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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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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 세상을 채 2년도 살지 않은 너에게 도대체 무슨 잘못이나 죄가 있겠니. 아니, 생각해보니 죄가 있구나. 가난한 나라에서 가난한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난 죄. 그게 바로 죽을 죄였구나. -36쪽

저 펄펄 날리는 흙먼지가 모두 밀가루라면 얼마나 좋을까!-37쪽

바닷가에 사는 어부가 아침마다 해변으로 밀려온 불가사리를 바다로 던져 살려주었다.
"그 수많은 불가사리 중 겨우 몇 마리를 살린다고 뭐가 달라지겠소?"
동네 사람의 물음에 어부는 대답했다.
"그 불가사리로서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건진 거죠."
이것이 내 마음이다. 그리고 전 세계 긴급구호 요원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61쪽

이 친구들은 자기들이 이라크 국민과 세계평화를 위해 여기까지 온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을 텐데, 막상 자기들을 벌레처럼 보거나 헤치려는 현지인들을 만나면 얼마나 놀라고 당황할 것인가.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 괴리를 이기지 못해 심각한 정신 장애로 결국 본국에 송환된 병사가 많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저들도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미명하에 매일매일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소중한 생명들이다. ...... 죽어도 좋을 목숨이란 이 세상에 없으니까. -112쪽

모두 참 좋은 사람이다. 극한 상황에서는 본인도 모르던 적나라한 인간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때문에 이런 위험한 현장에 함께 있던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면 그 말은 믿어도 된다.
이들을 남겨두고 떠나자니 마음이 무겁다. 아르빌로 떠나는 차창밖으로 토마스에게 내가 늘 가직하고 다니던 거북 마스코트를 내밀었다.
"이게 뭐에요?"
"한국에서 거북은 장수의 상징이거든요. 나보다 토마스가 더 필요할 것 같아서요."-136-137쪽

"꼬미야, 세상의 60억 인구 중 30억이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이래요. 그러면 여유 있는 30억이 한 사람씩만 맡으면 끝나는 거 아니에요?"-151쪽

그 대한민둑에 사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우리'를 좋아한다. 나도 '우리'라는 단어를 무척 좋아하며 즐겨 사용한다.
이제 그 범위를 조금더 확장시켜보면 안 될까? 우리 나라를 넘어 우리 아시아, 우리 세계라고.-158쪽

사람의 품위를 결정하는 게 외적 조건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는 거는 확실하다. 그럼 답은 분면해진다. 결국 품위는 자기 존재에 대한 당당함,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 통제력, 타인에 대한 정직함과 배려 같은 소프트웨어에서 나오는 거다. 이것이 없다면 왕이라도 전혀 품위가 안 알 것이고, 이것이 있다면 일개 농부라도 품위가 넘칠 것이다. -197쪽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다름아닌 헛된 이름, 허명이 나는 일이다. 평가절하도 물론 싫지만 지금의 나 이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제일 무섭다. 나의 실체와 남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의 차이를 메우기위해 부질없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제일 두렵다.-263쪽

나는 천재가 아루아침에 이루어놓은 일보다 보통 사람이 몇 년에 걸쳐 땀과 열정을 바쳐 이룬 일이 훨씬 값지다고 생각한다, 진인사 후 대천명이다. 사람이 할 바를 다하고 나서야 비로소 하늘의 도움을 청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야 떳떳하다. -283쪽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는 세상이 만들어놓은 한계와 틀 안에서만 살 수가 없다. 안전하고 먹이도 거저 주고 사람들이 가끔씩 쳐다보며 이쁘다고 하는 새상 속의 삶, 경계선이 분명한 지도 안에서만 살고 싶지 않다. 그 안에서 날개를 잃어버려 문이 열려도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새가 된다면...... 생가만 해도 무섭다. 나는 새장 밖으로, 지도 밖으로 나갈 것이다.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다닐 것이다.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하고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것은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이자 수업료다.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를 위해서라면. -283-284쪽

그러나 내 능력에 대해 의심이 들때마다, 기가 꺽여 자신이 없어 질때마다, 몸이 지쳐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일 때마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 싶을 때마다 가심 저 밑바닥에서 을려오는 진군의 북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에게 내려진 절체절명의 명령소리가 들린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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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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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행위란 없다는 것.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바람과 산들바람을 떼어놓을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떼어놀읗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겁니다."-63쪽

"다음날 깨보니 새로운 세상이 있었던 거야.그리고 그에겐 또 다른 게 있었다네. 그는 어제를 갖게 된 거지."-116쪽

"가끔 밤에 아버지는 깨어났어요. 침대에서 일어나 비틀비틀 병실 저편으로 갔지요. 가서 있는 힘을 다해 창문을 올렸어요. 그는 작은 소리로 당신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고,당신 이름도 불렀어요. 형 조의 이름도요. 미키의 이름도 불렀지요. 그 순간에는 심장에서 모든 죄책감과 후회가 터져나오는 것 같았어요."-173-174쪽

"분노를 품고 있는 것은 독이에요. 그것은 안에서 당신을 잡아먹지요. 흔히 분노는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공격하는 무기처럼 생각되지만 증오는 굽은 칼날과 같아요. 그 칼을 휘두르면 우리 자신이 다쳐요. 에드워드.용서하세요."-176쪽

"몰랐다구요. 아시겠어요? 아버지의 삶도 몰랐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도 몰랐어요. 아버지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하지만 내 아버지잖아요. 이제 놓아버릴래요. 아시겠어요? 아시겠냐구요? 우리, 다 놓아버릴 수 있지요?"-179쪽

"이제 됐어요."-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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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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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트 빛 속에서만 내리는 이 겨울비처럼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었다. 그를 만난 후 나는 그것을 알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10쪽

생을 두고, 설사 그것이 유치하고 어리석으며 심지어 우스꽝스러운 결말로 끝난다고 해도, 그렇게 모든 것을 걸수 있는 대상을 나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27쪽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같은 말들을, 그냥 건성으로 하는 거 말고 진정 그 말이 필요할 때, 그 말이 아니면 안 되는 바로 그때에는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31쪽

누군가가 간절히 내가 이 세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자 마음 한구석으로 둔중한 쓰라림 같은 것이 지나갔다. -68쪽

죽는다고해서 모든 것이 그만, 이라는 것은 어쩌면 틀린 생각이었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수녀님의 내복은 따뜻했습니다.-73쪽

한 마디로 그들은 생과 정면으로 마주칠 기회를 늘 잃고 있는 셈이었다. -119쪽

누구에게나 슬픔은 있다. 이것은 자신이 남에게 줄 수 없는 재산이다. 모든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있지만 자신만은 남에게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이 소유한 비극은 있다. 그 비극은 영원히 자신이 소유해야 할 상흔이다. 눈물의 강, 슬픔의 강, 통곡의 강, 슬픔은 재산과는 갈리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분배되어 있다. 박삼중 스님. -126쪽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 살고 싶다는 거고 ......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159쪽

내 생애에서 나의 말에 온 존재를 모아 귀 기울여주었던 사람을 내가 가진 적이 있었을까.-200쪽

모두들 얼마간 행복하고 모두들 얼마간 불행하다. 아이, 이 말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사람들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면 얼마간 불행한 사람과 전적으로 불행한 사람 이렇게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행복한 사람들이란 없고 다만, 행복에 관하여 마음이 더, 혹은 덜 가난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218쪽

그게 남이든 자기 자신이든 아프려면 바라봐야 하고, 느껴야 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깨달음이 바탕이 되는 진정한 삶은 연민없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연민은 이해없이 존재하지 않고, 이해는 관심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관심이다. ...... 그러므로 모른다, 라는 말은 어쩌면 면죄의 말이 아니라, 사랑의 반대말인지도 모른다. -248쪽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고, 존댓말을 쓰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기 때문입니다. ...... 사랑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고, 용서 받아본 사람만이 용서 할 수 있다는 걸 ...... 알았습니다. -288 - 289쪽

온기가 사라지는 것이 죽음이라면, 인간의 영혼에서 온기가 사라지는 순간 또한 죽음이었을 것이다. 나도 그도 한때, 그것도 모르고 살면서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이 이미 죽음이었는지도 모르고.-294쪽

어떤 인간도 본질적으로 선하지 않고, 어떤 인간도 본질적으로 악하지 않기에 우리는 늘 괴로운 하루를 보낸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본질적으로 한 가지 같은 것도 있는데 그것은 누구나 죽음에 맞서서 싸운다는 것이다. -300쪽

하지만 이제 한 가지는 안다. 그래도 산다는 것, 죽을 것 같지만. 죽을 것 같다, 이건 사는 게 아니야, 라고 되뇌는 것도 삶이라는 것을. 마치, 더워 죽겠고 배고파 죽겠다는 것이 삶이듯이,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삶이듯이, 그것도 산 자에게만 허용되는 것, 그러므로 삶의 일부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제 죽고 싶다고 말하는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바꾸어서 말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303쪽

사랑은 그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견디는 것이고, 때로는 자신을 바꿔낼 수 있는 용기라는 것을 나는 윤수를 통해서 깨달았던 거였다.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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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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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슬픔은 내내 왼손에 꼭 틀어쥐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슬픔에 무너질 차레다. -23쪽

이해하고 싶다는 것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고자 하는 시도다. -55쪽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나, 우리 자신도 언젠가는 죽게 될 거라는 통찰의 순간, 눈에 대한 사랑은 실제로는 어떤 급작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 - 65쪽

"서른은 성서적인 숫자예요."
엘사 뤼빙이 말햇다.
"유다는 은화 서른 닢을 받았죠. 예수님은 서른 살에 세례를 받으셨고요."-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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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10-15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려고 사놓긴 했는데... 문장들이 좋군요. 부디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 작품이길... -,.-;

아라 2005-10-1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러길 바래요, sayonara님. 아직 다 못 읽었거든요. 새벽 6시에 집을 나가 9시에 들어와서 다시 새벽 2시까지 과제를 하다보니..^^ 오늘은 꼭 다 읽을테다. 각오해라, 스밀라! 참, sayonara님도 읽으시면 밑줄그으실거죠? 궁금해요, 어떤 말들을 인상 깊게 읽으셨는지...

sayonara 2005-10-2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1/3 읽었습니다. 근데, 별 감흥이 오지 않는다는.... (이런.. ^^; )
바로 전에 읽은 '십각관의 살인'에 대한 기억이 너무 강렬한 것인지도... -,.-;

아라 2005-10-22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앞에 책이 아주 재미있었으면 상대적으로 뒤에 있는 책이 아주 월등하지 않는 이상 빛을 못 보긴 하죠.^^

비로그인 2005-10-2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꽤 오래전부터 서른, 30 이 성서적인 숫자라고 생각해 왔어요 ^^

아라님 방명록에 남겨주신 글 감사합니다.
주님 안에서 하루하루 평안 가운데 사시는 삶이 되시길 바래요 ^^

아라 2005-10-27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서 그 구절을 읽는데 정말 눈에 팍 들어오더라고요. 아마 제 나이와도^^ ㅋㅋㅋ
체셔고양이님도 평안하세요. ^^
 
최후의 늑대 - 미네르바의 올빼미 02 미네르바의 올빼미 2
멜빈 버지스 지음, 유시주 옮김, 이선주 그림 / 푸른나무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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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인간이 나란히 살게 된다면 진짜 악당이 누구일지 , 제가 생각 할 때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 멜빈 비지스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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