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당신의 기록’ 이딴 걸 보내주었다. 항상 올해는 덜 사야지 하면서도 어김없이 작년보다 더 많이 사고 있는 이 현실. 그러나 나는 보시다시피 40대 여성 상위 0.3%에 속할 뿐이다. 출판계 주요 구매층이 30~40대 여성이라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내가 그렇게(?) 사도 0.1%에 속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나저나 8월에 받은 달콤한 적립금도 이제 다 바닥나서 3개월 순수구매액 0원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3개월 순수구매액 44,230원에서 알라딘 적립금 탕진). 이제 알라딘 적립금 플렉스 잠자냥은 저쪽 그래24로 가서 지난 9월에 국민서평대상 수상으로 받은 적립금 50만원을 써야겠다.....

왜 올해는 덜 사자는 결심은 항상 무너지는가.......

4월에 나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이렇게 사봤자 나는 상위 0,3%일 뿐이여..... 40대 여성들이여, 책 참 많이 사는군요. 참 잘했어요~
신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라스트 울프>
<저항의 멜랑콜리>, <사탄탱고> 등 라슬로 책 다 사놨다. 다 읽기 도전했었다. 그런데 이 작가 책 읽기 쉽지 않더라. 내가 좀 만연체 문장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두 작품 모두 3분의 1쯤 읽다가 일단 내려놓았으나, 꼭 모든 작품을 다 읽어보고 싶은 작가이다. 그러던 참에 이 책이 나왔다. 표제작 <라스트 울프>와 <헤르먼> 두 작품으로 구성된 중편집.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문학적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책’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일단 두께가 가벼워서 부담이 없다. 아, 그리고 알마에서 출간된 이 라슬로 시리즈 책 표지 진짜 다 너무 아름다움.
엘리자베스 문, <잔류 인구>
이 책, 출간되자마자 우리의 다부장님께 딸랑딸랑 아부용으로 선물했던 책. 그때 점심으로 두 가지 메뉴 드시면서 땀 뻘뻘 흘리는 부장님을 위해 이 책 굿즈였던 손수건도 보내드렸다. 그 후 나도 냉큼 샀는데, 그 사이 굿즈는 품절. 나도 손수건 갖고 싶다! 부랴부랴 예스24, 교보로 달려가 봤으나, 그 손수건은 알라딘에서만 주는 굿즈였네?! 역시 이 알라딘 굿즈 맛집이여. 아무튼 이 책은 세계 주요 SF문학상인 로커스상, 휴고상,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 최종 후보작으로 어슐러 K. 르 귄이 극찬한 최고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70대 여성 노인의 행성 생존기’ 이 소개만으로도 가슴이 뛰지 않는가!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
고골의 새 작품집이 나왔다. 그의 초기 걸작들만을 모은 선집으로, 이 작품집에는 푸시킨, 주콥스키 등 당시 최고의 문인들과 벨린스키 같은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큰 인기를 누린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에 수록된 작품들과 고골의 유일한 교양 소설이라 할 수 있는 <로마>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저메이카 킨케이드, <루시>
국내 초역작이라 냉큼 사서 읽었다. 내가 많이 접하지 않았던 카리브해를 배경으로 한 작품. 분노 많은 소녀 ‘루시’의 성장기. 서인도제도의 앤티가섬에서 태어나 자란 뒤 열일곱 살에 외국인 입주 보모로 미국 뉴욕에 가 생활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담겨있다. 그나저나 이 책 읽고 별 넷을 줬더니 ‘자냥 오별도 아닌 사별은 일단 미루겠다’는 댓글이 보여서 말씀드립니다. 자냥 사별도 실은 추천하는 작품입니다요. 이 책은 짧은데도 ‘식민주의, 탈식민주의, 흑인 페미니즘, 계급과 인종, 젠더’ 문제까지 고루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요.
아울러 시답지 않은 저의 별점 평가에 민감한 분들을 위해 가이드를 마련해드리자면....
자냥오별- 강추. 죽기 전엔 꼭 읽어보셈.
자냥사별- 추천. 웬만하면 한번 읽어보셈.
자냥삼별- 읽거나 안 읽거나 좋거나 나쁘거나 당신의 선택(기대보다 못했을 때 주로 주는 것 같다).
자냥이별- 장바구니에 담았다면 냉큼 이별하길.
자냥일별-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다. 시간 있다면 다른 책을 읽기를.
프랑수아즈 사강, <마음의 심연>
정말 오랜만에 읽는 사강. <마음의 심연>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미발표 유작으로 이 원고는 사강이 세상을 떠난 뒤 십여 년 동안 서랍 속에 깊숙이 묻혀 있다가, 그의 아들 드니 웨스토프가 발견하여 빛을 보게 되었다. 미완성 유작이라, 약간 의문이 드는 점은 아들이 얼마나 원고에 손을 댔느냐 하는 점. 그럼에도 요즘 이 책 읽고 있는데, 첫 문장부터 아, 사강이구나 했다.
요제프 로트, <4월, 어느 사랑 이야기>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유명한 요제프 로트의 단편 모음집. 표제작인 ‘4월, 어느 사랑 이야기’, ‘모범생’, ‘바르바라’, ‘역장 팔메라이어’ 등 수록된 작품 모두가 좋았다. 건조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 독특한데 묘하게 잘 어울리는 비유 등이 인상 깊다.
코맥 매카시, <핏빛 자오선>
코맥 매카시 작품 읽을 때마다 실패하는데, 그래도 국경 3부작까지는 읽어보고 판단해야겠다 싶어서 이 책도 일단 샀다. 그런데 얼마 전 출간된 <신의 아이>부터 읽고 질려서 손이 가지 않는다. <신의 아이>에 넘나 심정적으로 힘든 장면이 나온다. 꼭 그렇게 써야 하나 싶은... 음.
테디 웨인, <아파트먼트>
리뷰 대회 있어서 구매. 리뷰 대회의 장점 중 하나는 이런 이벤트를 통해 뜻밖의 책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한데 테디 웨인의 <아파트먼트>가 거기에 속했다. 리뷰 대회 아니었으면 안 읽었을 텐데 생각보다 좋았다. 특히 90년대 문화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더 흥미롭게 읽었다.
허태연, <플라멩코 추는 남자>
이 책도 리뷰 대회 있어서 구매. 그런데 리뷰 대회의 단점 중 하나가 또 이렇게 괜히 책을 사게 되는 일도 있다는 것. 사실 적립금으로 샀으니 돈이 아까운 건 아니....(아니다 다른 책 살 수 있었잖아)지만 아무튼 꾸역꾸역 읽다가 3분의 2쯤에서 그만 포기하고 냉큼 팔아버렸다(그래서 아래의 책 사진에는 없음). 꼰대 주인공이 일단 너무 비호감이고.... 내가 평소 읽는 책들이 외국 고전이라 그런지 한국 현대문학 읽을 때 그 수준 차이를 더 절감하는 것 같다.....
올해 리뷰 대회 때문에 산 한국 현대 소설들 강화길, <대불 호텔의 유령>, 정유정, <완전한 행복>, 허태연, <플라멩코 추는 남자> 세 권 모두 대회 포기하고 책은 냉큼 팔았다는 후기... 그나마 <완전한 행복>은 흥미라도 있었다만.
김영민,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정치적 동물의 길>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출판계 블루칩이 된 김영민 교수. 사실 나는 이이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화제가 되었던 ‘추석이란 무엇인가’도 몇 번을 읽었으나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전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었을 때도 그닥... 썰렁한 개그, 쿨함, 삐딱한 태도, 블랙유머 등이 있기는 있는데 읽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꼰대의 향기랄까.
그런데 이 책을 왜 구매했느냐!!! 바로 이 미니 절구 굿즈 때문이다. 진심 굿즈 때문에 책을 샀다. 이 절구로 말하자면...... 내가 마늘을 빻는 것도 아니고! 참깨를 빻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순전히 고영님들을 위한 것으로.... 우리 고영이들 약을 먹일 일이 종종 있는데, 알약은 도저히 멕일 수가 없다. 그래서 가루로 빻아서 영양제 같은 것에 섞어서 냉큼 입에 처넣어야 하는데, 그때 이 절구가 아주 유용하다능! ㅋㅋㅋㅋㅋ 전에 쓰던 절구가 깨지는 바람에 새 절구 주문했더니 책이 딸려왔다.

바로 이 절구! 100% 이 절구를 얻기 위해 김영민의 책을 샀다능. ㅋㅋㅋㅋㅋㅋ
토베 얀손, <무민의 특별한 보물>
400일 갓 지난 내 조카가 요즘 무민에 폭 빠졌다고 해서 구매. 아가야 근데 이모는 무민 큐브릭 있는 사람이다?! 녀석한테 빼앗기지 않게 조심해야지! ㅋㅋㅋㅋ
중고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대부분 사 모으고 있는 편인데 이 책은 구매하지 않았었다. 최근 중고로 나왔기에 냉큼 샀다.
알리 스미스, <호텔 월드>
폴스타프 님 리뷰 보고 구매
다이허우잉, <사람아 아, 사람아!>
나도 이제 드디어 이렇게 뒤늦게 다이허우잉을 읽겠다. 이 책 또한 폴스타프 님 리뷰 영향.
오노레 드 발자크, <골짜기의 백합>
발자크가 좀 재미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은근 손이 안 간다. 그래도 이 작품은 좀 재미날 거 같아서 구매. ‘이후 거의 모든 프랑스 연애 소설에 영향을 준 명작’이라고 하니 그래 어디 한번 읽어보마.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소싯적 읽은 투르게네프 <첫사랑> 요즘 왠지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 <아르세니예프의 인생>을 옮긴 ‘이항재’ 번역본이라 이 책으로 선택했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쿠코츠키의 경우>
러시아의 빼어난 여성 작가 중 한 사람인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장편. 그의 영원한 테마인 ‘가족과 여성성’을 풍부한 일화와 다양한 세대의 풍경을 통해 그려나간다. 중고로 샀는데, 이 책을 판매한 사람 이름(도장)이 꽝 찍혀 있어서(그것도 책머리 부분에) 책 받아보고 대 실망... ㅠㅠ 여러분, 중고로 팔 책이면 책에 자기 이름 사인이나 도장 좀 남기지 말아요~~

한 달에 이 냥이 박스를 넘지 않게 사는 것이 나의 목표인데, 두 권은 이미 중고로 팔아서 사진에 안 보일 뿐... 역시 또 한 박스 가득 채운 듯.
음반
예전에 비하면 음반 구매량은 확 줄었다. 특히 록 음반은 요즘 웬만하면 잘 사지 않는데, 그럼에도 음악 들어보지도 않고 믿고 사는 아티스트들이 있으니, 빌리 아일리시와 스네일 메일이 그렇다. 둘 다 어린 소녀들이라 앞으로 더더욱 기대되는 꼬꼬마들(내 기준). 이번 앨범들도 다 정말 좋다. 스네일 메일 앨범은 나오자마자 알라딘에서는 품절이라 예스24에서 구매.
Billie Eilish, <Happier Than Ever>
Snail Mail, <Valentine>
세이수미, <Christmas, It's Not A Biggie>
국내 인디록 <허클베리핀>, <3호선 버터플라이>, <국카스텐>, <폰부스>, <언니네 이발관>, <줄리아하트>, <검정치마>, <몽구스>, <브로콜리너마저> 등등 열심히 듣던 시절이 있었다. 홍대 클럽에서 했던 소규모 공연도 다 찾아가서 볼 정도로 팬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듣지 못하겠는 음악들이 많아졌는데(대표적 <언니네 이발관>(정바비, 이석원), <줄리아하트>(정바비), <검정치마>(조휴일의 문제적 가사) 등) 그런 와중에 보물처럼 발견한 밴드가 세이수미(Say Sue Me). 부산 출신 4인조 인디록밴드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알려졌고 지금도 더 유명한 듯. 2017년에는 영국 레이블 댐나블리(Damnably)와 계약을 맺고 첫 영국투어를 성공적으로 다녀오기도. 서프록(Surf Rock)을 주로 하는 밴드로, 멜로디 뽑아내는 능력이 탁월하고 보컬 최수미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2019년 드러머 강세민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불행한 일도 있었다). 이들의 1, 2집과 EP앨범 모두 추천. 내가 오죽하면 이 크리스마스 앨범까지 샀을까. 올 12월 크리스마스는 이들의 앨범과 함께. 아무튼 3집 기다립니다. 세이수미여!

쟝쟝, 빌리 아일리시, 스네일 메일 한 번 들어봐~~ ㅋㅋㅋ
그리고 마무리는 역시 우리 냥이들로

어느날, 퇴근 후 집에 왔더니 녀석들이 다 안 보여서 어디 갔나 했더니?! 바로 여기에... 집사가 만들어 준 한국형 코다츠. ㅋㅋㅋㅋㅋ 앉은뱅이 책상에 이불만 덮어 씌웠을 뿐. 집사가 있을 땐 전기 장판 켜주지만, 없을 땐 아무래도 끄게 된다. 불 날까봐 무서움...;

요즘 약간 사춘기.... 아니 오춘기 온 것 같은 우리 둘째. 지난주 토요일부터 계속 숨어 있으려고만 해서 어디 아픈가 노심초사했다. 근데 또 먹는 건 잘 먹는 걸로 봐서 아픈 거 같지는 않고. 암튼 녀석 요즘 나한테 뭐 삐쳤는지 자꾸 거리를 둔다. 쳇. 내가 자다가 혹시 발로 뻥 찼나???? -_-??

알라딘 책베개의 참된 용도.
12월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