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을 위한 논술이 보인다 - 수능.논술
전기철 지음 / 하서출판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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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앞두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큰 딸의 참고서와 더불어 책을 몇 권 샀다.  주로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작품이 수록된 책과 함께 논술에 대한 책도 한 권 샀는데, 바로 하서출판사에서 나온  중학생을 위한 '논술이 보인다.' 이다.  물론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지만 아직 중학생 수준의 논술책을 봐야할 듯해서 말이다.  그런데, 사고 난 후에 이리저리 뒤적여 보니 영 책이 내 맘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딱딱해보이기도 하거니와 집에도 다른 논술관련 책들이 제법 있는데, 굳이 왜 또 샀을까 싶어서 바꾸기로 맘 먹었다. 그런데 다른 단편문학같은 것이랑 같이 아이 방 책장에 일단 꽂아두었더니, 어느 새 아이가 혼자 읽었나 보다. "엄마, 이 책 상당히 괜찮은데요?"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럴리가.... ' 하고 의아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진짜 마음에 드는 책이란다.  딱딱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나의 질문에 그냥 재밌게 잘 읽어진단다. 그러면서 자기는 왠지 '논술'이라는 단어에 다른 아이들처럼 주눅들거나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단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초등학교 때처럼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초등학교 때  열심히 닦아놓은 기초 실력이 도움이 된 것 같단다. 그 기초실력이란 것이 엄마가 독서지도사이다보니 자연이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초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고, 독서왕도 되고, 글짓기대회도 많이 나가고 했던 그런 것이다. 사실 내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독서지도사 공부를 시작했고,  큰 딸은 엄마가 배운 것을 적용해볼 수 있는 모델이었는데, 아이가 잘 따라주었다.  아이 학교에서 독서논술 특기적성을 지도할 때도 늘 함께 했기에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에게 '논술'이란 단어는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튼 아이가 이랬다. "엄마, 난 논술은 왠지 남보다 잘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엄마가 독서논술지도사인데, 내가 논술을 못하면 되겠어요." 하면서 밤을 밝히며 문학작품도 아닌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신기해서 아이에게 이 책의 어떤 점이 좋은지 물어보았더니, 이 책에는 막상 논술시험을 치면 어떤 것을 시험치는지 하는 출제유형이 나와있어서 좋고, 또 다른 사람들이 실제로 썼던 논술의 예문이 나와있어서 좋다고 했다. 어쨌든 기특했다. 중학교 와서 책을 잘 안읽어서 논술이 은근히 걱정이었는데, 앞으로 논술을 잘 하던 못하던 이런 책을 읽어내는 것이 아직 책이랑 글이랑 담쌓은 건 아니구나 하고 말이다.

대충보고, 별로라고 반품하려고 했던 내가, 아이말을 듣고 이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서장으로, 논술식 시험시대 대비라는 제목이 나온다.

첫번째로 논술식 사고방식이란 소주제
아래, 글이란 우리의 생각, 즉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이나 머리에 떠오르는 어떤 생각을 문자로 옮겨 놓은 것이다. 란 말로써 '논술이 보인다.' 란 책이 시작된다.  여기서 요점은 "논술을 알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는 것이다. 논술을 알면 논리적 사고가 배양되기 때문이라는데, 정말 그럴까?

둘째, 고등학교 언어영역 시험의 대부분은 논술식이란 소주제가 나온다.
고등학교에 가면 더 이상 중학교에서 처럼 암기식 시험이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논리적 사고력을 배양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국어나 문학 혹은 문법, 작문 등의 수업이나 시험 모두 논술식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언어영역 시험문제의 예를 보면,
다음 중, 주제문과 뒷받침 문장의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면서도 그 연결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란 문제의 답으로 
"사고는 권위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참다운 사고는 기존 권위를 비판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권위 있는 사람이 어떤 주장을 인정했을지라도 그 주장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어떤 주장이 옳다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타당하기 때문이다. 란 답을 찾아내어야하는데, 이것이 단순한 암기식으로 가능할 것인가 말이다. 그러기에 상위 몇 %에 들어가는 아이들일 수록 영어나 수학성적보다 국어성적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셋째, 논술시험에서 채점자는 무엇을 요구하는가 하는 소주제가 나오는데,
앞으로 각대학에서는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데,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생이란 전공과목을 잘하는 학생을 말하며, 그런 학생이란 남의 글을 읽고 잘 이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 글에서 문제접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새로운 생각을 통해 앞으로의 연구 방향이 무엇인가를 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생을 일컫는다고 하며, 바로 그런 학생이 논술을 잘쓰는 학생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 딸은 밑줄을 그어 두었다. 이런 학생이 되고 싶다는 뜻이겠지.)

그러면 이 책에서 말하는 논술채점자가 채점하는 기준을 보면,  
1)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를 들 수있는데,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서 문제가 요구하는 답을 쓰는 것이 중요한데,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독서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때는 교과서공부와 눈 앞에 닥친 중간고사 준비등으로 바쁘기에 이런 문제점은 논술을 쓰는 방법과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연습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논술의 전개 방식이 논리적인가? 를 들 수 있는데,
내용이 아무리 그럴 듯 해도 논술이 논리에 맞지 않고, 체계적이지 않으면 감점요인이 되므로 평소 언어습관에 있어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키워야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감정적인 사람들은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한다는 것이다.

3) 새로운 생각이 있는가? 하는 것인데,
문제의 핵심도 파악했고, 논술 전개방식도 지켰으나 새로운 생각이 없으면,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될 것이므로, 보통 점수밖에 얻지 못한다. 시험이란 경쟁이므로, 좀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평범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버리라는 것이다.

4) 어법에 맞게 썼는가? 등을 들 수있다고 한다.
내용을 아무리 잘 씀 답안이라도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답안은 채점자가 끝까지 읽지 않으며, 기본이 되어있지 않다고 판단하므로,  언어구사가 중요하며, 자꾸 글을 써 봄으로써 설득력있는 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법이 엉망이면 읽기도 힘들고, 의미전달도  잘 되지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것이 채점하는 기준이 되고 있으며,  

넷째로는 논술도 글쓰기이므로, 논술을 익히는데는 훈련이 필요하기에, 늘 글쓰고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는 것이며, 메모하는 습관은 논술 정복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글쓰는 습관을 기르라는 것으로 서장이 끝나며, 1장에는 논술 출제유형이 형식과 작성방법에 따라 제시되어 있고, 2장에서는 논술의 어법 대해 문장을 쓰는 법과 문장을 연습하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나오며, 3장에서는 주제설정과 구상에 대해 나오는데, 주제를 어떻게 정하고, 자료는 어떻게 수집하며, 글의 설계도와 개요는 어떻게 짜는 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4장에서는 논증과 추론으로 주장, 의견, 논거, 추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5장에서는 단락쓰기로 단락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소주제문과 뒷받침 문장은 어떻게 쓰는지, 여러가지 단락구성하는 방식도 제시하고 있다.  6장에는 서론쓰기, 7장에는 본론쓰기, 8장에는 결론쓰기 등으로 실제 논술문의 주요 구성과 전개방법 훈련이 나온다.  이 정도 하면 어느정도 논술이 보일 것이다.
여기서 9장에서는 제한된 시간에 논술쓰는 훈련과 10장의 요약하기 등의 훈련을 통해  논술쓰기의 마무리를 연습하고, 11장에 가서는 고등학교 시험에 나온 실전논술 문제를 수록하여 실제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그기다 덤으로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소개된 '재미있는 논리연습'은 창의적인 문제에 답을 해봄으로써  쉬워가는 페이지의 역할과 함께 창의력 기르기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부록으로 '문장부호의 쓰임알기'를 소개하고 있어 기본 문장부호에 약한 학생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가 되기도 한다.

이상으로 이 책의 대략적인 책 소개를 했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이런 책들을 그리 재미있게 보는 편은 아니다. 논술이 중요하고, 도움이 되니까 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책을 술술 읽는 아이로 만들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논술의 기초를 닦아 두는 것인데, 본문에서도 지적했듯이 어떤 논술문제든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므로, 그 기초가 되는 독서를 어릴 때부터 쌓아두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독서를 통한 독해력이 부족하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논술에 대해 마냥 어렵게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초등학교 때 하지 못한 독서를 한꺼번에 속독을 한다거나, 스트레스를 줘가면서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독서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지금부터 차분히 한 권의 책이라도 정독하게 하여 책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부모님과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다거나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더구나 이제 고등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경우 피할 수없는 수능논술이란 무거운 과제가 앞에 놓였으니, 수능 논술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그저 막막한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부터 교과서에 나오는 책에 대한 독서와 함께 "중학생을 위한 논술이보인다."  이 한권의 책을 통해 부모님이 함께 논술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어주시면 어떨까요? 
이제 수능논술을 준비하려고 하는 중. 고등학생, 누구나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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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청아 예쁜 청아 푸른도서관 28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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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숙인 작가님!
  우리역사와 고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내거나 고전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시는 분’ 

책표지에 적힌 작가 소개 글에 걸맞게 그 분은 어떤 고전이든지 탁월한 작품으로 새롭게 쓰시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계신듯하다.  그러기에 우리시대 청소년 역사동화를 쓰시는 몇 안되는 작가분 가운데 한분이신 그 분이 쓰신 책을 또 한 권 읽게 되어 정말 기쁘다.  마지막왕자,  아~ 호동왕자, 화랑바도루, 초원의 별 등에서 그러했지만 역시 그 분의 동화를 읽다보면,  우리가 익히 아는 고전인데도 너무 재미있고,  사건의 팽팽한 흐름이 한 번 잡은 손에서 끝까지 책을 놓치않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청아, 청아 예쁜 청아도 단숨에 읽게 되었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가 평소에 그냥 쉽게, 또는 평범하게 생각했던 것이라도 어떤 사람이 "와, 정말 대단해! 너무 멋져! " 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며 높여주면 왠지 그 때 부터 ’정말 그렇게 대단했던가?’ 하고 슬그머니 시각을 바꾸게 된다. 

나에게 있어 심청이도 그랬다. 그저 옛이야기에 나오는 평범하고 착하고 가엾은 소녀,  눈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물에 몸을 던진 불쌍한 효녀 정도로....  그런데, 우리들이 생각하는 그 평범한 시각을 바꾸게 한 것이 바로 심청을 사랑한 ’빛나로’ (사실은 바다 용왕의 아들) 라는  한 거북이에 의해서다.  

빛나로는 용왕의 아들로 태어났고, 아버지인 바다 용왕은 빛나로를 세상 누구보다도 지극히 사랑했다. 그러나 이 사랑하는 아들 빛나로가 몹쓸병에 걸렸기에, 아버지는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하늘 상제님이 아끼시는 ’하늘 복숭아’를 따오는 엄청난 죄를 짓고 만다. 그 일로 용왕은 하늘의 벌을 받아 상제님의 선물인 여의주가 빛을 잃게 되던 날부터 바다왕궁은 무너져 내리고, 용왕은 하늘 감옥에 갇히게 되며, 빛나로와 용왕의 아내인 엄마는 거북이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 벌을 사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다시 하늘 복숭아가 열리는 날, 빛나로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부터 진실한 사랑의 고백을 들어야한다는 것이다. 

청아, 청아 예쁜청아의  내용은 참 신선하다. 우리가 잘 아는 심청이 이야기이다. 하지만 강숙인 작가님은 오랫동안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져서 다녀왔다는 용궁이야기가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여서 흔히 아는 고전인 심청전을 새롭게 써 나갔는데, 이건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신선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강숙인 작가님은  심청이 용궁에 빠졌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에 착안하여, 작가적 창의성과 호기심을 작동하여 쓴 내용이라지만,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어쩜 이런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 아, 빛나로! 너를 살릴 수만 있다면, 하나뿐인 이 목숨도 내놓으련만.’  
빛나로의 아버지인 바다용왕의 고통은 정말 간절했다. 부모라면 그런 상황에서 누구나 한번쯤 바다 용왕과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나 자식을 아꼈으면, 감히 하늘상제가 아끼는 ’하늘복숭아’를 땄을까? 마치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선악과를 딴 것 같은 에덴동산이야기를 연상시키지만,  목숨을 걸고 딴 복숭아 즙으로 아들의 병을 고친 것이나, 그 죄로 여의주가 빛을 잃자 바다 용궁이 허물어져 버렸다는 이야기, 여의주를 통해서 무엇이든지 볼 수있기에 하늘 감옥에 갇힌 용왕을 너의 아버지라고 엄마가 빛나로에게 말해주는 내용이나,  여의주를 통해 아리따운 심청을 보게 된 내용 등이 정말 신선한 감동이다.

그런데, 이 동화의 신선함은 하나 더 있다.  바로 동화를 해피엔딩의 결말로 가볍게 처리하지 않은 점이다.  이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볼 수있는데, 만약 내가 ’청아, 청아 예쁜 청아’ 를 썼다면,  하늘 복숭아를 먹고 살아났지만 거북이 되고 만 불쌍한 빛나로가 하늘 상제님으로 부터 아버지의 죄를 용서받아 하늘 감옥에서 풀려나고, 다시 용궁이 예전으로 회복될 수 있는 길이 예쁜 청이를 만나 그 녀의 마음을 얻는 방법 밖에 없다면,  그냥 둘의 사랑이 맺어지게 해피엔딩으로 처리하여 거북이는 왕자로 되살아나고, 심청이는 용궁에 가서 둘이 결혼하여 용궁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강숙인 작가님께서는 다른 결말을 지으셨다.

뭍으로 심청을 보러갔다가 그물에 걸린 빛나로 거북을 심청이 구해 준 것을 인연으로 빛나로는 심청의 집에 가서 심청과 친해졌다. 친구처럼 종처럼 심청이가 가는 곳을 졸졸 따라다니다가 심청이 공양미 삼백섬에 팔려가게 되어 거북과 작별을 하자, 빛나로는 심청이 빠지게 되는 인당수에서 청이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미 마음 속에 우연히 만난 선비를 사모하고 있는 청이가 자신을 따라 용궁에서 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빛나로는 청이의 마음을 얻어야한다는 생각을 애써 떨치면서,  청이를 구하기 위해 하늘상제님이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시겠다고 한 약속을 생각하여 마음으로 하늘 상제님께 소원을 아뢴다.

" 상제님, 청이를 구해주세요. 청이가 살아, 사랑을 이루고 꿈을 이루게 해 주세요." 

이것이 바로 빛나로식의 사랑이었다. 빛나로는 소유하지 않는 애달픈 사랑을 택했고, 하늘상제의 도움으로 여러거북이 몰려와 청이를 뭍으로 구해낸 후에, 청이는 자신을 구한 것이 평소 자신이 사모하던 그 선비인 줄로만 알고,  그 분과 결혼을 하게 되는데도, 빛나로는 완력으로 청이를 얻으려고 하거나 한가지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하늘상제께 청이와 자신이 맺어지기해달라는 그런 억지스럽고 자기 욕심에 가득찬 소원을 내 보이지 않았다.  청이가 알아주던 몰라주던 비록 자신이 아버지의 죄를 씻지 못해 지금 용궁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금 거북이 그대로 살게 될지언정, 사랑하는 청이가 행복해지는 사랑을 택하고 만 것이다.  이것이 빛나로식 사랑이며, 그 사랑은 너무 애절하고 슬프도록 아름답다.

역사의 행간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일이란 참 쉽지 않다고 본다. 더구나 그 숨은??킬 수 있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임이라. 그러나??생시키셨고, 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이야기가 내내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다. 

현대의 우리 주변에서 이렇게 절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찾아볼 수 있을까?  마치 성경 고린도전서 13장에 나오는  오래참고, 온유하며, 자신의 유익을 구치 않는다는...... 그같은 사랑을 말이다. 

보이는 사랑, 만지고 느껴지는 사랑, 사랑이라는 이름을 부러기가 왠지 낯 뜨거운 사랑이 성행하는 오늘날에 작가는 어쩜 빛나로를 통해 다시 보이지 않는 사랑의 위대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하며 선비와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떠나고 있는 심청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빛나로의 한마디가 아직도 내 귓가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오랜 세월을 다시 기다리는 일도,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일도 이제 난 할 수가 없어, 내 마음 속에는 오직 너 뿐이니까, 어쩌면 상제님께서 자비를 베푸셔서, 내 청을 들어주실지도 모르겠다. 그럼 난 영원히 거북인 채, 하는 뇌옥에 갇혀 있어야겠지. 바다보다 깊은 슬픔을 안고, 하지만 내 슬픔이 바다보다 깊어도, 네가 사랑을 이룬다면, 그래서 네가 행복하기만 하다면, 난 더 이상 슬프지 않을 것 같구나.’

빛나로식 사랑, 보이지 않아 더 아름다운 사랑!  빛나로 그 사랑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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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문지 푸른 문학
최시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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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아이 학교 추천도서라서 사주었는데, 함께 읽게 된 책이다.  알고 보니 여러 곳에서 청소년 추천도서로 선정한 꽤 이름있는 책이었다.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이란 제목에서도 짐작 할 수 있겠지만 선재라는 주인공 남학생이 고등학교 2학년 부터 3학년까지 학교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일기형식으로 쓴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학교를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바른 가치관을 교육해야하는 것이 학교임에도 입시위주, 지식위주의 문화가 팽배하여 공부잘하는 아이가 대접받는 분위기이고,  공부와 거리가 멀수록 문제아 취급하거나, 무시하고 상대도 하지 않는  다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며, 이것이 비록 부정적인 시각이라고는 하지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오늘날 청소년의 고민과 입시위주의 교육현장의 모습을 꼬집어 비판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나름 생각해 보았다.

5월22일, 누나의 결혼 날짜가 잡힌 것으로 일기를 시작하는 선재는 고등학교에 떨어진 친구 순석이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학교이야기를 해가는 것을 일기에 기록하고 있다.  선재는 늘 구름에 집착한다. 마치 뜬구름 잡듯이.....  학교 수학시간에도 구름 그림자를 생각하며, 창밖을 내다보다가 선생님한테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나밖에 없는 누나의 결혼에  왠지 가슴 철렁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고,  자신이 속한 학교라는 울타리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선재는 괜히 구름에 집착하며 순석이에게 자신의 학교 이야기를 마치 방관자적으로 적고 있다.  ’질서를 지키자’는 제목의 글짓기를 써오라는 선생님께 " 모든 학생이 짓게 해서 좋은 글을 한 편 뽑게 되어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질서를 지키는 것 아닙니까?" 라는 말을 해서 따귀를 한 대 맞고, 도대체 누가 그런 질서를 세웠는지, 네가 글을 잘  지으니까 너만 지어오라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대표로 쓰는 거니까 잘 써야하고, 뽑히면 상도 탄다는 선생님 말씀에 까닭없이 반항하고 싶은 우리의 선재는 바로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었던 것이다.


수업시간에 국어 선생님께 허생전을 배운다.  그리고 뒤 이어 아이들과 선생님의 진지한 대화가 이어진다.  전교조였던 그 선생님은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되지만, 선재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스승은 그 분 뿐이었다.  그런데, 놀랄 만한 일은 평소 얌전하기만 했던 윤수라는 아이가 그 선생님의 영향을 깊이 받아 선생님의 사상에 동조함으로써 주변을 놀라게 한다. 고3 수험생을 위해 전교생이 모인 ’기원의 밤’ 이란 행사에서 교장선생님의 우수대학에 많은 합격자를 배출해온 명문학교로서의 ’빛나는 실적’  발표가 있었고, 3학년 담임선생님은 초에 불을 붙였고, 경수라는 아이가 나와서 "선배님들 그동안 먼 길 달려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최후에 웃는 자가 승리자임을 알았기에 우리도 선배님처럼 열심히 해서 승리자가 되겠습니다." 란 기원을 했는데,  이어 선구자 노래 뒤에 선재는 시를 낭송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윤수가 갑자기 나타나 확성기를 대고 부르짖는 것이었다. "우리는 마라톤 선수가 아닙니다." "모두 승리하면 누가 패배합니까?"  "각자의 촛불을 끄면 아무도 패배하지 않습니다." 하고 외쳤다. 선재는 윤수의 그 말이 그동안 자신이 찾던 말처럼 느껴졌다.학교 현실과 세상을 향한 절박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선재와 친구들은 어느새 문제 학생으로 몰리게 되었다. 아이들이 모여 그저 춤을 추고 싶어 춤을 추었는데, 반성문을 써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친구들 모두 가슴에 아픈 상처와 문제를 안고 사는 아이들이었다.  모두 힘들어하는 아이들, 그래서 선재는 친구들이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섬으로 훌쩍 떠난 선재에게 윤수로 부터 온 한 통의 편지, 같이 섬으로 가려했던 윤수는 이미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윤수말에 의하면 학교를 떠난)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상처를 많이 받고, 부모이 강제로 들여보낸 학원을 뛰쳐나와 대안학교인 ’두레학교’로 가는 차표를 샀다고 했다. 선재는 대안학교에는 어떤 아이들이 올까 생각에 잠겼다.  아직 몸은 태풍이 치는 섬에 있는 선재의 삶은 현재진행형,  ’ 태풍이 이 섬을 덮치면, 거센 비바람 속으로 나가겠어. 파도가 으르렁대는 해변을 지치도록 달리겠어. 마음이 정말 경건해질거야. 외로운 노래, 외로운 이들을 위한 아주 간절한 노래가 샘물처럼 솟아날거야.’  선재는 오늘도 독백을 한다.  선재의 삶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저 지금 사는 곳에서 헤매이는 청춘의 낮은 고백이다.

세계에 대한 최초의 시선을 던지는 시기인 청소년기, 일생에서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질풍노도의 시기.....
선재와 친구들의 욕망과 우정, 애정, 고독과 삶에 대한 자기 성찰이 섬세하게 그려진 제목처럼 아름다운 소설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을 읽으며, 무어라 답은 줄 수없지만 그 들의 삶의 현주소와 치열한 사춘기의 성장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프게 자라고 있을 우리들의 ’아름다운 아이들’에게 화이팅을 보낸다.

대안학교로 떠나던 윤수가 선재에게 보낸 편지 한 귀절이 귓가에서 자꾸 맴돈다.

기차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기차를 타면, 앞으로 나는 영영 전처럼 살 수 있을 성싶지 않다. 정해진 시간, 준비를 하도록 주어졌던 시간이 다 지나가버렸으니까. 이제 준비 시간은 없다. 아니 본래부터 그런 시간은 없었다. 몇 살까지가 어린애고, 언제까지가 준비 기간이란 말이냐,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일 뿐이고, 내가 머무르는 데가 나의 집이며, 방황을 하더라도 그게 바로 내 삶이다. 내가 선택한 삶 때문에 용서를 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안녕, 지나간 시간 동안의 내 친구. 오로지 믿음으로만 존재하는 앞날에, 우리 다시 뜨겁게 만나기로 하자.  p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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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선 2 - Classic Letter Book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권희정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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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작품<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하느님의 말씀을 어긴 천사 미하일이 지상에 버려져서 하느님의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알아가는 과정이 그려진 이야기로, 세 가지 물음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다. 

작품 속에는 가난한 구두장이 세몬이 나온다. 추운 겨울날 외상값을 받으러 나선 세몬은 외상값대신 교회 옆 담벼락에 옷을 하나도 입지 않고 추위에 떨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오는데, 자신이 기대하던 모피코티가 아닌 불쌍한 남자를 데려옴을 보고, 무능한 남편에게 욕을 퍼붓던 아내는 가난한 손님을 대접하다가 왠지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미하일 또한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느낀다. 

구두장이 세몬의 집에 6년 동안이나 묵묵히 일을 하던 천사 미하일에게 두 번째로 나타난 사람은 삼두마차를 끌고 하인을 거느리고 온 거대한 몸집의 지주,  그의 어처구니없는 주문에 동그란 슬리퍼를 만들어 주지만..... 그를 통해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죽음임을 알게 되고, 마지막으로 만난 한 여인과 쌍둥이 딸, 비록 부모를 잃었지만 부인의 사랑스런 보살핌이 있었기에 잘 자라온 아이를 보며, 비로소 미하일은 하나님의 주신 세 번째 질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해답은 ‘사랑’ 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데......

누구나 살아가면서 일생에 한 번 쯤 해보았을 질문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우리 아이들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철학동화로 고학년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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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르, 웃다 -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29
문부일 외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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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리에르,웃다]는‘제6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동화집인 <조태백탈출사건>과 함께 출간되었다. 제1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수상작이었던 손호경님의 [우포늪엔 공룡 똥구멍이 있다]를 아이들과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으며,그동안 푸른문학상 수상작품을 통해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났기에 이제는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이 책은 요즘 청소년소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아동청소년문학 전문 출판사인 푸른책들’에서 단편 청소년소설을 새로 모집해서 첫 수상작을 낸 작품이라고 한다. 제목도 참 특이하여 호기심 충만으로 읽게 된 것 같다. 문부일 신인작가님의 [살리에르, 웃다]의 수록작품을 살펴보면....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과 수상작가의 신작인,

문부일 단편소설 <살리에르, 웃다> <6시59분>

역대 푸른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신작청소년소설 초대작품,

강미 단편소설 <모래에 묻히는 개>

백은영 단편소설 <짱이 미쳤다>

정은숙 단편소설 <열여덟 살, 그 겨울>

이렇게 모두 다섯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재능이 뛰어난 요즘 흔히 말하는 <엄친아: 엄마친구아들>을 따라 갈 수 없어 고민하는 ‘살리에르 증후군’을 가진 청소년 수혁이, 범생이처럼 엄마가 짜준 스케줄에 의해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집으로 매일 반복되는 공부가 지겹고, 가끔씩은 일상을 탈출해서 나만의 배낭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도전해보지 않은 현실이 무섭고, 그렇게 공부라도 하지 않으면 뒤지고 낙오되어 원하는 대학에의 진학을 할 수없을까봐 불안해하는 공진이 같은 청소년들, 짱이 되고 싶고, 리더가 되고 싶고 무언가 꿈을 이루고 싶으나 고단하고 답답한 현실이 괴로운 요즘의 청소년들... 자살이 늘어가고, 사회적으로 청소년범죄가 늘어가는데 비해 그들에게 ‘꿈’과 ‘희망’과 ‘위안’을 주는 청소년소설작품이 부족함을 인식하여 요즘 새로운 청소년소설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단편 청소년소설로 문학상을 공모하는 것은 ‘푸른문학상’뿐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푸른문학상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서 자꾸 읽게 되는 것 같다.

이런 기대 속에 수상의 영광을 자치한 문부일님의 <살리에르, 웃다>는 단숨에 읽게 되는 내용이다. 우선 제목부터 튄다. 천재적 재능을 지닌 모차르트의 친구, 살리에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천재 모차르트를 이길 수 없어 절망했다는 그 친구의 이름을 따온 ‘살리에르증후군’을 가진 수혁이와 같은 청소년이 모르긴 해도 많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TV드라마<베토벤바이러스>에 나오는 ‘강마에’라는 지휘자가 겪었던 그 ‘살리에르증후군’을 겪고 있는 주인공 수혁은 시를 좋아하는 문학 소년이었다. 시를 밥보다 좋아하고, 시의 힘이 위대함을 믿고, 사람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시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던 소년 수혁, 그러나 문예부의 ‘엄친아’문호를 볼 때마다 늘 살리에르증후군을 느낀다. 함께 백일장에 나가지만 언제나 문호에게만 상이 돌아가고, 수상자명단에는 번번이 빠져있는 자신의 이름, 급기야 교육부장관상까지 받게 된 문호의 대상당선 플랜카드가 교문 앞에 나부끼는 것을 보았을 때, 수혁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절망했다. 급기야 문호처럼 되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문학아카데미>에 등록한 수혁은 한국대학교 백일장에서 얼떨결에 ‘표절’한 시로 우수상을 받게 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껴 문예부선생님께 고백을 하게 된다. 부끄러운 자책으로 다시는 시를 쓰지 않으리라고 문학아카데미에 탈퇴편지를 쓴다는 것이 실수로 자신의 일기파일을 보내는 일이 생기고 말지만 그 일로 인해 오히려 자기에게는 시보다 소설 쓰는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는 재미있는 반전이 있는 내용이다. 다 읽고 나니 수혁이가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하여 단편으로 끝나는 것이 못내 아쉬울 만큼 흡인력이 있어 역시 ‘푸른문학상 수상작이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 글을 읽는 청소년들은 ‘어쩜, 나에게도 살리에르증후군이 있는데...’이렇게 마음속으로 고백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연한 실수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수혁이 소설에 재능을 늦게 발견한 것처럼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누구나 자신만의 재능이 있을 것이다. 발견하지 못했을지라도... 바라기는 아이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살리에르증후군을 극복할 수있다.’란 용기를 가지고 자신이 잘하는 일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수혁이처럼 문학가나 시인을 꿈꾸는 청소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수혁이가 보았던‘시인선서’를 가슴에 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백일장에 있어 ‘표절과 대필’의 문제는 한번 쯤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잔디밭에서 맑고 푸른 하늘을 보며 치루는 백일장에 오로지 상을 받아야한다는 욕심과 야심만이 가득하다면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배우라고 해야할지 막막할 것 같다. 그러므로 이 글에 나오는 ‘시인선서’는 시인이나 작가가 되고 싶은 청소년이라면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처럼 꼭 외워두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어쨌든 청소년, 그들에겐 ‘살리에르 증후군’이란 게 있음을 알게 해 준 단편 <살리에르, 웃다>는 시인이나 작가가 되고 싶은 미래의 청소년들이 꼭 읽었으면 좋을 보석 같은 작품인 것 같다.

 

또한 수상작가의 다른 신작 <6시59분>은 동일한 시간인 일곱시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청소년 완수와 공진이를 통해, 일곱시가 단지 학교에 가는 시간, 학원가야하는 일상의 반복과,긴장, 초조,불안,두려움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중학생으로서 마지막으로 보내는 여름방학에 네모난 감옥 같은 교실을 떠나 제주도 배낭여행을 가기위해 배를 타야하는 행운의 출발시간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았다. 그러기에 작품<6시59분>이란 인천항에서 제주도행 배가 떠나기 1분전의 시간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소년의 설렘과 기대감을 의미하며, 치밀한 심리를 통해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좋은 작품이다.

 

함께 실린 강미작가님의 <모래에 묻히는 개>이야기 또한 학교 내의 회장선거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요즘 청소년들의 현주소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짱’자리를 놓고 다투는 고교생들의 진정한 꿈의 이야기 <짱이 미쳤다>와 꿈을 이루고자 애쓰는 세 명의 고교생들의 이야기 <열여덟살, 그 겨울> 등 이 책에 소개된 다섯 편 모두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의 고단하고 답답한 현실의 삶을 작품을 통해 거울에 비치듯 잘 묘사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반전이 있기도 한 작품이기에 읽고 웃다가 울다보면 그들은 어느새 ‘꿈’과‘희망’의 새 한마리를 가슴에 품게 될 것이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겪어본 ‘살리에르 증후군’....
[살리에르,웃다]란 표제처럼 이제 우리 청소년들이 쉽게 절망하지말고, 포기하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상대적인 피해의식을 가진다면 계속 살리에르증후군을 가지고 절망속에 헤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간다면 누구나 웃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자신이 살리에르라고 생각할 순 있다. 하지만 아무나 웃을 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누구에게도 없는 자신만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그 꿈을 발견하고 행복한 미소를 찾을 수 있을테니까....

[살리에르, 웃다]... 제목이 참 기막히게 멋지다.

시인선서

    - 김종해

시인이여./절실하지 않고 원하지 않거든 쓰지 말라./목마르지 않고, 주리지 않으면 구하지 말라./ 스스로 안에서 차오르지 않고 넘치지 않으면 쓰지 말라. /물흐르듯 바람불듯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좇아가라./가지지 않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다듬지 말라./세상의 어느 곳에서 그대 시를 주문하더라도 그대의 절실성과 내통하지 않으면 응하지 말라./ 그 주문에 의하여 시인이 시를 쓰고 시 배달을 한들 그것은 이미 곧 썩을 지푸라기 詩이며,거짓말시가 아니냐./시인이여, 시의 말 한 마디 한마디가 그대의 심연을 거치고 그대의 혼에 인각된 말씀이거늘, 치열한 장인의식 없이는 쓰지 말라. 장인의 단련을 거치지 않은, 얼마나 가짜시가 들끓는가를 생각하라. /시인이여, 시여, 그대는 이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 보다 높은 쪽으로 솟구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노래여야 한다./그대는 외로운 이, 가난한 이, 그늘진 이, 핍박받는 이, 영원 쪽에 서서 일하는 이의 맹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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