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
생 텍쥐페리 지음, 이효숙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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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사춘기시절 시골 어느교회에서 만났다.  

교회에는 내 또래의 이쁜 여학생이 많았을텐데, 남편은 그 중에 유난히 수줍음이 많던 나를 콕 찝어 자기의 첫사랑으로 삼았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알게된 사실하나..... 많은 여학생들 가운데, 나에게 끌렸던 것은 바로, 늘 옆구리에 책을 끼고 다니던 문학소녀로서의 모습이었단다. 어느날은 내가 남편에게 선물을 줘야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서점에서 사 주었던 책이 바로 <어린왕자>였다. 그래서 어린왕자를 대할 때면, 가끔 사춘기소녀 때의 설레이는 기분에 젖곤한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같은 보석을 발견한 내 남편은 마음으로 보는 법을 그 때 이미 알았던 것 같다. 

어린왕자에 얽힌 이야기하나 더.... 

초등학교 때부터 펜팔하던 군인아저씨가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이어지던 그 편지에도 나는 어린왕자에 대한 그림을 자주 그려넣곤 했다. "아저씨! 아저씨는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이야기를 아세요?"  " 아저씨도 양 한마리만 그려주실래요?" 또는 "소행성 B612호에 가면 정말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아저씨도 슬플 때면 석양을 자주 쳐다보시나요?" 이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꿈많고 감수성이 풍부하던 그 시절... 어린왕자는 정말 내 마음의 소중한 친구여서, 아저씨에게 도, 누구에게라도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아마 그래서였을지 모르겠다. 나의 제법 그럴듯한 예쁜 손글씨와, 초등학교 내내 미술부였던 그림솜씨로 소행성에서의 어린왕자, 여우와 길들이는 것에 이야기하던 어린왕자,  장미와 책임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던 어린왕자의 모습을 그려가며 아저씨에게도 지금은 남편이 된 사춘기시절의 나의 첫사랑(남편이 나를 첫사랑이라길래, 나는 솔직히 고백하라면 글쎄?...) 

 암튼 이런 이유들로 어린왕자는 사춘기시절 내 마음의 영원한 친구였다. 슬플때 석양을 보는 지은이처럼 왠지 우울할 때면 찾게되던 책, 어린왕자를 몇 번이고, 읽으며 그림을 그리며, 좋아하는 구절을 따라 적는 것이 유난히 좋아 끼고 다니던 책.... 

여우와 어린왕자의 대화처럼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숫자에만 관심이 많은 어른들을 살짝 원망하기도 하면서,  장미와의 대화에 나오는 책임감에 대해 생각하며, 한층 나자신이 성숙해지는 느낌도 받고, 뱀에 물러죽는 어린왕자가 애처로워 펑펑 울기도 하던 학창시절의 나를 다시 생각해본다. 

<엄마, 내 친구는 고등학생인데, 아직도 어린왕자를 안 읽었대!> 

어린왕자를 읽지 않으면 독서를 했다는 말을 말아야 한다는 듯, 고1이던 큰 딸이 지난 겨울방학 때, 가장 친한 친구가 요즘 한창 베스트셀러인 **를 부탁해를 읽고 있는데, 아직 어린왕자는 못봤다한다고 자기가 아무래도 어린왕자를 빌려줘야겠단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어린왕자에 심취하여 나처럼 여기저기 어린왕자그림을 그리고 다니던 큰 아이의 독서록을 들여다본다. (지금 사진올리는 기능이 잘 안되서 딸의 멋진 그림을 올리지못해 유감이지만..) 아이는 그 속에 자기만의 어린왕자를 그려놓았다.  어린왕자와 아이가 같이 커다란 모자를 들고, 있고, 우주선도 있고, 여우도 보이는 그림 아래로  그리 길진 않지만, 독후감을 적어놓은 것이 보인다.  아이도 글 속에서 어린왕자를 자신의 가장 좋은 마음의 친구라고 이야기한다. 

친구처럼 충고해주고, 살아가는 동안 삶의 등불이 되어주었다는데, 얼마나 살았다고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참...ㅋㅋ 어쨌든 어린왕자를 통해 많은 영향력을 받은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아이가 어린왕자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구절도 적어두었는데, 나도 이 구절을 무척 좋아한다.   

"만약 네가 항상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무엇이든지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잘 보이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법이거든."

어릴 때, 내가 읽었던 어린왕자를 어른이 되어 보물창고 올에이지클래식으로 다시 만나 소장하고 있는데,  오늘 보물창고에서 나온 문고판 어린왕자가 나의 손에 다시 와서 읽어본다.  내용은 올에이지클래식이랑 같은데, 문고판이라 책 사이즈만 적으니 휴대하기 정말 간편하겠다.  특히 공부하느라 책읽을 시간부족한 고등학생들에게 딱이다. 꿈이 있는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필독서로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표지가 이쁜책 무지 좋아하는 울 딸에게 뺏기기 전에 리뷰부터 적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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