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
김동춘 지음 / 사계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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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부(김대중노무현문재인)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 그 탁월한 식견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왜 늘 이런 칼날은 (기대하는 바가 없다며) 극우집권 세력을 향하지 않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현 체제와 사회 수준(성장물질만능주의)이라면 사회적 집단자살을 막기는 불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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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2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얽… 김동춘… ㅎㅎㅎ 사회적 집단 자살 ㅎㅎㅎ🤔 이런 책 끊은지 좀 됐는 데 자냥님 백자평보니 또 솔깃…👂

잠자냥 2022-12-26 12:13   좋아요 1 | URL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집단 자살은 저출생, 자살을 모두 포함한 말입니다. 출생률도 그렇고 자살율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한국의 현 상황을 김동춘 교수는 사회적 집단 자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요.

2022-12-2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책 표지에 쓰인 글로 추측하건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잠자냥님이 아쉽다고 말씀하신 부분에 저도 공감할 것 같아요.

잠자냥 2022-12-26 12:15   좋아요 0 | URL
네~ 아마도 극렬 문파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책 싫어할 공산이 큽니다. 그렇다해도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이들이 한국 사회를 바꿀 역량이 없다고 판단하여 아무 소리 안 하는 것은 좀 그렇더라고요. 이명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몇몇 쓴소리가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2-12-28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늘 이런 칼날은 (기대하는 바가 없다며) 극우집권 세력을 향하지 않는지 ....

이 부분에 제가 컴퓨터 화면에다가 형광펜 그었습니다. (말이 그렇다는 말이지요 ㅎㅎㅎㅎ)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극우에게는 욕도 아까울 수도 있겠지만 그 쪽은 그 쪽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구요. 헐.

잠자냥 2022-12-28 19:27   좋아요 1 | URL
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극우한테는 기대도 없다면서 무슨 짓을 해도 쓴소리도 안하니까 정말 지들이 잘하는 줄 알잖아요. 에효…. 문 정부에 그렇게 칼날 들이대던 유명 인사들 다 왜 조용한지 모르겠어요? 아 언론이 보도를 안 하나? ㅎㅎㅎ
 
미친 장난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3
로베르토 아를트 지음, 엄지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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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와 구역질 나는 하나님의 세상. 절망, 절망, 절망 속에 그 청춘은 어떻게 삶을 버텨나가는가. 실비오의 나날의 삶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냉혹한 현실이 낱낱이 까발려진다. 그런데 꿈보다 해몽이 아닌지, 원작이 주는 메세지와 감동에 비해 옮긴이 해설이 너무 상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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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12-25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탄절 특집인가요? ^^

잠자냥 2022-12-25 12:55   좋아요 1 | URL
앗 오늘이 성탄절이네요! ㅋ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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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함박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우체국에 갔다. 엄마에게 택배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받는 사람 주소를 쓰고 마지막으로 엄마 전화번호를 적으려는데 외우지 못해서 핸드폰을 열고 엄마 번호를 찾다가 그만 실수로 통화를 누르고 말았다. 한 번의 신호가 다 가기 전에 재빠르게 끊었는데, 귀신같이 엄마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왜?” 엄마의 목소리- “아니 지금 택배 보내려고 전화번호 입력하는데 잘못 눌렀어.” “응, 양말 잘 넣었지?” “어, 으이그 그놈의 양말.” 


엄마와 통화를 끊고 우체국 직원에게 택배함을 건넸다. 보내는 물품이 뭐냐고 묻기에 양말이요, 대답하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났다. 양말. 그것도 신던 양말, 신던 양말 중에서도 멀쩡한 걸 보내기 왠지 아까워서 뒤꿈치에 살짝 구멍이 난 노란 양말을 택배 상자에 덜렁 넣어서 보낸다. 그것도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사는 엄마에게. 올봄에도 이렇게 양말 한 켤레를 엄마에게 보냈다. 그때는 그래도 엄마 집에 직접 가서 하룻밤 자고 오면서 내가 신던 양말을 주고 왔는데, 이번에는 그마저도 귀찮아 택배를 보냈다. 택배 상자 요금까지 포함해서 4천 5백 원이 나왔다. 전철 타고 엄마한테 두 번은 갔다 올 요금이다.


우체국을 나오니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에휴, 그놈의 양말.” 한 번 더 투덜댄다. 엄마는 올해부터 내가 삼재라고, 삼재를 피하려면 그래야 한다면서 봄에도, 또 동지를 앞두고도 내 양말을 한 켤레씩 절에 가 태워야 한다면서, 신던 양말을 보내라고 신신당부했다. 봄에도 양말을 건네면서 나는 못마땅해했다. “그놈의 삼재. 어휴, 나는 인생 자체가 삼재 같아. 이 따위 양말 몇 켤레 태운다고 다 삼재 벗어나면 삼재 아닌 사람이 없겠다.” 봄에 한 번 태우고 마는 줄 알았더니, 동지를 앞두고 또 태워야 한다니 헛웃음이 나왔다. 게다가 요즘에 개인적으로 좀 힘든 일이 있어서 세상 사는 것 자체가 더 무의미한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커녕 양말이나 태우고 있는 엄마가 답답하고 좀 한심하게도 느껴졌다. 


내가 겪는 이 고통에 아무런 실질적 도움도 되지 않을 구멍 난 노란 양말을 보내고 나오는 그 길, 참 예쁘게도 눈이 온다. 온통 하얀 세상은 참 아름다운데, 내 마음은 그걸 느낄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문득 지금과 비슷했던 어느 함박눈 내리던 날이 떠올랐다. 수년 전. 다니던 회사가 망해서 결국 그때까지 남아있던 직원들은 다 같이 짐을 꾸려야 했다. 사람을 너무 믿었던 탓일까, 내가 너무 게을렀던 것일까. 이런 지경이 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눌러앉아 있다가 망해버린 회사. 짐을 꾸리던 내가 한심스러워서 욕이 절로 나왔다. 퇴직금은커녕 밀린 월급 몇 달 치에 그간 생활하느라 깨버린 통장, 적금, 신용카드 빛 등등. 내가 한심스럽고 싫어서 눈물이 났다. 짐을 싸서 허탈하게 회사를 나오는데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같이 있던 동료들에게 인사할 기분도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무 말 없이 가기는 뭐했다. “밖에 눈 오네요. 이사 가는 날 눈 오면 잘 산대요.” 우울한 얼굴로 묵묵히 짐을 싸던 동료들이 그 순간만큼은 모두 함빡 웃었다. 


망한 회사의 문은 열고 나와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내리는 눈을 맞으며 전철역까지 걸어가는 길은 참담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도 내가 농담처럼 꺼낸 그 말처럼, 이 함박눈이 앞으로의 내 삶을 조금은 축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보기도 했다. 그 후로 꽤 세월이 흘렀고 내 삶은 그때로부터 크게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이리저리 휘둘리며 부딪치고 혼자 이겨내야 한다. 삼재를 피하려면 양말을 태워야 한다는 엄마의 말이 무색하게 들릴 만큼 인생이 내내 삼재 같다. 양말을 보낸 그날 밤 나는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읽었다. 누워 읽다가 어느 순간 앉아 읽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함박눈을 맞으며 눈물을 삼키며 걷던 딱 그해,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의 저자 황시운은 가장 기쁘고 행복하던 순간에 추락했고 그 추락으로 말미암아 척추가 부러져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이 책은 그날 그 끔찍한 순간 이후의 기록이다. 추락과 절망, 나락.... 그 삶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첫 일화부터 처절하다. 하반신 마비로 가장 기본적인 배설 행위조차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 치욕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관장을 하고 배변을 볼 수밖에 없었던 그 참담한 상황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올봄에 나는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을 했기에 간호사의 도움으로 관장을 하고 소변줄을 차는 등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짧은 경험만으로도 죽고 싶을 만큼 수치스러워서 다시는 이런 수술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고 진저리를 쳤는데, 평생 배뇨도, 배변도 자기의 의지대로 할 수 없고 실수라도 하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처리할 수 없는 삶이란 얼마나 참혹할까. 나는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저자의 상황에 섣불리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할 수가 없다.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한 그해에 저자에게도 비극이 찾아와서였을까, 아니면 나와 비슷한 또래라서 그런 것일까. 그의 고통이 그의 절망이 그의 슬픔이 눈물이, 남 일 같지 않다. 내가 좀 더 빨리 그 회사를 떠났어야 했는데, 사람을 너무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자책에 시달리던 것과 마찬가지로 저자 또한 자기에게 찾아온 비극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 것 같아 종종 자책한다. 그 봄밤 산책을 나서지 않았다면 조금만 조심했더라면 하는 안타깝고도 돌이킬 수 없는 자책. 황시운은 세상의 일이 원래 그런 것 같다고, “어떤 순간에도 삶은 돌이킬 수 없고 세상은 늘 혹독한 대가를 요구”한다고, “대가를 지불함에 있어 선처도 유예도 없다”고, “유일한 위안은 세상이 내게만 잔혹한 것은 아니라는 정도”라고(25쪽) 자책과 함께 체념한 듯이 말한다.


나는 그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여러 번 말해주고 싶어진다. 잘못은 마땅히 있어야 할 난간이 없었던 그 다리에 있다고. 그것은 그 시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세상이 내게만 잔혹한 것은 아니라는 말, 그 말만큼은 차마 그에게 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스스로 경계했던 마음이 그게 아니었을까. 이렇게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데, 그러니까 너는 힘내라고, 너는 괜찮다고, 타인의 불행을 나의 행복의 근거로 삼는 그런 마음. 저자의 글은 그런 생각이 들 새도 없이 나를 겸허하게 만든다. 인간은 모두가 “돌아보면 모두들 제 몸집 이상의 짐을 짊어진 채 흔들리고”(25쪽)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자기 삶이 크게 나아질 거라 기대하고 살기보다는 “삶이 주어졌으니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일 거라고,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불행과 불운에 온몸으로 맞서면서” “간혹 마주치는 사소한 기쁨이나 따뜻한 것들에 의지한 채 작은 성취들을 쌓아가면서.”(33쪽) 그렇게 다들 살아가고 있다고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이 책이 끝끝내 절망과 비참함의 기록이었다면 나는 아마 어떤 위로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황시운은 그럼에도 살아간다. 비록 자기의 세상은 부러져버렸지만 그 부러진 세상에서나마 앞으로 나아가려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를 아끼기에 항상 그와 함께 이 세상의 높은 턱들을 기꺼이 넘어가 주려는 이들이 있다. 물론 저자는 그 자신도, 그리고 자기를 아끼는 이들도 모두 그 턱을 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길 소망해보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무수히 많은 턱이 존재한다. 비단 장애가 있는 이만이 아니라 멀쩡한 몸으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도 인생의 여러 가지 보이지 않는 턱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 턱을 기꺼이 함께 넘어가 주고자 할 이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양말, 양말 잔소리하던 내 엄마의 마음도 삶의 그 턱들을 함께 넘어가 주고자 했던 그 마음이 아니었을까. 황시운은 여전히 달밤이면 설렌다. 그 달밤에 추락을 겪었으면서도 달을 보며 산책가는 것이 좋다. 함박눈이 내리던 날 빈털터리로 짐을 싸 나왔으면서도 여전히 함박눈이 좋은 나의 마음처럼……. 책을 다 읽을 즈음에는 생면부지의 저자에게 어쩐지 내가 아끼는 연필, 그것도 한정판 블랙윙 몇 자루를 선물하고 싶어진다. 척추는 부러졌지만, 그래서 세상도 부러졌지만 그래도 움직이라고, 움직여서 다시 쓰라고. 당신의 글이 오늘의 나에게 그랬듯이 누군가에게, 잠시 부러진 마음의 누군가에게 틀림없이 힘이 될 것이라고. 그러니 우리 움직이자고, 쓰자고,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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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2-19 16: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휴 저도 요즘 제 마음이 너무 약해져있는 탓인지 잠자냥 님의 이 글이 저를 위한 글로 읽힙니다. 조용히 공감하며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잠자냥 님의 글이 오늘 제게 힘이 되었습니다.

잠자냥 2022-12-19 20:28   좋아요 1 | URL
요즘 다락방 님 정말 마음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작은 위로가 되었다니 저야 말로 또 그 말에 위안을 얻습니다. 요즘 다락방 님 앞에 나타난 그 턱, 잘 넘어가실 거예요.

독서괭 2022-12-19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이 글은 어디에 기고 좀 해줘요. 이런 글은 알라딘 뿐 아니라 좀더 널리 읽혀야한다구!!
함박눈에 얽힌 힘든 사연이 있으셨군요. 힘든 일 자체보다 그것 때문에 자책을 하게 된다는 부분이 맘 아픈 것 같아요. 세상에는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에도 남탓하는 사람과 자기 잘못은 별로 없는데도 자책하는 사람이 있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자책하지 마시고, 스스로 따뜻하게 안아주는 연말을 보내시길요!!

잠자냥 2022-12-19 20:29   좋아요 1 | URL
네, 괭 님 말씀처럼 자기 탓이 아닌데도 자책하면 사람이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자기 탓하지 않기 명심하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12-19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니와의 이야기가 뭉클합니다. 개인적으로 계속 찜찜하고 불편한 일이 있었는데 연말이 가기 전에 털어버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2-12-19 20:31   좋아요 1 | URL
좋은 글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저 책이 저에게 엄마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 것 같습니다. 거리의화가 님의 그 찜찜한 일 훌훌 털어지길 바라봅니다.

- 2022-12-19 1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양말 태우는 기도의 힘을 난 좀 믿어요 🧦🧦 굳이 ㅋㅋㅋ 엄마한테 안가는 맘도 난 알 것 같아!!!! 🥹
그나저나 사람 너무 믿은 거 후회하는 잠자냥은 사람 믿고 싶게 만드는 글을 쓰네요? 이 우아한 프랑스 고양이😺 문제는 ‘너무’에 있겠죠? 근데 나는 언제나 좀 부족하거나 좀 과잉예요!!! 나도 아는 데 ㅋㅋㅋㅋ 잘 조절 안돼!! 그래서 이글 ‘너무’좋아요!!!

잠자냥 2022-12-19 20:33   좋아요 0 | URL
와, 양말이다! ㅋ 나 이번에 알라딘 굿즈 양말 선택했는데 4개 주는 줄 알았더니 ㅋㅋㅋㅋㅋㅋ 케이스에 딸랑 1개 들었더라고요?! 양말은 이쁘더라고요…. 고양이 양말 ㅋㅋㅋ 프랑스 고양이는 고양이 양말을 신는다… ㅋㅋㅋ

새파랑 2022-12-19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의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멋진 단편 같아요 ㅋ 이건 출판해야 합니다~!!

잠자냥 2022-12-19 20:34   좋아요 1 | URL
여기 계신 분들이 좋아하시면 만족합니다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12-19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말만 보내니 그래도 다행이네요.
보통 입던 옷이나 내의 이런 것도 태우는 것 같던데, 그럼 택배 싸이즈가 더 컸을지도??ㅋㅋㅋ
어머님이 잠자냥님 잘 되시라고 애틋하게 액땜을 해주시네요^^
양말 이야기도, 퇴사 이야기도 모두 한 편의 에세이 집 내용처럼 읽힙니다.
그리고 잠자냥님이 읽는 책은 쫌 있어 보이구요^^
그리고 전 결국 에코 책도 샀구요. 오늘 받았어요. 역시나 있어보이더군요ㅋㅋㅋ
강추 감사해요^^

잠자냥 2022-12-19 20:35   좋아요 1 | URL
앗 이런 내의라니! ㅋㅋㅋ 큰일 날뻔! ㅋㅋㅋ 역시 삶은 감당할 만큼의 무게만 짐지워주는군요?! ㅋㅋㅋㅋ 에코 책 잘 사셨어요~~

단발머리 2022-12-19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함박눈 올때마다 ‘신던 양말’ 보내라는 어머니 마음이 떠오를거 같아요.
혼자 읽기 아깝네요. 너무 좋은 글에 감동 한 아름 담아갑니다!

잠자냥 2022-12-19 20:36   좋아요 1 | URL
저도 이제 함박눈 오면 그 옛날 회사 나오던 길 생각하지 말고 엄마한테 양말 보내던 날 생각해야겠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2-12-19 2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 글을 읽으니 요즘 저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네요. 저는 황시운 작가의 이 책은 읽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저는 겁쟁이라 읽을 용기가 안 나네요.
그치만 큰 비극을 겪고도 다른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글을 쓰는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네요.
양말 태우기가 부디 효력이 있길 바랍니다.

잠자냥 2022-12-20 14:22   좋아요 1 | URL
쿨캣 님도 요즘 좀 힘든 일이 있으시군요? 날씨 탓도 좀 있는 것 같아요. 같은 일이라도 해가 짧고 추우니까 더 우울하게 느껴지는 듯한.... ㅎㅎ
이 책은 나중에 용기 나실 때 한번쯤 접해보시길 바랍니다.
양말 태우기! 부디 효력이 있길 저도 기원해봅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자목련 2022-12-22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의 글을 읽으며 삼재라는 말에 저는 고모가 생각나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처럼 저를 챙기시는데 가끔은 그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양말 태우는 어머님의 마음도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요.
눈이 오다가 해가 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잠자냥 2022-12-22 09:43   좋아요 0 | URL
네, 어른들이 꼬박꼬박 그런 거 챙겨주시는 게 사실 참 고마운 마음이죠. ㅎㅎ
자목련 님도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구단씨 2022-12-22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랬어요. 이 책을 방바닥에 누워서 몇 페이지 읽다가 어느 순간 일어나서 앉아있더라고요.
양말 이야기 진지하게 읽으면서 내려오다가 태운다는 말에 한참 생각했습니다. ^^
근데, 삼재에 양말을 태우면 나쁜 기운이 정말 날아가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여기는 폭설에 한파에 모든 게 꽁꽁 얼어붙은 것 같습니다.
겨울은 힘든 사람들에게 더 힘든 계절이라고 엄마가 항상 말씀하셨는데,
몸도 마음도 덜 힘들게 지나갔으면 싶은 날들입니다.

잠자냥 2022-12-23 00:16   좋아요 0 | URL
네, 이런 이야기들이 펼쳐질 줄 모르고 읽다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양말을 태우면 나쁜 기운이 날아갈 것이라고 믿어보겠습니다. 엄마의 마음! ㅎㅎ

오늘 정말 춥네요. 마음만큼은 얼어붙지 않는 겨울 되시길 바랍니다!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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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혹시 나도 내가 아니라 내 분신이 아닐까…. 한 번이라도 비행기를 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슬쩍 이런 의심이 들 것이다. 앉은자리에서 쭉 읽게 만드는 이런 재미는 있는데 …. 어쩐지 결론은 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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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12-19 0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정이 전부 같더라고요.

잠자냥 2022-12-19 10:20   좋아요 1 | URL
전 그… 작가가 작가 입 빌려서 설교처럼 말하는 거 별로..;;;

새파랑 2022-12-19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노말리는 용두사미?

라임이 살아 있는 느낌입니다 ㅋ

역시 희곡작가님 출신 잠자냥님~!!

잠자냥 2022-12-19 15:57   좋아요 1 | URL
하하, 딱히 라임을 노린 것은 아닙니다요! ㅎ
 
가만한 당신 세 번째 - 인간다움의 가능성을 넓힌, 가만한 서른 명의 부고 가만한 당신
최윤필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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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첫날 서점에 나갔다가 <가만한 당신> 세 번째 권이 매대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반갑고 기쁘고 어쩐지 뭉클한 마음이 들어 책을 펼쳐보았다. 오랜 친구, 그런데 좀 잊고 지내던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악수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날 바로 거기서 그 책을 살 수도 있었는데 업무로 동행했던 이가 있어 그러지는 못했다. 반가운 친구와 악수를 나눈 뒤 곧  만날 것을 약속하고 금방 헤어졌다고나 할까. 그리고 나는 며칠 뒤 꼭 만나자던 그 약속을 지켜 <가만한 당신>, 이 오랜 친구를 다시, 조용히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 사이 두 번째 권이 나왔었고, 나는 조금 소홀했었는데 그래, 너는 역시 변함이 없구나. 아니, 너는 더 깊어졌구나. 어쩌면 내가 너의 깊이를 이제 더 잘 알게 된 것일까? <가만한 당신>을 처음 읽던 무렵 나는 저자 최윤필의 자기소개만 보고도 조금 마음이 따뜻해졌었다. 스스로 “국적·지역·성·젠더·학력 차별의 양지”에서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 그런 한국 남자가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번에는 그때의 그 자기소개에 몇 줄이 더 추가되었다. “다만 서자여서 어른들의 ‘호적 타령’을 들으며 자랐다. 2006년 말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가구 일을 배우며 수도권 변두리 함바집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잠깐 한솥밥을 먹은 적도 있다. 솜씨도 벌이도 변변찮아 2009년 직장에 복귀한 사실을 <가만한 당신> 약력에 누락했다.”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았던 생의 이력. 그런데 끝내 그것이 마음에 걸려  고백하고 마는 그. 어쩌면 그 “미미한 소수자성”이 <가만한 당신> 세 번째 권을 쓸 동력이 되었음을 밝히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이 조금 달라진 자기소개, 좀 더 내밀한 자기 고백에 ‘역시 넌 여전하구나.’ 슬며시 웃으며 책장을 넘긴다.

이어지는 서문도 눈길을 끈다. “인간에게 인권은 과분하지 않은가.” 저자의 친구가 한 말이라고 한다. 최윤필처럼 나 또한 이 문장에 한참 눈을 고정하고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읽던 책 중에는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존재하게 되는 것의 해악>이 있다. 나 자신을 비롯해 이 지구에서 인간이 가장 해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한국 사회를 지켜보노라면 인구절벽으로 소멸해도 좋은 나라라고 생각할 지경으로 나는 냉소와 염세, 회의감에 빠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저 “인간에게 인권은 과분하지 않은가.”라는 말은 대뜸 맞아 맞아, 맞장구를 치게 된다. 저자 또한 “만일 그것이 추궁이었다면 솔직히 저는 맞장구치고 싶을 때가 잦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른 명의 부고를 접하다 보면 저 문장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위인전의 주인공들과 달리 세상으로부터 부단히 외면당하고 배반당하고 끝내 실패했거나 기대한 바의 반의반에도 미치지 못한 이들.” 그 서른 명의 부고가, 그 부고를 작성한 저자의 시선이, 이 겨울 냉소에 빠져 생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어지는 내게 말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그러므로 인간이니까 하는 작은 희망이랄까.

목차를 훑다가 반가운 이름을 만났다. <성 정치학>의 케이트 밀렛- 그의 부고를 가장 먼저 읽었다. 페미니즘 운동의 기념비적 저작을 남긴 밀렛의 삶은 전반적으로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세상으로부터 부단히 외면당하고 배반당하고 끝내 실패했거나 기대한 바의 반의반에도 미치지 못한 이들”에 가장 가까운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밀렛의 성정체성이었다. 그는 컬럼비아대학교 여성운동 콘퍼런스에 패널로 참석했다가 한 페미니스트 활동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 말이 좋아 질문이지 고함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신 정말 동성애자인가요? 대답해요!” 밀렛은 훗날 회고록에서 500여 명의 청중이 숨소리마저 죽인 채 자신을 응시하던 그날 그 순간의 풍경을 묘사한 뒤 이렇게 썼다. “나는 그 질문의 의도를 알았다. 파시스트의 칙령처럼 그들에게 양성애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레즈비언이다’라고 말했다.” 

케이트 밀렛은 1970년 12월 <타임>을 통해 아웃팅당했다. 그 시점은 당시 페미니즘 기류 상 성정체성이 굉장히 민감하던 때였다. 그즈음 베티 프리던은 “(밀렛이 양성애자라는) 사실은 여성운동 대변자로서 그의 명분과 이론을 불신하게 하고, 동성애자는 남성혐오주의자라고 폄하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입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레즈비언의 남성혐오 성향이 페미니즘 운동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던 때였다. 케이트 밀렛의 성정체성이 공개되면서 밀렛은 당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레즈비언 진영으로부터 비판받았고, 너무 나갔다는 이유로 온건 진영으로부터는 배척당했다. 베티 프리던의 우려대로 그전까지 찬사를 받던 <성 정치학>을 향한 공격이 이어졌다. “읽다 보면 이 책이 여장 남자에 의해 쓰여졌음을 알 수 있다” 등등. 만성적인 양극성장애를 앓던 밀렛은 1973년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수감되었고, 두 차례 장기 입원했으며 1980년대 중반까지 13년간 리튬을 복용했다. 함께 운동 현장을 누비면서 저널리스트로, 학자이자 교수로 사회적 지위를 누리던 2세대 페미니스트 리더들과 달리 밀렛은 죽을 때까지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의 성 지향과 정신병 이력이 원인으로 보인다. 밀렛은 그렇게 서서히 잊혔고,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성 정치학>을 비롯해 그의 대다수 책들도 절판됐다. 1998년 밀렛이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의 한 구절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는 내가 이룬 것들을 잘 팔아먹을 재주도 없고, 취업할 능력도 없다. 나는 미래가 두렵다. 모아둔 돈 다 쓰고 난 뒤 닥쳐올 가난이, 감당해야 할 굴욕이, 어쩌면 노숙자의 삶이 겁이 난다.”

오늘날 페미니즘에 관심을 둔 이들이라면 케이트 밀렛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땅에서 다른 의미로 밀렛에 견줄만한 삶을 살다간 한 여성의 이름을 처음 접했다. 그 이름은 이문자. 이문자는 ‘여성의전화’의 대모와 같은 존재이다. 그 또한 광의의 젠더폭력 피해자였다가 활동가로 변신한 이들 중 한 명이다. 그는 1977년에 결혼, 83년에 이혼했다. 홀몸으로 아들을 키우며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권위적인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절대 복종을 요구했고, 남편은 고부간 갈등을 나 몰라라 했다고 한다. 그는 위자료도 양육권도 얻지 못한 채 시어머니에게서 ‘소박맞은 년’이란 말까지 들으며 쫓겨난다. 그 후 시어머니를 상대로 결혼 파탄의 책임을 묻는 위자료 청구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훗날 그는 파경의 사유를 고부갈등 즉 여성 대 여성의 갈등으로 치환하는 데 반대하며 광의의 젠더차별 의식에서 기인한 ‘시집갈등’이라 불렀고, 시어머니 역시 가부장적 사회구조로부터 심리적으로 매 맞는 아내였다고 말했다.이혼 후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다 잃은 상태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던 그. 이문자는 1988년 자원봉사자로 여성의전화와 인연을 맺은 이래 상담부장과 부설쉼터 관장, 여성인권상담소장 등을 역임했고 수많은 전문 상담가를 양성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간여했고, 성폭력 관련 법 제정 등 여러 정책적 진전을 위한 청문회와 투쟁을 이끌거나 동참했다. 그러나 그는  유력 정치인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자리, 혹은 수많은 이들이 함께 이룬 뭔가를 보여주는 돋보이는 자리에 나선 적이 거의 없었다. ‘가난한 독거노인’으로 삶을 마쳤다.


이 두 사람의 삶만 보아도 인생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옳다고 믿는 길을 향해 신념대로 나아갔다. 그들 대부분은 나만이 아니라 타인을 위하는 삶을 살아갔다. 성차별에 맞선 트랜스젠더 과학자 벤 바레스, 다큐멘터리영화 촬영을 하며 함께했던 동물들을 차마 버릴 수 없어서 아예 동물원을 열어버린 샤론 머톨라, 케이스 쇼팽의 <각성>을 읽고 요르단 내 최초의 페미니즘 강좌를 연 룰라 콰워스, 자신들이 사랑한 지역, 조국의 부패를 폭로하는 바람에 순탄하지 못한 인생을 살다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거나 쓸쓸하게 죽어간 왕슈핑, 이언 피시백…. 신념을 지키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외롭고 고독하고 때로는 참혹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분명 존재한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캄보디아에 병원을 세우고 평생 그 병원을 유지할 모금활동을 하느라 언제나 정신이 없었던 첼리스트 의사 ‘비트 리히너’의 삶이나 흑인 여성들에게 육상의 길을 열어준 ‘프레더릭 D. 톰슨’의 삶을 보면 타인을 위한 선한 영향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목숨을 구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하루 평균 12만 스위스 프랑을 모금해야 했던 리히너는 “입원한 아이들을 안고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 그건 저속하고 무례한 짓이다. 그들을 돕는다는 발상 자체가 무례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모금을 위해 그런 사진들을 찍어야만 했다. 프레더릭 D. 톰슨은 어릴 때 “대학 졸업장은 아무도 못 빼앗아 가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따라, 혼자 잘 살지 말고 이웃을 도우며 살라”는 가르침을 받고 그 가르침대로 살았다.

내부고발 혐의로 쓸쓸하게 죽어간 이언 피시백의 친구는 자기의 친구에 대해 “올바름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감각은 도덕적 고립감을 수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타협할 줄 모르는 그의 윤리 의식이 이 나라에 큰 도움을 주었지만 그가 치른 대가 역시 그만큼 컸다. 그는 상처 입은 비극적 영웅”(258쪽)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는 이렇게 사회로부터 고립당하더라도 신념대로 올바른 길을 가고자 애쓴 이들, 타협할 줄 모르는 높은 윤리 의식을 지녔던 이들의 삶이 ‘부고’ 기사를 통해 소개된다. 그런데 그들의 윤리 의식이 특별히 높았던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라면 마땅히 그 정도의 윤리와 공감 능력을 지녀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 욕심만 채우느라 그것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삶의 가치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타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로 판가름 날 것”(290쪽)이라는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의 말도, “내가 하는 일이 옳다는 걸 믿기 때문에, 내 소명임을 알고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리고 누구도 내게 다른 길을 가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으며 좋은 교육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137쪽)는 룰라 콰워스의 말도 너무나 뜨겁게 다가오는 까닭은 그들이 바로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외면했지만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지키고 끝끝내 살아낸 사람들의 이 부고는 냉소와 회의감에 빠진 내 마음의 온도를 조금은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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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14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생각해보게 되네요. 어디선가는 자신만의 윤리를 만들어나가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또 그들의 삶을 보면서 나도 돌아보게 되고..(정말?ㅋㅋㅋ)... 회의와 냉소보다는 열광이 쉽고... 열광의 허한 기분을 또 다른 열광으로 채우는 것 같은 게 한국이라... 회의적이지만... ㅜㅜ 아무튼 나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게요 ㅜㅜ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2-12-14 16:50   좋아요 1 | URL
이 책 읽으면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장담합니다. 그것이 어떤 마음이든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인티제가 성격상 긍정발랄 모드 되기 힘든 거 압니다. 그래도 조금은 힘내서 살아보아요......;;; ㅋㅋㅋㅋ

- 2022-12-14 16:55   좋아요 1 | URL
저 속은 시끄러운데 ㅋㅋㅋ 대체로 명랑해요 ㅋㅋㅋㅋㅋ 내 안의 흥을 돋궈주는 아이도루뮤지끄!!! (잠자냥 플리는 물론 슬프고 살짝은 고상하고 ㅋㅋㅋㅋ 그렇지만 나는 k팝으로 다져진 희망의 혼돈 감송 ㅋㅋㅋ) 프랑스 영화 너무 본거 아녜요? cj는 권선징악으로 해결되서ㅋㅋㅋㅋ 이분법만 잘 치유하면 ㅋㅋㅋ 명랑모드도 곧잘 됩니다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12-14 16: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보면서 저도 조금은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는 걸 느낍니다. 냉소와 회의, 체념이 늘어만 가는 이 때 이런 책 한 권이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 아닐런지~ 이문자 라는 이름 저도 새기고 갑니다. 남은 이야기는 책으로 자세히 읽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2-12-14 16:49   좋아요 2 | URL
네, 거리의화가 님은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니까, 이런 개개인의 소소한 역사도 분명 더 흥미롭게 읽으시리라 믿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저는 1권보다 좋았습니다.

다락방 2022-12-14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만한 당신 첫번째 권을 읽었을 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보이는 곳에서든 어쨌든 약자의 편에 서고자 했던 사람들은 결코 반페미일 수가 없었구나, 였습니다. 그것이 말해주는 바는 너무나 명백하다고 생각했어요. 약자의 편에 서서 행동하면서, 정의를 실현하려고 하면서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묵인할 순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그 책을 아주 많은 사람이 읽기를 바랐지만, 정작 읽엇으면 좋겠는 사람들은 그 책의 존재 자체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케이트 밀렛에 대해서라면 필리스 체슬러의 에세이에서도 만났던 터라 한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모순을 품고 사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이 책에서도 만나고 싶네요. 그리고 잠자냥 님, 그거 알아요? 저 벤 바레스 책(자서전)도 있어요.. (안읽었지만) 짱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없는게 없는 나여..

잠자냥 2022-12-14 22:51   좋아요 1 | URL
네 다락방님 말씀처럼 약자의 편에 서고자 했던 사람은 정말이지 반페미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 세 번째 권에 나오는 사람들도 대개 그렇고요.

아니 증말 벤 바레스 자서전이 있어요?! 멋지다! 읽었다면 더 멋졌을 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2-16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가만한 당신>이라는 책이 나온다는 걸 몇년 전에 봤던 기억이 나요. 벌써 세번째 권이 나왔나요? 오. 크게 관심을 안 두었던 책인데 잠자냥님 리뷰 읽으니 역시.. 담아둡니다 ㅋㅋ 자세히 써주신 케이트 밀렛과 이문자님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지만, 짧게 한줄씩 소개해주신 면면들도 대단하네요. 부디 선한 영향력이 널리 퍼지면 좋겠습니다. 잠자냥님의 선한 영향력도 널리 퍼져라!!

잠자냥 2022-12-16 14:07   좋아요 1 | URL
네, 이 책 정말 좋아요. 괭님도 좋아하실 듯...
저의 선한 영향력이란....? 알라딘과 출판계를 위한?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