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녔던 직장에서 건너편 책상을 사용하시던 분은 전라도 분이셨다
맘이 급하면 '거시기'를 외쳐대시는 그 분 때문에 모든 사물은 '거시기'화 되었고
그 어투가 재미있던 나는 조금씩 따라하다가
급기야 똑같은 버릇을 갖게 되고 말았다...ㅡ,ㅡ
아마 물건의 형태는 머리 속에 떠오르나 마땅한 어휘와 연관짓지 못하는
내 머리의 특수성도 사실 한 몫을 한듯 싶다...
 
어쨌거나 직장을 관둔 현재...
그분의 습관이 지금까지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칠리 만무하나
그때 그 불량뇌를 아직도 머리에 넣고 사는 나는
역시나 지금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분명한 형상을 두고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손을 파닥거리며 '거...거...거시기...'를 외치게 되는 것이다...ㅡ.ㅜ
 
그러나 다행인건 언제나 연신 급한마음에 '거시기'를 남발하는 내게
남편은 적절한 물건을 손에 쥐어준다는 것이다...
리모컨, 열쇠, 화장지, 커피...
 
어제도 부엌에서 계란 후라이를 뒤집고
국에서 멸치를 건져내며 외친 '거시기'...
손에 양파를 꼬옥 쥐여 주고 유유히 사라지는 남편...
도대체 양파가 필요하다는 건 어케 알았을까?
갑자기 요상한 기분이 든다... ㅡㅡ;;
혹시 남편이 남다른 그 어떤 능력을 보유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남편을 요목조목 뜯어보니...
가느다란 팔에 볼록한 배...
자전거를 날게하신 그 유명한 분이 떠오른다...
그게...남편도 혹시 같은 핏줄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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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9-2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경상도분이신 아버지는 '그거 가져와' 라고 뜬금없이 그러는데요, 거실에서 '그거 가져와' 라고 해도 부엌에서 '그거' 가져가는 엄마가 항상 경이롭습니다.

Mephistopheles 2006-09-2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을 맞춰 보세요 그럼 대번에 정체가 탄로날 껍니다...ㅋㅋ

건우와 연우 2006-09-2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에게 뇌파를 쏘아보내는걸로 보아 혹 님이 그분 아니신가요....=3=3=3=3

해리포터7 2006-09-2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카페인중독님...좀더 살아보시면 님도 그 경지에 도달할텐데..남푠님께선 타고나셨나봅니다.....ㅎㅎㅎ

카페인중독 2006-09-21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아니얏~!을 외치고 저를 내려다 보니...가는 팔에 볼록한배...
ㅡ.ㅜ 그렇지만 분명 아닐겁니다...아닐거야요...
메피님...그러고픈데 건우연우님말씀땜시...혹여 제손에 불이 들어오면 어쩝니까...아흑~
하이드님, 포터님...그건 분명 연륜이겠죠? 그렇겠죠???
그리고, 하이드님...반가와요~~
 

난 언어능력이 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신께서 이를 불쌍이 여기셨는지 다행이도 공간지각능력이 좋은편이다...
그러나...결정적인 건...내가 새가슴이란 사실이다...
덕분에 혼자서는 잘해요이나 함께하면 망쳐요니...운전을 배우며 내겐 사건사고도 참 많았다...
 
처음 운전을 배울땐 강사가 학생에게 별관심이 없었다...
그냥 밖에서 하릴 없이 담배 피우는 것이 낙인 그가 난 참 좋았다...
그래서 난 교육과정이 끝나자마자 쪼르르 달려가서 면허증을 손에 넣었다
 
차를 사고 도로 연수를 나가는데 이 강사는 다혈질이였다...
학원내 도로를 달리는데 3분마다 질러대는 고함에 나의 차는 미친듯이 춤춰댔다...
결국 버럭~ 하는 한마디에 급브레이크를 밟고, 강사는 유리창을 향해 머리를 날렸다...
새가슴이지만 이미 자포자기심정이된 나는 강사머리의 혹이 그저 고소했다.
'우히히히히히...'   ㅡㅡ+
급기야 어두운 기운을 마구 뿜어대게 된 나를 보고 흠칫한 강사는
목숨의 위협을 느꼈는지 다른강사로 바꿔줬다...
 
드디어 차를 가지고 출근하는 날...
주차 앨리베이터에 고히 집어 넣고 즐거이 출근하고는
다시 고히 꺼내 'ㄷ'자 골목을 무사히 통과하고는 마침내 무사히 집에까지 다왔다
그러나 걱정이 되셨던 어머니께서는 2층계단에서 나를 내려보며
"엄마가 얼마나 기다렸는줄 알앗~!!" 라고 호통치셨고
집까지 잘온 난 그만 벽을 받아버렸다... 다행이 저속이라 새차에 흠집이 생기진 않았다...
 
현재...
규정속도도 잘지키고, 차선도, 교통신호도 잘지키며 가다가도
경찰차만 만나면 가슴이 마구 뛰어대며 나도 모르게 속도를 줄이고, 몸을 낮춘다
급작스레 앞으로 끼어들어오거나, 더더구나 옆에서 들이 밀어도
상대가 욕하면서 들어오면 난 그저 웃을뿐이다...(우워...무서버...ㅡㅡ;;)
 
가끔 상상해 본다...
새가슴이 즐거이 운전하는 나라, 그 좋은 나라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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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9-20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교부 게시판에 올리세요...^^
당근 새가슴이 즐거워야 좋은 나라지요...^^

카페인중독 2006-09-2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말씀...새가슴에게는 한줄기의 빛과 같아라 ^^
 

난 길을 잘 찾는 편이다...
그러나 같은 곳을 가기위해 항상 다른 길을 이용하는 것을 보면
길눈이 밝기때문은 아닌 것 같고...
(이런 나의 행동때문에 남편은 길을 잃은 줄 알고 늘 긴장한다)
아마...새처럼 자기장의 방향을 감지한다든지 그런 원시적인 종류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그런 이유로 가끔 인간네비게이터가 되어야 하는데...
소심한 인간으로서 네비게이터 노릇을 하기란 너무...너무...무...섭...다...
 
좌회전이 안되는 도로에서 친구는 외친다...
"야...좌회전 안되잖아~~어쩌라구?"
앞에 유턴길이 보인다...유턴해서 우회전하면 된다...
도로가 그리 생긴건 내뜻이 아니라 도로공사 뜻이건만
우워...새가슴인 나는 그게 내탓인것만 같아 친구가 무섭다...ㅡ.ㅜ
 
"오늘 한강대교 잠겼어, 집에 어케가??"
"동부간선도 막혔으니 내부타고 오면 될 껄?"
"내부 어케 타?"
우워~ 나도 모른다
마포대교 건너서 대충 강변북로타다보면 나오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것은 새가슴인 나에겐 너무 무서운 일이다
 
"그 집 알아?"
"몰라요...그냥 북쪽으로 가다보면 도로이정표가 나오겠죠...
가면 다 찾게 되어 있어요" (이게 나의 길찾는 방법이다)
한심스런 눈빛...우워~ ㅡ.ㅜ
도착해서 들어가는 길목을 지나쳤다
"어케해~~"
"다음에 우회전 하세요..."
우회전 후..."지났는데 우회전하면 모해???" 라며 다그친다...
"우회전 세번하면 원래 갈 길 나와요"
그러나 몹시 화내면서 불법 유턴에 불법 좌회전 두번을 한다...
우워~ 새가슴인 나는 역시나 무섭다...
 
이제 소심한 난 길치이고만 싶다...흑흑...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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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9-1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메피스토 입니다.
길치 알라디너들이 보면 통탄할 페이퍼 아닙니까...^^

카페인중독 2006-09-1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몰라서 그러세요...새가슴이 길을 알려준다는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ㅡ.ㅜ
근데요...메피스토님...반가워요...

치유 2006-09-20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워~~~~~~~!새가슴의 비애여라..ㅋㅋㅋ

카페인중독 2006-09-20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새가슴을 멀로 보고...그렇게 소리지르는지...ㅡ.ㅜ

치유 2006-09-20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아직 안 주무세요????

치유 2006-09-20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안계신줄 알고 떠들고 다니는데..얌전히 다녀야겠네요..ㅋㅋ

카페인중독 2006-09-20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오늘 도배중입니다...ㅋㅋ

해리포터7 2006-09-20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전 길치라서 새가슴인데도 그냥 몰라~ 하면서 따라댕겨요....

건우와 연우 2006-09-2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수석에 있으면 보이던 길이 핸들잡으면 깜깜한건 뭔치인가요...

카페인중독 2006-09-2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터님도 새가슴인가요? 우워~ 넘 반가와요...^^
건우와 연우님, 글쎄요? 그건 몰까요 ( ")
근데 전 핸들을 잡아도 옆에서 소리지르는 이가 있으면 벌벌 기는 역시나 새가슴입니다...ㅡ.ㅜ
 

남편에게 사모님을 알려준 뒤...
남편은 기어코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전부 찾아내 보고는
급기야 모으기까지 시작한 것 같다...
(흠... 그 집념이란...ㅡ,ㅡ)
 
어제 TV를 보고 있는데 전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심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물어봤다.
 
"여보, 당신은 전생에 머였을 것 같아?"
"당신 남편~"
 
흐흐흐...이런 기특한 대답을...이쁘다, 이뻐...
 
"그럼, 후생엔 머가 될꺼 같아??"
"김기사?"
 
우워~ 내가 미티...ㅡ,ㅡ
 
(이때 남편의 사모님 성대모사는 정말 수준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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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9-19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윤기사의 진화로군요...^^

카페인중독 2006-09-19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해서 사랑스러운 윤기사입니다...^^;;;
 

신혼초...
 
도라지를 먹었다. 참 쓰다.
그래서 말했다
 
"쓸쓸해"
(이런~ 씁쓸해가 헛 나왔다. 구강구조상 난 자주 이런다. ㅡ.ㅜ)
 
남편 흠칫하더니 빤히 쳐다 본다.
음~ 기분이 슬슬 드러워지기 시작한다. ㅡ,ㅡ
그런데...퇴근하는 남편은 무언가 바리바리 싸들고 나타났다
과일, 과자, 아이스크림, 빵...
동네 가게를 몽창 털었나 보다.
흐흐흐...말이 헛나온 것뿐이였는데...먹을게 생긴다...
 
 
 
며칠전...
 
빵이 먹고 싶었다. 과자도 먹고 싶었다. 과일도 먹고 싶었다...
우워어어~ 그렇다, 천고마비의 계절이었다...
그래서 말했다
 
"쓸쓸해"
 
남편 흠칫하더니 빤히 쳐다 본다.
음~ 기분이 슬슬 좋아진다.
그런데 불쑥 요러코롬 말하는 것이였다.
 
"니가 무슨 남자냐? 가을을 왜 니가 타아~"
"........................."   ㅡ,ㅡ
 
으으으으... 진짜 쓸쓸해지려한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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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9-1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 속지 두번 안 속는다??ㅋㅋㅋ 아니 여자가 더 가을 탄다고요.ㅎㅎㅎ

카페인중독 2006-09-18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이 식은 거야요...흑흑...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