데, 남편은 그 중에 유난히 수줍음이 많던 나를 콕 찝어 자기의 첫사랑으로 삼았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알게된 사실하나..... 많은 여학생들 가운데, 나에게 끌렸던 것은 바로, 늘 옆구리에 책을 끼고 다니던 문학소녀로서의 모습이었단다. 어느날은 내가 남편에게 선물을 줘야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서점에서 사 주었던 책이 바로 <어린왕자>였다. 그래서 어린왕자를 대할 때면, 가끔 사춘기소녀 때의 설레이는 기분에 젖곤한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같은 보석을 발견한 내 남편은 마음으로 보는 법을 그 때 이미 알았던 것 같다. 

어린왕자에 얽힌 이야기하나 더.... 

초등학교 때부터 펜팔하던 군인아저씨가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이어지던 그 편지에도 나는 어린왕자에 대한 그림을 자주 그려넣곤 했다. "아저씨! 아저씨는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이야기를 아세요?"  " 아저씨도 양 한마리만 그려주실래요?" 또는 "소행성 B612호에 가면 정말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아저씨도 슬플 때면 석양을 자주 쳐다보시나요?" 이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꿈많고 감수성이 풍부하던 그 시절... 어린왕자는 정말 내 마음의 소중한 친구여서, 아저씨에게 도, 누구에게라도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아마 그래서였을지 모르겠다. 나의 제법 그럴듯한 예쁜 손글씨와, 초등학교 내내 미술부였던 그림솜씨로 소행성에서의 어린왕자, 여우와 길들이는 것에 이야기하던 어린왕자,  장미와 책임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던 어린왕자의 모습을 그려가며 아저씨에게도 지금은 남편이 된 사춘기시절의 나의 첫사랑(남편이 나를 첫사랑이라길래, 나는 솔직히 고백하라면 글쎄?...) 

 암튼 이런 이유들로 어린왕자는 사춘기시절 내 마음의 영원한 친구였다. 슬플때 석양을 보는 지은이처럼 왠지 우울할 때면 찾게되던 책, 어린왕자를 몇 번이고, 읽으며 그림을 그리며, 좋아하는 구절을 따라 적는 것이 유난히 좋아 끼고 다니던 책.... 

여우와 어린왕자의 대화처럼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숫자에만 관심이 많은 어른들을 살짝 원망하기도 하면서,  장미와의 대화에 나오는 책임감에 대해 생각하며, 한층 나자신이 성숙해지는 느낌도 받고, 뱀에 물러죽는 어린왕자가 애처로워 펑펑 울기도 하던 학창시절의 나를 다시 생각해본다. 

<엄마, 내 친구는 고등학생인데, 아직도 어린왕자를 안 읽었대!> 

어린왕자를 읽지 않으면 독서를 했다는 말을 말아야 한다는 듯, 고1이던 큰 딸이 지난 겨울방학 때, 가장 친한 친구가 요즘 한창 베스트셀러인 **를 부탁해를 읽고 있는데, 아직 어린왕자는 못봤다한다고 자기가 아무래도 어린왕자를 빌려줘야겠단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어린왕자에 심취하여 나처럼 여기저기 어린왕자그림을 그리고 다니던 큰 아이의 독서록을 들여다본다. (지금 사진올리는 기능이 잘 안되서 딸의 멋진 그림을 올리지못해 유감이지만..) 아이는 그 속에 자기만의 어린왕자를 그려놓았다.  어린왕자와 아이가 같이 커다란 모자를 들고, 있고, 우주선도 있고, 여우도 보이는 그림 아래로  그리 길진 않지만, 독후감을 적어놓은 것이 보인다.  아이도 글 속에서 어린왕자를 자신의 가장 좋은 마음의 친구라고 이야기한다. 

친구처럼 충고해주고, 살아가는 동안 삶의 등불이 되어주었다는데, 얼마나 살았다고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참...ㅋㅋ 어쨌든 어린왕자를 통해 많은 영향력을 받은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아이가 어린왕자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구절도 적어두었는데, 나도 이 구절을 무척 좋아한다.   

"만약 네가 항상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무엇이든지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잘 보이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법이거든."

어릴 때, 내가 읽었던 어린왕자를 어른이 되어 보물창고 올에이지클래식으로 다시 만나 소장하고 있는데,  오늘 보물창고에서 나온 문고판 어린왕자가 나의 손에 다시 와서 읽어본다.  내용은 올에이지클래식이랑 같은데, 문고판이라 책 사이즈만 적으니 휴대하기 정말 간편하겠다.  특히 공부하느라 책읽을 시간부족한 고등학생들에게 딱이다. 꿈이 있는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필독서로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표지가 이쁜책 무지 좋아하는 울 딸에게 뺏기기 전에 리뷰부터 적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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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껜 아이들 푸른도서관 3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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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네껜 아이들....

 

처음 ‘에네깬 아이들’ 이란 제목을 보았을 때, 오래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에네깬 농장에 대한 단막극 기억이 났다. 그들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고, 해외 이민이란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문영숙 작가 역시 TV에서 순수 민자가 아니라 노예로 팔려 가 기민(饑民)이 된 기막힌 ‘디아스포라’를 접한 후, 나약했던 조선을 모국으로 둔 탓에 불행한 삶을 살아간 그들의 아픔을,청소년을 위한 역사소설로 그리고 싶어 이 작품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읽고, 비슷한 소재라도 작가의 눈은 정말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께선 3년간의 각고 끝에, 책을 완성했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공들여 쓰신 흔적이 엿보였으며, 그들의 아픔이 주는 절절함과 감동, 마치 직접 체험한 듯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낸 이야기라 아이처럼 줄을 그어가면서 읽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우리나라의 해외이민은 1860년부터 시작되어 1900년대 초에 많이 이루어졌으며, 빈곤을 견디지 못해 러시아나 미국으로 돈을 벌기위해 떠났다는 아픈 역사현실이었다. 이 책은 멕시코 이민자들의 이야기로, 1905년 일제의 계략에 의해 영국중개업자와 일본인에게 속아서 사기이민으로 멕시코로 팔려간 조선인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오직 부자가 되겠다는 꿈과 환상을 가지고 갔으나 그들 앞에 펼쳐진 어처구니없는 처참한 생활상이 어저귀 농장을 배경으로 그려졌다. 태평양을 건너 큰 배를 타고, 멕시코로 떠나던 1,033명의 조선 사람들 중에는 신분사회의 굴레 속에서 ‘백정’이라는 천민으로 태어나 온갖 멸시와 인간이하의 생활을 견디지 못해 신분의 탈출을 꿈꾸며 사랑하는 아들에게는 결코 그 같은 가난을 되 물림 해주기 싫어 배에 몸을 실었던 덕배 아버지가 나온다. 
시대는 조금 다르지만 나의 어린시절 아버지는 우리 가족의 가난한 살림을 면해보고자 원양 어선을 타고  먼 나라로 돈을 벌러가셨다.  무더위 속에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그리며 해마다 흑백가족사진을 찍어서 보내던 어린시절 생각이 났다. 아버지께선 아마도 지독한 가난을 자식에게만은 되 물림 해주고 싶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하셨으리라 생각하니 새삼 눈시울이 붉어졌다.  

 작가님은 멕시코 이민100주년을 맞아 멕시코 이민에 대한 인식이 점점 잊혀져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특히 이제는 우리나라에 멕시코 이민 1세대가 한명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근대사의 한부분인 그들의 수난사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역사의식을 일깨우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해서인지 주인공이 미래 사의 주축이 될 아이들인 것 같다. 가난이 싫은 덕배 아버지를 따라온 아들 덕배와 청계천에서 거지신세로 살던 삶을 청산하고 싶어 따라나선 봉삼이처럼 가난한 아이들도 있고, 황족임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원주민 마을에 학교가 생기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줄로 완전 속아서 배를 탄 옥당대감의 딸인 소녀 윤서와 동생 윤재처럼 양반집 아이도 나온다. 이 아이들은 원치 않은 현실속에서  부모님들과 함께 에네깬 농장에서 말할 수 없는 고초와 시련을 당하는데, 어쩌면 가난한 운명을 지고 태어난 덕배와 봉삼이에 비해, 부유하게 자란 윤서와 윤배의 고통이 더욱 심했을 지도 모른다. 덕배는 배를 타고 오면서 태풍속에서도 아버지가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을 보며, 백정이신 아버지가 자랑스러웠고, 봉삼이 역시 청계천 거지출신이라 덕배를 형으로 따르며, 환경에 그런대로 적응하고 살아갔지만, 농장감독에게 몹쓸 짓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녀와 늘 부유한 황족으로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가정의 윤재는 아버지가 낯선 농장에서 상투가 잘리기까지 하고, 양반이면서도 아무런 힘도 없는 모습에 실망감이 커져서 급기야 농장을 탈출하여 사막을 헤매며 방황하게 되는 것을 볼 때, 늘 부유하고 순탄하고 좋은 환경만이 아이들을 잘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아이들을 억지로 사지로 몰아갈 이유야 없지만, 억세고 힘든 상황을 겪은 아이들이었기에 나중에 남은 세 소년에 의해 멕시코에 학교가 세워지고, 태극기가 펄럭이는 새로운 희망의 역사가 창조되었던 것이리라. 

책 제목에도 나오는 ‘에네깬’ 이란 어저귀라고 불리는 나무로 생김새는 풀인데, 억센 것은 나무보다 더 단단하다고 한다. 잎사귀끝마다 손가락만한 가시가 달려서 만지만 아프고, 손독이 오르기까지 한다. 아이들이 베기에는 너무나 험한 식물이고, 아이들까지 그런 일을 해야하는 환경 또한 너무나 기가 막힌 현실이 ‘에네깬 아이들’ 이 겪어야하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 아픔을 통해 조선인들은 그 환경으로 몰아넣은 일본의 만행을 다시금 알게 되었고, 과거 우리나라가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오욕의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단을 하게 되는 것이리라.


바로 엊그제만 해도 억센 어저귀를 베던 조선인들! 그러나 아무 희망도 없는 메마르고 척박한 땅 멕시코에서 꺼지지 않는 민족혼으로 희망의 태극기를 휘날리고 만 그들, 자랑스런 우리 조선인들... 그들을 보면서 나도 주어진 내 주변의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어저귀를 베던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희망의 노래를 불러야 겠다.

에네깬 아이들]이 조선의 희망이었다면, 바로 오늘의 우리 아이들도 내일의 찬란한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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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1-25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 내일의 찬란한 희망이 되도록 잘 키워야 겠습니다.
제목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네요.

잎싹 2010-01-26 22:41   좋아요 0 | URL
너무 괜찮은 책이라 리뷰제목 두고 한창 고민했어요.ㅎㅎ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하시니...
제대로 잘 잡았나봅니다.~~

같은하늘 2010-01-25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네깬이 그런 의미였군요. 많은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네요.

잎싹 2010-01-26 22:42   좋아요 0 | URL
감동이 참 컸던 책이었어요.
항상 님의 댓글도 저에겐 힘이고, 감동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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