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녔던 직장에서 건너편 책상을 사용하시던 분은 전라도 분이셨다
맘이 급하면 '거시기'를 외쳐대시는 그 분 때문에 모든 사물은 '거시기'화 되었고
그 어투가 재미있던 나는 조금씩 따라하다가
급기야 똑같은 버릇을 갖게 되고 말았다...ㅡ,ㅡ
아마 물건의 형태는 머리 속에 떠오르나 마땅한 어휘와 연관짓지 못하는
내 머리의 특수성도 사실 한 몫을 한듯 싶다...
어쨌거나 직장을 관둔 현재...
그분의 습관이 지금까지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칠리 만무하나
그때 그 불량뇌를 아직도 머리에 넣고 사는 나는
역시나 지금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분명한 형상을 두고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손을 파닥거리며 '거...거...거시기...'를 외치게 되는 것이다...ㅡ.ㅜ
그러나 다행인건 언제나 연신 급한마음에 '거시기'를 남발하는 내게
남편은 적절한 물건을 손에 쥐어준다는 것이다...
리모컨, 열쇠, 화장지, 커피...
어제도 부엌에서 계란 후라이를 뒤집고
국에서 멸치를 건져내며 외친 '거시기'...
손에 양파를 꼬옥 쥐여 주고 유유히 사라지는 남편...
도대체 양파가 필요하다는 건 어케 알았을까?
갑자기 요상한 기분이 든다... ㅡㅡ;;
혹시 남편이 남다른 그 어떤 능력을 보유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남편을 요목조목 뜯어보니...
가느다란 팔에 볼록한 배...
자전거를 날게하신 그 유명한 분이 떠오른다...
그게...남편도 혹시 같은 핏줄은 아닐까??