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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행군의 뜻은 “군대 또는 많은 인원이 줄을 지어 걸어감”이다.
즉, 행군은 혼자서 하는 것이 하니라 ‘같이’, ‘함께’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새장 밖에서 못 나오고 있는 겁 많은 내가 비야처럼 긴급구호 요원이 될 수는 없는 일. 솔직히 그 동안 새장 안의 내 삶도 치열했다. 삶에 분명 더 나은 것과 못한 것이 분명하더라도 그 속으로 들어가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모두 치열하다. 마치 해변으로 밀려온 불가사리들이 저마다 단 하나밖에 없는 귀한 목숨을 지켜야하는 것처럼 나도 ‘나’를 지켜야한다.
하지만 그 ‘나’도 ‘우리’안에서 가능한 ‘나’이다. 그래서 비야는 그 ‘우리’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자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그 ‘우리’가 확실히 이 책을 읽고 나면 더 넓혀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끔은 세상이 나만 무거운 짐을 지고 험한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세상이 힘든 건 ‘나’만이 아니라는 거다.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저 밖 어딘가에 분명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며 알게 뭐냐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삶은 결코 ‘혼자’서는 만들 수 없다. ‘나’만 있는 삶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만을 생각한다는 ‘이기’조차도 상대가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왔고 나를 거쳐 우리 아이들에게로 내려가는 이 삶의 여정은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기나긴 행군이다. 비록 각자가 짊어지고 갈 짐의 무게가 다르고 길이 다르더라도 ‘같이’가는 것이지 ‘혼자’서는 갈 수 없다. 지금 당장은 나만을 생각하며 가는 것이 더 편하고 좋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가 부족하지 않고 건강하다고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도 언젠가는 배고프고 아플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 행군에서 누군가에게 나의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무거운 짐을 대신 지어주고 간적이 있다면 분명 그 누군가가 나처럼 나의 손을 잡고 멈출 수 없는 삶의 행군을 같이 해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먼저 손을 내밀어 행군을 계속해야하는 것은 누구인가?
바로 ‘나’다. 그리고 바로 ‘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