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글 쓰고 책 읽는다며 새벽 6시 자고 점심도 훨씬 지난 오후 3시에 일어난 나.
물 먹으려고 냉장고 문을 여는데 냉장고에 붙여 진 하얀 메모지가 눈에 들어온다.
“조기 구워 놓았다, 점심 맛있게 먹어라. -아빠- ”
물 한 잔 벌꺽벌꺽 마시는데 낮잠 자고 일어나는 오빠 왈.
“너 밥 꼭 먹어, 아빠가 너 조기 꼭 먹어야 된대.”
오후 4시에 조기 2마리랑 밥 반 공기를 꾸역꾸역 먹었다.
7시에 교회 갔다 온 우리 엄마.
“밥 먹어야지, 딸.”
차마 4시에 밥 먹었다고 말도 못하고 다시 7시에 밥 또 먹었다.
밤 10시, 71세 되신 할아버지가 55년 전 헤어진 북에 있는 어머니와 동기들을 생각하며 우시는 모습이 TV 화면을 메운다.
옆에 누워 있는 엄마, 용돈 쥐어 주고 나간 오빠, 조기 구워 놓으신 우리 아빠.
하나하나 떠오르는 내 피붙이, 내 식구들의 얼굴.
아, 난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